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조롱’ 시험문제 낸 교수…1심 깨고 “위자료 줘라”

입력 2017.01.13 (09:45) 수정 2017.01.1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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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을 담은 시험문제를 낸 홍익대 교수에게 2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노 전 대통령 유족에게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32부(부장판사 박형남)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홍익대 법과대학 류 모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류 교수가 건호씨에게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오늘(13일) 밝혔다.

앞서 류 교수는 2015년 6월 출제한 기말시험에 'Roh(노)는 17세였고 지능지수는 69였다. 그는 6세때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뇌의 결함을 앓게 됐다. 노는 부모가 남겨준 집에서 형 '봉하대군'과 함께 살았다'는 내용을 영문 지문으로 냈다.

이에 건호 씨는 "류 교수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모욕과 경멸이 담긴 인신공격을 해 노 전 대통령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했고 유족의 명예도 침해했다"며 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류 교수 측은 "수강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시사적인 사건을 각색해 사례로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학문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내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류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여 건호씨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류 교수가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을 비하하는 표현을 써서 건호 씨 가족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마음(추모 감정)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망인에 대한 추모 감정은 유족 삶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유족이 스스로 망인에 대한 추모 감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권리는 행복 추구권에서 파생되는 권리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추모 감정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외부에서 부당한 침해를 받았다면 행복 추구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류 교수의 행위가 학문이나 표현의 자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문항은 '풍자'의 외관이지만, 실질 내용은 노 전 대통령이 죽음을 택한 방식을 차용해 희화화함으로써 투신 및 사망 사건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표현에 해당한다"며 "풍자가 요구하는 사회적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어 "시험 문항 내용은 일반인의 소박한 감정에 비춰 보더라도 유족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됨에도, 류 교수는 단 한 번도 건호 씨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며 "다만 해당 시험문제가 제한된 수강생들에게만 배포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500만 원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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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조롱’ 시험문제 낸 교수…1심 깨고 “위자료 줘라”
    • 입력 2017-01-13 09:45:26
    • 수정2017-01-13 09:50:23
    사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을 담은 시험문제를 낸 홍익대 교수에게 2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노 전 대통령 유족에게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32부(부장판사 박형남)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홍익대 법과대학 류 모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류 교수가 건호씨에게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오늘(13일) 밝혔다.

앞서 류 교수는 2015년 6월 출제한 기말시험에 'Roh(노)는 17세였고 지능지수는 69였다. 그는 6세때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뇌의 결함을 앓게 됐다. 노는 부모가 남겨준 집에서 형 '봉하대군'과 함께 살았다'는 내용을 영문 지문으로 냈다.

이에 건호 씨는 "류 교수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모욕과 경멸이 담긴 인신공격을 해 노 전 대통령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했고 유족의 명예도 침해했다"며 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류 교수 측은 "수강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시사적인 사건을 각색해 사례로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학문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내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류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여 건호씨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류 교수가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을 비하하는 표현을 써서 건호 씨 가족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마음(추모 감정)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망인에 대한 추모 감정은 유족 삶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유족이 스스로 망인에 대한 추모 감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권리는 행복 추구권에서 파생되는 권리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추모 감정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외부에서 부당한 침해를 받았다면 행복 추구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류 교수의 행위가 학문이나 표현의 자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문항은 '풍자'의 외관이지만, 실질 내용은 노 전 대통령이 죽음을 택한 방식을 차용해 희화화함으로써 투신 및 사망 사건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표현에 해당한다"며 "풍자가 요구하는 사회적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어 "시험 문항 내용은 일반인의 소박한 감정에 비춰 보더라도 유족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됨에도, 류 교수는 단 한 번도 건호 씨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며 "다만 해당 시험문제가 제한된 수강생들에게만 배포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500만 원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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