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동안 계속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기-페어스케이팅이 주는 매력

입력 2017.02.16 (10:12) 수정 2017.02.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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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그 프로토포포프-루드밀라 벨로소바, 1968년 동계올림픽 페어 부문 우승. 출처: getty images Korea/이매진스올레그 프로토포포프-루드밀라 벨로소바, 1968년 동계올림픽 페어 부문 우승. 출처: getty images Korea/이매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채널에 피겨스케이팅 장면이 올라왔다. 국제빙상연맹(ISU)이 이 영상을 공유했고 피겨스케이팅팬들에게 이 영상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 수준이 높아 보이진 않지만, 그들은 사실 올림픽 챔피언 출신이다. 그것도 무려 2번이나.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바로 이 영상에서 출발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피겨 전설의 감동적인 연기

86세의 남자와 83세의 여자가 빙판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연기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 예전 같은 스케이팅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그들에겐 20대 선수들이 갖지 못한 그들만의 아우라가 있다. 그들은 손끝 하나, 눈빛 하나에 감정을 보내고, 관중들은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른바 마음이 전해지는 스케이터다. 이들은 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서로를 간절히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스케이터일 것이다. 이들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는 무려 6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3년간 이어지는 사랑-영원한 연기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두 선수 모두 10대 중반의 나이, 두 사람은 1954년 처음으로 페어 팀을 이루게 된다. 남자인 올레그 프로토포포프의 입장에선 첫 번째 파트너와 함께 1953년 소련 챔피언십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듬해, 운명처럼 루드밀라 벨로소바를 만난 것이다. 야심 차게 페어 팀을 결성했지만, 코치와의 불화로 코치 없이 훈련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그들은 페어 팀으로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던 1957년 결혼이라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자칫 페어 팀으로서의 생명이 짧아질 수 있는 모험에 가까웠지만 이들은 성적보다 사랑을 택했다. 이들은 결혼 이후에도 페어스케이팅에 집중하기 위해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

루드밀라 프로토포포프 60년대 연기 장면루드밀라 프로토포포프 60년대 연기 장면

러시아 페어 스케이팅 왕조의 시작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처음 도전했던 1960년 올림픽에선 9위에 그치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1964년 올림픽에서 소련의 첫 페어 부문 금메달을 따냈고, 4년 뒤에는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루드밀라 벨로소바-올레그 프로토포포프 팀의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구소련과 러시아는 2006년 올림픽까지 무려 42년간 올림픽 금메달을 지배했다. 결국, 러시아 페어의 왕조 시대는 바로 이들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들은 1979년 스위스로 정치적인 망명을 했고, 1995년 결국 스위스 국적을 얻었다. 지금도 겨울에는 스위스에서 지내면서 여름에는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스케이팅을 계속하고 있다.

사랑과 피겨 모두 쟁취한 여인 루드밀라 벨로소바

루드밀라 벨로소바의 뒤를 이은 이리나 로드니나같은 경우는 두 번이나 남자 파트너를 바꿔가며 무려 3번이나 페어 부문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지만, 파트너와의 사랑이 파국으로 이어지는 등 불행했다. 그녀는 분명 뛰어난 스케이터지만,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지는 못했다. 아이스 댄스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던 옥사나 그리슉같은 경우는 빙판에서는 남자 파트너와 환상적인 호흡을 맞췄지만, 일상생활에선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는 불편한 사이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줬던 고르디바-그린코프조는 그린코프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G&G는 전설이 되었고 고르디바는 젊은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과 싸워야만 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다른 팀들의 경우를 생각하면 루드밀라 벨로소바는 사랑과 스케이팅에서 모두 성공한 보기 드문 경우이다.

