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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오리를 차에 매달고 2,000km를 달린 이유?
입력 2017.02.05 (09:55) 수정 2017.02.05 (10:09) 특파원 리포트

설을 쇠는 건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설 연휴 기간이 길다. 우리나라 설에 해당하는 중국의 올해 춘절(春節) 연휴는 정월 초하루 전날인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1주일간이다.

그런데 사실 뜯어 놓고 보면 긴 것도 아니다. 이 춘절 연휴를 위해 연휴 직전 일요일인 지난달 22일과 연휴 이후 토요일인 이달 4일 이틀은 휴일임에도 출근을 해야 한다. 말하자면 대체 근무를 해야 한다. 회사 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이렇게 쉰다.

긴 춘절 연휴가 끝나면 자신의 일터로 돌아오는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향의 정이 듬뿍 담긴 짐 꾸러미를 양손에 들고 오거나 차에 싣고 오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간혹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낯선 장면을 볼 때도 있다.

설 연휴가 마무리된 지난 3일 아침, 항저우(杭州)-안후이(安徽) 간 고속도로 '칭샨후'(青山湖) 요금소 출구에서 한 승용차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됐다. ‘浙 E’라고 쓰인 청색 번호판을 단 SUV 차량이다.

번호판으로 보아 자동차가 등록된 곳은 저장성(浙江省) 후저우 시(湖州市)다. 중국에서는 차량 번호판에 성이나 특별시를 중국어 약자로 먼저 표기하고 다음엔 성내 도시 규모 순서대로 알파벳을 부여한다. 따라서 저장성에서는 성도인 항저우(杭州) 등록 차량에 알파벳 ‘A’를 부여한다. 따라서 ‘浙 A’를 다는 식이다.

그런데 경찰이 이 차량 뒤를 살펴보고 아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트렁크에 매달린 자루를 보고서다. 자루를 살펴보니 한눈에 살아있는 오리 4마리가 들어왔다. 자루에 담긴 오리도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뜬 모습이다.

 오리를 매달고 다니다 적발된 차량 오리를 매달고 다니다 적발된 차량

그런데 더욱 경찰을 놀랍게 한 것은 운전자의 말이었다. '진'(金)씨 성을 가진 이 운전자는 고향인 쓰촨(四川)에서 저장성 후저우 시(湖州市) 안지 현(安吉縣)까지 2,000㎞를 달려 이 오리들을 가져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인 약 400㎞의 5배에 달하는 길이다. 그래서 이 운전자는 장거리 이동으로 인해 오리들이 질식사할지 몰라 트렁크 뒤에다 매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차량 배기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을 겨울 찬바람과 함께 고스란히 마셔야 하는 오리에게는 학대일 수밖에 없다. 우리도 몇 년 전 강아지를 차량에 묶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진이 공개돼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킨 적이 있다.


살아 있는 닭이나 오리를 이런 식으로 운반하는 사례가 중국에서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10월에도 이런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충칭(重慶)의 한 기사가 오리를 자루에 담은 뒤 트렁크에 매달아 달리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에도 이 기사는 오리들이 질식사 할까 봐 트렁크에 매달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춘절 연휴를 마치고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이런 행동은 안전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살아있는 닭이나 오리를 매달아 놓으면 이들이 움직이다 떨어질 위험이 크고 그럴 경우 차량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뒤따라오는 차량 운전자의 전방 주의력을 분산시켜 자칫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모두 72마리의 새끼 양들을 차에 태우고 가다 적발된 차량모두 72마리의 새끼 양들을 차에 태우고 가다 적발된 차량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한 장의 사진도 놀라움을 안겨줬다. 새끼 양들이 차량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가득 찬 모습이다. 슬로바키아 경찰이 이 차량을 세우고 차량 문을 열어 양을 세어보니 놀랍게도 작은 승합차 안에 72마리의 작은 양들이 쏟아져 나왔다. 새끼 양들은 작은 공간에서 옴짝달싹할 수도 없었다. 이 차량 기사도 72마리의 양을 싣고 241km를 달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가축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닭과 오리, 돼지, 소가 갈수록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살아있는 동물로서 권리와 행복과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주변에 보이는 이들에게 좀 더 관대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특파원리포트] 오리를 차에 매달고 2,000km를 달린 이유?
    • 입력 2017-02-05 09:55:39
    • 수정2017-02-05 10:09:47
    특파원 리포트

설을 쇠는 건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설 연휴 기간이 길다. 우리나라 설에 해당하는 중국의 올해 춘절(春節) 연휴는 정월 초하루 전날인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1주일간이다.

