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복식 강자’ 고성현 국가대표 은퇴…“심리학도로 변신”

입력 2017.01.19 (09:36) 수정 2017.01.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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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복식 강자 고성현(30·김천시청)이 10년간 몸담았던 국가대표팀을 떠난다.

운동하면서 틈틈이 공부한 스포츠심리학에 푹 빠진 고성현은 '제2의 인생'도 심리학에서 찾을 예정이다.

18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고성현은 "심리학 강의가 안 졸리고 재밌더라"라며 "아직은 부족하지만 공부해서 교수도 하고 싶다"며 대표팀 은퇴 이후의 계획을 밝혔다.

고성현은 현재 안동대 스포츠심리학 박사 과정에 있다. 스포츠 지도를 전공으로 석사도 마친 '학구파'다.

고성현은 "사실 이론적으로는 약하다. 그러나 실전에 적용하면 '다 내가 겪은 일들인데'라는 생각에 잘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고성현은 이달 말 태릉선수촌에서 퇴촌하면서 태극마크도 반납한다.

은퇴 후에는 우선 국가대표 훈련과 경기 출전으로 쓰지 못했던 논문을 완성할 계획이다.

대표팀에서는 떠나지만, 배드민턴 자체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김천시청 소속으로 선수 생활은 이어간다. 또 꾸준히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리그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국제대회에도 종종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고성현은 "배드민턴이 여전히 재밌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올림픽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방안을 고민했었다. 그러나 막상 은퇴하려니 망설여지기도 했다.

고성현은 "11∼12월에 고민을 많이 했다. 태극마크를 놓기가 쉽지 않았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떠나는 것이어서 더욱 그랬다"고 돌아봤다.

19일 기준으로 고성현은 김하나(28·삼성전기)와 함께 혼합복식 세계랭킹 2위에 올라 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아쉽게 8강에서 탈락했지만, 고성현-김하나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혼합복식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며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다.

고성현은 "하나에게 미안하다"며 "파트너니까 올림픽 전부터 나의 은퇴에 대해 미리 이야기했었다. 하나는 제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주고 있지만, 아쉽기는 할 것이다. 저도 아주 아쉬우니까"라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고성현은 혼합복식뿐 아니라 남자복식에서도 활약했다.

그는 "혼합복식을 하면서 넘치는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보완했다. 고마운 종목"이라면서도 "그래도 남자복식이 더 재밌기는 했다"고 돌아봤다.

남자복식은 그를 울고 웃게 만든 종목이었다.

고성현은 지난 10년간의 대표팀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이용대와 파트너 결별을 해야 했던 시간을 꼽았다.

고성현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로 이용대와 짝을 이뤄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약 1년 후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파트너 교체 대상이 됐다. 고성현은 신백철과, 이용대는 유연성과 새로 짝을 맞췄다.

고성현은 "심리적으로 불안하던 때였는데, 용대랑 그만하게 됐을 때는 '조금만 기다려준다면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충격을 받았다. 대표팀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배운 것도 많았다"라며 "'내가 좀 더 준비하고 흔들리지 않는 선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프지만 성숙했던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전화위복이기도 했다. 그 이후로 고성현은 신백철과 함께 최고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고성현은 국가대표로서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2014년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 신백철과 함께 딴 남자복식 금메달을 꼽았다.

당시 결승전 상대는 이용대-유연성이었다. 고성현은 "연습 때도 한 번도 이용대-유연성을 못 이겼었는데 결승전에서 이겼다"며 웃었다. 이는 한국 배드민턴이 세계선수권에서 획득한 15년 만의 금메달이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모두가 힘을 합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순간도 고성현을 미소 짓게 한다.

이제 대표팀을 떠나는 고성현은 후배들에게 "더 많이 알려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며 "스스로 당당하게, 그리고 더 재밌게 배드민턴을 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선배들에게 맞추지만 말고, 밟고 올라서라"라며 "선배의 강점을 내 강점으로 만들고, 선배의 약점을 파악해서 공략해야 한다. 그러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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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드민턴 복식 강자’ 고성현 국가대표 은퇴…“심리학도로 변신”
    • 입력 2017-01-19 09:36:21
    • 수정2017-01-19 09:41:03
    연합뉴스
배드민턴 복식 강자 고성현(30·김천시청)이 10년간 몸담았던 국가대표팀을 떠난다.

