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안갯속 한미 정국…北 셈법은?

입력 2016.12.17 (07:50) 수정 2016.12.1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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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은 올 한해 마치 시간에 쫓기듯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 왔는데요.

최근 한 달여 정도는 상대적으로 잠잠한 편입니다.

탄핵으로 국정 혼란기를 맞고 있는 한국과 정권 교체기를 거치고 있는 미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데요.

<이슈앤 한반도>, 오늘은 안갯속 정국을 맞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상황을 지켜보는 북한이 셈법은 뭔지, 분석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맨 몸으로 모든 것을 막아내며, 줄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적진으로 침투합니다.

김정은의 지도 아래 훈련 중인, 북한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전투원들.

대남침투와 청와대 등 주요 시설 파괴, 주요 요인 암살 등을, 주 임무로 하고 있는 이 부대는, 김정은이 크게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1일, 김정은은 한 달 만에 또 다시 이 부대를 찾았습니다.

상공을 가르며 하강하는 낙하산들, 목표는 청와대를 본뜬 모형 건물입니다.

건물 앞까지 침투한 대원들이 안으로 돌진하고, 잠시 후, 사람 형체로 보이는 인형을 끌고 나와 헬기에 태웁니다.

이어, 청와대 모형을 향한 집중 포격이 시작되고, 건물은 곧, 화염에 휩싸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1일) : "(김정은이)'잘하오, 잘해. 적들이 반항은 고사하고 몸뚱이를 숨길 짬도 없겠소' 라고 하시며 호탕하게 웃으셨습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김정은의 청와대 타격 위협은, 올해 초부터 점차 강도를 높여왔습니다.

지난 2월,

<녹취> 北 최고사령부 중대 성명 발표(지난 2월 23일) : "1차 타격 대상은 동족 대결의 모략 소굴인 청와대와 반동통치기관들이다."

정규 방송까지 중단시킨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중대 성명을 통해,청와대를 지목해 1차 타격대상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후,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조준 폭파하는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며칠 후,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 등 백문이 넘는 장사정포가 동원된 장거리 포병부대의 화력 타격 훈련도 실시됐습니다.

청와대를 향한 북한의 위협 강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때도 닫지 않았던 개성공단을 완전 가동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단 말이죠. 다시 말하면 북한의 수뇌부를 겨냥한 조치였고 그런 조치를 한 결단 인물이 바로 청와대 안주인이라고 표현하는 박근혜 대통령이었거든요. 남조선이 북한을 향해서 계속 자극하고 강경 정책을 취하고 그런 행보로 나온다면 남조선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고 그런 모든 수단을 구비하고 있다, 라는 것을 내부적으로도 보여주고 우리를 향해서도 보여주고..."

김정은은 지난 9월 5차 핵실험 이후 두 달 동안 군부대를 시찰하며 도발 행보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대남 위협 행보를 재개했는데요.

특히 남진 다시 말해 남침이라 용어를 꼭 집어 사용하며 대남 위협 수위를 부쩍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가 당선된 지 50일이 다 되도록 미국을 겨냥한 언행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미 본토 타격까지 위협했던 과거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는 김정은의 셈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1차 촛불집회가 열렸던 10월 말, 북한 TV는 이틀 만에, 집회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0월) : "남조선 각계층의 투쟁이 (10월) 29일 남조선 전 지역에서 일제히 전개됐습니다."

이후 6차 촛불 집회까지 모두 20차례에 걸쳐 북한 TV가 집회 소식을 보도한 것으로 KBS 집계 결과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보도건수가 조선중앙통신 190건, 노동신문 85건, 조선중앙TV 9건으로 모두 280여건이나 됩니다.

<인터뷰> 조윤영(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한국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에서 긴장 국면을 조성을 해서 향후에 있을 남북관계라든지 그리고 특히 이제 미북 간에 있어서의 협상에 대비해서 위에 선점하려고 하는 의도가 보이고요. 무엇보다남한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이용해서 김정은의 체제를 더욱더 공고하게 하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입니다."

