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90년] 53년째 최장수 방송 ‘밤을 잊은 그대에게’

입력 2017.02.1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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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지 90년. TV 보급이 시작되며 영국 밴드 더 버글스가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고 외친 것이 이미 1980년대의 일이지만 2017년인 지금까지도 라디오는 건재하다. 물론 60년대와 70년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만큼의 인기는 아니다. 그러나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인 매체인 라디오는 디지털 시대인 21세기에도 보이는 라디오, 팟캐스트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며 그 나름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라디오는 오랜 기간 청취자들의 삶에 가장 가까운 친구로 자리잡아왔다. 그렇다면 가장 오랫동안 청취자들의 곁을 지킨 라디오 방송은 어느 프로그램일까.

바로 1964년 5월 9일 첫 전파를 탄 '밤을 잊은 그대에게(이하 '밤그대')'다. 올해로 53주년을 맞이하는 KBS 해피FM(106.1MHz) '밤을 잊은 그대에게'는 라디오서울(RSB), 동양방송(TBC)을 거쳐 KBS 라디오로 그대로 이어져 온, 라디오와 TV를 통틀어 현존하는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3개 방송사를 거치면서 수많은 DJ·PD·작가가 다녀갔고, 프로그램 성격도 청소년 계몽·인생 상담·팝 음악 방송 등으로 변해왔지만 '밤그대' 제목과 영화음악인 '시바의 여왕(La Reine De Saba)' 시그널은 지금까지 그대로다.


5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밤그대'를 거쳐 간 역대 '밤지기' DJ들로는 누가 있을까.

첫 DJ인 이성화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1970년대 양희은, 서유석, 황인용 아나운서 등에 이어 1980년대에는 송승환, 배한성, 전영록, 최수종, 하희라가 '밤그대'를 이끌었다.


이 중 '밤그대'의 대표적 진행자로 꼽히는 황인용 전 TBC 아나운서는 '밤그대'를 통해 라디오 DJ의 길로 들어섰다. 1980년 11월 30일, 언론통폐합으로 인하여 TBC가 KBS로 넘어가기 직전 그가 울먹이며 이별을 고한 마지막 방송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황인용 아나운서는 "남은 5분이 너무 야속합니다. 5분이 10분이 될 수는 없습니까? 저도 이제 헤드폰을 벗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양방송은 이제 떠나겠습니다."라고 울먹이면서 청취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밤그대’ 40주년이었던 2004년, ‘밤지기’ 를 맡았던 황인용 전 아나운서와 신애라, 송승환이 모여 ‘밤그대’ 40주년을 기념했다.‘밤그대’ 40주년이었던 2004년, ‘밤지기’ 를 맡았던 황인용 전 아나운서와 신애라, 송승환이 모여 ‘밤그대’ 40주년을 기념했다.

2014년 ‘밤그대’ 50주년 특별방송 ‘리멤버50(Remember50)’에 참석한 역대 DJ들(왼쪽에서부터 이성화 전 아나운서, 황인용 전 아나운서, 송승환, 유열)2014년 ‘밤그대’ 50주년 특별방송 ‘리멤버50(Remember50)’에 참석한 역대 DJ들(왼쪽에서부터 이성화 전 아나운서, 황인용 전 아나운서, 송승환, 유열)

요즘은 '난타' 제작자로 더 유명한 배우 송승환은 80년대와 90년대 두 차례나 '밤지기'를 맡을 정도로 청취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DJ다.

'밤그대' 50주년이었던 2014년, 역대 '밤지기'들이 모인 '리멤버50(Remember50)'에서 송승환은 '밤그대' 50주년을 축하하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송승환은 "중, 고등학교 때 양희은 씨가 진행하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나중에 DJ 섭외를 받게 돼 가슴이 뛰었다"며 "1981년부터 1984년까지 4년 동안 DJ를 맡았던 때가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송승환이 두 번째로 DJ를 맡았던 91년, '밤그대'는 잠시 폐지의 위기를 맞는다. '밤그대' 방송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오락 위주 프로그램에서 생활정보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2년 '밤그대'는 노영심이 진행하며 다시 시작된다.

1990년대에는 노영심, 변진섭, 유열, 손무현, 김지수, 김정은이 DJ를 맡았고 2000년대에는 신애라, 박진희, 손미나, 유영석, 고민정 전 아나운서에서 현 진행자인 강서은 아나운서에 이르기까지 약 30여 명의 스타들이 DJ 자리를 지켰다.

최근 KBS에 사표를 내고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캠프로 간 고민정 전 아나운서도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밤그대' DJ를 맡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 '밤그대' DJ는 KBS '4시 뉴스집중'의 앵커인 강서은 아나운서로, 2016년 4월부터 매일 밤 10시 KBS 해피FM(106.1MHz)에서'밤을 잊은 그대'들과 함께하고 있다.


