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되풀이 된 “기다려라”…대응 매뉴얼 적절성 ‘논란’

입력 2017.01.22 (21:18) 수정 2017.01.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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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전동차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승무원들이 처음 인지한 시각은 정확히 오전 6시 28분입니다.

기관사는 곧바로 상황을 관제소에 알리고, 승객들에겐 열차 안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는데요, 이때가 6시 29분입니다.

그리고 대피 안내 방송은 2분 뒤인 6시 31분, 사고를 인지한 시간을 기준으로 3분 뒤에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상당수 승객들이 전동차 문과 스크린 도어를 열고 스스로 대피한 뒤였습니다.

서울메트로 측은 모든 초동조치가 매뉴얼대로 이뤄졌다고 밝혔는데요, 문제는, 기관사의 '대기하라'는 안내를 못 믿고 승객들이 알아서 대피한 오늘(22일) 같은 상황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매뉴얼에는 문제가 없는 건지, 김기화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월, 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

열차가 멈춰 섰지만 대피 안내 방송이 늦어지자 승객들이 문을 열고 선로로 쏟아져 나옵니다.

<녹취> 정해영(사고 당시 대피 승객/지난해 1월) : "안내방송이 안 나오고 안 나온 상태에서 사람들이 비상문을 열고 내려서 갔어요."

이에 앞선 2014년 6월 상왕십리역,

열차가 추돌했는데도 기관사는 한동안 기다리라는 안내방송만 되풀이합니다.

불안에 휩싸인 승객들이 선로로 몰려나오면서 2백여 명이 다쳤습니다.

비슷한 상황은 또 반복됐습니다.

기관사가 '대기' 안내 방송을 한 채 관제소의 지시를 기다리는 사이 객차에 연기가 차오르자 승객들이 대피 지시 방송보다 먼저 몸을 피한 겁니다.

서울메트로의 매뉴얼에는 기관사가 5분 안에 승객 대피를 유도하라는 내용만 있고, 철도안전법상, 대피 명령 등 철도 관제 업무는 관제사만 하도록 돼 있습니다.

<녹취> 서울메트로 관계자 : "기관사분이 혼자서 판단하면 안 되고요. 본사 관제 통제실하고 연락을 해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에 통제실의 지시하에(조치해야 합니다.)"

관제소가 전체 상황을 통제하라는 취지지만, 분초를 다투는 지하철 화재의 특성상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하는 겁니다.

<녹취> 권영국(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기관사에게) 권한을 줘야죠. 그런데 그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바보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보고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거죠."

신속한 안내방송으로 시민 안전을 유도할 수 있는 보다 촘촘한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김기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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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1-23 10: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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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전동차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승무원들이 처음 인지한 시각은 정확히 오전 6시 28분입니다. 기관사는 곧바로 상황을 관제소에 알리고, 승객들에겐 열차 안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는데요, 이때가 6시 29분입니다. 그리고 대피 안내 방송은 2분 뒤인 6시 31분, 사고를 인지한 시간을 기준으로 3분 뒤에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상당수 승객들이 전동차 문과 스크린 도어를 열고 스스로 대피한 뒤였습니다. 서울메트로 측은 모든 초동조치가 매뉴얼대로 이뤄졌다고 밝혔는데요, 문제는, 기관사의 '대기하라'는 안내를 못 믿고 승객들이 알아서 대피한 오늘(22일) 같은 상황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매뉴얼에는 문제가 없는 건지, 김기화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월, 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 열차가 멈춰 섰지만 대피 안내 방송이 늦어지자 승객들이 문을 열고 선로로 쏟아져 나옵니다. <녹취> 정해영(사고 당시 대피 승객/지난해 1월) : "안내방송이 안 나오고 안 나온 상태에서 사람들이 비상문을 열고 내려서 갔어요." 이에 앞선 2014년 6월 상왕십리역, 열차가 추돌했는데도 기관사는 한동안 기다리라는 안내방송만 되풀이합니다. 불안에 휩싸인 승객들이 선로로 몰려나오면서 2백여 명이 다쳤습니다. 비슷한 상황은 또 반복됐습니다. 기관사가 '대기' 안내 방송을 한 채 관제소의 지시를 기다리는 사이 객차에 연기가 차오르자 승객들이 대피 지시 방송보다 먼저 몸을 피한 겁니다. 서울메트로의 매뉴얼에는 기관사가 5분 안에 승객 대피를 유도하라는 내용만 있고, 철도안전법상, 대피 명령 등 철도 관제 업무는 관제사만 하도록 돼 있습니다. <녹취> 서울메트로 관계자 : "기관사분이 혼자서 판단하면 안 되고요. 본사 관제 통제실하고 연락을 해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에 통제실의 지시하에(조치해야 합니다.)" 관제소가 전체 상황을 통제하라는 취지지만, 분초를 다투는 지하철 화재의 특성상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하는 겁니다. <녹취> 권영국(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기관사에게) 권한을 줘야죠. 그런데 그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바보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보고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거죠." 신속한 안내방송으로 시민 안전을 유도할 수 있는 보다 촘촘한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김기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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