올레그 프로토포포프-루드밀라 벨로소바 최근 연기 장면올레그 프로토포포프-루드밀라 벨로소바 최근 연기 장면

루드밀라 벨로소바-올레그 프로토포포프팀은 외국에선 'The Protopopovs'라고 불린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들의 기술 수준은 분명 낮은 편이지만, 지금 페어 팀들이 갖고 있지 못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페어스케이팅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 과연 기술적인 진보인지, 서로의 호흡을 통해 감동을 선사하는 것인지, 페어스케이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중요한 건 이들이 63년째 행복한 스케이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 나이에도 어떻게 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스케이팅할지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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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년동안 계속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기-페어스케이팅이 주는 매력
    • 입력 2017-02-16 10:12:54
    • 수정2017-02-16 10: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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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그 프로토포포프-루드밀라 벨로소바, 1968년 동계올림픽 페어 부문 우승. 출처: getty images Korea/이매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채널에 피겨스케이팅 장면이 올라왔다. 국제빙상연맹(ISU)이 이 영상을 공유했고 피겨스케이팅팬들에게 이 영상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 수준이 높아 보이진 않지만, 그들은 사실 올림픽 챔피언 출신이다. 그것도 무려 2번이나.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바로 이 영상에서 출발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피겨 전설의 감동적인 연기 86세의 남자와 83세의 여자가 빙판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연기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 예전 같은 스케이팅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그들에겐 20대 선수들이 갖지 못한 그들만의 아우라가 있다. 그들은 손끝 하나, 눈빛 하나에 감정을 보내고, 관중들은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른바 마음이 전해지는 스케이터다. 이들은 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서로를 간절히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스케이터일 것이다. 이들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는 무려 6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3년간 이어지는 사랑-영원한 연기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두 선수 모두 10대 중반의 나이, 두 사람은 1954년 처음으로 페어 팀을 이루게 된다. 남자인 올레그 프로토포포프의 입장에선 첫 번째 파트너와 함께 1953년 소련 챔피언십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듬해, 운명처럼 루드밀라 벨로소바를 만난 것이다. 야심 차게 페어 팀을 결성했지만, 코치와의 불화로 코치 없이 훈련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그들은 페어 팀으로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던 1957년 결혼이라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자칫 페어 팀으로서의 생명이 짧아질 수 있는 모험에 가까웠지만 이들은 성적보다 사랑을 택했다. 이들은 결혼 이후에도 페어스케이팅에 집중하기 위해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 루드밀라 프로토포포프 60년대 연기 장면 러시아 페어 스케이팅 왕조의 시작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처음 도전했던 1960년 올림픽에선 9위에 그치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1964년 올림픽에서 소련의 첫 페어 부문 금메달을 따냈고, 4년 뒤에는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루드밀라 벨로소바-올레그 프로토포포프 팀의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구소련과 러시아는 2006년 올림픽까지 무려 42년간 올림픽 금메달을 지배했다. 결국, 러시아 페어의 왕조 시대는 바로 이들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들은 1979년 스위스로 정치적인 망명을 했고, 1995년 결국 스위스 국적을 얻었다. 지금도 겨울에는 스위스에서 지내면서 여름에는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스케이팅을 계속하고 있다. 사랑과 피겨 모두 쟁취한 여인 루드밀라 벨로소바 루드밀라 벨로소바의 뒤를 이은 이리나 로드니나같은 경우는 두 번이나 남자 파트너를 바꿔가며 무려 3번이나 페어 부문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지만, 파트너와의 사랑이 파국으로 이어지는 등 불행했다. 그녀는 분명 뛰어난 스케이터지만,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지는 못했다. 아이스 댄스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던 옥사나 그리슉같은 경우는 빙판에서는 남자 파트너와 환상적인 호흡을 맞췄지만, 일상생활에선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는 불편한 사이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줬던 고르디바-그린코프조는 그린코프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G&G는 전설이 되었고 고르디바는 젊은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과 싸워야만 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다른 팀들의 경우를 생각하면 루드밀라 벨로소바는 사랑과 스케이팅에서 모두 성공한 보기 드문 경우이다. 올레그 프로토포포프-루드밀라 벨로소바 최근 연기 장면 루드밀라 벨로소바-올레그 프로토포포프팀은 외국에선 'The Protopopovs'라고 불린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들의 기술 수준은 분명 낮은 편이지만, 지금 페어 팀들이 갖고 있지 못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페어스케이팅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 과연 기술적인 진보인지, 서로의 호흡을 통해 감동을 선사하는 것인지, 페어스케이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중요한 건 이들이 63년째 행복한 스케이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 나이에도 어떻게 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스케이팅할지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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