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김경아, 태극마크 달고 제2 탁구 인생 시작

입력 2017.02.15 (15:57) 수정 2017.02.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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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로 뽑힐 것이라고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태극마크를 달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대표팀에서 (맏언니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고,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때 탁구 여자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다 은퇴했던 김경아(40·대한항공)가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제2의 탁구 인생'을 열어간다.

김경아는 14일 끝난 국가대표 상비군 최종 선발전에서 19승5패의 성적으로 여자부 전체 3위에 오르며 오는 4월9일부터 16일까지 중국 우시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마흔 살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인 김경아가 대표로 선발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김경아 자신도 예상 밖 결과에 놀라는 눈치다.

그는 "오는 4월 예정된 코리아오픈대회에 출전하려고 14명의 대표 상비군 안에 드는 게 목적이었다. 나 자신도 국가대표가 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아직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경아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후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느라 상당 기간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직후 첫아들 종윤(5세)에 이어 2년 뒤에는 둘째 딸 서윤(3세)까지 낳아 한동안 '엄마' 역할에만 매달려야 했다.

탁구를 잠시 잊고 지내던 김경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대전에 사는 친정어머니가 아이들 육아에 도움을 주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겨 2015년 10월 '주부 선수'로 복귀했다. 국제대회보다는 주로 국내 대회에 참가하며 소속팀 대한항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2016년에는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훈련 파트너를 자청해 태릉선수촌에 잠시 들어가 함께 훈련하기도 했다.

후배들과 땀을 흘리며 훈련하는 동안 체력이 많이 좋아졌고, 결정적으로 '바뀐 탁구공'은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2014년 7월부터 100여 년 사용해온 셀룰로이드 탁구공을 버리고 플라스틱 탁구공을 공식구로 채택했다. 셀룰로이드 공이 발화성이 있어 위험하다는 논리였지만 탁구 세계 최강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공은 기존 지름 39.7㎜에서 40.2㎜로 커졌다. 탁구공의 회전량이 감소한 반면 공이 커진 만큼 구속도 줄어들었다.

이 공을 도입한 후 커트를 주무기로 하는 김경아 같은 수비형 선수가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김경아에게는 바뀐 탁구공이 새로운 기회였다.

그는 "공의 회전량이 감소해 커트의 위력이 약해졌지만, 그것보다 상대 선수가 스매싱한 공의 속도가 줄면서 리시브하는 부담이 훨씬 줄었다"면서 "나처럼 상대의 실수를 이용해 득점하는 완전 수비형 선수에게는 오히려 더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그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침체한 한국 여자탁구에 힘을 보탬을 줄 길이 열린 것이다.

김경아는 전성기 시절 '국제용 선수'로 통했다.

공격수들이 즐비한 국내 대회에서는 대표 선발전도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단식 동메달, 2006년도하 아시안게임 혼합복식 동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단체전 동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식·단체전 각 동메달이 그가 일궈낸 성적이다.

어렵게 다시 단 태극마크지만 김경아에게는 걱정이 적지 않다.

마흔의 나이 탓에 체력적으로 후배들에게 밀리는 데다 두 아이와 생이별하고 대표팀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시아선수권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치르기 때문에 '과연 체력적으로 감당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들지만 일단 대표로 뽑힌 이상 이를 악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두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는 데다 친정어머니를 더 고생시키게 된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도 "엄마가 운동선수라는 걸 모르는 아이들에게 태극마크를 단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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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혹’ 김경아, 태극마크 달고 제2 탁구 인생 시작
    • 입력 2017-02-15 15:57:58
    • 수정2017-02-15 16:10:56
    연합뉴스
"국가대표로 뽑힐 것이라고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태극마크를 달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대표팀에서 (맏언니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고,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때 탁구 여자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다 은퇴했던 김경아(40·대한항공)가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제2의 탁구 인생'을 열어간다.

김경아는 14일 끝난 국가대표 상비군 최종 선발전에서 19승5패의 성적으로 여자부 전체 3위에 오르며 오는 4월9일부터 16일까지 중국 우시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마흔 살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인 김경아가 대표로 선발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김경아 자신도 예상 밖 결과에 놀라는 눈치다.

그는 "오는 4월 예정된 코리아오픈대회에 출전하려고 14명의 대표 상비군 안에 드는 게 목적이었다. 나 자신도 국가대표가 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아직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경아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후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느라 상당 기간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직후 첫아들 종윤(5세)에 이어 2년 뒤에는 둘째 딸 서윤(3세)까지 낳아 한동안 '엄마' 역할에만 매달려야 했다.

탁구를 잠시 잊고 지내던 김경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대전에 사는 친정어머니가 아이들 육아에 도움을 주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겨 2015년 10월 '주부 선수'로 복귀했다. 국제대회보다는 주로 국내 대회에 참가하며 소속팀 대한항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2016년에는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훈련 파트너를 자청해 태릉선수촌에 잠시 들어가 함께 훈련하기도 했다.

후배들과 땀을 흘리며 훈련하는 동안 체력이 많이 좋아졌고, 결정적으로 '바뀐 탁구공'은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2014년 7월부터 100여 년 사용해온 셀룰로이드 탁구공을 버리고 플라스틱 탁구공을 공식구로 채택했다. 셀룰로이드 공이 발화성이 있어 위험하다는 논리였지만 탁구 세계 최강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공은 기존 지름 39.7㎜에서 40.2㎜로 커졌다. 탁구공의 회전량이 감소한 반면 공이 커진 만큼 구속도 줄어들었다.

이 공을 도입한 후 커트를 주무기로 하는 김경아 같은 수비형 선수가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김경아에게는 바뀐 탁구공이 새로운 기회였다.

그는 "공의 회전량이 감소해 커트의 위력이 약해졌지만, 그것보다 상대 선수가 스매싱한 공의 속도가 줄면서 리시브하는 부담이 훨씬 줄었다"면서 "나처럼 상대의 실수를 이용해 득점하는 완전 수비형 선수에게는 오히려 더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그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침체한 한국 여자탁구에 힘을 보탬을 줄 길이 열린 것이다.

김경아는 전성기 시절 '국제용 선수'로 통했다.

공격수들이 즐비한 국내 대회에서는 대표 선발전도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단식 동메달, 2006년도하 아시안게임 혼합복식 동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단체전 동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식·단체전 각 동메달이 그가 일궈낸 성적이다.

어렵게 다시 단 태극마크지만 김경아에게는 걱정이 적지 않다.

마흔의 나이 탓에 체력적으로 후배들에게 밀리는 데다 두 아이와 생이별하고 대표팀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시아선수권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치르기 때문에 '과연 체력적으로 감당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들지만 일단 대표로 뽑힌 이상 이를 악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두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는 데다 친정어머니를 더 고생시키게 된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도 "엄마가 운동선수라는 걸 모르는 아이들에게 태극마크를 단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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