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잡으랬더니…“치료비 삭감 악용”

입력 2017.01.31 (08:07) 수정 2017.01.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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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교통사고로 다쳤는데도 보험사가 치료비를 주지 않거나, 이미 준 치료비도 다시 돌려달라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교통사고 분석 프로그램이 개발된 이후에 벌어지는 일인데요.

어찌된 건지 홍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직진 신호에 맞춰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끼어든 차량에 부딪힙니다.

상대방 과실이 90%, 차 수리비만 천만 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창에 머리를 부딪힌 운전자는 1주일 입원하고 두 달 넘게 병원에 다녔지만 치료비는 한 푼도 못받았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교통사고 분석 프로그램 '마디모' 가 운전자가 다칠 만한 사고가 아니었다고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재혁(교통사고 피해 운전자) : "(상대 보험사가) 대인 접수를 거부한다고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치료는 받지만 마음은 불편한거죠. 그런데 그 불편함을 피해자가 또 받아야되는지 (억울하죠)."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뒷차에 추돌 사고를 당한 주부, 100% 상대방 과실로 가족 3명의 입원치료비 등 350만 원을 상대방 보험사에서 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해당 보험사가 100만 원을 돌려라고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박미진(교통사고 피해자) : "'저희가 이해가 가게끔 설명을 해 주세요' 했더니 (보험사에서) '마디모' 결과가 이렇다고 하니 환수해야 한다..."

소송을 하겠다는 말에 결국 100만 원을 돌려줬습니다.

<인터뷰> 박미진(교통사고 피해자) : "말도 못하게 속상했고요. 저희 남편도 디스크 수술 환자고요, 안 다친 걸 갖다가 저희가 허위로 그럴 수 없는 거잖아요."

마디모는 지난 2012년 보험 사기를 가려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이 도입한 차량 사고 분석 프로그램입니다.

문제는 2, 3주 정도 진단을 받은 피해자들 상당수에 대해 상해를 입을 만한 사고가 아니라는 감정 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보험사들은 앞다퉈 가해자들에게 '마디모' 감정 의뢰를 부추기는 추셉니다.

<녹취> 박성지(전 국과수 교통분석사고 실장) : "마디모가 공학적으로 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검토하는 건 아니예요. 그사람이 다쳤냐 안 다쳤냐를 확실히 판단하는 건 아닙니다."

<녹취> 국과수 관계자(음성변조) : "궁극적인 목적과는 다르게 (보험사에서) 검사비용이나 치료비 마저도 지급을 안 하려는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거든요."

실제 의사 진단이 반영된 민사소송에서는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한문철(변호사) : "소송 걸면 피해자가 이기죠. 왜냐면 국과수 감정서가 의사의 진단서를 이길 수 없어요. 마디모는 살아있는 사람 신경, 인대 이런 건 체크가 안 됩니다."

최근 3년 동안 '마디모' 감정 의뢰 건수는 3배나 늘어났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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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기 잡으랬더니…“치료비 삭감 악용”
    • 입력 2017-01-31 08:08:37
    • 수정2017-01-31 0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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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교통사고로 다쳤는데도 보험사가 치료비를 주지 않거나, 이미 준 치료비도 다시 돌려달라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교통사고 분석 프로그램이 개발된 이후에 벌어지는 일인데요.

어찌된 건지 홍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직진 신호에 맞춰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끼어든 차량에 부딪힙니다.

상대방 과실이 90%, 차 수리비만 천만 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창에 머리를 부딪힌 운전자는 1주일 입원하고 두 달 넘게 병원에 다녔지만 치료비는 한 푼도 못받았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교통사고 분석 프로그램 '마디모' 가 운전자가 다칠 만한 사고가 아니었다고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재혁(교통사고 피해 운전자) : "(상대 보험사가) 대인 접수를 거부한다고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치료는 받지만 마음은 불편한거죠. 그런데 그 불편함을 피해자가 또 받아야되는지 (억울하죠)."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뒷차에 추돌 사고를 당한 주부, 100% 상대방 과실로 가족 3명의 입원치료비 등 350만 원을 상대방 보험사에서 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해당 보험사가 100만 원을 돌려라고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박미진(교통사고 피해자) : "'저희가 이해가 가게끔 설명을 해 주세요' 했더니 (보험사에서) '마디모' 결과가 이렇다고 하니 환수해야 한다..."

소송을 하겠다는 말에 결국 100만 원을 돌려줬습니다.

<인터뷰> 박미진(교통사고 피해자) : "말도 못하게 속상했고요. 저희 남편도 디스크 수술 환자고요, 안 다친 걸 갖다가 저희가 허위로 그럴 수 없는 거잖아요."

마디모는 지난 2012년 보험 사기를 가려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이 도입한 차량 사고 분석 프로그램입니다.

문제는 2, 3주 정도 진단을 받은 피해자들 상당수에 대해 상해를 입을 만한 사고가 아니라는 감정 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보험사들은 앞다퉈 가해자들에게 '마디모' 감정 의뢰를 부추기는 추셉니다.

<녹취> 박성지(전 국과수 교통분석사고 실장) : "마디모가 공학적으로 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검토하는 건 아니예요. 그사람이 다쳤냐 안 다쳤냐를 확실히 판단하는 건 아닙니다."

<녹취> 국과수 관계자(음성변조) : "궁극적인 목적과는 다르게 (보험사에서) 검사비용이나 치료비 마저도 지급을 안 하려는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거든요."

실제 의사 진단이 반영된 민사소송에서는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한문철(변호사) : "소송 걸면 피해자가 이기죠. 왜냐면 국과수 감정서가 의사의 진단서를 이길 수 없어요. 마디모는 살아있는 사람 신경, 인대 이런 건 체크가 안 됩니다."

최근 3년 동안 '마디모' 감정 의뢰 건수는 3배나 늘어났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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