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도 보험…12만 원으로 질병 예측?

입력 2017.01.19 (15:25) 수정 2017.01.19 (15: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Bank사진 출처: Getty images Bank

앞으로 유전자 검사에 보험이 확대 적용되면서 유전자 검사가 더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6년 6월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에서도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제한을 푼 데 이어 올해 3월부터는 보험 적용이 되는 유전자 검사 항목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유전자 검사는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이를 통해 발병 위험이 높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음을 확인하고 미리 유방과 난소 절제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보험 적용으로 유전자 검사 비용이 낮아져 보편화되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유전자는 사주팔자?

유전자를 '사주팔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병에 걸리는지 유전자가 다 알려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다. 하지만 유전자는 과학이다. 과학적으로 연구된 특정한 경우와 관련해서 정확하게 알려준다. 따라서 막연하게 '나중에 무슨 병에 걸릴까'가 궁금해 점을 보듯이 유전자 검사를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서울대 의대 바이오 정보의학센터 김주한 교수는 "임신했을 때 태아의 상태를 살피거나, 희귀 질환이나 암에 걸렸을 때 유전자 검사가 유용하게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 가능 항목은?

국내에서는 검사할 수 있는 항목들이 제한돼있다. 암에 걸린 경우 유전자 분석을 하기 위해 검사를 하거나, 유전자에 따른 약물 반응성을 살필 때, 그리고 출산 시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 등이 가능하다.

12만 원으로 검사 가능


검사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유전자는 우리 몸의 세포에 있기 때문에 머리카락이나 침, 혈액을 통해 검사가 가능하다. 제한된 몇 가지 항목의 검사는 12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하루 만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

3월부터 보험 적용되는 분야

대표적으로 '암' 분야가 있다. 항암제를 선택하기 위해 암세포를 떼어내 유전자 검사를 하면 암 치료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의학계는 전망한다.

암은 유전자가 변형되는 병이기 때문에 암에 걸릴 경우, 유전자 중 돌연변이가 생긴다. 그 돌연변이의 정도에 따라 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과 부작용도 달라진다.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1억 원 정도의 고가이지만, 유전형 검사를 통해 '양성'으로 나타난 경우, 그 고가의 약물도 건강보험에서 제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아 유전자 검사는 부분적으로 보험이 적용된다. 최근 노산이 많아지면서 태아의 기형 여부를 알아보려는 산모들이 많다. 기존까지 이뤄져 온 양수검사는 태아가 살고 있는 집에 바늘을 꽂는 등, 태아에게 위험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산모의 혈액에 섞여 나오는 태아의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게 돼 태아에게도, 산모에게도 안전한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앤젤리나 졸리처럼 질병 예측?


앤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 이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오자, 발병 전에 유방을 절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검사로 차후 발병 확률을 100% 알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암의 발병률을 높이는 BRCA1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가족력이 있었기 때문에 발병 확률이 거의 100%에 해당해 예방적 절제술이 권고된 경우다. 이는 아주 특수한 상황에 해당하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든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유전자 검사로 예측 가능한 질병은?

정부가 제한적으로 허용한 범위는 탈모 등의 미용 관련 그리고 예방 가능한 질병 등을 알아보는 것까지 해당한다. 의학적으로 덜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흥미를 느낀 분야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유전자 검사의 예측 가능성은 높을까.

질환 종류에 따라 예측 가능성이 다르다. 희귀 질환이나 암의 경우 예측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태아의 기형 여부를 가리는 정확성 또한 높아졌다. 그리고 유전자에 따라 약물 반응이 다르므로 약물을 가려 써야 하는데, 이에 대한 예측 정확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질병에 대해서는 예측 가능성이 낮다. 김 교수는 "해당 질병은 한두 개의 유전자가 아닌 수십 개, 수백 개의 유전자가 관련돼 질병을 결정하기 때문에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질병은 후천적인 생활 습관 때문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식사나 운동을 잘하면 걸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로 미리 예측하기 힘들다.

유전자 검사로 탈모 치료도 가능?


