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강제 낙태’ 한센인에 국가배상 책임” 첫 판결

입력 2017.02.15 (11:20) 수정 2017.02.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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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로부터 강제로 단종(정관 정제) 수술과 낙태 수술을 받은 한센인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오늘(15일) 강 모 씨 등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낙태 피해자 10명에게 4천만 원, 정관수술 피해자 9명에게 3천만 원씩 배상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시행된 수술 등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이므로, 국가는 그 소속 의사 등이 행한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한센인들에게 시행한 정관·낙태 수술은 동의·승낙이 없었다면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태아의 생명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한센인들의 임신과 출산을 사실상 금지해 자손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뤄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물론이거니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및 자기결정권,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거나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한센인들을 대리한 박영립 한센인권변호단장은 대법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법부가 이제라도 한센인들의 눈물을 닦아줘서 다행"이라며 "입법부에서도 일괄 배상 개정안이 통과돼 한 맺힌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국가가 책임을 다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센인에 대한 낙태·단종이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부터로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이 낳은 정책이었다. 소록도에서는 1936년 부부 동거의 조건으로 단종 수술을 내걸었다. 당시 피해를 본 한센인들은 지난 2007년 설치된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낙태·단종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지만 국가가 배상을 거부하자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40여 명이 6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오늘 판결은 현재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 계류된 5건의 한센인 국가 대상 손해배상 청구소송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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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강제 낙태’ 한센인에 국가배상 책임” 첫 판결
    • 입력 2017-02-15 11:20:48
    • 수정2017-02-15 11:35:18
    사회
국가로부터 강제로 단종(정관 정제) 수술과 낙태 수술을 받은 한센인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오늘(15일) 강 모 씨 등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낙태 피해자 10명에게 4천만 원, 정관수술 피해자 9명에게 3천만 원씩 배상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시행된 수술 등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이므로, 국가는 그 소속 의사 등이 행한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한센인들에게 시행한 정관·낙태 수술은 동의·승낙이 없었다면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태아의 생명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한센인들의 임신과 출산을 사실상 금지해 자손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뤄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물론이거니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및 자기결정권,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거나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한센인들을 대리한 박영립 한센인권변호단장은 대법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법부가 이제라도 한센인들의 눈물을 닦아줘서 다행"이라며 "입법부에서도 일괄 배상 개정안이 통과돼 한 맺힌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국가가 책임을 다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센인에 대한 낙태·단종이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부터로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이 낳은 정책이었다. 소록도에서는 1936년 부부 동거의 조건으로 단종 수술을 내걸었다. 당시 피해를 본 한센인들은 지난 2007년 설치된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낙태·단종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지만 국가가 배상을 거부하자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40여 명이 6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오늘 판결은 현재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 계류된 5건의 한센인 국가 대상 손해배상 청구소송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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