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언제부터 받기 시작했을까?

입력 2017.01.31 (17:33) 수정 2017.01.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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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bank사진: gettyimagesbank

어린 아이에게는 주머니를 두둑히하는 날이자 어른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을 설날. 설날에 세뱃돈을 주고 받는 관습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또 세뱃돈 문화는 어디에서 전해졌을까? KBS1라디오 '생방송 주말 저녁 태의경입니다'에서 알아봤다.

중국에서 전해진 세뱃돈 문화

설에 어른들에게 세배하는 관습은 옛부터 있었지만 세뱃돈 문화가 전파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강응천 문사철 대표는 "세뱃돈 문화는 중국에서 전해졌다는 설이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음력 1월 1일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제(春節)는 우리나라의 설에 해당한다. 이때 중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자식들에게 '돈을 많이 벌라'는 의미로 덕담과 함께 붉은 봉투 '홍바우'에 돈을 넣어줬다. 세뱃돈은 재앙을 막는 돈이라는 뜻의 '야수이첸'으로 불린다.


화폐 역사가 긴 중국은 세뱃돈을 준 역사도 길다. 강 대표는 "(중국에서) 처음 역사에 등장하는 세뱃돈은 '염승전'"이라고 말했다. 염승은 주술로 사람이나 악령을 굴복시키는 일을 뜻한다. 염승전은 시중에서 통용되는 화폐라기보다 몸에 지니는 주술용 동전이었다. 동전의 앞면에는 '대의자손' '신춘대길' '천추만세' 등을 새기고, 뒷면에는 용이나 봉황 등 상서로운 동물들을 새겼다. "중국은 이런 상징적 화폐를 세뱃돈으로 주고 받았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세뱃돈을 주고 받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외에도 또 있다. 강 대표는 "유교 문화권에 속한 나라 대부분에 세뱃돈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유교권에 속하진 않지만 중국의 홍바우와 비슷한 빨간 봉투 '리시'에 소액 지폐를 신권으로 넣어 준다. 대신 우리처럼 세배는 하지 않는다. 한편 일본식 세뱃돈 '오토시다마'는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 주인공이 그려진 봉투에 넣어 돈을 준다. 강 대표에 따르면 오토시다마는 신에게 바치고 남은 떡 등을 주는 것이 시초였다.

조선의 설 풍습


조선에서는 어떤 세뱃돈 문화가 있었을까? 정확한 역사는 알 수 없지만, 민속학자들은 1800년대 조선의 풍습을 모은 '동국세시기'에서 세뱃돈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힌다. 어린 아이들이 설빔을 입고 세배를 하는 풍습은 쓰여있지만, 돈을 건넸다는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세배를 받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떡이나 과일 등을 줬다.

당시 설에 관한 재미있는 풍습이 있다. 강 대표는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훈장은 설이 되면 세뱃돈 대신 짐승 이름을 적은 종이를 봉투에 담아 아이들에게 줬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기가 세고 성급한 아이에게는 '소 우(牛)'를, 약삭 빠른 아이에게는 '돼지 시(豕)'를, 게으른 아이에게는 '닭 계(鷄)'를,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에게는 '거위 아(鵝)'를, 욕심이 많으면 '염소 양(羊)' 등이 적힌 글을 줬다. 세뱃돈 대신 아이의 성격에 맞는 덕담을 전한 것이다. 짐승 이름이 적힌 봉투를 받은 부모는 그 값으로 곡식이나 찬거리를 훈장에게 가져다주기도 했다.