유전자 검사는 젊은 나이에 머리가 빠지는 '30대 탈모'와 관련해 정확하게 예측한다. 김 교수는 "의사들이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예방 방법이 있는 걸로 안다"며 탈모 예방 치료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가 2016년 6월에 허용한 항목 중에는 유방암 검사가 제외돼 있다. 하지만 유방암 검사는 병원을 통하지 않아도 되는 분야에서 빠진 것일 뿐, 의료기관에서 검사하는 것은 상관없다. 필요하다면 지금도 병원에서 검사할 수 있다.

'친자확인' 검사는?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온 유전자 검사는 주로 '친자확인'을 하는 데 사용돼 왔다. 김 교수는 "친자확인은 아주 오래된 기법으로 몹시 쉬운 검사"라고 말하며 "현재는 30억 가지 요소를 확인해 친자 정도가 아니라 모든 가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검사, 악용될 가능성도

영화 '가타카'(1998년 개봉)영화 '가타카'(1998년 개봉)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로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유전자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직업을 결정하기도 하고 운동 능력을 평가할 수도 있다.

유전자 검사가 악용될 경우에는 영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유전자를 통해 단거리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고, 범죄 성향이 강한 사람을 추정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또한 유전자라는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성도 존재하는 만큼 신중하게 활용돼야 한다.

유전자 검사·건강검진 중 어느 것?


유전자 검사와 건강검진은 보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 검진은 현재 건강 상태를 보는 것이지만 유전자 검사는 타고난 건강 상태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한 번은 건강검진, 다음번에는 유전자 분석을 하며 각 개인마다 어떤 약과 음식, 운동이 필요한지 이야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1월 15일(일) 방송된 KBS 1라디오 '생생 라디오 매거진 김승채입니다'에서는 서울대 의대 바이오 정보의학센터 김주한 교수가 출연해 대중화되는 유전자 검사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방송은 '다시 듣기'로 들을 수 있다.

