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쓰룸] 능력자와 외톨이 사이…‘軍버프’ 복학생

입력 2017.02.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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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굳은 꼰대? 그 이름 복학생

복학생. 사전적 의미로 군 전역 후 복학한 학생을 의미한다. 요즘 이런 복학생 중에는 이른바 '군 버프' 시기를 경험했다가 좌절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군 버프'는 군인 정신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말하는 것으로, 인터넷에서 흔히 사용되는 신조어다.

작년에 복학한 대학생 송성인(23) 씨는 "제대 후 학교에 가는 것이 기다려졌고, 어려운 과목 수업이나 과제들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군 버프' 시기로 불리는 학기 초에 동아리 등 이런저런 활동에 나섰지만, 결국 송 씨는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혔다고 털어놨다.

오래간만에 하는 전공 공부의 어려움도 컸고, 취업에 목마른 선후배들의 단절된 소통도 송 씨를 괴롭혔다. 그는 "생각과 달리 학교생활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학 재학생 백 모 씨(22·여)는 "주변을 살펴보면, 복학생은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특별히 복학생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물론 이러한 '군 버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한 시각들도 꽤 있다. 복학한 지 1년이 넘었다는 지정훈(23) 씨는 "'군 버프'가 학습 욕구나 일상 태도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라"며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것, 좀 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싶은 스스로 태도에 달린 게 아닌가 한다"고 강조했다.


복학생은 능력자?

한때 복학생의 높은 존재감은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복학한 형, 오빠 등은 성적이 우수하다' 'MT를 휘어잡는 능력자' '리더십이 뛰어나다' 등으로 대접받는 대표적 학생으로 꼽혔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는 게 대학생들의 평가다.

복학생의 현실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간혹 조명된다. 나 홀로 점심이 싫은 복학생이 화장실에서 문 잠그고 김밥을 먹었다는 얘기는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얘기다. 심지어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단무지를 빼고 먹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송성인 씨는 "사회에서 부여된 기대와 그간의 공백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함께 느끼는 존재가 바로 복학생"이라고 말했다.


다가가기 어려운 복학생

복학생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현실을 조금 가늠해 볼 수 있다. 한 알바 포털사이트 설문 조사에 따르면 다가가기 어려운 상대.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이미지로 굳어져 있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 부분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편견 안에서 복학생들도 괴로워한다. 긴 공백 기간도 부담스럽고, 교우 관계도 쉽지 않다. 거기에 취업과 학점 등 미래에 대한 고민은 학교 적응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다. 실제 복학생들은 가장 서러운 점으로 '동기들이 너무 없다'는 점을 우선으로 꼽았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이 모 씨(24)는 "처음에 준비 없이 의기양양하게 제대 후 '칼복학'(중간에 쉼 없이 바로 복학)했다가 다시 휴학하게 됐다"며 "군 제대 후 더 혼란스러운 나 자신을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제도적 뒷받침 안 될까?

늦은 나이에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한 황민우(25) 씨는 "학교가 전쟁터로 변했다"며 "한국에서 복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얘기했다.

'작은 사회'로 불리는 군대에서의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고 복학생들은 의견을 모은다. 그럼에도 치솟는 청년 실업률, 매일 알바를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버는 현실, 천정부지 치솟는 등록금과 물가, 기회조차 만들 수 없는 좁은 일자리 등은 복학생들이 느끼는 현실의 벽은 더높다. .

이러한 복학생들을 위해 일부 대학교가 제도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는 작년부터 군복학생 집단상담프로그램 '형아가 돌아왔다'를 도입했고, 아주대 역시 복학생을 위한 진로설정캠프를 마련했다. U1대학교, 경북전문대학교 등도 복학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수도권 한 대학 관계자는 "복학생은 고난과 어려움을 통과해 새롭게 시작하는 존재라는 상징성을 가진다"며 "학교 구성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만큼, 각 대학도 이들을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강선구(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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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4 14: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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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굳은 꼰대? 그 이름 복학생

복학생. 사전적 의미로 군 전역 후 복학한 학생을 의미한다. 요즘 이런 복학생 중에는 이른바 '군 버프' 시기를 경험했다가 좌절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군 버프'는 군인 정신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말하는 것으로, 인터넷에서 흔히 사용되는 신조어다.

작년에 복학한 대학생 송성인(23) 씨는 "제대 후 학교에 가는 것이 기다려졌고, 어려운 과목 수업이나 과제들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군 버프' 시기로 불리는 학기 초에 동아리 등 이런저런 활동에 나섰지만, 결국 송 씨는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혔다고 털어놨다.

오래간만에 하는 전공 공부의 어려움도 컸고, 취업에 목마른 선후배들의 단절된 소통도 송 씨를 괴롭혔다. 그는 "생각과 달리 학교생활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학 재학생 백 모 씨(22·여)는 "주변을 살펴보면, 복학생은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특별히 복학생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물론 이러한 '군 버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한 시각들도 꽤 있다. 복학한 지 1년이 넘었다는 지정훈(23) 씨는 "'군 버프'가 학습 욕구나 일상 태도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라"며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것, 좀 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싶은 스스로 태도에 달린 게 아닌가 한다"고 강조했다.


복학생은 능력자?

한때 복학생의 높은 존재감은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복학한 형, 오빠 등은 성적이 우수하다' 'MT를 휘어잡는 능력자' '리더십이 뛰어나다' 등으로 대접받는 대표적 학생으로 꼽혔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는 게 대학생들의 평가다.

복학생의 현실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간혹 조명된다. 나 홀로 점심이 싫은 복학생이 화장실에서 문 잠그고 김밥을 먹었다는 얘기는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얘기다. 심지어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단무지를 빼고 먹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송성인 씨는 "사회에서 부여된 기대와 그간의 공백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함께 느끼는 존재가 바로 복학생"이라고 말했다.


다가가기 어려운 복학생

복학생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현실을 조금 가늠해 볼 수 있다. 한 알바 포털사이트 설문 조사에 따르면 다가가기 어려운 상대.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이미지로 굳어져 있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 부분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편견 안에서 복학생들도 괴로워한다. 긴 공백 기간도 부담스럽고, 교우 관계도 쉽지 않다. 거기에 취업과 학점 등 미래에 대한 고민은 학교 적응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다. 실제 복학생들은 가장 서러운 점으로 '동기들이 너무 없다'는 점을 우선으로 꼽았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이 모 씨(24)는 "처음에 준비 없이 의기양양하게 제대 후 '칼복학'(중간에 쉼 없이 바로 복학)했다가 다시 휴학하게 됐다"며 "군 제대 후 더 혼란스러운 나 자신을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제도적 뒷받침 안 될까?

늦은 나이에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한 황민우(25) 씨는 "학교가 전쟁터로 변했다"며 "한국에서 복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얘기했다.

'작은 사회'로 불리는 군대에서의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고 복학생들은 의견을 모은다. 그럼에도 치솟는 청년 실업률, 매일 알바를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버는 현실, 천정부지 치솟는 등록금과 물가, 기회조차 만들 수 없는 좁은 일자리 등은 복학생들이 느끼는 현실의 벽은 더높다. .

이러한 복학생들을 위해 일부 대학교가 제도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는 작년부터 군복학생 집단상담프로그램 '형아가 돌아왔다'를 도입했고, 아주대 역시 복학생을 위한 진로설정캠프를 마련했다. U1대학교, 경북전문대학교 등도 복학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수도권 한 대학 관계자는 "복학생은 고난과 어려움을 통과해 새롭게 시작하는 존재라는 상징성을 가진다"며 "학교 구성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만큼, 각 대학도 이들을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강선구(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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