탄핵 정국과 개헌 논의로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혼란을 더 부추기기 위해, 연성도발이나 사이버 테러,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위장 평화공세를 우려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관측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북한의 대남, 대미 브레인이, 원로급 협상파에서 강경파로 대거 교체된 점이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김양건과 강석주를 대신해 대남관계는 물론 대외관계까지 맡은 김영철의 부상이 도발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김양건이나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는 외교적 감각이 좀 떨어지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라든지 이런 게 좀 미흡할 가능성은 있어요. 북한으로서는 지금 혼란의 동력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도발을 통해서 이 분위기의 혼란을 부추기는 그런 형태의 카드를 쓸 가능성도 있는 거죠."

지난 3월, 북한의 한 대외 선전매체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SLBM으로 미국의 심장부를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은 이처럼 미국을 겨냥한 도발 위협 행보를 지속적으로 해 왔습니다.

<녹취> 北 외무성 대변인 담화(지난 3월) : "우리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미국 땅 덩어리를 마음대로 두들겨 팰 수 있는 최첨단 공격수단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데 최근 북한이, 미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북한은 외무성 미국연구소 실장을 내세워,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집권하든 개의치 않는다며, 다만, 새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 의지를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도 트럼프 당선 직후 열린 북미 민간접촉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이 나오기 전까지, 섣불리 행동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지금으로써는 북한이 물리적인 도발을 하거나 또 그런 도발적인 언동을 했을 때 자기들이 얻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다, 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거예요. 만약에 트럼프 행정부가 1월에 출범을 하고 인선도 확정이 되고 대북 정책의 그림이 그려지면 아마 언동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따져 봐야 할 셈법은 복잡해졌습니다.

부동산 개발 사업가 출신에 외교, 안보 분야에서 문외한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인데요.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아직 베일 속에 가려져 있지만, 미중 관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대중국 발언에다, 친러 성향의 국무장관을 필두로 강경파로 짜여진 외교 안보 진용을 선보이며 북한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녹취>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 : "중국과 무역 등 관련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왜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 대륙과 타이완, 홍콩, 마카오는 나뉠 수 없다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해 온 중국, 미국도 지난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무역 등 미중 간 주요 현안에 중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데, 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해야 하냐는 트럼프의 발언은,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 왔습니다.

<녹취> 겅솽(중국 외교부 대변인) : "만약 하나의 중국 원칙이 방해와 간섭을 받는다면 앞으로 미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더 주목할 것은 중국이 북핵 문제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협조할 수 있겠냐는 발언입니다.

<녹취>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 : "솔직히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데 우리를 전혀 도와주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의 중국 책임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중관계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북핵 문제를 연계시킨 트럼프의 발언이 대북 강경정책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윤영(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그간에 있어서의 오바마 정부의 미중 관계 그리고 대중 정책이 잘못 됐다, 라는 점, 이것을 비판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적 차원, 특히, 대중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변화를 줌으로써 대북정책에도, 특히 핵무기에 대한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를 주려고 하는 측면이 보인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된다면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에 대북제재 이행에 불만을 품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과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경우, 미중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없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북한도,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달리 마냥 대미 공세 행보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입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점증하는 한반도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기 고도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윤영(중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 "미중 간에 상당히 갈등이 커질수록 한반도의 불안정은 높아지기 때문에 여기에 김정은은 상당히 이런 부분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북핵 문제를 고도화 시키고 향후 다가올 북미 간에 문제에 있어서 보다 더 우위에서서 핵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무장관으로 친러 성향의 석유 기업인 틸러슨을 지명했습니다.

<녹취>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 : "틸러슨은 우리가 잘 지내지 못하는 세계의 지도자들과도 친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차기 미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러시아, 중동 우위로 펼쳐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핵 문제는 강경파로 진용이 꾸려진 백악관 안보라인이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SLBM 시험 발사를 한 지 넉 달 만에, 돌연 북한이 바다가 아닌 육상에서 SLBM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수면 위로 발사시키는 핵심 기술인 콜드런치를 시험한 것으로 북한이 예정대로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정권교체와 탄핵 정국으로 미국과 한국이 안개 속 정국을 헤매는 사이, 숨고르기를 끝낸 북한이 과연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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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안갯속 한미 정국…北 셈법은?
    • 입력 2016-12-17 06:57:55
    • 수정2016-12-17 08: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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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은 올 한해 마치 시간에 쫓기듯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 왔는데요.