운동하면서 틈틈이 공부한 스포츠심리학에 푹 빠진 고성현은 '제2의 인생'도 심리학에서 찾을 예정이다.

18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고성현은 "심리학 강의가 안 졸리고 재밌더라"라며 "아직은 부족하지만 공부해서 교수도 하고 싶다"며 대표팀 은퇴 이후의 계획을 밝혔다.

고성현은 현재 안동대 스포츠심리학 박사 과정에 있다. 스포츠 지도를 전공으로 석사도 마친 '학구파'다.

고성현은 "사실 이론적으로는 약하다. 그러나 실전에 적용하면 '다 내가 겪은 일들인데'라는 생각에 잘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고성현은 이달 말 태릉선수촌에서 퇴촌하면서 태극마크도 반납한다.

은퇴 후에는 우선 국가대표 훈련과 경기 출전으로 쓰지 못했던 논문을 완성할 계획이다.

대표팀에서는 떠나지만, 배드민턴 자체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김천시청 소속으로 선수 생활은 이어간다. 또 꾸준히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리그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국제대회에도 종종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고성현은 "배드민턴이 여전히 재밌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올림픽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방안을 고민했었다. 그러나 막상 은퇴하려니 망설여지기도 했다.

고성현은 "11∼12월에 고민을 많이 했다. 태극마크를 놓기가 쉽지 않았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떠나는 것이어서 더욱 그랬다"고 돌아봤다.

19일 기준으로 고성현은 김하나(28·삼성전기)와 함께 혼합복식 세계랭킹 2위에 올라 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아쉽게 8강에서 탈락했지만, 고성현-김하나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혼합복식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며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다.

고성현은 "하나에게 미안하다"며 "파트너니까 올림픽 전부터 나의 은퇴에 대해 미리 이야기했었다. 하나는 제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주고 있지만, 아쉽기는 할 것이다. 저도 아주 아쉬우니까"라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고성현은 혼합복식뿐 아니라 남자복식에서도 활약했다.

그는 "혼합복식을 하면서 넘치는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보완했다. 고마운 종목"이라면서도 "그래도 남자복식이 더 재밌기는 했다"고 돌아봤다.

남자복식은 그를 울고 웃게 만든 종목이었다.

고성현은 지난 10년간의 대표팀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이용대와 파트너 결별을 해야 했던 시간을 꼽았다.

고성현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로 이용대와 짝을 이뤄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약 1년 후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파트너 교체 대상이 됐다. 고성현은 신백철과, 이용대는 유연성과 새로 짝을 맞췄다.

고성현은 "심리적으로 불안하던 때였는데, 용대랑 그만하게 됐을 때는 '조금만 기다려준다면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충격을 받았다. 대표팀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배운 것도 많았다"라며 "'내가 좀 더 준비하고 흔들리지 않는 선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프지만 성숙했던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전화위복이기도 했다. 그 이후로 고성현은 신백철과 함께 최고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고성현은 국가대표로서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2014년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 신백철과 함께 딴 남자복식 금메달을 꼽았다.

당시 결승전 상대는 이용대-유연성이었다. 고성현은 "연습 때도 한 번도 이용대-유연성을 못 이겼었는데 결승전에서 이겼다"며 웃었다. 이는 한국 배드민턴이 세계선수권에서 획득한 15년 만의 금메달이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모두가 힘을 합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순간도 고성현을 미소 짓게 한다.

이제 대표팀을 떠나는 고성현은 후배들에게 "더 많이 알려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며 "스스로 당당하게, 그리고 더 재밌게 배드민턴을 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선배들에게 맞추지만 말고, 밟고 올라서라"라며 "선배의 강점을 내 강점으로 만들고, 선배의 약점을 파악해서 공략해야 한다. 그러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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