[클로즈업 북한] 北 태양광 에너지 독려…전력난 대안 되나?

입력 2016.12.03 (08:08) 수정 2016.12.0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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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은 지난 2013년 이른바‘재생 에네르기법’을 제정한 이후 끊임없이 자연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교적 손쉽게 설치가 가능한 태양광 에너지에 대한 선전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런 북한의 태양에너지 선전은 계속되고 있는 북한 전력난을 보여줍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태양광 에너지에 집착하는 북한, 그 속내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내리쬐는 햇살에 반짝이는 평양 대동강.

그 위를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유유히 떠다닌다.

특히 눈길이 가는 건 배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

대동강 운항을 시작했다며 북한 TV가 지난 달 대대적으로 보도한 태양광 유람선이다.

<녹취> 김호(륙해운성 국장/지난 달 4일/조선중앙TV) : “태양빛 에네르기(에너지)를 동력으로 해서 운행하는 배입니다. 진동과 소음이 매우 작으며, 평균 속도는 4내지 5노트 정도입니다.”

이 유람선이 김일성광장부터 주체사상탑까지, 수도 평양 시민들의 출퇴근에 활용된다고 북한 매체들은 선전한다.

북한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의식한 듯 외신에까지 화면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녹취> 최미경(유람선 승무원) : “수도 시민들의 유람 봉사와 함께 국내외 손님들의 관광 및 주문 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붕이 온통 태양광판으로 덮힌 버스.

지난해 북한 TV가 태양광 동력의 효율성을 적극 선전하며 보도한 태양광 버스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11월) : “자연 에네르기(에너지)를 적극 이용할 데 대한 당의 사상과 뜻을 높이 받들고 서로의 창조적 지혜와 힘을 합쳐 이처럼 태양빛 에네르기(에너지)를 이용하는 버스를 만들어 내놨습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자급자족한다는 주유소를 소개하면서는 전력량이 충분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녹취> 리철호(지도원/지난 3월 11일/조선중앙TV) : “이 태양빛 전지판에서만도 항시 40킬로와트의 전기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풍력발전기를 같이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 판매소는 전기가 남으면 남았지 모자라 본 적은 절대 없습니다.”

그밖에도 양계장, 대학, 공장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태양광 에너지 활용 사례를 빠짐없이 보도하고 있는 북한.

최근엔 공공부문 뿐 아니라 일반 가정의 보급 사례도 자주 소개되고 있다.

가정집 지붕과 아파트에 설치된 집열판.

TV에 등장하는 주민들은 한결같이 태양광 에너지의 편리함을 강조한다.

<녹취> 김봉옥(지난 5월 19일/조선중앙TV) : “우리 것은 120와트짜리인데 충전 효율이 얼마나 높은지 이 한 대를 가지고도 조명은 물론이고 이렇게 녹화기, 텔레비전, 냉동기, 세탁기까지도 필요한 시간만큼 충분히 돌리고 있습니다.”

이런 북한의 태양광 에너지 선전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부쩍 더 강조되고 있다.

2013년, 집권 1년 여 만에 이른바 ‘재생에네르기법’을 제정한 김정은.

<녹취> 김정은 자연에네르기연구소 시찰(2014년 10월) : “(김정은은) 자연 에네르기(에너지)를 개발‧이용하기 위한 과학 연구 사업에 큰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듬해 신년사에선 태양광을 비롯한 자연 에너지의 개발을 직접 언급했고, 지난 5월, 36년 만에 열린 당대회에서도 그 활용을 확대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녹취> 김정은(지난 5월/제 7차 노동당 대회) : “풍력과 조수력, 생물질과 태양 에네르기(에너지)에 의한 전력 생산을 늘리며 자연 에네르기(에너지)의 이용 범위를 계속 확대하여야 합니다.”

태양광 에너지가 마치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해주는 듯 선전하는 모습,

북한 당국이 이렇게 태양광 에너지 선전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한의 기존의 전력 생산 구조에서는 전력 문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자연 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김정은 시대에는 전력 사정이 좋아질 수 있다는 이러한 대내외적인 선전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실제 태양광 에너지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지난 2014년 <남북의 창> 취재진이 찾은 중국 연길의 전자 부품 상가.

