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보다 진한 정’…속 꽉 찬 드라마 ‘오 마이 금비’

입력 2016.12.1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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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맵다.

희귀병에 걸린 10살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가 시청률 전쟁터에서 5~6%를 사수하고 있다.

수목극 시장에서 보나 마나 최약체일 것이라 예상했더니, 웬걸 꼴찌가 아니다. 심지어 속이 꽉 찬 이야기가 시선을 집중하게 한다.

KBS 2TV '오 마이 금비'가 작지만 힘차고 다부진 매력으로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흔들림 없이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도 언제든 시청률이 2%까지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스타 하나 없이, 아역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따뜻한 신파 드라마가 암팡지게도 시청자를 감동시킨다.

◇ 사람으로 승부하다

지난 15일 '오 마이 금비' 10회의 시청률은 6.3%를 기록했다. 지난 2회의 6.5%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시청률이다.

같은 시간 경쟁한 SBS TV '푸른바다의 전설'은 17.5%, MBC TV '역도요정 김복주'는 5.1%를 기록했다.

두 경쟁작 모두 청춘스타들이 등장하는 탓에 '오 마이 금비'는 그 사이에서 맥을 못 출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 마이 금비'는 첫회부터 지금까지 계속 수목극 시청률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사람으로 승부하고 있다. 인어도 도깨비도 아니고, 그렇다고 멋지고 근사한 청춘도 아닌, 가난하고 비루하며 외로운 사람들로 승부하고 있는 것이다.

삼류 사기꾼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딸이 나타나고, 심지어 그 딸이 아동 치매를 앓고 있다는 설정은 최루성 신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신파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를 '오 마이 금비'는 다시 확인시킨다. 가족과 천륜, 인간애 등을 둘러싼 신파는 언제든 어렵지 않게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킨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특히 10살 꼬마가 주인공이다. 시청자가 팔짱을 낀 채 심술을 부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드라마는 모성애와 부성애라는, '놀라운 세계'로의 입문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외로운 이들의 마음과 상처는 결국 사람이 채우고 치유해줄 수 있음을 자분자분 이야기한다.

극적 긴장감도 높다. 폭력과 각종 범죄가 횡행하는 밑바닥 인생들이 금비를 둘러싸고 있고, 금비의 병이 빨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시청자를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 열일 하는 아역 허정은

금비 역을 맡은 아홉살 아역배우 허정은의 어여쁜 매력이 이 드라마 인기의 큰 몫을 차지한다. 어른들의 눈에 하트를 그려 넣는 이 꼬마 배우의 곰살맞고 앙증맞은 연기는 "아이고 예쁜 것"이라고 절로 감탄하게 한다.

전작인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과거의 트라우마에 말문을 닫아버린 어린 옹주를 연기하며 '예쁨'을 과시했던 허정은은 이번에는 이보다 당차게 말할 수 없는 금비를 맡아 똑소리 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모는 물론, 키워주던 이모한테까지 잇따라 버림받고 엄청난 병의 무게에 짓눌려있지만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당차게 세상을 헤쳐나가는 금비의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동시에 강렬한 감정이입을 이끈다.

이 꼬마를 누가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당장 직면한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 꼬마로 인해 주변 하자 많은 어른이 저마다 성장해가고 있음을 드라마는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네가 내 딸인지 알게 뭐야?"라며 자신 앞에 나타난 금비를 온몸으로 부정하던 휘철(오지호 분)이 나중에는 금비가 자신의 친딸이 아님이 드러났음에도 모든 것을 걸고 금비의 아빠이고자 고집하는 모습은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핏줄이 같지는 않아도 천륜보다 진한 정으로 엮인 아빠와 딸"이라는 대사로 설명되는 휘철과 금비의 모습은 이 각박하고 황량한 시대 가슴을 데우는 난로가 된다.

"누가 보지 않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게 가족"(기타노 다케시)이라는 말의 뜻이 십분 이해되는 삶 속에서(심지어 금비의 친모는 금비를 갖다 버렸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음에도 가족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오 마이 금비'의 신파는 지루하거나 질척대지 않는다.

그 중심에 옹골찬 금비와 멀쩡한 생김새에 허튼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가여운 인간 휘철의 자연스러운 하모니가 놓여 있다.

정성효 KBS 드라마사업부 센터장은 "정통 휴먼 드라마지만 순수하고 똑똑하고 정직한 아이 금비를 통해 어른들을 순화시키는 얘기가 시의에 맞아떨어지고 울림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금비 허정은의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 언제 이런 아역 연기를 봤는가 싶다"며 "'가을동화' 때의 문근영 정도인데 문근영은 송혜교의 아역이었고, 허정은은 명실상부한 타이틀 롤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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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륜보다 진한 정’…속 꽉 찬 드라마 ‘오 마이 금비’
    • 입력 2016-12-18 13:29:30
    연합뉴스
작은 고추가 맵다.

