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재후] 위안부 합의 1년…‘망각’을 바라는 일본
입력 2016.12.28 (18:36) 수정 2016.12.28 (22:29) 취재후

[연관기사] ☞ [뉴스9] 위안부 합의 1년…할머니들 고통은 여전

위안부 협상 합의…갈채는 받았는데…

2016년 12월 28일은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새해를 며칠 나흘 앞둔 2015년 12월 28일,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성 장관은 1년 8개월 만의 협상이 타결됐음을 알렸다. 별도의 문답시간은 없었다.

양국 정부의 전격적인 협상 타결 소식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과연 협상 자체가 가능한 것인지 원래부터 의문이 많았다. 게다가 한국의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강경한 원칙론을 고수했던 터였다.


'아베 총리의 사죄 표명'과 '일본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 지원' 등 전례 없는 합의가 이뤄졌다며, 정부는 성과를 자랑했고, 대부분의 언론은 상찬을 늘어놓았다. 한계와 과제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지만, '대단한 성과'라는 관점은 대동소이했다. 양국 정부가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주된 관심은 성과에 모아졌다. 주변 강대국 정부의 반응도 '성과'에 초점이 맞춰졌다. 위안부 피해자 단체와 일부 언론의 반발과 비판은 부가적인 듯 보였고, 상황은 그렇게 '정부 뜻대로' 종결되는 듯 보였다.

일본에서 높아지는 우려…합의는 어디로?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최종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다는 양국 정부의 '합의'는 여전히 진통 속에 있다. 한국의 유력대선 후보들은 재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고, 일본 언론은 '합의 이행'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아 일본의 주요 신문들이 내놓은 제목엔 '우려'가 가득하다. '흔들리는 위안부 합의', '최종 해결 역행 우려', '한국에 새 소녀상 조짐', '한일 합의 그늘', '대선 후보 재협상 요구' 등등으로 우려 일색이다. '대선에서 야당은 반일'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합의 발표 당시, 한국 정부와 '주류 언론'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사실상의 배상'을 이끌어낸 '외교적 승리'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외교적 성과를 일본 정부와 언론이 이행을 촉구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소녀상’을 둘러싼 중의적 합의


빌미는 양국 정부가 각자의 입맛에 맞게 해석할 여지가 다분한 합의 내용 자체에 있다.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과 위엄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

합의 내용을 '문구 그대로' 뜯어보면 소녀상 철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소녀상의 존재가 일본대사관의 안녕과 위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면 된다는, 선언적·중의적 수사만 존재할 뿐이다. 일본측 입장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원한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가 알고 있는 만큼 이 정도의 언급은 '사실상의 철거 노력' 또는 '철거 합의'라는 것이다. 일본 언론도 이 부분에 대한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정부측이 '소녀상 철거'를 합의 이행의 핵심 또는 전제 조건이라고 언급할 때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입장'일 뿐이라며 철거합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해왔다. 양측의 관심사와 논리는 이처럼 다르다. '위안부 문제 합의' 내용의 구체적 해석이 이처럼 엇갈린다면 '합의 내용'에 과연 '합의'라는 명칭을 계속 부여해도 될까?

반성한다면서 사과편지는 못쓰겠다고?


정작 위안부 피해자들과 이들을 지원해온 단체 등은 협상 타결에 환영의 뜻을 밝힌 적이 없다. 합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한국 정부의 외교적 성과라고 자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합의 내용을 '문구 그대로' 뜯어보면 '합의 자체'를 비판하는 쪽에도 나름대로의 논거가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비인도적·반인륜적 범죄사실을 결코 명확히 시인하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가해의 주체는 사라지고 없다. 일본 총리의 이름으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했다고 하는데, 정작 이를 발표한 사람은 외무성 장관이었고, 피해자에게 직접 사죄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대리 사과'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특히 아베 총리는 나중에, 피해자들에게 사과 편지를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했다. 그의 '대리 사과'는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할 마음이 있었다면, 피해자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소녀상은 역사다…역사는 망각될 수 없다


게다가 '소녀상의 존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의에 안건으로 올라가고, 어떤 식으로든 합의문에 포함된 것 자체가, 피해자들에게는 큰 모욕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집요하게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세워지고 있는 소녀상에 대해서도 방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과거 범죄를 반성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소녀상은 이제 하나의 역사가 됐다. 소녀상은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증언하는 하나의 상징이자 기록이다. 소녀상을 통해 사람들은 역사를 기억한다. 논문이나 문헌 속에만 존재하는 역사는 제한적이다. 쉽게 잊혀진다. 잊혀진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용서하되 잊지 말자'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기록되고 기억되는 것은 가장 평화적이고 가장 철저한 보응이다.

지금 상황에서 소녀상을 없애자는 것은 역사를 잊자는 말과 다름없다. 망각은 책임 부정의 또다른 이름일 뿐이다.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일회성으로 종결돼선 안되고 종결될 수도 없다.

어느 누구도 과거사 문제를 최종·불가역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역사적 과오는 끊임없이 반추되고 반성하고 교훈으로 삼아야할 일이지, 망각 속에 묻어둘 일이 아니다. 한일 정부간 위안부 문제 합의의 가장 큰 한계는 중의적·월권적 합의 내용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협상은 언제나 상대방이 있고 모든 합의는 언제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큰 문제는 엄정한 역사를 '망각' 또는 '종결'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발상 자체가 아닐까? 역사는 오롯이 역사 자체의 몫이어야 한다. 역사 앞에서 '최종'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것은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취재후] 위안부 합의 1년…‘망각’을 바라는 일본
    • 입력 2016-12-28 18:36:25
    • 수정2016-12-28 22:29:25
    취재후

[연관기사] ☞ [뉴스9] 위안부 합의 1년…할머니들 고통은 여전

위안부 협상 합의…갈채는 받았는데…

2016년 12월 28일은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새해를 며칠 나흘 앞둔 2015년 12월 28일,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성 장관은 1년 8개월 만의 협상이 타결됐음을 알렸다. 별도의 문답시간은 없었다.