입구부터 진열되어있는 다양한 크기의 태양광 전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 직원은 제품의 대부분을 북한 무역상들이 사간다고 말했다.

<녹취> "(북조선 사람들이 많이 사가나요?) 네, 사갑니다. 북조선에서 주로 씁니다."

<녹취> 중국 전자부품 매장 직원 : “주로 북조선이지. 이 중국에선 쓸일이 별로 없잖습니까. 전기가 다 있으니까, 북조선은 전기가 없으니까 사갑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를 마주보는 단둥의 사정도 마찬가지.

전자상가에서 판매하는 태양광 전지판들은 대부분 북한 내 기업소나 가정집에 보급된다고 했다.

<녹취> 태양열 발전기 판매상 : “구매자가 성의껏 선물 하려면 좋은 거 사는 거고 북한에서 지정해서 보내 달라고 하면 그걸 사는 거고...”

태양광용 12V(볼트) 배터리와 가전제품도 등장했다.

냉장고,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 충전을 위한 설비 개조와 변압기 거래도 은밀히 이뤄지고 있을 정도.

평양과 인근 평성, 개성 등의 아파트와 주택에서는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빛으로 해서 대낮에 배터리 같은 걸 다 충전해서 저녁에 볼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그걸 사람들이 많이 선호했죠. 생활 여유가 조금이라도 되는 사람들은 그 빛전지판을 다 놓죠. 제가 평성 쪽에 살았잖아요. 나가 보면 정말 10집에 한 2집 정도 그 정도로 세대수에 많아요 태양열 빛전지판이... ”

이토록 태양광 에너지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밤하늘 위성에서 바라본 한반도.

절반이 툭 잘린 듯, 북한 쪽은 평양만 반짝일 뿐 온통 암흑천지다.

평양에서도 만수대언덕이나 주체사상탑 등 체제 선전과 우상화를 위한 시설들만이 유독 밝은 빛을 내고 있다.

멈춰선 열차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북한 주민들.

전기가 부족한 북한에선 이러한 연착도 흔한 일이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평성에서 해주 양강도까지 들어가는 거 천리 정도 보거든요? 근데 그거 들어가는 거 한 열흘 걸려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 왔다 갈 수 있는 거리를 열흘 동안 간다고 보면 되죠.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전기를 전혀 못 본다고 보면 돼요.”

2014년 기준 북한의 전력량은 216억 kWh.(킬로와트시)

남한의 24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노후화된 송·배전 시스템까지 감안하면 실제 사용 가능한 전력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인터뷰> 김경술(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송배전 손실률을 전문가들은 20%에서 30% 수준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전기를 생산해서 소비지까지 보내는 과정에서 20%에서 30%의 전기가 사라진다는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가뜩이나 발전량도 적은데 소비지까지 가는 동안에 손실되는 양도 많아서 전력난을 심화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

<녹취> "모두 다 비상한 애국의 열의안고 전력문제해결을 위한 투쟁에 떨쳐나서자!"

수력과 화력 발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한은 전력난 해결을 위해 수많은 발전소를 건설해 왔다.

<녹취> 조선중앙TV ‘발전기들의 동음 세차게 울린다’(지난 달 25일) : “일찍이 나라의 전기 문제를 풀자면 대규모의 수력발전소들과 함께 중소형 발전소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하신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심장으로 받들고... ”

그러나 그 이용률은 수력과 화력 모두 30% 수준.

남한이 70~80%의 발전 설비 이용률을 유지 하는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인터뷰> 김경술(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수력, 화력 양쪽에 다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요. 노후 발전소가 많고 부품 등의 공급이 안 돼서 보수 정비가 잘 안 되고... 그리고 특히 화력발전소는 연료 공급에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또 북한 수력발전소들은 전국에 중소규모의 조그만 수력발전소들이 많이 산재해 있는데, 그런 발전소들도 날씨나 또는 갈수기에 작은 수자원 변동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녹취> "전국적으로 자연에네르기를 광범히 리용하자!"

<녹취> "풍력과 조수력, 생물질과 태양빛 등 자연에네르기에 의한 전력 생산을 더욱 늘이자!"

