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일본의 이중 플레이…아베는 진주만, 각료는 야스쿠니

입력 2016.12.2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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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될만 하다. 일본은 이중 플레이를 한 것일까?

아베 총리가 진주만을 찾아 전쟁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화해'를 소리 높여 외친 날, 내각의 각료는 보란 듯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야스쿠니 신사. 2차 세계 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곳이다.

이러면 헷갈린다. 아베 총리는 역사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진주만 방문 이벤트를 만들더니 왜 바로 그날 그 의미를 반감 시키는 각료의 행위를 용인했을까?(총리도 몰랐을 거야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아베 총리가 진주만 방문, 그리고 일본 총리로서 첫 애리조나 기념관 추도를 발표한 것은 이달 초의 일이다. NHK가 7시 뉴스에 단독으로 보도하며 그 의의를 알렸고, 일본 언론들은 그 의미를 해석하는 주요 보도를 내보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습으로 침몰한 전함 애리조나 위에 만들어진 기념관을 방문하고 당시 숨진 2,400여 명의 희생자를 위해 헌화하는 만큼 이는 그 행위 그대로는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날부터 관련된 인터뷰마다 아베 총리가 강조한 말이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겠다","적국이었던 미국과의 화해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28일 추도를 마치고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는 '관용'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아베 총리의 이번 진주만 방문에는 차기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태평양 쪽으로 팽창 중인 중국이라는 상대를 감안할 때 미국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미일 동맹'이라는 틀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확인하는 이벤트가 '진주만 방문'이고, 이를 토대로 트럼프 차기 정권과도 미-일 대 중국의 구도를 계속 이어 가려한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막상 진주만을 방문해 미군 희생자를 추도하려고 보니, 국내 지지 세력의 반발이 맘에 걸린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사죄 없는 추모'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5월 히로시마를 방문할 당시 원폭 희생자를 기렸지만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는 없었던 만큼 일본 측도 외교적 균형을 맞춘다 주장할 수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이 굳이 공식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하와이 행은 전몰자를 추도하기 위한 것으로 사죄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못박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플레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아베 총리가 진주만에서 '화해'를 외친 그날 일본 정부 이마무라 부흥상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기자들까지 불러 참배하러 들어가는 모습이 모두 촬영됐고, 참배를 마치고 나와서는 "일본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왔다"며 당당히 인터뷰에 응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이마무라 부흥상‘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이마무라 부흥상

상식이라면 총리의 국제적 외교 행보에 누를 끼칠 행위를 바로 당일 각료가 했다는 점에서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상식을 뒤짚어, 총리가 진주만에서 미국의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한 날을 일부러 택해 2차 세계 대전 전사자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그림을 만들었다면 억측일까?

총리는 전쟁 희생자를 추모했지만 총리의 입인 관방 장관은 사죄하러 간 것이 아니라고 일부러 강조하고 나서고, 총리의 발인 각료는 야스쿠니로 향하고...진정 일본이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깊은 의구심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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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일본의 이중 플레이…아베는 진주만, 각료는 야스쿠니
    • 입력 2016-12-28 18:43:20
    취재후·사건후
이 정도면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될만 하다. 일본은 이중 플레이를 한 것일까?

아베 총리가 진주만을 찾아 전쟁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화해'를 소리 높여 외친 날, 내각의 각료는 보란 듯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야스쿠니 신사. 2차 세계 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곳이다.

이러면 헷갈린다. 아베 총리는 역사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진주만 방문 이벤트를 만들더니 왜 바로 그날 그 의미를 반감 시키는 각료의 행위를 용인했을까?(총리도 몰랐을 거야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아베 총리가 진주만 방문, 그리고 일본 총리로서 첫 애리조나 기념관 추도를 발표한 것은 이달 초의 일이다. NHK가 7시 뉴스에 단독으로 보도하며 그 의의를 알렸고, 일본 언론들은 그 의미를 해석하는 주요 보도를 내보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습으로 침몰한 전함 애리조나 위에 만들어진 기념관을 방문하고 당시 숨진 2,400여 명의 희생자를 위해 헌화하는 만큼 이는 그 행위 그대로는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날부터 관련된 인터뷰마다 아베 총리가 강조한 말이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겠다","적국이었던 미국과의 화해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28일 추도를 마치고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는 '관용'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아베 총리의 이번 진주만 방문에는 차기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태평양 쪽으로 팽창 중인 중국이라는 상대를 감안할 때 미국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미일 동맹'이라는 틀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확인하는 이벤트가 '진주만 방문'이고, 이를 토대로 트럼프 차기 정권과도 미-일 대 중국의 구도를 계속 이어 가려한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막상 진주만을 방문해 미군 희생자를 추도하려고 보니, 국내 지지 세력의 반발이 맘에 걸린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사죄 없는 추모'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5월 히로시마를 방문할 당시 원폭 희생자를 기렸지만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는 없었던 만큼 일본 측도 외교적 균형을 맞춘다 주장할 수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이 굳이 공식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하와이 행은 전몰자를 추도하기 위한 것으로 사죄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못박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플레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아베 총리가 진주만에서 '화해'를 외친 그날 일본 정부 이마무라 부흥상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기자들까지 불러 참배하러 들어가는 모습이 모두 촬영됐고, 참배를 마치고 나와서는 "일본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왔다"며 당당히 인터뷰에 응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이마무라 부흥상
상식이라면 총리의 국제적 외교 행보에 누를 끼칠 행위를 바로 당일 각료가 했다는 점에서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상식을 뒤짚어, 총리가 진주만에서 미국의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한 날을 일부러 택해 2차 세계 대전 전사자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그림을 만들었다면 억측일까?

총리는 전쟁 희생자를 추모했지만 총리의 입인 관방 장관은 사죄하러 간 것이 아니라고 일부러 강조하고 나서고, 총리의 발인 각료는 야스쿠니로 향하고...진정 일본이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깊은 의구심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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