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성어의 달인, 조환익 사장의 내년 화두는 ‘영과후진’

입력 2016.12.26 (16:29) 수정 2016.12.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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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조환익 사장은 4자 성어의 달인으로 통한다. 올해로 8년 째 공기업 성격의 회사에서 CEO(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그는 매년 연말이면 새해의 경영 화두를 4자 성어로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산업자원부 차관을 지낸 공무원 출신인 그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이어 2013년부터 한국전력 사장을 맡고 있다.

■ 사자성어 달인의 내년 화두는 '영과후진(盈科後進)'

조 사장이 내년 신년 화두로는 '영과후진(盈科後進)'을 내세웠다.

'맹자(孟子)'의 '이루하(離婁下)' 편에 나오는 말로, '물은 웅덩이를 만나면 다 채우고 나아간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물이 흐를 때는 조금이라도 오목한 데가 있으면 우선 그곳을 가득 채우고 아래로 흘러간다. 배움의 길도 속성(速成)으로 하지말고 차근차근 닦아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조 사장은 "나라 안팎의 정치·경제·사회적 불확실성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한전은 중심을 잘 지키고 내실을 다지면서 에너지 생태계 곳곳을 채우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의 사자성어 경영이 널리 알려진 것은 2008~2011년 KOTRA 사장을 지낼 때였다. 전세계 수출 현장에서 뛰는 조직의 업무를 감안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돌파하자는 의미의 4자 성어를 연이어 발굴했다.

2011년 질풍경초(疾風勁草)도 그런 경우다. 후한서에 나오는 이 용어는 '거센 바람이 불어서야 비로서 질긴 풀을 알아본다'는 의미다. 곤란과 시련을 겪어봐야 제대로 된 기업과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는 연평도 포격의 여파로 안팎의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던 시기였다.

2009년 절도봉주(絶渡逢舟)는 '끊어진 길에서 배를 만나 위기를 넘긴다'는 의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길은 있으니 치열하게 고민해 보자는 의미다.

당시 경제계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이른바 '샌드위치론'이 유행할 때였다. 중국에는 가격이, 일본에는 품질이 밀린다는 '샌드위치론'이 나오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나올 때였다. 그는 '일본에는 가격이, 중국에는 품질이 앞선다'는 역샌드위치론을 주장하면서 절도봉주를 신년 화두로 제시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조 사장은 2010년 화두로 중원축록(中原逐鹿)을 제시했다. '천하를 놓고 서로 경쟁한다'는 의미의 이 4자 성어는 치열한 세계 수출 시장에서 한국도 당당하게 경쟁하자는 얘기다.

한국전력 사장이 된 이후에도 조 사장의 4자 성어 경영은 계속됐다.

■ 한전 취임 첫해의 사자성어... '무신불립(無信不立)'

조 사장은 한국전력 사장 취임 첫해인 2013년 '무신불립(無信不立)'을, 내세웠다. 그는 "식량과 군사가 없어도 나라를 일으킬 수 있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결코 나라가 설 수 없다'며 무신불립이란 말을 소개했다. 대내외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얘기였다.

2014년 내세운 '집사광익(集思廣益)'은 스마트한 경영을 강조한 모토다. '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는 뜻의 '집사광익(集思廣益)'은 직원들의 창의성 있는 업무 추진을 독려하는 구호였다.

2015년에는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뜻의 '일신월이(日新月異)'을 골랐다. 직원들의 창의와 혁신이 없이는 조직이 도태될 수 있을 강조한 것이다.

■ 대화합을 이룬다는 '보합대화(保合大和)'... 하지만 따가운 국민 시선

지난해 말 제시한 2016년 화두는 '한마음으로 대화합을 이룬다'는 뜻의 '보합대화(保合大和)'였다.

하지만 조환익 사장의 사자성어 경영이 국민들에게까지 통했는지는 살펴볼 일이다. 조 사장의 화두와는 달리 올해 한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 속에 주택용 전기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불평과 불만이 잇따른 가운데, 한전은 상반기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임직원들에게 36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비난이 쏟아졌다.

[연관 기사] ☞ ‘폭탄요금’ 속 한전 경영평가 ‘A’…성과급 대폭 늘어

조 사장은 KOTRA 사장 시절부터 매해 연말이면 덜 알려진 사자성어 중에서 조직에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자성어를 고르는데 힘을 쏟아왔다. 그는 "의미를 잘 함축한 사자성어를 신경써서 골라 CEO로서 직원들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의 개인적인 좌우명은 무엇일까.

