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만선의 꿈 vs 죽음의 항해…北 수산업의 두 얼굴

입력 2016.12.24 (07:49) 수정 2016.12.24 (13: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최근 동해에서 표류하던 북한 어민들이 잇따라 우리 해경에 구조되면서 그들의 비참한 현실이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이른바 어로전투에 나섰다가 낡은 배가 고장 나 표류 중에 굶어 죽는 일까지 비일비재한데요.

바다로 나가라고 어민들의 등을 떠미는 북한 정권은, 정작 인근 해역의 조업권을 외국에 팔아넘겨 어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죽음의 항해를 강요하는 북한 수산물 증산의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모터에 걸린 그물 때문에 엔진이 멈춰버린 배.

엉킨 그물은 빠질 생각을 않고, 속 모르는 배는 남쪽으로 흘러갑니다.

<녹취> "내래 배가 고장났시요."

물고기를 잡던 평범한 북한의 어부가, 고장 난 배 때문에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다는 영화.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최근, 동해상에서 벌어졌습니다.

해경이 이달 중순 이틀 새 독도와 울릉도 해상에서 표류하던 북한 어선 두 척과 바지선 한 척을 발견해 선원 8명을 구조한 겁니다.

<녹취> 정준희(통일부 대변인/지난 15일) : "북한 선박은 기관 고장, 중국 어선과의 충돌, 그리고 예인줄 절단 등의 사유로 동해를 표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길게는 두 달 넘게 표류하다 10명 가까운 선원들이 아사했고, 시신은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해에서도 지난 달 말, 어선 좌초로 북한 어민 6명이 숨진 사실을 노동신문이 그제, 뒤늦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거친 겨울바다에 낡은 배를 타고 조업에 나섰다가 차례로 목숨을 잃고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비참한 상황.

북한 어민들의 이 같은 처지는 최근 북한 정권의 정책과 직결돼있습니다.

최고 지도자 김정은까지 직접 나서 어민들의 조업을 독려하며 수산물 증산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북한 정권이 이렇게 수산물 증산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부들은 쉴 틈 없이 작업에 열중합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7일) : :경애하는 원수님의 높은 믿음과 기대를 안고 수산 전선의 맨 앞장에서 기세 좋게 내달리며 만선의 뱃고동 소리를 더 높이 더 줄기차게 울려간... "

5년 전 김정일이 물고기 공급 방안이 담긴 마지막 친필 문건을 남긴 뒤, 수산 분야는 김정일의 유훈 사업이 됐습니다.

<녹취> 김정은(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지난 5월) : "사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려 물고기 대풍을 안아 와야 합니다."

올해 36년 만에 열린 당 대회에서도 김정은이 직접 적극적인 조업을 주문했습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식량 증산이라고 하는 부분들은 단기간에 해결이 안 되죠. 농업 기반이기 때문에 당장 무리를 해서라도 조업을 해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수산업이거든요. 김정은이 갈때마다 대풍을 이루고 물고기들이 금괴처럼 쌓여있고 언급을 하는 이유는 바로 수산업 분야야말로 프로파간다 선전선동에 있어서 성과를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분야고..."

실제로 김정은 집권 이후, 수산 분야의 생산량은 급증했습니다.

2011년 한해 69만 톤에서, 2015년엔 93만 톤으로, 34% 넘게 늘었습니다.

특히 수산업 현장에 대한 김정은의 시찰이 두드러집니다.

최근 두 달 사이 북한군 수산사업소를 4차례 찾는 등, 어로 활동을 적극 독려하는 모습을 북한 매체들이 앞 다퉈 보도하고 있습니다.

선원들이 모두 처녀라는 어선, 청년여성영웅호도 TV에 등장해 어로전투 동참을 선전합니다.

<녹취> "바다 만풍가를 심장으로 새기며 조선노동당의 딸 청년 여성 영웅호와 함께 청춘시절을 빛내가는 각지의 처녀어로공들."

<녹취> 노래 ‘바다 만풍가’ : "사회주의 대가정에 바다 향기 더해가세"

북한 당국은 인민들의 식탁 위에 바다향기가 나게 하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물고기 잡이 독려의 이유로 들지만, 사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북중 접경 도시, 중국 훈춘.

최근 수산물 가공업이 호황을 보이면서, 이곳으로의 북한 대중 수산물 수출도 늘고 있습니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 수산물 수출액은 9월 기준, 1억 3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 가량 늘었습니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수산 분야가 북한의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수산 같은 경우는 큰 투자 없이 주민, 어민들을 동원해서 손쉽게 외화를 벌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보니까 수산 사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산량을 늘리고 이것을 수출을 통해서 외화를 벌고 있는 중요한 수단이 수산이 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에서 큰 몫을 차지하던 석탄 등 광물 수출이 최근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21호로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수산물은 그 감소분을 메울 정권 차원의 외화벌이 수단으로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데요.