희귀병에 걸린 10살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가 시청률 전쟁터에서 5~6%를 사수하고 있다.

수목극 시장에서 보나 마나 최약체일 것이라 예상했더니, 웬걸 꼴찌가 아니다. 심지어 속이 꽉 찬 이야기가 시선을 집중하게 한다.

KBS 2TV '오 마이 금비'가 작지만 힘차고 다부진 매력으로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흔들림 없이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도 언제든 시청률이 2%까지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스타 하나 없이, 아역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따뜻한 신파 드라마가 암팡지게도 시청자를 감동시킨다.

◇ 사람으로 승부하다

지난 15일 '오 마이 금비' 10회의 시청률은 6.3%를 기록했다. 지난 2회의 6.5%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시청률이다.

같은 시간 경쟁한 SBS TV '푸른바다의 전설'은 17.5%, MBC TV '역도요정 김복주'는 5.1%를 기록했다.

두 경쟁작 모두 청춘스타들이 등장하는 탓에 '오 마이 금비'는 그 사이에서 맥을 못 출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 마이 금비'는 첫회부터 지금까지 계속 수목극 시청률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사람으로 승부하고 있다. 인어도 도깨비도 아니고, 그렇다고 멋지고 근사한 청춘도 아닌, 가난하고 비루하며 외로운 사람들로 승부하고 있는 것이다.

삼류 사기꾼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딸이 나타나고, 심지어 그 딸이 아동 치매를 앓고 있다는 설정은 최루성 신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신파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를 '오 마이 금비'는 다시 확인시킨다. 가족과 천륜, 인간애 등을 둘러싼 신파는 언제든 어렵지 않게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킨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특히 10살 꼬마가 주인공이다. 시청자가 팔짱을 낀 채 심술을 부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드라마는 모성애와 부성애라는, '놀라운 세계'로의 입문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외로운 이들의 마음과 상처는 결국 사람이 채우고 치유해줄 수 있음을 자분자분 이야기한다.

극적 긴장감도 높다. 폭력과 각종 범죄가 횡행하는 밑바닥 인생들이 금비를 둘러싸고 있고, 금비의 병이 빨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시청자를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 열일 하는 아역 허정은

금비 역을 맡은 아홉살 아역배우 허정은의 어여쁜 매력이 이 드라마 인기의 큰 몫을 차지한다. 어른들의 눈에 하트를 그려 넣는 이 꼬마 배우의 곰살맞고 앙증맞은 연기는 "아이고 예쁜 것"이라고 절로 감탄하게 한다.

전작인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과거의 트라우마에 말문을 닫아버린 어린 옹주를 연기하며 '예쁨'을 과시했던 허정은은 이번에는 이보다 당차게 말할 수 없는 금비를 맡아 똑소리 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모는 물론, 키워주던 이모한테까지 잇따라 버림받고 엄청난 병의 무게에 짓눌려있지만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당차게 세상을 헤쳐나가는 금비의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동시에 강렬한 감정이입을 이끈다.

이 꼬마를 누가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당장 직면한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 꼬마로 인해 주변 하자 많은 어른이 저마다 성장해가고 있음을 드라마는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네가 내 딸인지 알게 뭐야?"라며 자신 앞에 나타난 금비를 온몸으로 부정하던 휘철(오지호 분)이 나중에는 금비가 자신의 친딸이 아님이 드러났음에도 모든 것을 걸고 금비의 아빠이고자 고집하는 모습은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핏줄이 같지는 않아도 천륜보다 진한 정으로 엮인 아빠와 딸"이라는 대사로 설명되는 휘철과 금비의 모습은 이 각박하고 황량한 시대 가슴을 데우는 난로가 된다.

"누가 보지 않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게 가족"(기타노 다케시)이라는 말의 뜻이 십분 이해되는 삶 속에서(심지어 금비의 친모는 금비를 갖다 버렸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음에도 가족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오 마이 금비'의 신파는 지루하거나 질척대지 않는다.

그 중심에 옹골찬 금비와 멀쩡한 생김새에 허튼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가여운 인간 휘철의 자연스러운 하모니가 놓여 있다.

정성효 KBS 드라마사업부 센터장은 "정통 휴먼 드라마지만 순수하고 똑똑하고 정직한 아이 금비를 통해 어른들을 순화시키는 얘기가 시의에 맞아떨어지고 울림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금비 허정은의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 언제 이런 아역 연기를 봤는가 싶다"며 "'가을동화' 때의 문근영 정도인데 문근영은 송혜교의 아역이었고, 허정은은 명실상부한 타이틀 롤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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