그런데 사실 뜯어 놓고 보면 긴 것도 아니다. 이 춘절 연휴를 위해 연휴 직전 일요일인 지난달 22일과 연휴 이후 토요일인 이달 4일 이틀은 휴일임에도 출근을 해야 한다. 말하자면 대체 근무를 해야 한다. 회사 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이렇게 쉰다.

긴 춘절 연휴가 끝나면 자신의 일터로 돌아오는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향의 정이 듬뿍 담긴 짐 꾸러미를 양손에 들고 오거나 차에 싣고 오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간혹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낯선 장면을 볼 때도 있다.

설 연휴가 마무리된 지난 3일 아침, 항저우(杭州)-안후이(安徽) 간 고속도로 '칭샨후'(青山湖) 요금소 출구에서 한 승용차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됐다. ‘浙 E’라고 쓰인 청색 번호판을 단 SUV 차량이다.

번호판으로 보아 자동차가 등록된 곳은 저장성(浙江省) 후저우 시(湖州市)다. 중국에서는 차량 번호판에 성이나 특별시를 중국어 약자로 먼저 표기하고 다음엔 성내 도시 규모 순서대로 알파벳을 부여한다. 따라서 저장성에서는 성도인 항저우(杭州) 등록 차량에 알파벳 ‘A’를 부여한다. 따라서 ‘浙 A’를 다는 식이다.

그런데 경찰이 이 차량 뒤를 살펴보고 아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트렁크에 매달린 자루를 보고서다. 자루를 살펴보니 한눈에 살아있는 오리 4마리가 들어왔다. 자루에 담긴 오리도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뜬 모습이다.

 오리를 매달고 다니다 적발된 차량 오리를 매달고 다니다 적발된 차량

그런데 더욱 경찰을 놀랍게 한 것은 운전자의 말이었다. '진'(金)씨 성을 가진 이 운전자는 고향인 쓰촨(四川)에서 저장성 후저우 시(湖州市) 안지 현(安吉縣)까지 2,000㎞를 달려 이 오리들을 가져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인 약 400㎞의 5배에 달하는 길이다. 그래서 이 운전자는 장거리 이동으로 인해 오리들이 질식사할지 몰라 트렁크 뒤에다 매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차량 배기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을 겨울 찬바람과 함께 고스란히 마셔야 하는 오리에게는 학대일 수밖에 없다. 우리도 몇 년 전 강아지를 차량에 묶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진이 공개돼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킨 적이 있다.


살아 있는 닭이나 오리를 이런 식으로 운반하는 사례가 중국에서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10월에도 이런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충칭(重慶)의 한 기사가 오리를 자루에 담은 뒤 트렁크에 매달아 달리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에도 이 기사는 오리들이 질식사 할까 봐 트렁크에 매달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춘절 연휴를 마치고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이런 행동은 안전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살아있는 닭이나 오리를 매달아 놓으면 이들이 움직이다 떨어질 위험이 크고 그럴 경우 차량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뒤따라오는 차량 운전자의 전방 주의력을 분산시켜 자칫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모두 72마리의 새끼 양들을 차에 태우고 가다 적발된 차량모두 72마리의 새끼 양들을 차에 태우고 가다 적발된 차량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한 장의 사진도 놀라움을 안겨줬다. 새끼 양들이 차량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가득 찬 모습이다. 슬로바키아 경찰이 이 차량을 세우고 차량 문을 열어 양을 세어보니 놀랍게도 작은 승합차 안에 72마리의 작은 양들이 쏟아져 나왔다. 새끼 양들은 작은 공간에서 옴짝달싹할 수도 없었다. 이 차량 기사도 72마리의 양을 싣고 241km를 달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가축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닭과 오리, 돼지, 소가 갈수록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살아있는 동물로서 권리와 행복과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주변에 보이는 이들에게 좀 더 관대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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