1927년 2월 16일 경성방송국에서 라디오의 첫 전파를 쏘아올린 이래로 2017년 KBS는 라디오 방송 90주년을 맞았다. 여러 DJ를 거쳐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늘 자리를 지켜온 KBS 해피FM '밤을 잊은 그대에게' 또한 2017년 5월 9일로 53주년을 맞는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라디오는 늘 그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청취자들과 일대일로 교감하며 소통하고 있다. 끊임없이 라디오 위기론이 불거져왔음에도 지금껏 라디오가 살아남은 이유다. 지금도 라디오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준비를 하고서.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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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디오 90년] 53년째 최장수 방송 ‘밤을 잊은 그대에게’
    • 입력 2017-02-15 08:11:55
    방송·연예
한국에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지 90년. TV 보급이 시작되며 영국 밴드 더 버글스가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고 외친 것이 이미 1980년대의 일이지만 2017년인 지금까지도 라디오는 건재하다. 물론 60년대와 70년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만큼의 인기는 아니다. 그러나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인 매체인 라디오는 디지털 시대인 21세기에도 보이는 라디오, 팟캐스트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며 그 나름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라디오는 오랜 기간 청취자들의 삶에 가장 가까운 친구로 자리잡아왔다. 그렇다면 가장 오랫동안 청취자들의 곁을 지킨 라디오 방송은 어느 프로그램일까.

바로 1964년 5월 9일 첫 전파를 탄 '밤을 잊은 그대에게(이하 '밤그대')'다. 올해로 53주년을 맞이하는 KBS 해피FM(106.1MHz) '밤을 잊은 그대에게'는 라디오서울(RSB), 동양방송(TBC)을 거쳐 KBS 라디오로 그대로 이어져 온, 라디오와 TV를 통틀어 현존하는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3개 방송사를 거치면서 수많은 DJ·PD·작가가 다녀갔고, 프로그램 성격도 청소년 계몽·인생 상담·팝 음악 방송 등으로 변해왔지만 '밤그대' 제목과 영화음악인 '시바의 여왕(La Reine De Saba)' 시그널은 지금까지 그대로다.


5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밤그대'를 거쳐 간 역대 '밤지기' DJ들로는 누가 있을까.

첫 DJ인 이성화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1970년대 양희은, 서유석, 황인용 아나운서 등에 이어 1980년대에는 송승환, 배한성, 전영록, 최수종, 하희라가 '밤그대'를 이끌었다.


이 중 '밤그대'의 대표적 진행자로 꼽히는 황인용 전 TBC 아나운서는 '밤그대'를 통해 라디오 DJ의 길로 들어섰다. 1980년 11월 30일, 언론통폐합으로 인하여 TBC가 KBS로 넘어가기 직전 그가 울먹이며 이별을 고한 마지막 방송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황인용 아나운서는 "남은 5분이 너무 야속합니다. 5분이 10분이 될 수는 없습니까? 저도 이제 헤드폰을 벗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양방송은 이제 떠나겠습니다."라고 울먹이면서 청취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밤그대’ 40주년이었던 2004년, ‘밤지기’ 를 맡았던 황인용 전 아나운서와 신애라, 송승환이 모여 ‘밤그대’ 40주년을 기념했다.
2014년 ‘밤그대’ 50주년 특별방송 ‘리멤버50(Remember50)’에 참석한 역대 DJ들(왼쪽에서부터 이성화 전 아나운서, 황인용 전 아나운서, 송승환, 유열)
요즘은 '난타' 제작자로 더 유명한 배우 송승환은 80년대와 90년대 두 차례나 '밤지기'를 맡을 정도로 청취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DJ다.

'밤그대' 50주년이었던 2014년, 역대 '밤지기'들이 모인 '리멤버50(Remember50)'에서 송승환은 '밤그대' 50주년을 축하하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송승환은 "중, 고등학교 때 양희은 씨가 진행하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나중에 DJ 섭외를 받게 돼 가슴이 뛰었다"며 "1981년부터 1984년까지 4년 동안 DJ를 맡았던 때가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송승환이 두 번째로 DJ를 맡았던 91년, '밤그대'는 잠시 폐지의 위기를 맞는다. '밤그대' 방송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오락 위주 프로그램에서 생활정보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2년 '밤그대'는 노영심이 진행하며 다시 시작된다.

1990년대에는 노영심, 변진섭, 유열, 손무현, 김지수, 김정은이 DJ를 맡았고 2000년대에는 신애라, 박진희, 손미나, 유영석, 고민정 전 아나운서에서 현 진행자인 강서은 아나운서에 이르기까지 약 30여 명의 스타들이 DJ 자리를 지켰다.

최근 KBS에 사표를 내고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캠프로 간 고민정 전 아나운서도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밤그대' DJ를 맡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 '밤그대' DJ는 KBS '4시 뉴스집중'의 앵커인 강서은 아나운서로, 2016년 4월부터 매일 밤 10시 KBS 해피FM(106.1MHz)에서'밤을 잊은 그대'들과 함께하고 있다.


1927년 2월 16일 경성방송국에서 라디오의 첫 전파를 쏘아올린 이래로 2017년 KBS는 라디오 방송 90주년을 맞았다. 여러 DJ를 거쳐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늘 자리를 지켜온 KBS 해피FM '밤을 잊은 그대에게' 또한 2017년 5월 9일로 53주년을 맞는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라디오는 늘 그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청취자들과 일대일로 교감하며 소통하고 있다. 끊임없이 라디오 위기론이 불거져왔음에도 지금껏 라디오가 살아남은 이유다. 지금도 라디오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준비를 하고서.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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