그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을 꼽는다.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한다는 의미로 백범 김구 선생이 자주 사용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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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자성어의 달인, 조환익 사장의 내년 화두는 ‘영과후진’
    • 입력 2016-12-26 16:29:57
    • 수정2016-12-26 16:31:40
    취재K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은 4자 성어의 달인으로 통한다. 올해로 8년 째 공기업 성격의 회사에서 CEO(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그는 매년 연말이면 새해의 경영 화두를 4자 성어로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산업자원부 차관을 지낸 공무원 출신인 그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이어 2013년부터 한국전력 사장을 맡고 있다.

■ 사자성어 달인의 내년 화두는 '영과후진(盈科後進)'

조 사장이 내년 신년 화두로는 '영과후진(盈科後進)'을 내세웠다.

'맹자(孟子)'의 '이루하(離婁下)' 편에 나오는 말로, '물은 웅덩이를 만나면 다 채우고 나아간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물이 흐를 때는 조금이라도 오목한 데가 있으면 우선 그곳을 가득 채우고 아래로 흘러간다. 배움의 길도 속성(速成)으로 하지말고 차근차근 닦아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조 사장은 "나라 안팎의 정치·경제·사회적 불확실성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한전은 중심을 잘 지키고 내실을 다지면서 에너지 생태계 곳곳을 채우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의 사자성어 경영이 널리 알려진 것은 2008~2011년 KOTRA 사장을 지낼 때였다. 전세계 수출 현장에서 뛰는 조직의 업무를 감안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돌파하자는 의미의 4자 성어를 연이어 발굴했다.

2011년 질풍경초(疾風勁草)도 그런 경우다. 후한서에 나오는 이 용어는 '거센 바람이 불어서야 비로서 질긴 풀을 알아본다'는 의미다. 곤란과 시련을 겪어봐야 제대로 된 기업과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는 연평도 포격의 여파로 안팎의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던 시기였다.

2009년 절도봉주(絶渡逢舟)는 '끊어진 길에서 배를 만나 위기를 넘긴다'는 의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길은 있으니 치열하게 고민해 보자는 의미다.

당시 경제계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이른바 '샌드위치론'이 유행할 때였다. 중국에는 가격이, 일본에는 품질이 밀린다는 '샌드위치론'이 나오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나올 때였다. 그는 '일본에는 가격이, 중국에는 품질이 앞선다'는 역샌드위치론을 주장하면서 절도봉주를 신년 화두로 제시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조 사장은 2010년 화두로 중원축록(中原逐鹿)을 제시했다. '천하를 놓고 서로 경쟁한다'는 의미의 이 4자 성어는 치열한 세계 수출 시장에서 한국도 당당하게 경쟁하자는 얘기다.

한국전력 사장이 된 이후에도 조 사장의 4자 성어 경영은 계속됐다.

■ 한전 취임 첫해의 사자성어... '무신불립(無信不立)'

조 사장은 한국전력 사장 취임 첫해인 2013년 '무신불립(無信不立)'을, 내세웠다. 그는 "식량과 군사가 없어도 나라를 일으킬 수 있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결코 나라가 설 수 없다'며 무신불립이란 말을 소개했다. 대내외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얘기였다.

2014년 내세운 '집사광익(集思廣益)'은 스마트한 경영을 강조한 모토다. '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는 뜻의 '집사광익(集思廣益)'은 직원들의 창의성 있는 업무 추진을 독려하는 구호였다.

2015년에는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뜻의 '일신월이(日新月異)'을 골랐다. 직원들의 창의와 혁신이 없이는 조직이 도태될 수 있을 강조한 것이다.

■ 대화합을 이룬다는 '보합대화(保合大和)'... 하지만 따가운 국민 시선

지난해 말 제시한 2016년 화두는 '한마음으로 대화합을 이룬다'는 뜻의 '보합대화(保合大和)'였다.

하지만 조환익 사장의 사자성어 경영이 국민들에게까지 통했는지는 살펴볼 일이다. 조 사장의 화두와는 달리 올해 한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 속에 주택용 전기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불평과 불만이 잇따른 가운데, 한전은 상반기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임직원들에게 36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비난이 쏟아졌다.

[연관 기사] ☞ ‘폭탄요금’ 속 한전 경영평가 ‘A’…성과급 대폭 늘어

조 사장은 KOTRA 사장 시절부터 매해 연말이면 덜 알려진 사자성어 중에서 조직에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자성어를 고르는데 힘을 쏟아왔다. 그는 "의미를 잘 함축한 사자성어를 신경써서 골라 CEO로서 직원들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의 개인적인 좌우명은 무엇일까.

그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을 꼽는다.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한다는 의미로 백범 김구 선생이 자주 사용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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