이런 상황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하나의 돌파구로 삼고 있는 북한 당국.

그러나 실제 북한 전체 전력에서 태양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0.1% 미만으로, 아직 수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또 태양광 에너지의 특성상 만성적인 전력난 해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터뷰> 김경술(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태양광 에너지 자체가 에너지 밀도가 낮고 생산 원가가 굉장히 비싸다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이것이 상업적으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태양광 에너지를 가지고 대규모 발전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일단 현실성이 없고요. ”

주민들 역시 궁여지책으로 비싼 가정용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원하는 질과 양의 전기를 얻으려면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실제 전자 상가에서도 쓸 만한 집열판은 부자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녹취> 중국 단둥 태양광 전지판 판매점 직원 : "돈 있는 사람들은 좀 좋은 거 쓰는 거는 300와트짜리, 190와트짜리 큰 범위에서 쓰고. 좀 그냥 일반적인 거는 좀 작은 와트 써요. (100와트면 뭐뭐 쓸 수 있어요?) 여기 32인치 액정 텔레비전, 가정 기본 조명..."

그럼에도 태양광 에너지를 통해 조금이나마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부소장) : “태양광을 중심으로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전력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고, 그게 지금 앞으로 활성화된다고 하면 북한 주민들은 당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오히려 당국에 대해서는 불신하는 이런 경향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

북한 당국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지만, 주민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재생에너지 산업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 태양광을 포기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한이 기존에 스마트폰이나 장마당을 중심으로 엄청난 돈을 버는 이러한 계층이 생겨났듯이 태양광 사업을 이용해 가지고 돈벌이 사업으로 활용하는 이러한 돈주들이 생겨나고... 북한 당국은 오히려 이걸 활용해 가지고 자금을 흡수하는 측면에서 태양광 사업을 암묵적으로 장려하는 측면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

북한 전체 발전량에 비하면 태양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

하지만 휴대전화와 컴퓨터, DVD 등 북한 사회 변화를 촉진할 장비들의 충전과 전원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도 전력 자급 수단으로서 북한 주민의 태양광 사용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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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태양광 에너지 독려…전력난 대안 되나?
    • 입력 2016-12-03 08:39:13
    • 수정2016-12-03 08:52:58
    남북의 창
<앵커>

북한은 지난 2013년 이른바‘재생 에네르기법’을 제정한 이후 끊임없이 자연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교적 손쉽게 설치가 가능한 태양광 에너지에 대한 선전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런 북한의 태양에너지 선전은 계속되고 있는 북한 전력난을 보여줍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태양광 에너지에 집착하는 북한, 그 속내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내리쬐는 햇살에 반짝이는 평양 대동강.

그 위를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유유히 떠다닌다.

특히 눈길이 가는 건 배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

대동강 운항을 시작했다며 북한 TV가 지난 달 대대적으로 보도한 태양광 유람선이다.

<녹취> 김호(륙해운성 국장/지난 달 4일/조선중앙TV) : “태양빛 에네르기(에너지)를 동력으로 해서 운행하는 배입니다. 진동과 소음이 매우 작으며, 평균 속도는 4내지 5노트 정도입니다.”

이 유람선이 김일성광장부터 주체사상탑까지, 수도 평양 시민들의 출퇴근에 활용된다고 북한 매체들은 선전한다.

북한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의식한 듯 외신에까지 화면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녹취> 최미경(유람선 승무원) : “수도 시민들의 유람 봉사와 함께 국내외 손님들의 관광 및 주문 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붕이 온통 태양광판으로 덮힌 버스.

지난해 북한 TV가 태양광 동력의 효율성을 적극 선전하며 보도한 태양광 버스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11월) : “자연 에네르기(에너지)를 적극 이용할 데 대한 당의 사상과 뜻을 높이 받들고 서로의 창조적 지혜와 힘을 합쳐 이처럼 태양빛 에네르기(에너지)를 이용하는 버스를 만들어 내놨습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자급자족한다는 주유소를 소개하면서는 전력량이 충분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녹취> 리철호(지도원/지난 3월 11일/조선중앙TV) : “이 태양빛 전지판에서만도 항시 40킬로와트의 전기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풍력발전기를 같이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 판매소는 전기가 남으면 남았지 모자라 본 적은 절대 없습니다.”

