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월드컵 경기장 北노동자들…컨테이너 쪽잠 ‘노예노동’

입력 2016.12.19 (21:35) 수정 2016.12.1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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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 북서쪽,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입니다.

도심에서 차로 30분을 가자 공사 중인 경기장이 나타납니다.

오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이러한 대규모 경기장 건설이 한창입니다.

이 경기장 바로 길 건너편에 북한 노동자들을 위한 컨테이너 숙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3.3 제곱미터 크기의 컨테이너 수 십개가 미로처럼 빼곡하게 쌓여 있습니다.

난민촌을 방불케 하는 컨테이너촌입니다.

비좁은 컨테이너 하나에 노동자들이 네 명에서 여섯 명씩 생활합니다.

컨테이너 한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상트페테르부르크 파견 北 노동자 : "(중국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북한 사람들입니다."

좁디 좁은 곳에 여섯 명이 살 면서 2층 침대를 세 개나 두었습니다.

침대 윗칸에 있는 사람은 몸을 제대로 펴지도 못합니다.

영하의 날씨에 난방이 안돼 이불을 둘둘 말고 있어도 춥습니다.

이들은 하루 12시간에서 20시간까지 중노동과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상트페테르부르트 노동자 출신 탈북민(올해 입국/음성변조) : "어떤 때 보면 진짜 새벽 2시~3시까지 일할 때도 있거든요? 그렇게까지 일하고 들어와서 두 시간 정도 지나서 또 나가서 일하고요."

그러고도 한달에 받는 돈은 50달러, 우리 돈 6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상납액이 늘면서 빚만 떠안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녹취> 상트페테르부르트 노동자 출신 탈북민(올해 입국/음성변조) : "진짜 목젖까지 (차오를 정도로) 일했는데요. 진짜 한 가닥 희망인 돈 좀 벌겠다고... 그런데 갔다 오면 돈은 소장한테 들어가요. 그날 일했으면 얼마 줬다는 거 다 아니까 그대로 바쳐야죠."

월드컵 경기장의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가 최근 북한에서 긴급 투입했습니다.

지지부진한 경기장 건설을 다그치기 위해서입니다.

<녹취> 파벨(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언론 기자) : "최근 급하게 경기장 공사를 마쳐야하는 일이 생겨서 북한인들을 도입했다고 들었어요."

싼 임금에 쉬지 않고 노예처럼 일하며 열악한 작업환경에도 항의 한 번 안 하는 북한 노동자는 부려먹기 안성맞춤입니다.

이 때문에 사고도 잦습니다.

지난 달에는 월드컵 경기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1명이 숨졌고 블라디보스톡에서는 한 명이 분신했습니다.

이렇게 올 한해에만 북한 노동자 10여명이 숨졌습니다.

<녹취> 파벨(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언론 기자) :"경기장에서 추락사건으로 숨진 북한인에 대한 뉴스를 듣고 (러시아인들이) 도대체 경기장 공사현장에 북한인들이 왜 있느냐고 놀라기도 해요."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3만명에서 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되고 있지만 러시아가 지금도 북한 노동력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구멍이 뚫린 지 오래입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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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월드컵 경기장 北노동자들…컨테이너 쪽잠 ‘노예노동’
    • 입력 2016-12-19 21:35:46
    • 수정2016-12-19 21:36:06
    정치
  모스크바 북서쪽,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입니다.

도심에서 차로 30분을 가자 공사 중인 경기장이 나타납니다.

오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이러한 대규모 경기장 건설이 한창입니다.

이 경기장 바로 길 건너편에 북한 노동자들을 위한 컨테이너 숙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3.3 제곱미터 크기의 컨테이너 수 십개가 미로처럼 빼곡하게 쌓여 있습니다.

난민촌을 방불케 하는 컨테이너촌입니다.

비좁은 컨테이너 하나에 노동자들이 네 명에서 여섯 명씩 생활합니다.

컨테이너 한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상트페테르부르크 파견 北 노동자 : "(중국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북한 사람들입니다."

좁디 좁은 곳에 여섯 명이 살 면서 2층 침대를 세 개나 두었습니다.

침대 윗칸에 있는 사람은 몸을 제대로 펴지도 못합니다.

영하의 날씨에 난방이 안돼 이불을 둘둘 말고 있어도 춥습니다.

이들은 하루 12시간에서 20시간까지 중노동과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상트페테르부르트 노동자 출신 탈북민(올해 입국/음성변조) : "어떤 때 보면 진짜 새벽 2시~3시까지 일할 때도 있거든요? 그렇게까지 일하고 들어와서 두 시간 정도 지나서 또 나가서 일하고요."

그러고도 한달에 받는 돈은 50달러, 우리 돈 6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상납액이 늘면서 빚만 떠안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녹취> 상트페테르부르트 노동자 출신 탈북민(올해 입국/음성변조) : "진짜 목젖까지 (차오를 정도로) 일했는데요. 진짜 한 가닥 희망인 돈 좀 벌겠다고... 그런데 갔다 오면 돈은 소장한테 들어가요. 그날 일했으면 얼마 줬다는 거 다 아니까 그대로 바쳐야죠."

월드컵 경기장의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가 최근 북한에서 긴급 투입했습니다.

지지부진한 경기장 건설을 다그치기 위해서입니다.

<녹취> 파벨(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언론 기자) : "최근 급하게 경기장 공사를 마쳐야하는 일이 생겨서 북한인들을 도입했다고 들었어요."

싼 임금에 쉬지 않고 노예처럼 일하며 열악한 작업환경에도 항의 한 번 안 하는 북한 노동자는 부려먹기 안성맞춤입니다.

이 때문에 사고도 잦습니다.

지난 달에는 월드컵 경기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1명이 숨졌고 블라디보스톡에서는 한 명이 분신했습니다.

이렇게 올 한해에만 북한 노동자 10여명이 숨졌습니다.

<녹취> 파벨(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언론 기자) :"경기장에서 추락사건으로 숨진 북한인에 대한 뉴스를 듣고 (러시아인들이) 도대체 경기장 공사현장에 북한인들이 왜 있느냐고 놀라기도 해요."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3만명에서 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되고 있지만 러시아가 지금도 북한 노동력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구멍이 뚫린 지 오래입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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