최근 한 달여 정도는 상대적으로 잠잠한 편입니다.

탄핵으로 국정 혼란기를 맞고 있는 한국과 정권 교체기를 거치고 있는 미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데요.

<이슈앤 한반도>, 오늘은 안갯속 정국을 맞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상황을 지켜보는 북한이 셈법은 뭔지, 분석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맨 몸으로 모든 것을 막아내며, 줄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적진으로 침투합니다.

김정은의 지도 아래 훈련 중인, 북한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전투원들.

대남침투와 청와대 등 주요 시설 파괴, 주요 요인 암살 등을, 주 임무로 하고 있는 이 부대는, 김정은이 크게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1일, 김정은은 한 달 만에 또 다시 이 부대를 찾았습니다.

상공을 가르며 하강하는 낙하산들, 목표는 청와대를 본뜬 모형 건물입니다.

건물 앞까지 침투한 대원들이 안으로 돌진하고, 잠시 후, 사람 형체로 보이는 인형을 끌고 나와 헬기에 태웁니다.

이어, 청와대 모형을 향한 집중 포격이 시작되고, 건물은 곧, 화염에 휩싸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1일) : "(김정은이)'잘하오, 잘해. 적들이 반항은 고사하고 몸뚱이를 숨길 짬도 없겠소' 라고 하시며 호탕하게 웃으셨습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김정은의 청와대 타격 위협은, 올해 초부터 점차 강도를 높여왔습니다.

지난 2월,

<녹취> 北 최고사령부 중대 성명 발표(지난 2월 23일) : "1차 타격 대상은 동족 대결의 모략 소굴인 청와대와 반동통치기관들이다."

정규 방송까지 중단시킨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중대 성명을 통해,청와대를 지목해 1차 타격대상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후,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조준 폭파하는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며칠 후,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 등 백문이 넘는 장사정포가 동원된 장거리 포병부대의 화력 타격 훈련도 실시됐습니다.

청와대를 향한 북한의 위협 강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때도 닫지 않았던 개성공단을 완전 가동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단 말이죠. 다시 말하면 북한의 수뇌부를 겨냥한 조치였고 그런 조치를 한 결단 인물이 바로 청와대 안주인이라고 표현하는 박근혜 대통령이었거든요. 남조선이 북한을 향해서 계속 자극하고 강경 정책을 취하고 그런 행보로 나온다면 남조선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고 그런 모든 수단을 구비하고 있다, 라는 것을 내부적으로도 보여주고 우리를 향해서도 보여주고..."

김정은은 지난 9월 5차 핵실험 이후 두 달 동안 군부대를 시찰하며 도발 행보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대남 위협 행보를 재개했는데요.

특히 남진 다시 말해 남침이라 용어를 꼭 집어 사용하며 대남 위협 수위를 부쩍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가 당선된 지 50일이 다 되도록 미국을 겨냥한 언행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미 본토 타격까지 위협했던 과거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는 김정은의 셈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1차 촛불집회가 열렸던 10월 말, 북한 TV는 이틀 만에, 집회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0월) : "남조선 각계층의 투쟁이 (10월) 29일 남조선 전 지역에서 일제히 전개됐습니다."

이후 6차 촛불 집회까지 모두 20차례에 걸쳐 북한 TV가 집회 소식을 보도한 것으로 KBS 집계 결과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보도건수가 조선중앙통신 190건, 노동신문 85건, 조선중앙TV 9건으로 모두 280여건이나 됩니다.

<인터뷰> 조윤영(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한국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에서 긴장 국면을 조성을 해서 향후에 있을 남북관계라든지 그리고 특히 이제 미북 간에 있어서의 협상에 대비해서 위에 선점하려고 하는 의도가 보이고요. 무엇보다남한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이용해서 김정은의 체제를 더욱더 공고하게 하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입니다."