양국 정부의 전격적인 협상 타결 소식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과연 협상 자체가 가능한 것인지 원래부터 의문이 많았다. 게다가 한국의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강경한 원칙론을 고수했던 터였다.


'아베 총리의 사죄 표명'과 '일본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 지원' 등 전례 없는 합의가 이뤄졌다며, 정부는 성과를 자랑했고, 대부분의 언론은 상찬을 늘어놓았다. 한계와 과제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지만, '대단한 성과'라는 관점은 대동소이했다. 양국 정부가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주된 관심은 성과에 모아졌다. 주변 강대국 정부의 반응도 '성과'에 초점이 맞춰졌다. 위안부 피해자 단체와 일부 언론의 반발과 비판은 부가적인 듯 보였고, 상황은 그렇게 '정부 뜻대로' 종결되는 듯 보였다.

일본에서 높아지는 우려…합의는 어디로?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최종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다는 양국 정부의 '합의'는 여전히 진통 속에 있다. 한국의 유력대선 후보들은 재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고, 일본 언론은 '합의 이행'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아 일본의 주요 신문들이 내놓은 제목엔 '우려'가 가득하다. '흔들리는 위안부 합의', '최종 해결 역행 우려', '한국에 새 소녀상 조짐', '한일 합의 그늘', '대선 후보 재협상 요구' 등등으로 우려 일색이다. '대선에서 야당은 반일'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합의 발표 당시, 한국 정부와 '주류 언론'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사실상의 배상'을 이끌어낸 '외교적 승리'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외교적 성과를 일본 정부와 언론이 이행을 촉구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소녀상’을 둘러싼 중의적 합의


빌미는 양국 정부가 각자의 입맛에 맞게 해석할 여지가 다분한 합의 내용 자체에 있다.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과 위엄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

합의 내용을 '문구 그대로' 뜯어보면 소녀상 철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소녀상의 존재가 일본대사관의 안녕과 위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면 된다는, 선언적·중의적 수사만 존재할 뿐이다. 일본측 입장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원한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가 알고 있는 만큼 이 정도의 언급은 '사실상의 철거 노력' 또는 '철거 합의'라는 것이다. 일본 언론도 이 부분에 대한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정부측이 '소녀상 철거'를 합의 이행의 핵심 또는 전제 조건이라고 언급할 때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입장'일 뿐이라며 철거합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해왔다. 양측의 관심사와 논리는 이처럼 다르다. '위안부 문제 합의' 내용의 구체적 해석이 이처럼 엇갈린다면 '합의 내용'에 과연 '합의'라는 명칭을 계속 부여해도 될까?

반성한다면서 사과편지는 못쓰겠다고?


정작 위안부 피해자들과 이들을 지원해온 단체 등은 협상 타결에 환영의 뜻을 밝힌 적이 없다. 합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한국 정부의 외교적 성과라고 자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합의 내용을 '문구 그대로' 뜯어보면 '합의 자체'를 비판하는 쪽에도 나름대로의 논거가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비인도적·반인륜적 범죄사실을 결코 명확히 시인하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가해의 주체는 사라지고 없다. 일본 총리의 이름으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했다고 하는데, 정작 이를 발표한 사람은 외무성 장관이었고, 피해자에게 직접 사죄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대리 사과'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특히 아베 총리는 나중에, 피해자들에게 사과 편지를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했다. 그의 '대리 사과'는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할 마음이 있었다면, 피해자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소녀상은 역사다…역사는 망각될 수 없다


게다가 '소녀상의 존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의에 안건으로 올라가고, 어떤 식으로든 합의문에 포함된 것 자체가, 피해자들에게는 큰 모욕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집요하게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세워지고 있는 소녀상에 대해서도 방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과거 범죄를 반성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소녀상은 이제 하나의 역사가 됐다. 소녀상은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증언하는 하나의 상징이자 기록이다. 소녀상을 통해 사람들은 역사를 기억한다. 논문이나 문헌 속에만 존재하는 역사는 제한적이다. 쉽게 잊혀진다. 잊혀진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용서하되 잊지 말자'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기록되고 기억되는 것은 가장 평화적이고 가장 철저한 보응이다.

지금 상황에서 소녀상을 없애자는 것은 역사를 잊자는 말과 다름없다. 망각은 책임 부정의 또다른 이름일 뿐이다.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일회성으로 종결돼선 안되고 종결될 수도 없다.

어느 누구도 과거사 문제를 최종·불가역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역사적 과오는 끊임없이 반추되고 반성하고 교훈으로 삼아야할 일이지, 망각 속에 묻어둘 일이 아니다. 한일 정부간 위안부 문제 합의의 가장 큰 한계는 중의적·월권적 합의 내용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협상은 언제나 상대방이 있고 모든 합의는 언제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큰 문제는 엄정한 역사를 '망각' 또는 '종결'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발상 자체가 아닐까? 역사는 오롯이 역사 자체의 몫이어야 한다. 역사 앞에서 '최종'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것은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