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차량이 무사고 중고차로 둔갑…내 차도 혹시?

입력 2017.02.01 (11:44) 수정 2017.02.01 (17: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침수와 대형 사고 등으로 운행이 불가능해진 차량은 폐차 처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잔존 차량 가격보다 수리 비용이 큰 '전손 차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험사에서 전손 처리하는 차량만 한 해 3만여 건에 이른다.

그런데 한 편에선 폐차 수준의 차가 서류 조작과 불법 개조를 통해 중고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폐차를 무사고차로 둔갑, 유통시키는 현장을 KBS '추적60분'이 취재했다.

 
 


화재차량이 무사고 중고차로 둔갑

지난 2015년 10월 26일, 경북 상주터널에서 시너를 실은 트럭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많은 차들이 불길에 휩싸였고 박 씨의 차량 또한 뜨거운 열로 녹아내렸다. 이후 박 씨는 차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보험사에게 폐차 처리를 요청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폐차 처리된 것으로 알았던 박 씨의 차량이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올라왔다. 화재 차량이 무사고 중고차로 둔갑해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차량을 구매한 A씨는 화재 차량인 줄 전혀 모르고 샀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매 위탁업체 관계자는 "폐차를 가지고 오면 폐차 처리했다고 한 뒤 그 차를 싹 수리한다"고 실토했다.

'폐차'를 유통시키는 자, 누구인가

피해자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차량에 녹이 슬고 강판 군데 군데 큰 구멍이 생긴 경우가 있는가 하면 주행 중 갑작스럽게 시동이 꺼진다는 위험한 차량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버젓이 유통됐다. 확인 결과, 해당 차량들은 지난해 울산을 강타한 태풍 '차바'와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침수된 차량들이었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차량의 원주인들은 모두 자신의 차가 폐차 처리된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폐차 처리된 차들이 왜 버젓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것일까. 사고 차량만을 전문적으로 매입한다는 한 업자는 "수리하면 모른다. 성능 검사소에 가서 성능 검사를받으면 보닛 교환이나 범퍼 교환 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보통 중고 차량을 매매할 때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수단이 '성능검사기록부'라는 자료다. 구매자는 이 기록부에 기재된 사항들을 믿고 차량을 구매한다. 그렇다면 성능검사기록부에 기록된 내용들은 얼마나 믿을만한 것일까. 제작진은 직접 성능검사소를 찾아 침수차량 검사를 의뢰하고, 관련업계 종사자들을 취재해 성능검사기록부의 조작 가능성을 따져봤다.

"대부분의 성능검사장이 중고차 딜러 사무실과 아주 가깝게 있어요. 뭘 의미하겠어요, 그게. 눈 한 번 질끈 감고 (문제 사항) 표시 안 하면 그만인데" (자동차 정비업체 관계자)

보험사-경매위탁업체간 위험한 거래


피해자들은 모두 보험사를 통해 폐차 처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보험사의 입장은 어떨까? 보험사들은 폐차와 수리 가능한 차를 결정하는 것은 보험사가 아닌 경매위탁업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매위탁업체들은 보험사가 폐차와 수리 가능한 차를 나누는 데 관여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면 보험사로부터 계약 갱신을 받지 못하는 만큼 보험사의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결국 거대 보험사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 폐차돼야 할 차를 '재생'시키고 그 책임을 중고차 위탁업체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건데, 어떻게 이처럼 부도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일까.


2월 1일(수) 밤 11시에 방송되는 KBS 2TV '추적 60분'에서는 폐차 수준의 차들이 중고차로 유통되는 경로를 집중 추적하고 보험사와 경매위탁업체 간에 이뤄지는 위험한 거래를 고발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화재차량이 무사고 중고차로 둔갑…내 차도 혹시?
    • 입력 2017-02-01 11:44:41
    • 수정2017-02-01 17:17:43
    방송·연예
침수와 대형 사고 등으로 운행이 불가능해진 차량은 폐차 처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잔존 차량 가격보다 수리 비용이 큰 '전손 차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험사에서 전손 처리하는 차량만 한 해 3만여 건에 이른다.

그런데 한 편에선 폐차 수준의 차가 서류 조작과 불법 개조를 통해 중고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폐차를 무사고차로 둔갑, 유통시키는 현장을 KBS '추적60분'이 취재했다.

 
 


화재차량이 무사고 중고차로 둔갑

지난 2015년 10월 26일, 경북 상주터널에서 시너를 실은 트럭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많은 차들이 불길에 휩싸였고 박 씨의 차량 또한 뜨거운 열로 녹아내렸다. 이후 박 씨는 차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보험사에게 폐차 처리를 요청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폐차 처리된 것으로 알았던 박 씨의 차량이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올라왔다. 화재 차량이 무사고 중고차로 둔갑해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차량을 구매한 A씨는 화재 차량인 줄 전혀 모르고 샀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매 위탁업체 관계자는 "폐차를 가지고 오면 폐차 처리했다고 한 뒤 그 차를 싹 수리한다"고 실토했다.

'폐차'를 유통시키는 자, 누구인가

피해자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차량에 녹이 슬고 강판 군데 군데 큰 구멍이 생긴 경우가 있는가 하면 주행 중 갑작스럽게 시동이 꺼진다는 위험한 차량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버젓이 유통됐다. 확인 결과, 해당 차량들은 지난해 울산을 강타한 태풍 '차바'와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침수된 차량들이었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차량의 원주인들은 모두 자신의 차가 폐차 처리된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폐차 처리된 차들이 왜 버젓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것일까. 사고 차량만을 전문적으로 매입한다는 한 업자는 "수리하면 모른다. 성능 검사소에 가서 성능 검사를받으면 보닛 교환이나 범퍼 교환 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보통 중고 차량을 매매할 때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수단이 '성능검사기록부'라는 자료다. 구매자는 이 기록부에 기재된 사항들을 믿고 차량을 구매한다. 그렇다면 성능검사기록부에 기록된 내용들은 얼마나 믿을만한 것일까. 제작진은 직접 성능검사소를 찾아 침수차량 검사를 의뢰하고, 관련업계 종사자들을 취재해 성능검사기록부의 조작 가능성을 따져봤다.

"대부분의 성능검사장이 중고차 딜러 사무실과 아주 가깝게 있어요. 뭘 의미하겠어요, 그게. 눈 한 번 질끈 감고 (문제 사항) 표시 안 하면 그만인데" (자동차 정비업체 관계자)

보험사-경매위탁업체간 위험한 거래


피해자들은 모두 보험사를 통해 폐차 처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보험사의 입장은 어떨까? 보험사들은 폐차와 수리 가능한 차를 결정하는 것은 보험사가 아닌 경매위탁업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매위탁업체들은 보험사가 폐차와 수리 가능한 차를 나누는 데 관여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면 보험사로부터 계약 갱신을 받지 못하는 만큼 보험사의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결국 거대 보험사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 폐차돼야 할 차를 '재생'시키고 그 책임을 중고차 위탁업체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건데, 어떻게 이처럼 부도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일까.


2월 1일(수) 밤 11시에 방송되는 KBS 2TV '추적 60분'에서는 폐차 수준의 차들이 중고차로 유통되는 경로를 집중 추적하고 보험사와 경매위탁업체 간에 이뤄지는 위험한 거래를 고발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