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안전 점검 합격해도…또 전통시장 큰불

입력 2017.01.17 (08:34) 수정 2017.01.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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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해 대목인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에 또 다시 불청객, 화마가 들이닥쳤습니다.

50년 전통의 여수 수산시장인데요.

이번 화재로 200여 명의 상인들은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50년 전통의 시장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든 화재 앞에서 더 답답한 것은 대구 서문시장 화재가 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한 달 전 대대적인 소방 점검까지 벌였지만 대형 화재를 막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취재 결과 화재가 나기 불과 사흘 전 진행한 전기 설비 점검에서도 안전 판정을 받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화마가 할퀴고 간 여수 시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화재가 난 지 이틀째인 어제.

설 대목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쳐야 할 시장에 적막함만 감돌았습니다.

잿더미로 변한 삶의 터전 앞에서 망연자실한 상인들은 눈물조차 말라버렸습니다.

<녹취> 피해 상인 B(음성변조) : “하루아침에 완전 날벼락 맞은 거예요. 일요일에 팔려고 물건 많이 내다 놓고 만들어놓고 그래놨는데 갑자기 이렇게 밤에 이런 난리를 만나니까 진짜 죽고 싶은 심정이죠.”

앙상하게 남은 철골 구조물.

시커멓게 그을린 수족관을 지켜보는 상인들의 가슴도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소방서 추산 피해액은 5억 원.

하지만 상인들이 주장하는 실제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1년 매출의 3분의 1을 설대목에 올리는 이곳 수산시장 상인들.

때문에 주말과 설대목을 한껏 기대하고 물건을 비축해둔 상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화재 이후 시장출입 자체가 금지된 상인들은 가게를 목전에 두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데요.

<인터뷰> 서동현(피해 상인) : “보고 있으면서도 (물건을) 못 뺀다니까요. 미치겠어요, 지금 상황은. 물건은 녹아서 내려앉고 있지, 빼지는 못하죠.”

다문화가정 사람들이 자립의 꿈을 키워 온 터전이자, 시장의 관광명물이었던 바이킹 야시장도 화재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그나마 냉동고에 있던 물건들이라도 살려낼 수 있기만을 기대하는 상인들을 위해 끊어진 전기를 복구하기 위한 긴급복구작업이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추가 화재 위험 때문에 녹록치 않습니다.

<인터뷰> 서윤섭(한국전력 여수지사 배전운영부장) : “냉동기 자체가 열을 받았거나 화재, 화염에 싸여있기 때문에 냉동기 고장 우려가 있어서 추가로 전기를 넣으면 추가 화재 우려가 있습니다.”

수산시장 1층에 자리잡은 120개 점포 가운데 무려 116개를 집어삼킨 화재.

불길이 시작된 건 그제 새벽 2시 20분쯤이었습니다.

<녹취> 여수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최초 목격자가 관광객이었는데 인근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거 보시고 먼저 신고했어요.”

당시 1층 한 횟집에서 불꽃이 튀는 모습이 폐쇄 회로 TV에 잡혔습니다.

불꽃은 삽시간에 번졌고 불이 난지 2시간 여 만인 오전 4시 24분에서야 완전히 꺼졌습니다.

불길은 칸막이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좌판형 가게들을 집어 삼켰습니다.

현재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국과수의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시장 1층 활어 건어물 코너 기둥과 연결관 배전판에서 끊어진 전기선을 찾아낸 경찰은 전기누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들어가는 사람도 없고 셔터가 닫혀져 있었기 때문에 누전으로 추정하고 감식하는 중이에요. 누전되면 전선이 단락흔이라고 해서 끊어지는 거예요. 그걸 찾아냈단 말이죠.”

지난해 11월, 대구 서문시장 화재이후 전통시장에 대한 불조심이 더 중요해진 상황.

여수수산시장 역시 지난달 초 25명 규모의 점검반이 투입된 대대적인 화재 예방점검이 있었습니다.

점검 당시 여수 수산 시장은 건물 옥상에서 생선 건조시 화재발생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만 1건 나왔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 화재에서도 경보기나 소화전 등은 정상이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습니다.