탄핵 정국과 개헌 논의로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혼란을 더 부추기기 위해, 연성도발이나 사이버 테러,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위장 평화공세를 우려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관측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북한의 대남, 대미 브레인이, 원로급 협상파에서 강경파로 대거 교체된 점이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김양건과 강석주를 대신해 대남관계는 물론 대외관계까지 맡은 김영철의 부상이 도발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김양건이나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는 외교적 감각이 좀 떨어지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라든지 이런 게 좀 미흡할 가능성은 있어요. 북한으로서는 지금 혼란의 동력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도발을 통해서 이 분위기의 혼란을 부추기는 그런 형태의 카드를 쓸 가능성도 있는 거죠."

지난 3월, 북한의 한 대외 선전매체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SLBM으로 미국의 심장부를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은 이처럼 미국을 겨냥한 도발 위협 행보를 지속적으로 해 왔습니다.

<녹취> 北 외무성 대변인 담화(지난 3월) : "우리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미국 땅 덩어리를 마음대로 두들겨 팰 수 있는 최첨단 공격수단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데 최근 북한이, 미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북한은 외무성 미국연구소 실장을 내세워,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집권하든 개의치 않는다며, 다만, 새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 의지를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도 트럼프 당선 직후 열린 북미 민간접촉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이 나오기 전까지, 섣불리 행동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지금으로써는 북한이 물리적인 도발을 하거나 또 그런 도발적인 언동을 했을 때 자기들이 얻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다, 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거예요. 만약에 트럼프 행정부가 1월에 출범을 하고 인선도 확정이 되고 대북 정책의 그림이 그려지면 아마 언동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따져 봐야 할 셈법은 복잡해졌습니다.

부동산 개발 사업가 출신에 외교, 안보 분야에서 문외한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인데요.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아직 베일 속에 가려져 있지만, 미중 관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대중국 발언에다, 친러 성향의 국무장관을 필두로 강경파로 짜여진 외교 안보 진용을 선보이며 북한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녹취>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 : "중국과 무역 등 관련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왜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 대륙과 타이완, 홍콩, 마카오는 나뉠 수 없다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해 온 중국, 미국도 지난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무역 등 미중 간 주요 현안에 중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데, 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해야 하냐는 트럼프의 발언은,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 왔습니다.

<녹취> 겅솽(중국 외교부 대변인) : "만약 하나의 중국 원칙이 방해와 간섭을 받는다면 앞으로 미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더 주목할 것은 중국이 북핵 문제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협조할 수 있겠냐는 발언입니다.

<녹취>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 : "솔직히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데 우리를 전혀 도와주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의 중국 책임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중관계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북핵 문제를 연계시킨 트럼프의 발언이 대북 강경정책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윤영(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그간에 있어서의 오바마 정부의 미중 관계 그리고 대중 정책이 잘못 됐다, 라는 점, 이것을 비판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적 차원, 특히, 대중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변화를 줌으로써 대북정책에도, 특히 핵무기에 대한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를 주려고 하는 측면이 보인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된다면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에 대북제재 이행에 불만을 품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과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경우, 미중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없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북한도,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달리 마냥 대미 공세 행보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입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점증하는 한반도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기 고도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윤영(중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 "미중 간에 상당히 갈등이 커질수록 한반도의 불안정은 높아지기 때문에 여기에 김정은은 상당히 이런 부분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북핵 문제를 고도화 시키고 향후 다가올 북미 간에 문제에 있어서 보다 더 우위에서서 핵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무장관으로 친러 성향의 석유 기업인 틸러슨을 지명했습니다.

<녹취>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 : "틸러슨은 우리가 잘 지내지 못하는 세계의 지도자들과도 친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차기 미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러시아, 중동 우위로 펼쳐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핵 문제는 강경파로 진용이 꾸려진 백악관 안보라인이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SLBM 시험 발사를 한 지 넉 달 만에, 돌연 북한이 바다가 아닌 육상에서 SLBM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수면 위로 발사시키는 핵심 기술인 콜드런치를 시험한 것으로 북한이 예정대로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정권교체와 탄핵 정국으로 미국과 한국이 안개 속 정국을 헤매는 사이, 숨고르기를 끝낸 북한이 과연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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