북한 정권은 수산물 증산을 독려하면서도 어업 기반 개선에는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히려 쉬운 돈벌이를 위해 조업권을 외국에 팔아넘겨 어민들의 조업 여건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녹취> "중국 어선 갑판장 위에 선원 1명 보이고 있음!"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해경 고속 단정이 뒤쫓습니다.

그런데, 도주하는 중국 어선 뱃머리에 중국 국기가 아닌 북한 인공기가 보입니다.

중국 어선들이, 북한에 대가를 지불하고 불법 조업을 한 겁니다.

KBS 취재진도 북한 해역의 조업권 거래를 확인했습니다.

중국 산둥반도에서 만난 한 중국인 사업가는, 흑사회로 불리는 중국 폭력조직을 통해 북한 해역 조업권을 살 수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중국인 사업가(음성변조) : "(폭력 조직에 대한) 수수료 7만, 8만 위안 (1,300만 원) 내요. (현금으로 거래하나요? 아니면 입금인가요?) 입금이죠. 동북이 그렇게 먼데 누가 가요. 배 번호 알려주면 거기서 시간을 알려줘요. 언제부터 언제까지 (잡아라)."

특히 이들 폭력조직과 서해 조업권을 거래하는 상대가 북한 군부라는 점이 주목됩니다.

<녹취> 중국인 사업가(음성변조) : "물고기 잡는 것과 같은 건 다 (북한) 군대가 관리해요."

중국 폭력조직과 북한 군부가 마구잡이로 팔아넘긴 조업권 때문에, 돈을 낸 중국 어민들이 떼로 몰려들면서, 어장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中 단둥 어민(조선족) : "가봤더니 뭐 남아있는 어장은 새카맣게 (어선이) 와 있고 이래서 고기를 제대로 잡을 수가 있겠나."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중국 배가 1500여 척이 조업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중국에 넘기고 여기에 대한 대가로 연간 한 3천만 달러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고기가 풍부한 지역은 어업권을 중국에 넘기다 보니까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를 하고 있고 그 다음에 북한 어민들은 실제적으로 고기가 별로 없는 공간에서 고기를 잡다보니까 실제로 고기 잡을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이고..."

노동당 당대회를 앞둔 속도전, 70일 전투가 한창이던 지난 3월, 북한 어민 8명이 풍랑 속에서 조업을 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북한 매체는 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김 씨 일가의 초상화를 안전하게 모셨다는 최후의 말을 남긴 채 죽음을 맞았다고 선전했습니다.

<녹취> 北 소개편집물 ‘신념의 당부’ : "그 함 안에는 보름 가까운 날바다의 표류 속에서도 습기 한 점 스며들지 않은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가 정중히 모셔져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사망한 어민 모두에게 국가 표창을 주자, 유족들이 김정은 만세를 외치는 모습은 독재체제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북한 당국이 식량 문제 해결과 대북제재 속 외화벌이를 위해 풍랑이 거센 겨울에도 조업을 강요하지만 정작 어선 개량 등 어업 기반 확충은 소홀하다보니 어민 피해만 큽니다.

<녹취>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목숨 걸고 하죠. 북한에 80%의 배는 오징어를 한 줄로 서서 그물로 당기거든요. 바람이 좀 세게 불면 그물 당기는 게 장난이 아니에요. 해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실제 러시아에는 표류하다 난파되거나 나포된 북한 어선들이 널려있는 배 무덤이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에만 북한 어민 시신이 30여 구나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이 어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신구 선박의 제조라든지, 어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낙후되고 이미 사용연안이 지난 낡은 어선들이나 장비들을 이용해서 무리하게 조업을 하기 때문에 북한 어민들이 조난당하는 경우는 매우 많고요. 무리한 수산업 증산 정책으로 인해서 희생이 증가하는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열악한 조업 기반과 좁아진 해역,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북한 어선이 할당된 어획량을 채우기 위해 다른 어선의 어획물을 강탈하거나, 불법조업을 하다 러시아 해안경비대에게 선원이 사살되는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정권이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지금 물고기 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향후 북한 어민들이나 군부대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과도한 목표량 부과는 더 상황이 더 악화되죠. 북한 당국에 의한 수산 부분에 대한 착취구조, 그 다음에 인권 탄압 이런 부분들을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북한 정권은 수산물 증산이 주민들을 사랑하는 김정은의 마음, 즉 애민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어민들은, 낡은 목선에 의지해 목숨을 걸고 겨울 바다를 떠돌고 있습니다.

