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한인피해 가볍게 보나…경찰서장 면직·치안총수 재신임

입력 2017.01.26 (11:24) 수정 2017.01.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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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경찰관들이 한국인들을 상대로 벌인 강도와 납치·살해 등 강력 범죄에 대한 필리핀 정부의 후속책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번 사태의 총 책임자인 경찰 총수는 사퇴 압박에도 재신임을 받고 사건 발생지역의 경찰서장만 자리에서 물러났다. 필리핀 사법체계상 범죄를 저지른 경찰관들에 대한 신속한 형사처벌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필리핀 앙헬레스 시의 시드니 빌라플로르 경찰서장이 한국인 상대 강력사건의 발생과 관련, 직위 해제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26일 전했다.

아론 아키노 중부루손지방경찰청장은 "그의 면직은 범죄 연루에 관계없이 부하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중부의 대표 관광도시인 앙헬레스에서는 작년 12월 말 한국인 골프 관광객 3명이 불법 도박 누명을 쓰고 현지 경찰관들에게 연행됐다. 이들 관광객은 앙헬레스 경찰서에 약 8시간 구금됐다가 30만 페소(약 700만 원)의 몸값을 주고 풀려날 수 있었다.

이 도시에서는 작년 10월 한국인 사업가 지모(53) 씨가 몸값을 노린 경찰관들에게 납치됐다. 마약 단속을 빙자한 경찰관들이 지 씨를 수도 마닐라의 경찰청 본부로 끌고 가 그 안에서 목 졸라 살해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필리핀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 심장부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자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불거졌다.

이에 따라 델라로사 청장이 지난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날 경찰청에서 열린 델라로사 청장의 생일파티에 참석,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사의를 반려했다.

경찰관들이 무고한 외국인을 상대로 잇달아 흉악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경찰서장 혼자 지휘 책임을 진 것이다.

또 지 씨 납치·사건의 진실도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사벨 경사가 이 사건의 주범으로 체포됐지만, 그는 지 씨 살해 현장에 없었고 자신의 상관인 경찰청 마약단속팀장 등 경찰 간부 2명이 배후에 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인 골프 관광객을 상대로 한 금품 갈취사건과 관련, 해당 경찰관 7명에 대해서는 직위해제와 함께 감찰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필리핀 경찰청 차장에 따르면 이들 경찰관에 대한 형사 절차도 진행하고 있으며, 조간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에서는 살인사건의 경우 1심 재판에만 3∼5년이 걸리기도 하는 등 사법 절차가 느리게 진행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 교민은 "한인들의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필리핀 정부에 관련자 엄중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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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한인피해 가볍게 보나…경찰서장 면직·치안총수 재신임
    • 입력 2017-01-26 11:24:18
    • 수정2017-01-26 11:32:20
    국제
필리핀 경찰관들이 한국인들을 상대로 벌인 강도와 납치·살해 등 강력 범죄에 대한 필리핀 정부의 후속책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번 사태의 총 책임자인 경찰 총수는 사퇴 압박에도 재신임을 받고 사건 발생지역의 경찰서장만 자리에서 물러났다. 필리핀 사법체계상 범죄를 저지른 경찰관들에 대한 신속한 형사처벌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필리핀 앙헬레스 시의 시드니 빌라플로르 경찰서장이 한국인 상대 강력사건의 발생과 관련, 직위 해제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26일 전했다.

아론 아키노 중부루손지방경찰청장은 "그의 면직은 범죄 연루에 관계없이 부하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중부의 대표 관광도시인 앙헬레스에서는 작년 12월 말 한국인 골프 관광객 3명이 불법 도박 누명을 쓰고 현지 경찰관들에게 연행됐다. 이들 관광객은 앙헬레스 경찰서에 약 8시간 구금됐다가 30만 페소(약 700만 원)의 몸값을 주고 풀려날 수 있었다.

이 도시에서는 작년 10월 한국인 사업가 지모(53) 씨가 몸값을 노린 경찰관들에게 납치됐다. 마약 단속을 빙자한 경찰관들이 지 씨를 수도 마닐라의 경찰청 본부로 끌고 가 그 안에서 목 졸라 살해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필리핀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 심장부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자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불거졌다.

이에 따라 델라로사 청장이 지난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날 경찰청에서 열린 델라로사 청장의 생일파티에 참석,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사의를 반려했다.

경찰관들이 무고한 외국인을 상대로 잇달아 흉악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경찰서장 혼자 지휘 책임을 진 것이다.

또 지 씨 납치·사건의 진실도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사벨 경사가 이 사건의 주범으로 체포됐지만, 그는 지 씨 살해 현장에 없었고 자신의 상관인 경찰청 마약단속팀장 등 경찰 간부 2명이 배후에 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인 골프 관광객을 상대로 한 금품 갈취사건과 관련, 해당 경찰관 7명에 대해서는 직위해제와 함께 감찰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필리핀 경찰청 차장에 따르면 이들 경찰관에 대한 형사 절차도 진행하고 있으며, 조간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에서는 살인사건의 경우 1심 재판에만 3∼5년이 걸리기도 하는 등 사법 절차가 느리게 진행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 교민은 "한인들의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필리핀 정부에 관련자 엄중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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