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경제] 양적완화를 친구에게 쉽게 설명하는 법

입력 2017.01.04 (11:11) 수정 2017.01.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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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 [김기자의 똑똑한 경제]
□ 방송일시 : 2016년 12월 21일(수요일)



이 기사는 KBS뉴스 홈페이지에서 음성서비스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CB가 QE 연장과 매입 규정 완화 이후 추가 자산매입규모를 줄이고, 향후 테이퍼링에 나설 것 같다”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영어보다 더 어렵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양적완화’. 생각처럼 어렵진 않습니다.

양적완화의 이해

‘양적으로 돈을 완화한다’는 말입니다. 영어로 ‘Quantitative Easing’입니다. 줄여서 QE입니다. 영어를 직역하다 보니 이상한 용어가 됐습니다. 사실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서 시중에 돈의 유통량을 확대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우리말로는 ‘현금발행강화’쯤 됩니다. 그냥 이렇게 썼을면 좋았을 텐데요. 지금부터 어떻게 현금발행을 강화하는지 살펴봅니다.

먼저 현금을 찍어냅니다. 그리고 어떻게 풀까요? 남대문시장 앞에서 마구 나눠주면 좋을 텐데요. 한국은행도 가깝고요. 사실은 이렇게 합니다.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흔히 ‘연준이 자산을 매입한다’고 합니다. 연준(FED)이나 일본중앙은행(JOB)같은 중앙은행이 시중의 채권을 사들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연준은 달러를 찍어낸 뒤, 이 달러로 시중의 채권을 삽니다. 그러니까 채권값으로 달러를 지불합니다. 주로 미국 정부나 시중 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사들입니다. 그럼 달러가 미국 정부나 시중은행으로 들어가겠죠?

이렇게 현금(!)이 생긴 미국 정부나 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겁니다. 미국은 최근 3번 넘게 양적완화를 했습니다. 우리 돈 4천조 원 이상을 풀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의 이름을 따서, ‘헬리콥터 벤(Helicopter Ben)’이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하늘에서 돈이 펑펑 내렸습니다.

양적완화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 다시 지출하는 ‘재정’과는 완전히 다른 보따리입니다. 이렇게 하면 정부의 부채가 늘어나지 않습니다. 오직 연준의 달러 발행 머신만 바빠질 뿐입니다.(이게 가능한 것은 미국이 기축통화 달러의 발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로 11%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실업률이 6%까지 떨어지면 양적완화를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2014년 10월 양적완화를 중단했습니다. 지금 미국의 실업률이 놀랍게도 4%대입니다... Oh Obama! Bravo!


퇴원을 준비하는 세계경제

ECB(유럽중앙은행)는 여전히 양적완화를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났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ECB가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서서히 자산매입을 줄여나가는 것을 테이퍼링(Tapering)이라고 합니다. 조금씩 규모를 축소한다는 뜻입니다. 경제전문기자들이 ‘축소’보다 이‘테이퍼링’란 말을 참 좋아합니다.

2014년에 양적완화를 끝낸 미국은 이제 다시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은 양적완화의 테이퍼링을 준비합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로 입원했던 글로벌경제가 많이 회복됐다는 뜻입니다. 치료가 끝나간다는 뜻입니다. 퇴원을 준비한다는 뜻입니다.

양적완화가 갑자기 끝나면 신흥국은 위기가 온다

이렇게 선진국이 돈줄을 조이고 금리를 올리면, 돈이 선진국으로 향합니다. 돈은 늘 돈이 귀해지고, 또 금리(돈의 값)가 높은 곳으로 향합니다. 그럼 우리 같은 신흥국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이 자꾸 빠져나갑니다.

실제 중국은 자꾸 달러가 빠져나갑니다. 해외투자자들이 빠져나갈 때는 중국에 투자했던 위안화 자산(부동산이나 기업이나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꿔 떠납니다.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제 위안화 줄 테니, 달러로 바꿔주세요” 그럼 위안화 매도 압력이 커집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집니다.


급기야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 아래까지 떨어질 분위기입니다. 중국 통화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자꾸 달러를 사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천문학적으로 쌓아둔 외환보유고가 홀~쭉하게 줄어듭니다. 4조 달러에 육박했던 외환보유고가 3조 달러로 줄었습니다.

둑은 원래 한 번 뚫리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서둘러 외환시장의 자물쇠를 조입니다. 중국 내 외국기업들이 송금을 쉽게 못 하게 합니다. 중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금을 못 사게 할 정도입니다. 금을 사면 달러로 사올 테니까요. 달러가 빠져나갑니다. 금 수입규제를 크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는 더 심각합니다. 달러 유출이 가팔라지자, 빠르게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렸습니다. 7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금리를 올렸으니 경기는 더 무거워 질 겁니다. 터키는 더 심각합니다. 달러가 탈출합니다. 떨어지는 리라화 가치를 붙잡아야 합니다. 며칠 전에는 달러화를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리라화’를 사 줄 것을 호소하더군요.