대북제재의 틈을 파고 든 외화벌이를 위해, 주민의 인권과 안전도 무시하는 북한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한반도] 만선의 꿈 vs 죽음의 항해…北 수산업의 두 얼굴
    • 입력 2016-12-24 07:51:14
    • 수정2016-12-24 13:45:55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최근 동해에서 표류하던 북한 어민들이 잇따라 우리 해경에 구조되면서 그들의 비참한 현실이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이른바 어로전투에 나섰다가 낡은 배가 고장 나 표류 중에 굶어 죽는 일까지 비일비재한데요.

바다로 나가라고 어민들의 등을 떠미는 북한 정권은, 정작 인근 해역의 조업권을 외국에 팔아넘겨 어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죽음의 항해를 강요하는 북한 수산물 증산의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모터에 걸린 그물 때문에 엔진이 멈춰버린 배.

엉킨 그물은 빠질 생각을 않고, 속 모르는 배는 남쪽으로 흘러갑니다.

<녹취> "내래 배가 고장났시요."

물고기를 잡던 평범한 북한의 어부가, 고장 난 배 때문에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다는 영화.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최근, 동해상에서 벌어졌습니다.

해경이 이달 중순 이틀 새 독도와 울릉도 해상에서 표류하던 북한 어선 두 척과 바지선 한 척을 발견해 선원 8명을 구조한 겁니다.

<녹취> 정준희(통일부 대변인/지난 15일) : "북한 선박은 기관 고장, 중국 어선과의 충돌, 그리고 예인줄 절단 등의 사유로 동해를 표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길게는 두 달 넘게 표류하다 10명 가까운 선원들이 아사했고, 시신은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해에서도 지난 달 말, 어선 좌초로 북한 어민 6명이 숨진 사실을 노동신문이 그제, 뒤늦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거친 겨울바다에 낡은 배를 타고 조업에 나섰다가 차례로 목숨을 잃고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비참한 상황.

북한 어민들의 이 같은 처지는 최근 북한 정권의 정책과 직결돼있습니다.

최고 지도자 김정은까지 직접 나서 어민들의 조업을 독려하며 수산물 증산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북한 정권이 이렇게 수산물 증산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부들은 쉴 틈 없이 작업에 열중합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7일) : :경애하는 원수님의 높은 믿음과 기대를 안고 수산 전선의 맨 앞장에서 기세 좋게 내달리며 만선의 뱃고동 소리를 더 높이 더 줄기차게 울려간... "

5년 전 김정일이 물고기 공급 방안이 담긴 마지막 친필 문건을 남긴 뒤, 수산 분야는 김정일의 유훈 사업이 됐습니다.

<녹취> 김정은(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지난 5월) : "사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려 물고기 대풍을 안아 와야 합니다."

올해 36년 만에 열린 당 대회에서도 김정은이 직접 적극적인 조업을 주문했습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식량 증산이라고 하는 부분들은 단기간에 해결이 안 되죠. 농업 기반이기 때문에 당장 무리를 해서라도 조업을 해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수산업이거든요. 김정은이 갈때마다 대풍을 이루고 물고기들이 금괴처럼 쌓여있고 언급을 하는 이유는 바로 수산업 분야야말로 프로파간다 선전선동에 있어서 성과를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분야고..."

실제로 김정은 집권 이후, 수산 분야의 생산량은 급증했습니다.

2011년 한해 69만 톤에서, 2015년엔 93만 톤으로, 34% 넘게 늘었습니다.

특히 수산업 현장에 대한 김정은의 시찰이 두드러집니다.

최근 두 달 사이 북한군 수산사업소를 4차례 찾는 등, 어로 활동을 적극 독려하는 모습을 북한 매체들이 앞 다퉈 보도하고 있습니다.

선원들이 모두 처녀라는 어선, 청년여성영웅호도 TV에 등장해 어로전투 동참을 선전합니다.

<녹취> "바다 만풍가를 심장으로 새기며 조선노동당의 딸 청년 여성 영웅호와 함께 청춘시절을 빛내가는 각지의 처녀어로공들."

<녹취> 노래 ‘바다 만풍가’ : "사회주의 대가정에 바다 향기 더해가세"

북한 당국은 인민들의 식탁 위에 바다향기가 나게 하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물고기 잡이 독려의 이유로 들지만, 사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북중 접경 도시, 중국 훈춘.

최근 수산물 가공업이 호황을 보이면서, 이곳으로의 북한 대중 수산물 수출도 늘고 있습니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 수산물 수출액은 9월 기준, 1억 3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 가량 늘었습니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수산 분야가 북한의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수산 같은 경우는 큰 투자 없이 주민, 어민들을 동원해서 손쉽게 외화를 벌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보니까 수산 사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산량을 늘리고 이것을 수출을 통해서 외화를 벌고 있는 중요한 수단이 수산이 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에서 큰 몫을 차지하던 석탄 등 광물 수출이 최근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21호로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수산물은 그 감소분을 메울 정권 차원의 외화벌이 수단으로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데요.

