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조의석 “현실을 바꾼 관객들, 어떤 영화도 편히 볼 듯”

입력 2016.12.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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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스터'가 개봉 첫날 39만3천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출발이 순조로워 흥행 전망은 밝은 편이다.

개봉 이튿날인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은 전날 만감이 교차해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그동안 고생했던 시간이 떠오르더라고요. 전작 '감시자들'도 비교적 흥행이 잘 됐지만, 개봉성적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죠. 함께 했던 스태프도 생각나고…그래서 잘 못 마시는 와인도 한 병 땄어요."

조 감독은 25살 때인 2002년 영화 '일단 뛰어'로 데뷔했다. 당시 국내 최연소 장편영화 데뷔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이어 2013년 '감시자들'로 55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감독 대열에 들어섰다.

이번에 내놓은 신작 '마스터'는 조 단위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지능범죄수사대 팀장(강동원)과 희대의 사기꾼(이병헌), 그리고 그 사기꾼을 보좌하는 브레인(김우빈)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오락 액션영화다. '감시자들'이 홍콩영화 '천공의 눈'(2007)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면 '마스터'는 조 감독이 김현덕 작가와 함께 대본을 직접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 속 진현필(진 회장)이라는 캐릭터는 (5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에서 모티브를 따왔죠. 당시 조희팔 사건을 보면서 해소되지 않은 찝찝함을 느꼈어요. 그리고 다른 사회 문제들과 사회악을 모두 합친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진 회장이라는 캐릭터가 영화의 출발점이지만 조 감독이 정작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김재명이라는 인물 속에 담았다.

강동원이 연기한 김재명은 희대의 사기꾼 진 회장(이병헌)을 잡아 그의 배후세력까지 모두 잡아넣겠다는 집념을 가진 경찰이다. 경찰이 범인을 잡는 것은 당연한 설정인데도, 윗선의 반대에도 목숨을 걸고 범인을 쫓는 김재명의 모습은 판타지에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김재명과 같은 인물도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영화 속 대표적인 형사 캐릭터인 '공공의 적'의 강철중이나 '베테랑' 속 경찰은 그동안 많이 봐왔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밋밋할 수 있지만, 김재명이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조 감독은 극 중 '대한민국에 저 같은 미친놈도 있어야죠'라는 김재명의 대사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했다.

자칫 악역 속에서 묻혀버릴 수 있는 밋밋한 캐릭터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 기대 이상으로 잘 살린 것은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힘이 컸다고 공을 돌렸다.

"강동원은 마치 '캐릭터 사냥꾼' 같아요.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 번도 겹치는 역할이 없거든요. 강동원도 이번 영화를 통해 성장통을 겪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 역시 김재명 캐릭터를 통해 만큼 많이 배웠다는 의미겠죠."

이병헌에 대해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조 감독은 "병헌 선배는 굉장히 신중한 스타일이고, 촬영할 때는 자신의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성격"이라며 "그 덕분에 진 회장이라는 인물을 팔색조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캐스팅된 김우빈도 "통통 튀는 20대의 매력을 잘 표현했다"며 고마워했다.

'마스터'의 상영시간은 2시간 23분에 달한다. 캐릭터가 소개되는 전반부와 본격적인 추격전과 반격이 시작되는 후반부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영화 완성본을 본 뒤 5분 정도 분량을 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더라고요. 전반부에서는 한국에서 벌어졌던 각종 사건을 르포처럼 보여주고 싶었고, 후반부는 제 희망을 담아 실제 벌어졌으면 하는 일들을 그렸습니다."

'마스터'는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았다는 점에서 '내부자들', '베테랑' 등의 영화와 궤를 같이한다.

요즘 한국 영화계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벌어진 이후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적'이라며 오랫동안 준비해온 사회비판 영화 제작을 포기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예전에 개그맨 신동엽 선배가 '한발 앞서가려 하지 말고 반 발짝만 앞서가라'는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어렸을 때는 그 의미를 몰랐는데, 이제는 이해가 가더라고요. 조금 앞서서 저와 관객이 함께 공감하는 이야기를 만들라는 의미죠. 너무 앞서면 공감을 얻을 수 없고요.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지만,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본 경험을 했기 때문에 국민이 이제는 어떤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도 편안하게 볼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는 지금처럼 영화의 길을 가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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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터’ 조의석 “현실을 바꾼 관객들, 어떤 영화도 편히 볼 듯”
    • 입력 2016-12-22 18:02:00
    연합뉴스
영화 '마스터'가 개봉 첫날 39만3천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출발이 순조로워 흥행 전망은 밝은 편이다.