그밖에도 양계장, 대학, 공장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태양광 에너지 활용 사례를 빠짐없이 보도하고 있는 북한.

최근엔 공공부문 뿐 아니라 일반 가정의 보급 사례도 자주 소개되고 있다.

가정집 지붕과 아파트에 설치된 집열판.

TV에 등장하는 주민들은 한결같이 태양광 에너지의 편리함을 강조한다.

<녹취> 김봉옥(지난 5월 19일/조선중앙TV) : “우리 것은 120와트짜리인데 충전 효율이 얼마나 높은지 이 한 대를 가지고도 조명은 물론이고 이렇게 녹화기, 텔레비전, 냉동기, 세탁기까지도 필요한 시간만큼 충분히 돌리고 있습니다.”

이런 북한의 태양광 에너지 선전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부쩍 더 강조되고 있다.

2013년, 집권 1년 여 만에 이른바 ‘재생에네르기법’을 제정한 김정은.

<녹취> 김정은 자연에네르기연구소 시찰(2014년 10월) : “(김정은은) 자연 에네르기(에너지)를 개발‧이용하기 위한 과학 연구 사업에 큰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듬해 신년사에선 태양광을 비롯한 자연 에너지의 개발을 직접 언급했고, 지난 5월, 36년 만에 열린 당대회에서도 그 활용을 확대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녹취> 김정은(지난 5월/제 7차 노동당 대회) : “풍력과 조수력, 생물질과 태양 에네르기(에너지)에 의한 전력 생산을 늘리며 자연 에네르기(에너지)의 이용 범위를 계속 확대하여야 합니다.”

태양광 에너지가 마치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해주는 듯 선전하는 모습,

북한 당국이 이렇게 태양광 에너지 선전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한의 기존의 전력 생산 구조에서는 전력 문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자연 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김정은 시대에는 전력 사정이 좋아질 수 있다는 이러한 대내외적인 선전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실제 태양광 에너지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지난 2014년 <남북의 창> 취재진이 찾은 중국 연길의 전자 부품 상가.

입구부터 진열되어있는 다양한 크기의 태양광 전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 직원은 제품의 대부분을 북한 무역상들이 사간다고 말했다.

<녹취> "(북조선 사람들이 많이 사가나요?) 네, 사갑니다. 북조선에서 주로 씁니다."

<녹취> 중국 전자부품 매장 직원 : “주로 북조선이지. 이 중국에선 쓸일이 별로 없잖습니까. 전기가 다 있으니까, 북조선은 전기가 없으니까 사갑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를 마주보는 단둥의 사정도 마찬가지.

전자상가에서 판매하는 태양광 전지판들은 대부분 북한 내 기업소나 가정집에 보급된다고 했다.

<녹취> 태양열 발전기 판매상 : “구매자가 성의껏 선물 하려면 좋은 거 사는 거고 북한에서 지정해서 보내 달라고 하면 그걸 사는 거고...”

태양광용 12V(볼트) 배터리와 가전제품도 등장했다.

냉장고,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 충전을 위한 설비 개조와 변압기 거래도 은밀히 이뤄지고 있을 정도.

평양과 인근 평성, 개성 등의 아파트와 주택에서는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빛으로 해서 대낮에 배터리 같은 걸 다 충전해서 저녁에 볼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그걸 사람들이 많이 선호했죠. 생활 여유가 조금이라도 되는 사람들은 그 빛전지판을 다 놓죠. 제가 평성 쪽에 살았잖아요. 나가 보면 정말 10집에 한 2집 정도 그 정도로 세대수에 많아요 태양열 빛전지판이... ”

이토록 태양광 에너지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밤하늘 위성에서 바라본 한반도.

절반이 툭 잘린 듯, 북한 쪽은 평양만 반짝일 뿐 온통 암흑천지다.

평양에서도 만수대언덕이나 주체사상탑 등 체제 선전과 우상화를 위한 시설들만이 유독 밝은 빛을 내고 있다.

멈춰선 열차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북한 주민들.

