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죽음’ 방치된 노인 고독사

입력 2017.02.02 (21:34) 수정 2017.02.0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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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각박해진 세태 속에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의 고독사는 겨울철인 요즘 더욱 안타까운 일인데요.

독거 노인 가구 140만 시대에 급속히 고령화 사회로 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지만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김용덕 기자가 노인 고독사 실태와 대안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차가운 바람이 불던 지난해 겨울.

이두환 순경은 63살 이 모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주취자로 만나 종종 방문하던 이 씨를 한동안 못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두환(경기 안산상록경찰서) : "인기척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까 문이 바로 열리고 문 앞 입구에 쓰러져 계셨습니다."

이 씨의 몸은 차갑게 식어있었습니다.

<인터뷰> 이두환(경기 안산상록경찰서) : "신고가 많아서 못 찾아 뵈었는데. 그 다음 날 이런 일이 있어서 하루 정도 빨리 찾아뵈었으면…."

자녀가 있었지만 홀로 살던 이 씨를 이웃 주민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저씨 키 큰 사람이 여기서 죽어서 갔다고요? 몰랐네. 그 남자 한번 봤는데."

경기도 시흥의 한 반지하 방,

<인터뷰> 한명길(경기 시흥경찰서 신천파출소) : "강제로 문을 개방해서 들어갔는데 할아버지가 누워있는 상태를 (발견했습니다.)"

71살 임 모 씨는 엉망진창인 집 안에 홀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영호(경기 시흥소방서 연성119안전센터) :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확인을 다시 한번 했는데 환자분께서 손을 움직이시는 게 목격이 돼서."

임 씨는 탈진해 쓰러진 채 보름 가까이 집안에 방치됐었습니다.

기적적으로 구조된 건 주민 신고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신고 주민(음성변조) : "(할아버지 집에) 내려가 봤더니 대답이 없어요.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죠."

홀로 생을 마감하는 노인 고독사.

정확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아무런 연고 없이 숨진 사람이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지만, 혈연이 있는 경우는 제외돼 고독사는 실제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역 앞 광장에 모인 노인들 따뜻한 밥과 국을 받아들고 수저를 뜨고 있습니다.

나중에 먹으려고 봉투에 음식을 싸기도 합니다.

<녹취> 김00(82살) : "못다 먹고 남기느니 이렇게 싸가야지. 노인네들 생각해서 이렇게 해주니까 고맙게 생각하죠."

이 곳을 찾은 노인 대부분은 지독한 외로움을 호소합니다.

<녹취> 독거노인 : "(자녀들) 있어도 저희들도 살기도 어렵고 오지도 가지도 않아요. 안 돌아다니면 외로워서 못살아요. 병나 죽어요."

이처럼 한 끼 식사로 외로운 노인들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일은 고독사를 막는 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송민하(화성시 나라사랑나눔재단 대표) : "지역에서 이렇게 식사라도 제공하면 그 식사 제공을 통해서 함께 공유도 되고 또 대화도 되고."

고독사 예방을 위해 경찰이나 일부 지자체가 문안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지원책은 여전히 미약합니다.

<인터뷰> 박승원(경기도의회 의원/노인 고독사 예방 조례 발의) : "일주일에 하루씩 방문하는데 그거 가지고는 부족하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매일매일 방문해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혼자 사는 65살 이상 고령자는 지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노인 5명 가운데 1명꼴입니다.

<인터뷰> 정순둘(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장) : "(노인들도) 결혼한 자녀들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가구 희망 형태를 보여주시거든요. (고독사는)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임이 틀림없겠죠."

독거노인 수는 10년 뒤 2배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노인 고독사는 또다른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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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죽음’ 방치된 노인 고독사
    • 입력 2017-02-02 21:35:18
    • 수정2017-02-02 21:40:38
    뉴스9(경인)
<앵커 멘트>

각박해진 세태 속에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의 고독사는 겨울철인 요즘 더욱 안타까운 일인데요.

독거 노인 가구 140만 시대에 급속히 고령화 사회로 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지만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김용덕 기자가 노인 고독사 실태와 대안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차가운 바람이 불던 지난해 겨울.

이두환 순경은 63살 이 모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주취자로 만나 종종 방문하던 이 씨를 한동안 못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두환(경기 안산상록경찰서) : "인기척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까 문이 바로 열리고 문 앞 입구에 쓰러져 계셨습니다."

이 씨의 몸은 차갑게 식어있었습니다.

<인터뷰> 이두환(경기 안산상록경찰서) : "신고가 많아서 못 찾아 뵈었는데. 그 다음 날 이런 일이 있어서 하루 정도 빨리 찾아뵈었으면…."

자녀가 있었지만 홀로 살던 이 씨를 이웃 주민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저씨 키 큰 사람이 여기서 죽어서 갔다고요? 몰랐네. 그 남자 한번 봤는데."

경기도 시흥의 한 반지하 방,

<인터뷰> 한명길(경기 시흥경찰서 신천파출소) : "강제로 문을 개방해서 들어갔는데 할아버지가 누워있는 상태를 (발견했습니다.)"

71살 임 모 씨는 엉망진창인 집 안에 홀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영호(경기 시흥소방서 연성119안전센터) :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확인을 다시 한번 했는데 환자분께서 손을 움직이시는 게 목격이 돼서."

임 씨는 탈진해 쓰러진 채 보름 가까이 집안에 방치됐었습니다.

기적적으로 구조된 건 주민 신고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신고 주민(음성변조) : "(할아버지 집에) 내려가 봤더니 대답이 없어요.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죠."

홀로 생을 마감하는 노인 고독사.

정확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아무런 연고 없이 숨진 사람이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지만, 혈연이 있는 경우는 제외돼 고독사는 실제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역 앞 광장에 모인 노인들 따뜻한 밥과 국을 받아들고 수저를 뜨고 있습니다.

나중에 먹으려고 봉투에 음식을 싸기도 합니다.

<녹취> 김00(82살) : "못다 먹고 남기느니 이렇게 싸가야지. 노인네들 생각해서 이렇게 해주니까 고맙게 생각하죠."

이 곳을 찾은 노인 대부분은 지독한 외로움을 호소합니다.

<녹취> 독거노인 : "(자녀들) 있어도 저희들도 살기도 어렵고 오지도 가지도 않아요. 안 돌아다니면 외로워서 못살아요. 병나 죽어요."

이처럼 한 끼 식사로 외로운 노인들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일은 고독사를 막는 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송민하(화성시 나라사랑나눔재단 대표) : "지역에서 이렇게 식사라도 제공하면 그 식사 제공을 통해서 함께 공유도 되고 또 대화도 되고."

고독사 예방을 위해 경찰이나 일부 지자체가 문안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지원책은 여전히 미약합니다.

<인터뷰> 박승원(경기도의회 의원/노인 고독사 예방 조례 발의) : "일주일에 하루씩 방문하는데 그거 가지고는 부족하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매일매일 방문해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혼자 사는 65살 이상 고령자는 지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노인 5명 가운데 1명꼴입니다.

<인터뷰> 정순둘(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장) : "(노인들도) 결혼한 자녀들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가구 희망 형태를 보여주시거든요. (고독사는)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임이 틀림없겠죠."

독거노인 수는 10년 뒤 2배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노인 고독사는 또다른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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