개봉 이튿날인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은 전날 만감이 교차해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그동안 고생했던 시간이 떠오르더라고요. 전작 '감시자들'도 비교적 흥행이 잘 됐지만, 개봉성적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죠. 함께 했던 스태프도 생각나고…그래서 잘 못 마시는 와인도 한 병 땄어요."

조 감독은 25살 때인 2002년 영화 '일단 뛰어'로 데뷔했다. 당시 국내 최연소 장편영화 데뷔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이어 2013년 '감시자들'로 55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감독 대열에 들어섰다.

이번에 내놓은 신작 '마스터'는 조 단위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지능범죄수사대 팀장(강동원)과 희대의 사기꾼(이병헌), 그리고 그 사기꾼을 보좌하는 브레인(김우빈)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오락 액션영화다. '감시자들'이 홍콩영화 '천공의 눈'(2007)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면 '마스터'는 조 감독이 김현덕 작가와 함께 대본을 직접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 속 진현필(진 회장)이라는 캐릭터는 (5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에서 모티브를 따왔죠. 당시 조희팔 사건을 보면서 해소되지 않은 찝찝함을 느꼈어요. 그리고 다른 사회 문제들과 사회악을 모두 합친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진 회장이라는 캐릭터가 영화의 출발점이지만 조 감독이 정작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김재명이라는 인물 속에 담았다.

강동원이 연기한 김재명은 희대의 사기꾼 진 회장(이병헌)을 잡아 그의 배후세력까지 모두 잡아넣겠다는 집념을 가진 경찰이다. 경찰이 범인을 잡는 것은 당연한 설정인데도, 윗선의 반대에도 목숨을 걸고 범인을 쫓는 김재명의 모습은 판타지에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김재명과 같은 인물도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영화 속 대표적인 형사 캐릭터인 '공공의 적'의 강철중이나 '베테랑' 속 경찰은 그동안 많이 봐왔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밋밋할 수 있지만, 김재명이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조 감독은 극 중 '대한민국에 저 같은 미친놈도 있어야죠'라는 김재명의 대사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했다.

자칫 악역 속에서 묻혀버릴 수 있는 밋밋한 캐릭터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 기대 이상으로 잘 살린 것은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힘이 컸다고 공을 돌렸다.

"강동원은 마치 '캐릭터 사냥꾼' 같아요.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 번도 겹치는 역할이 없거든요. 강동원도 이번 영화를 통해 성장통을 겪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 역시 김재명 캐릭터를 통해 만큼 많이 배웠다는 의미겠죠."

이병헌에 대해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조 감독은 "병헌 선배는 굉장히 신중한 스타일이고, 촬영할 때는 자신의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성격"이라며 "그 덕분에 진 회장이라는 인물을 팔색조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캐스팅된 김우빈도 "통통 튀는 20대의 매력을 잘 표현했다"며 고마워했다.

'마스터'의 상영시간은 2시간 23분에 달한다. 캐릭터가 소개되는 전반부와 본격적인 추격전과 반격이 시작되는 후반부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영화 완성본을 본 뒤 5분 정도 분량을 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더라고요. 전반부에서는 한국에서 벌어졌던 각종 사건을 르포처럼 보여주고 싶었고, 후반부는 제 희망을 담아 실제 벌어졌으면 하는 일들을 그렸습니다."

'마스터'는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았다는 점에서 '내부자들', '베테랑' 등의 영화와 궤를 같이한다.

요즘 한국 영화계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벌어진 이후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적'이라며 오랫동안 준비해온 사회비판 영화 제작을 포기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예전에 개그맨 신동엽 선배가 '한발 앞서가려 하지 말고 반 발짝만 앞서가라'는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어렸을 때는 그 의미를 몰랐는데, 이제는 이해가 가더라고요. 조금 앞서서 저와 관객이 함께 공감하는 이야기를 만들라는 의미죠. 너무 앞서면 공감을 얻을 수 없고요.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지만,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본 경험을 했기 때문에 국민이 이제는 어떤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도 편안하게 볼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는 지금처럼 영화의 길을 가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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