<녹취> 여수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설비, 소화활동설비, 소화용수설비 뭐 이런 식으로 돼 있는데요. 정상적으로 지금 다 작동을 한 거로 확인이 됐어요.”

그러나 실제 시장 구조와 규모, 화재의 위력을 고려했을 때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해가 되지않은 부분은 또 있습니다.

취재팀이 확보한 전기점검 결과입니다.

화재가 나기 불과 사흘 전 실시된 이 점검에서도 여수수산시장은 모두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녹취> 전기점검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기본적으로 의무적으로 하는 점검이 있어요. 인화성 물질이라든가 주변 전기 사용 장소에 특이한 사항이 있는가 그런 내용을 보는 겁니다.”

그러나 수산시장은 수족관과 냉동창고 가동 등 전기와 관련된 화재 가능성이 높아 평소 전기 안전과 불조심에 대한 주의가 더 요구되는데요.

<녹취> 전기점검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점검이 이제 워낙 많다 보니까 우리가 점검할 수 있는 부분은 전기 패널이 있잖아요. 그거에서 점검하고. 그다음에 우리가 일일이 전부 다 해체해서 볼 수가 없어요.”

전통시장 화재 점검이 겉핥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중소기업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과 2015년 2년간 화재 점검을 실시한 뒤 불이 난 전통시장은 17곳에 달했습니다.

길어야 5개월 안에 짧게는 점검 다음날 불이 났습니다.

경찰도 이번 화재와 관련해 안전 점검 과정과 내용이 적절했는 지 조사할 방침입니다.

갑작스런 화마에 터전을 뺏긴 상인들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녹취> 피해 상인 B(음성변조) : “빨리 좀 복구를 해주면 장사를 해야죠. 설을 쇠야 될 거 아니에요. 얼른 (복구) 돼야죠. 설이 열흘뿐이 더 남았습니까….”

여수시와 전라남도는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시 판매장을 개설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상인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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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안전 점검 합격해도…또 전통시장 큰불
    • 입력 2017-01-17 08:35:12
    • 수정2017-01-17 09: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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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해 대목인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에 또 다시 불청객, 화마가 들이닥쳤습니다.

50년 전통의 여수 수산시장인데요.

이번 화재로 200여 명의 상인들은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50년 전통의 시장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든 화재 앞에서 더 답답한 것은 대구 서문시장 화재가 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한 달 전 대대적인 소방 점검까지 벌였지만 대형 화재를 막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취재 결과 화재가 나기 불과 사흘 전 진행한 전기 설비 점검에서도 안전 판정을 받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화마가 할퀴고 간 여수 시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화재가 난 지 이틀째인 어제.

설 대목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쳐야 할 시장에 적막함만 감돌았습니다.

잿더미로 변한 삶의 터전 앞에서 망연자실한 상인들은 눈물조차 말라버렸습니다.

<녹취> 피해 상인 B(음성변조) : “하루아침에 완전 날벼락 맞은 거예요. 일요일에 팔려고 물건 많이 내다 놓고 만들어놓고 그래놨는데 갑자기 이렇게 밤에 이런 난리를 만나니까 진짜 죽고 싶은 심정이죠.”

앙상하게 남은 철골 구조물.

시커멓게 그을린 수족관을 지켜보는 상인들의 가슴도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소방서 추산 피해액은 5억 원.

하지만 상인들이 주장하는 실제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1년 매출의 3분의 1을 설대목에 올리는 이곳 수산시장 상인들.

때문에 주말과 설대목을 한껏 기대하고 물건을 비축해둔 상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화재 이후 시장출입 자체가 금지된 상인들은 가게를 목전에 두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데요.

<인터뷰> 서동현(피해 상인) : “보고 있으면서도 (물건을) 못 뺀다니까요. 미치겠어요, 지금 상황은. 물건은 녹아서 내려앉고 있지, 빼지는 못하죠.”