북한 정권은 수산물 증산을 독려하면서도 어업 기반 개선에는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히려 쉬운 돈벌이를 위해 조업권을 외국에 팔아넘겨 어민들의 조업 여건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녹취> "중국 어선 갑판장 위에 선원 1명 보이고 있음!"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해경 고속 단정이 뒤쫓습니다.

그런데, 도주하는 중국 어선 뱃머리에 중국 국기가 아닌 북한 인공기가 보입니다.

중국 어선들이, 북한에 대가를 지불하고 불법 조업을 한 겁니다.

KBS 취재진도 북한 해역의 조업권 거래를 확인했습니다.

중국 산둥반도에서 만난 한 중국인 사업가는, 흑사회로 불리는 중국 폭력조직을 통해 북한 해역 조업권을 살 수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중국인 사업가(음성변조) : "(폭력 조직에 대한) 수수료 7만, 8만 위안 (1,300만 원) 내요. (현금으로 거래하나요? 아니면 입금인가요?) 입금이죠. 동북이 그렇게 먼데 누가 가요. 배 번호 알려주면 거기서 시간을 알려줘요. 언제부터 언제까지 (잡아라)."

특히 이들 폭력조직과 서해 조업권을 거래하는 상대가 북한 군부라는 점이 주목됩니다.

<녹취> 중국인 사업가(음성변조) : "물고기 잡는 것과 같은 건 다 (북한) 군대가 관리해요."

중국 폭력조직과 북한 군부가 마구잡이로 팔아넘긴 조업권 때문에, 돈을 낸 중국 어민들이 떼로 몰려들면서, 어장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中 단둥 어민(조선족) : "가봤더니 뭐 남아있는 어장은 새카맣게 (어선이) 와 있고 이래서 고기를 제대로 잡을 수가 있겠나."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중국 배가 1500여 척이 조업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중국에 넘기고 여기에 대한 대가로 연간 한 3천만 달러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고기가 풍부한 지역은 어업권을 중국에 넘기다 보니까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를 하고 있고 그 다음에 북한 어민들은 실제적으로 고기가 별로 없는 공간에서 고기를 잡다보니까 실제로 고기 잡을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이고..."

노동당 당대회를 앞둔 속도전, 70일 전투가 한창이던 지난 3월, 북한 어민 8명이 풍랑 속에서 조업을 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북한 매체는 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김 씨 일가의 초상화를 안전하게 모셨다는 최후의 말을 남긴 채 죽음을 맞았다고 선전했습니다.

<녹취> 北 소개편집물 ‘신념의 당부’ : "그 함 안에는 보름 가까운 날바다의 표류 속에서도 습기 한 점 스며들지 않은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가 정중히 모셔져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사망한 어민 모두에게 국가 표창을 주자, 유족들이 김정은 만세를 외치는 모습은 독재체제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북한 당국이 식량 문제 해결과 대북제재 속 외화벌이를 위해 풍랑이 거센 겨울에도 조업을 강요하지만 정작 어선 개량 등 어업 기반 확충은 소홀하다보니 어민 피해만 큽니다.

<녹취>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목숨 걸고 하죠. 북한에 80%의 배는 오징어를 한 줄로 서서 그물로 당기거든요. 바람이 좀 세게 불면 그물 당기는 게 장난이 아니에요. 해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실제 러시아에는 표류하다 난파되거나 나포된 북한 어선들이 널려있는 배 무덤이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에만 북한 어민 시신이 30여 구나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이 어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신구 선박의 제조라든지, 어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낙후되고 이미 사용연안이 지난 낡은 어선들이나 장비들을 이용해서 무리하게 조업을 하기 때문에 북한 어민들이 조난당하는 경우는 매우 많고요. 무리한 수산업 증산 정책으로 인해서 희생이 증가하는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열악한 조업 기반과 좁아진 해역,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북한 어선이 할당된 어획량을 채우기 위해 다른 어선의 어획물을 강탈하거나, 불법조업을 하다 러시아 해안경비대에게 선원이 사살되는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정권이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지금 물고기 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향후 북한 어민들이나 군부대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과도한 목표량 부과는 더 상황이 더 악화되죠. 북한 당국에 의한 수산 부분에 대한 착취구조, 그 다음에 인권 탄압 이런 부분들을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북한 정권은 수산물 증산이 주민들을 사랑하는 김정은의 마음, 즉 애민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어민들은, 낡은 목선에 의지해 목숨을 걸고 겨울 바다를 떠돌고 있습니다.

대북제재의 틈을 파고 든 외화벌이를 위해, 주민의 인권과 안전도 무시하는 북한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