최정윤 kbs.choijy@kbs.co.kr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유전자 검사도 보험…12만 원으로 질병 예측?
    • 입력 2017-01-19 15:25:31
    • 수정2017-01-19 15:25:42
    IT·과학
사진 출처: Getty images Bank 앞으로 유전자 검사에 보험이 확대 적용되면서 유전자 검사가 더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6년 6월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에서도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제한을 푼 데 이어 올해 3월부터는 보험 적용이 되는 유전자 검사 항목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유전자 검사는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이를 통해 발병 위험이 높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음을 확인하고 미리 유방과 난소 절제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보험 적용으로 유전자 검사 비용이 낮아져 보편화되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유전자는 사주팔자? 유전자를 '사주팔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병에 걸리는지 유전자가 다 알려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다. 하지만 유전자는 과학이다. 과학적으로 연구된 특정한 경우와 관련해서 정확하게 알려준다. 따라서 막연하게 '나중에 무슨 병에 걸릴까'가 궁금해 점을 보듯이 유전자 검사를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서울대 의대 바이오 정보의학센터 김주한 교수는 "임신했을 때 태아의 상태를 살피거나, 희귀 질환이나 암에 걸렸을 때 유전자 검사가 유용하게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 가능 항목은? 국내에서는 검사할 수 있는 항목들이 제한돼있다. 암에 걸린 경우 유전자 분석을 하기 위해 검사를 하거나, 유전자에 따른 약물 반응성을 살필 때, 그리고 출산 시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 등이 가능하다. 12만 원으로 검사 가능 검사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유전자는 우리 몸의 세포에 있기 때문에 머리카락이나 침, 혈액을 통해 검사가 가능하다. 제한된 몇 가지 항목의 검사는 12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하루 만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 3월부터 보험 적용되는 분야 대표적으로 '암' 분야가 있다. 항암제를 선택하기 위해 암세포를 떼어내 유전자 검사를 하면 암 치료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의학계는 전망한다. 암은 유전자가 변형되는 병이기 때문에 암에 걸릴 경우, 유전자 중 돌연변이가 생긴다. 그 돌연변이의 정도에 따라 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과 부작용도 달라진다.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1억 원 정도의 고가이지만, 유전형 검사를 통해 '양성'으로 나타난 경우, 그 고가의 약물도 건강보험에서 제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아 유전자 검사는 부분적으로 보험이 적용된다. 최근 노산이 많아지면서 태아의 기형 여부를 알아보려는 산모들이 많다. 기존까지 이뤄져 온 양수검사는 태아가 살고 있는 집에 바늘을 꽂는 등, 태아에게 위험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산모의 혈액에 섞여 나오는 태아의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게 돼 태아에게도, 산모에게도 안전한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앤젤리나 졸리처럼 질병 예측? 앤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 이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오자, 발병 전에 유방을 절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검사로 차후 발병 확률을 100% 알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암의 발병률을 높이는 BRCA1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가족력이 있었기 때문에 발병 확률이 거의 100%에 해당해 예방적 절제술이 권고된 경우다. 이는 아주 특수한 상황에 해당하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든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유전자 검사로 예측 가능한 질병은? 정부가 제한적으로 허용한 범위는 탈모 등의 미용 관련 그리고 예방 가능한 질병 등을 알아보는 것까지 해당한다. 의학적으로 덜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흥미를 느낀 분야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유전자 검사의 예측 가능성은 높을까. 질환 종류에 따라 예측 가능성이 다르다. 희귀 질환이나 암의 경우 예측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태아의 기형 여부를 가리는 정확성 또한 높아졌다. 그리고 유전자에 따라 약물 반응이 다르므로 약물을 가려 써야 하는데, 이에 대한 예측 정확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질병에 대해서는 예측 가능성이 낮다. 김 교수는 "해당 질병은 한두 개의 유전자가 아닌 수십 개, 수백 개의 유전자가 관련돼 질병을 결정하기 때문에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질병은 후천적인 생활 습관 때문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식사나 운동을 잘하면 걸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로 미리 예측하기 힘들다. 유전자 검사로 탈모 치료도 가능? 유전자 검사는 젊은 나이에 머리가 빠지는 '30대 탈모'와 관련해 정확하게 예측한다. 김 교수는 "의사들이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예방 방법이 있는 걸로 안다"며 탈모 예방 치료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가 2016년 6월에 허용한 항목 중에는 유방암 검사가 제외돼 있다. 하지만 유방암 검사는 병원을 통하지 않아도 되는 분야에서 빠진 것일 뿐, 의료기관에서 검사하는 것은 상관없다. 필요하다면 지금도 병원에서 검사할 수 있다. '친자확인' 검사는?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온 유전자 검사는 주로 '친자확인'을 하는 데 사용돼 왔다. 김 교수는 "친자확인은 아주 오래된 기법으로 몹시 쉬운 검사"라고 말하며 "현재는 30억 가지 요소를 확인해 친자 정도가 아니라 모든 가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검사, 악용될 가능성도 영화 '가타카'(1998년 개봉)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로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유전자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직업을 결정하기도 하고 운동 능력을 평가할 수도 있다. 유전자 검사가 악용될 경우에는 영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유전자를 통해 단거리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고, 범죄 성향이 강한 사람을 추정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또한 유전자라는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성도 존재하는 만큼 신중하게 활용돼야 한다. 유전자 검사·건강검진 중 어느 것? 유전자 검사와 건강검진은 보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 검진은 현재 건강 상태를 보는 것이지만 유전자 검사는 타고난 건강 상태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한 번은 건강검진, 다음번에는 유전자 분석을 하며 각 개인마다 어떤 약과 음식, 운동이 필요한지 이야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1월 15일(일) 방송된 KBS 1라디오 '생생 라디오 매거진 김승채입니다'에서는 서울대 의대 바이오 정보의학센터 김주한 교수가 출연해 대중화되는 유전자 검사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방송은 '다시 듣기'로 들을 수 있다. 최정윤 kbs.choijy@kbs.co.kr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