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위기의 성수동 수제화 거리

입력 2016.12.26 (12:25) 수정 2016.12.26 (12:3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아시나요?

맞춤형 구두를 만드는 수십 년 경력의 장인들이 모여있는 곳인데요.

경기가 나빠지면서 장인들이 자신만의 맞춤구두 생산을 포기하고 큰 신발업체에 납품하는 일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장인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수제화 거리를 홍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동이 트기 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이종천 장인 부부가 수제화 공방의 문을 엽니다.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덥히는 것도 잠시, 지하 공방으로 내려가 오늘 사용할 가죽을 골라 미리 잘라놓습니다.

<녹취> 이종천(구두장인) : "개개인의 일이 다른 것을 전부 다 세팅을 마쳐서 줘야 해요. 제가 그렇게 해야 일하는 사람들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요."

<녹취> "어서오세요!"

직원들이 출근하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해결하면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됩니다.

<인터뷰> 이종천(구두장인) : "주문제도로 하다 보니까 발이 짝짝이도 있고 불편한 발들을 조금 해소해줄 수 있는 역할을 제가 하고 있죠."

<녹취> "예쁘게 나왔네요. 딱 모양을 보니까"

맞춤 구두를 찾으러 온 이 여성은 미국에 사는 교포 디자이너.

<인터뷰> 송창아(미국 뉴욕 디자이너) : "수제화를 잘 만든다는 걸 제가 한국에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선생님 이름을 발견해서..."

이런 보람 속에 굳은살 가득한 손으로 40년 넘게 고된 작업을 해왔지만 문제는 갈수록 주는 수입입니다.

<인터뷰> 나승양(구두장인) : "90년도에는 한 달에 한 400(만 원)씩 벌었는데 지금은 그 3분의 1도 못 벌어요."

올 들어 이 수제화 거리에 있는 20여 개 업체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30%나 줄었습니다.

경기 침체로 수제화를 찾는 손님들이 뚝 끊겼기 때문입니다.

장인들은 하나 둘 씩 자신만의 구두 생산을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큰 신발회사에 납품하는 데 주력하는 상황입니다.

<녹취> 변서영(구두공방 대표) : "매장을 여러 개 많이 했었는데요. 만 9천 원 2만 원씩 파니까 우리는 경쟁 상대가 안돼서 일단은 다 접고..."

<녹취> 기현도(구두공방 대표) : " 적자보고 더이상 의미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해서 접었어요."

장인정신과 상업성의 성공적인 결합을 상징했던 수제화 거리에서 개성 있는 구두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경기 침체 속 위기의 성수동 수제화 거리
    • 입력 2016-12-26 12:28:04
    • 수정2016-12-26 12:31:12
    뉴스 12
<앵커 멘트>

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아시나요?

맞춤형 구두를 만드는 수십 년 경력의 장인들이 모여있는 곳인데요.

경기가 나빠지면서 장인들이 자신만의 맞춤구두 생산을 포기하고 큰 신발업체에 납품하는 일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장인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수제화 거리를 홍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동이 트기 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이종천 장인 부부가 수제화 공방의 문을 엽니다.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덥히는 것도 잠시, 지하 공방으로 내려가 오늘 사용할 가죽을 골라 미리 잘라놓습니다.

<녹취> 이종천(구두장인) : "개개인의 일이 다른 것을 전부 다 세팅을 마쳐서 줘야 해요. 제가 그렇게 해야 일하는 사람들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요."

<녹취> "어서오세요!"

직원들이 출근하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해결하면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됩니다.

<인터뷰> 이종천(구두장인) : "주문제도로 하다 보니까 발이 짝짝이도 있고 불편한 발들을 조금 해소해줄 수 있는 역할을 제가 하고 있죠."

<녹취> "예쁘게 나왔네요. 딱 모양을 보니까"

맞춤 구두를 찾으러 온 이 여성은 미국에 사는 교포 디자이너.

<인터뷰> 송창아(미국 뉴욕 디자이너) : "수제화를 잘 만든다는 걸 제가 한국에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선생님 이름을 발견해서..."

이런 보람 속에 굳은살 가득한 손으로 40년 넘게 고된 작업을 해왔지만 문제는 갈수록 주는 수입입니다.

<인터뷰> 나승양(구두장인) : "90년도에는 한 달에 한 400(만 원)씩 벌었는데 지금은 그 3분의 1도 못 벌어요."

올 들어 이 수제화 거리에 있는 20여 개 업체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30%나 줄었습니다.

경기 침체로 수제화를 찾는 손님들이 뚝 끊겼기 때문입니다.

장인들은 하나 둘 씩 자신만의 구두 생산을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큰 신발회사에 납품하는 데 주력하는 상황입니다.

<녹취> 변서영(구두공방 대표) : "매장을 여러 개 많이 했었는데요. 만 9천 원 2만 원씩 파니까 우리는 경쟁 상대가 안돼서 일단은 다 접고..."

<녹취> 기현도(구두공방 대표) : " 적자보고 더이상 의미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해서 접었어요."

장인정신과 상업성의 성공적인 결합을 상징했던 수제화 거리에서 개성 있는 구두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