전기가 부족한 북한에선 이러한 연착도 흔한 일이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평성에서 해주 양강도까지 들어가는 거 천리 정도 보거든요? 근데 그거 들어가는 거 한 열흘 걸려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 왔다 갈 수 있는 거리를 열흘 동안 간다고 보면 되죠.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전기를 전혀 못 본다고 보면 돼요.”

2014년 기준 북한의 전력량은 216억 kWh.(킬로와트시)

남한의 24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노후화된 송·배전 시스템까지 감안하면 실제 사용 가능한 전력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인터뷰> 김경술(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송배전 손실률을 전문가들은 20%에서 30% 수준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전기를 생산해서 소비지까지 보내는 과정에서 20%에서 30%의 전기가 사라진다는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가뜩이나 발전량도 적은데 소비지까지 가는 동안에 손실되는 양도 많아서 전력난을 심화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

<녹취> "모두 다 비상한 애국의 열의안고 전력문제해결을 위한 투쟁에 떨쳐나서자!"

수력과 화력 발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한은 전력난 해결을 위해 수많은 발전소를 건설해 왔다.

<녹취> 조선중앙TV ‘발전기들의 동음 세차게 울린다’(지난 달 25일) : “일찍이 나라의 전기 문제를 풀자면 대규모의 수력발전소들과 함께 중소형 발전소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하신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심장으로 받들고... ”

그러나 그 이용률은 수력과 화력 모두 30% 수준.

남한이 70~80%의 발전 설비 이용률을 유지 하는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인터뷰> 김경술(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수력, 화력 양쪽에 다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요. 노후 발전소가 많고 부품 등의 공급이 안 돼서 보수 정비가 잘 안 되고... 그리고 특히 화력발전소는 연료 공급에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또 북한 수력발전소들은 전국에 중소규모의 조그만 수력발전소들이 많이 산재해 있는데, 그런 발전소들도 날씨나 또는 갈수기에 작은 수자원 변동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녹취> "전국적으로 자연에네르기를 광범히 리용하자!"

<녹취> "풍력과 조수력, 생물질과 태양빛 등 자연에네르기에 의한 전력 생산을 더욱 늘이자!"

이런 상황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하나의 돌파구로 삼고 있는 북한 당국.

그러나 실제 북한 전체 전력에서 태양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0.1% 미만으로, 아직 수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또 태양광 에너지의 특성상 만성적인 전력난 해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터뷰> 김경술(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태양광 에너지 자체가 에너지 밀도가 낮고 생산 원가가 굉장히 비싸다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이것이 상업적으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태양광 에너지를 가지고 대규모 발전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일단 현실성이 없고요. ”

주민들 역시 궁여지책으로 비싼 가정용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원하는 질과 양의 전기를 얻으려면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실제 전자 상가에서도 쓸 만한 집열판은 부자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녹취> 중국 단둥 태양광 전지판 판매점 직원 : "돈 있는 사람들은 좀 좋은 거 쓰는 거는 300와트짜리, 190와트짜리 큰 범위에서 쓰고. 좀 그냥 일반적인 거는 좀 작은 와트 써요. (100와트면 뭐뭐 쓸 수 있어요?) 여기 32인치 액정 텔레비전, 가정 기본 조명..."

그럼에도 태양광 에너지를 통해 조금이나마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부소장) : “태양광을 중심으로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전력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고, 그게 지금 앞으로 활성화된다고 하면 북한 주민들은 당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오히려 당국에 대해서는 불신하는 이런 경향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

북한 당국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지만, 주민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재생에너지 산업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 태양광을 포기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한이 기존에 스마트폰이나 장마당을 중심으로 엄청난 돈을 버는 이러한 계층이 생겨났듯이 태양광 사업을 이용해 가지고 돈벌이 사업으로 활용하는 이러한 돈주들이 생겨나고... 북한 당국은 오히려 이걸 활용해 가지고 자금을 흡수하는 측면에서 태양광 사업을 암묵적으로 장려하는 측면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

북한 전체 발전량에 비하면 태양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

하지만 휴대전화와 컴퓨터, DVD 등 북한 사회 변화를 촉진할 장비들의 충전과 전원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도 전력 자급 수단으로서 북한 주민의 태양광 사용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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