양적완화를 끝낸 글로벌경제는 다시 돈을 거둬들일 태세입니다. 달러 가치가 오릅니다. 시장의 달걀이나 외환시장의 달러나 귀해진다니까 가격이 오릅니다.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바야흐로 ‘달러의 귀환’입니다. 우리가 외환시장의 자물쇠를 다시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잘못하면 털립니다. 딱 20년 전에, 그때 제대로 한 번 털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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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똑한 경제] 양적완화를 친구에게 쉽게 설명하는 법
    • 입력 2017-01-04 11:11:07
    • 수정2017-01-04 11:12:01
    똑똑한 경제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 [김기자의 똑똑한 경제]
□ 방송일시 : 2016년 12월 21일(수요일)



이 기사는 KBS뉴스 홈페이지에서 음성서비스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CB가 QE 연장과 매입 규정 완화 이후 추가 자산매입규모를 줄이고, 향후 테이퍼링에 나설 것 같다”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영어보다 더 어렵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양적완화’. 생각처럼 어렵진 않습니다.

양적완화의 이해

‘양적으로 돈을 완화한다’는 말입니다. 영어로 ‘Quantitative Easing’입니다. 줄여서 QE입니다. 영어를 직역하다 보니 이상한 용어가 됐습니다. 사실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서 시중에 돈의 유통량을 확대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우리말로는 ‘현금발행강화’쯤 됩니다. 그냥 이렇게 썼을면 좋았을 텐데요. 지금부터 어떻게 현금발행을 강화하는지 살펴봅니다.

먼저 현금을 찍어냅니다. 그리고 어떻게 풀까요? 남대문시장 앞에서 마구 나눠주면 좋을 텐데요. 한국은행도 가깝고요. 사실은 이렇게 합니다.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흔히 ‘연준이 자산을 매입한다’고 합니다. 연준(FED)이나 일본중앙은행(JOB)같은 중앙은행이 시중의 채권을 사들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연준은 달러를 찍어낸 뒤, 이 달러로 시중의 채권을 삽니다. 그러니까 채권값으로 달러를 지불합니다. 주로 미국 정부나 시중 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사들입니다. 그럼 달러가 미국 정부나 시중은행으로 들어가겠죠?

이렇게 현금(!)이 생긴 미국 정부나 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겁니다. 미국은 최근 3번 넘게 양적완화를 했습니다. 우리 돈 4천조 원 이상을 풀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의 이름을 따서, ‘헬리콥터 벤(Helicopter Ben)’이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하늘에서 돈이 펑펑 내렸습니다.

양적완화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 다시 지출하는 ‘재정’과는 완전히 다른 보따리입니다. 이렇게 하면 정부의 부채가 늘어나지 않습니다. 오직 연준의 달러 발행 머신만 바빠질 뿐입니다.(이게 가능한 것은 미국이 기축통화 달러의 발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로 11%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실업률이 6%까지 떨어지면 양적완화를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2014년 10월 양적완화를 중단했습니다. 지금 미국의 실업률이 놀랍게도 4%대입니다... Oh Obama! Bravo!


퇴원을 준비하는 세계경제

ECB(유럽중앙은행)는 여전히 양적완화를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났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ECB가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서서히 자산매입을 줄여나가는 것을 테이퍼링(Tapering)이라고 합니다. 조금씩 규모를 축소한다는 뜻입니다. 경제전문기자들이 ‘축소’보다 이‘테이퍼링’란 말을 참 좋아합니다.

2014년에 양적완화를 끝낸 미국은 이제 다시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은 양적완화의 테이퍼링을 준비합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로 입원했던 글로벌경제가 많이 회복됐다는 뜻입니다. 치료가 끝나간다는 뜻입니다. 퇴원을 준비한다는 뜻입니다.

양적완화가 갑자기 끝나면 신흥국은 위기가 온다

이렇게 선진국이 돈줄을 조이고 금리를 올리면, 돈이 선진국으로 향합니다. 돈은 늘 돈이 귀해지고, 또 금리(돈의 값)가 높은 곳으로 향합니다. 그럼 우리 같은 신흥국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이 자꾸 빠져나갑니다.

실제 중국은 자꾸 달러가 빠져나갑니다. 해외투자자들이 빠져나갈 때는 중국에 투자했던 위안화 자산(부동산이나 기업이나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꿔 떠납니다.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제 위안화 줄 테니, 달러로 바꿔주세요” 그럼 위안화 매도 압력이 커집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집니다.


급기야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 아래까지 떨어질 분위기입니다. 중국 통화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자꾸 달러를 사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천문학적으로 쌓아둔 외환보유고가 홀~쭉하게 줄어듭니다. 4조 달러에 육박했던 외환보유고가 3조 달러로 줄었습니다.

둑은 원래 한 번 뚫리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서둘러 외환시장의 자물쇠를 조입니다. 중국 내 외국기업들이 송금을 쉽게 못 하게 합니다. 중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금을 못 사게 할 정도입니다. 금을 사면 달러로 사올 테니까요. 달러가 빠져나갑니다. 금 수입규제를 크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는 더 심각합니다. 달러 유출이 가팔라지자, 빠르게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렸습니다. 7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금리를 올렸으니 경기는 더 무거워 질 겁니다. 터키는 더 심각합니다. 달러가 탈출합니다. 떨어지는 리라화 가치를 붙잡아야 합니다. 며칠 전에는 달러화를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리라화’를 사 줄 것을 호소하더군요.

양적완화를 끝낸 글로벌경제는 다시 돈을 거둬들일 태세입니다. 달러 가치가 오릅니다. 시장의 달걀이나 외환시장의 달러나 귀해진다니까 가격이 오릅니다.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바야흐로 ‘달러의 귀환’입니다. 우리가 외환시장의 자물쇠를 다시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잘못하면 털립니다. 딱 20년 전에, 그때 제대로 한 번 털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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