다문화가정 사람들이 자립의 꿈을 키워 온 터전이자, 시장의 관광명물이었던 바이킹 야시장도 화재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그나마 냉동고에 있던 물건들이라도 살려낼 수 있기만을 기대하는 상인들을 위해 끊어진 전기를 복구하기 위한 긴급복구작업이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추가 화재 위험 때문에 녹록치 않습니다.

<인터뷰> 서윤섭(한국전력 여수지사 배전운영부장) : “냉동기 자체가 열을 받았거나 화재, 화염에 싸여있기 때문에 냉동기 고장 우려가 있어서 추가로 전기를 넣으면 추가 화재 우려가 있습니다.”

수산시장 1층에 자리잡은 120개 점포 가운데 무려 116개를 집어삼킨 화재.

불길이 시작된 건 그제 새벽 2시 20분쯤이었습니다.

<녹취> 여수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최초 목격자가 관광객이었는데 인근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거 보시고 먼저 신고했어요.”

당시 1층 한 횟집에서 불꽃이 튀는 모습이 폐쇄 회로 TV에 잡혔습니다.

불꽃은 삽시간에 번졌고 불이 난지 2시간 여 만인 오전 4시 24분에서야 완전히 꺼졌습니다.

불길은 칸막이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좌판형 가게들을 집어 삼켰습니다.

현재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국과수의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시장 1층 활어 건어물 코너 기둥과 연결관 배전판에서 끊어진 전기선을 찾아낸 경찰은 전기누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들어가는 사람도 없고 셔터가 닫혀져 있었기 때문에 누전으로 추정하고 감식하는 중이에요. 누전되면 전선이 단락흔이라고 해서 끊어지는 거예요. 그걸 찾아냈단 말이죠.”

지난해 11월, 대구 서문시장 화재이후 전통시장에 대한 불조심이 더 중요해진 상황.

여수수산시장 역시 지난달 초 25명 규모의 점검반이 투입된 대대적인 화재 예방점검이 있었습니다.

점검 당시 여수 수산 시장은 건물 옥상에서 생선 건조시 화재발생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만 1건 나왔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 화재에서도 경보기나 소화전 등은 정상이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습니다.

<녹취> 여수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설비, 소화활동설비, 소화용수설비 뭐 이런 식으로 돼 있는데요. 정상적으로 지금 다 작동을 한 거로 확인이 됐어요.”

그러나 실제 시장 구조와 규모, 화재의 위력을 고려했을 때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해가 되지않은 부분은 또 있습니다.

취재팀이 확보한 전기점검 결과입니다.

화재가 나기 불과 사흘 전 실시된 이 점검에서도 여수수산시장은 모두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녹취> 전기점검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기본적으로 의무적으로 하는 점검이 있어요. 인화성 물질이라든가 주변 전기 사용 장소에 특이한 사항이 있는가 그런 내용을 보는 겁니다.”

그러나 수산시장은 수족관과 냉동창고 가동 등 전기와 관련된 화재 가능성이 높아 평소 전기 안전과 불조심에 대한 주의가 더 요구되는데요.

<녹취> 전기점검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점검이 이제 워낙 많다 보니까 우리가 점검할 수 있는 부분은 전기 패널이 있잖아요. 그거에서 점검하고. 그다음에 우리가 일일이 전부 다 해체해서 볼 수가 없어요.”

전통시장 화재 점검이 겉핥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중소기업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과 2015년 2년간 화재 점검을 실시한 뒤 불이 난 전통시장은 17곳에 달했습니다.

길어야 5개월 안에 짧게는 점검 다음날 불이 났습니다.

경찰도 이번 화재와 관련해 안전 점검 과정과 내용이 적절했는 지 조사할 방침입니다.

갑작스런 화마에 터전을 뺏긴 상인들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녹취> 피해 상인 B(음성변조) : “빨리 좀 복구를 해주면 장사를 해야죠. 설을 쇠야 될 거 아니에요. 얼른 (복구) 돼야죠. 설이 열흘뿐이 더 남았습니까….”

여수시와 전라남도는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시 판매장을 개설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상인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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