사진: gettyimagesbank사진: gettyimagesbank

세뱃돈을 주고 받은 역사는 짧지만, 그 동안 세뱃돈을 받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세뱃돈을 받으면 복주머니에 넣어 소중하게 간직했지만, 해방 이후 경제가 나아지면서 세뱃돈을 받는 풍습이 보편화했다. 세뱃돈을 봉투에 넣어 주기 시작한 뒤로도 봉투 겉면에 용도를 적어 세뱃돈을 주는 사람의 의지와 바람을 담았다. 강 대표는 "이것은 아이들에게 돈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효과가 있다"며 "현금으로 돈을 주는 게 당연한 시대에서 훈장님이 동물을 적어주는 정성처럼 현금을 주더라도 그런 정성을 살려 세뱃돈 문화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뱃돈에 관한 흥미로운 역사는 KBS1라디오 '생방송 주말 저녁 태의경입니다'(1월 28일 방송)에서 '다시듣기'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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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뱃돈, 언제부터 받기 시작했을까?
    • 입력 2017-01-31 17:33:36
    • 수정2017-01-31 17:33:49
    사회
사진: gettyimagesbank 어린 아이에게는 주머니를 두둑히하는 날이자 어른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을 설날. 설날에 세뱃돈을 주고 받는 관습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또 세뱃돈 문화는 어디에서 전해졌을까? KBS1라디오 '생방송 주말 저녁 태의경입니다'에서 알아봤다. 중국에서 전해진 세뱃돈 문화 설에 어른들에게 세배하는 관습은 옛부터 있었지만 세뱃돈 문화가 전파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강응천 문사철 대표는 "세뱃돈 문화는 중국에서 전해졌다는 설이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음력 1월 1일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제(春節)는 우리나라의 설에 해당한다. 이때 중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자식들에게 '돈을 많이 벌라'는 의미로 덕담과 함께 붉은 봉투 '홍바우'에 돈을 넣어줬다. 세뱃돈은 재앙을 막는 돈이라는 뜻의 '야수이첸'으로 불린다. 화폐 역사가 긴 중국은 세뱃돈을 준 역사도 길다. 강 대표는 "(중국에서) 처음 역사에 등장하는 세뱃돈은 '염승전'"이라고 말했다. 염승은 주술로 사람이나 악령을 굴복시키는 일을 뜻한다. 염승전은 시중에서 통용되는 화폐라기보다 몸에 지니는 주술용 동전이었다. 동전의 앞면에는 '대의자손' '신춘대길' '천추만세' 등을 새기고, 뒷면에는 용이나 봉황 등 상서로운 동물들을 새겼다. "중국은 이런 상징적 화폐를 세뱃돈으로 주고 받았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세뱃돈을 주고 받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외에도 또 있다. 강 대표는 "유교 문화권에 속한 나라 대부분에 세뱃돈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유교권에 속하진 않지만 중국의 홍바우와 비슷한 빨간 봉투 '리시'에 소액 지폐를 신권으로 넣어 준다. 대신 우리처럼 세배는 하지 않는다. 한편 일본식 세뱃돈 '오토시다마'는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 주인공이 그려진 봉투에 넣어 돈을 준다. 강 대표에 따르면 오토시다마는 신에게 바치고 남은 떡 등을 주는 것이 시초였다. 조선의 설 풍습 조선에서는 어떤 세뱃돈 문화가 있었을까? 정확한 역사는 알 수 없지만, 민속학자들은 1800년대 조선의 풍습을 모은 '동국세시기'에서 세뱃돈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힌다. 어린 아이들이 설빔을 입고 세배를 하는 풍습은 쓰여있지만, 돈을 건넸다는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세배를 받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떡이나 과일 등을 줬다. 당시 설에 관한 재미있는 풍습이 있다. 강 대표는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훈장은 설이 되면 세뱃돈 대신 짐승 이름을 적은 종이를 봉투에 담아 아이들에게 줬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기가 세고 성급한 아이에게는 '소 우(牛)'를, 약삭 빠른 아이에게는 '돼지 시(豕)'를, 게으른 아이에게는 '닭 계(鷄)'를,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에게는 '거위 아(鵝)'를, 욕심이 많으면 '염소 양(羊)' 등이 적힌 글을 줬다. 세뱃돈 대신 아이의 성격에 맞는 덕담을 전한 것이다. 짐승 이름이 적힌 봉투를 받은 부모는 그 값으로 곡식이나 찬거리를 훈장에게 가져다주기도 했다. 사진: gettyimagesbank 세뱃돈을 주고 받은 역사는 짧지만, 그 동안 세뱃돈을 받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세뱃돈을 받으면 복주머니에 넣어 소중하게 간직했지만, 해방 이후 경제가 나아지면서 세뱃돈을 받는 풍습이 보편화했다. 세뱃돈을 봉투에 넣어 주기 시작한 뒤로도 봉투 겉면에 용도를 적어 세뱃돈을 주는 사람의 의지와 바람을 담았다. 강 대표는 "이것은 아이들에게 돈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효과가 있다"며 "현금으로 돈을 주는 게 당연한 시대에서 훈장님이 동물을 적어주는 정성처럼 현금을 주더라도 그런 정성을 살려 세뱃돈 문화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뱃돈에 관한 흥미로운 역사는 KBS1라디오 '생방송 주말 저녁 태의경입니다'(1월 28일 방송)에서 '다시듣기'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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