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여성 2명…그들의 정체와 의문점

입력 2017.02.16 (18:55) 수정 2017.02.1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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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독극물 피살 당시를 묘사한 말레이시아 언론 보도김정남의 독극물 피살 당시를 묘사한 말레이시아 언론 보도

김정남 암살 사건을 저지른 용의자들이 말레이시아 경찰에 속속 체포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체포된 3명의 남녀 용의자들을 수사하는 한편 이들과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남성 용의자들도 추적하고 있다.

그 가운데 실제 공항에서 김정남에게 독극물을 뿌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두 명의 여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베트남 여인, "장난인 줄 알았다"

사건 이틀 후 공항에서 붙잡힌 베트남 여권 소지 여성사건 이틀 후 공항에서 붙잡힌 베트남 여권 소지 여성

독살사건 이틀 후인 15일 경찰에 맨 먼저 붙잡힌 여성은 베트남 여권을 소지했다. 여권에 나와 있는 이름은 '도안 티 흐엉'(Doan Thi Huong).

사건 직후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CCTV에 찍힌 모습에 LOL이라고 쓰인 티셔츠 차림이었다.

이 여성은 이틀 뒤 체포 당시에도 LOL 티셔츠와 옅은 푸른색의 디오르 핸드백을 지니고 있었으며, 핸드백에는 김정남 독살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 독극물이 담긴 병이 있었다고 말레이시아 언론은 전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체포 후 경찰에서 자신은 단순히 '장난'인 줄 알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여성친구 1명과 함께 말레이시아 여행을 가던 중 동행 남성 4명이 공항 승객을 상대로 장난을 칠 것을 제안해 이를 따랐을 뿐, '장난'의 대상이 김정남인 줄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가 없는 장난으로 생각했을 뿐 남성을 죽이거나 해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언론들은 이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후 자신이 다른 이들에 속아 공격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언론에 밝힌 베트남 여성에 대한 사건 자료말레이시아 경찰이 언론에 밝힌 베트남 여성에 대한 사건 자료

이 여성은 이들 5명의 일행과 말레이시아에 휴가차 왔으며, 범행 후 공항 인근 반다르 바루 살락 팅기 지역의 호텔에 함께 머물다 나머지 5명이 자신을 버려두고 가자 혼자 귀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여성이 베트남 여성의 친구?

베트남 여인의 친구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여인베트남 여인의 친구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여인

독살 사건을 함께 저지른 용의자로 알려진 또 다른 여인은 16일 새벽 2시쯤 경찰에 잡혔다.

이 여성은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여권상 이름은 '시티 아이샤'(Siti Aishah), 생년월일은 1992년 2월 11일이라고 말레이시아 경찰은 밝혔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말레이시아에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수백만 명이 있다며, 이 여권이 도난이나 분실 여권일 수도 있어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언론에 밝힌 인도네시아 여성에 대한 사건 자료말레이시아 경찰이 언론에 밝힌 인도네시아 여성에 대한 사건 자료

이 여성은 전날 붙잡힌 베트남 여권 소지 여성과 더불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제2 국제공항에서 셀프체크인 기기를 이용하던 김정남에게 접근해 독살한 것으로 의심된다.

베트남 여성과 인도네시아 여성은 어떻게 친구가 됐을까?

두 여성은 범행 후 택시를 타는 장면이 공항 폐쇄회로(CC)TV에 포착돼 경찰이 추적을 받았다.

공항 택시 정류장에 찍힌 CCTV 장면공항 택시 정류장에 찍힌 CCTV 장면

커지는 의혹들 ?

그런데 이 여성들의 행동은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독살사건을 저지른 암살범의 행동이라곤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많다.

이들은 사건 직후 태연스럽게 택시를 타고 갔다. 그것도 CCTV가 촬영하고 관계자들이 안내를 해주는 택시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도주를 한다는 건 상식 밖의 행동이다.

진짜 암살범이라면 과연 이렇게 행동할까?

의심이 가는 대목이 있기도 하다.

이 베트남 국적 여성은 범행을 전후해 숙박했던 호텔에서 머리카락을 짧게 깎는 등 변장을 시도했다고 교도통신은 16일 전했다.

그녀가 머물렀던 호텔의 종업원은 김정남 피살 사건 직후인 지난 13일 점심때가 임박해 그녀가 호텔에 돌아왔을 때 당초 길던 머리가 어깨 위에 올 정도로 짧았다는 것이다.

당시 그녀는 공항 폐쇄회로카메라(CCTV)에 비친 영상과 같은 'LOL' 로고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베트남 국적의 여성은 사건 이틀 후 귀국을 하기 위해 공항으로 돌아왔다가 체포됐다. 그것도 사건 당시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타났다가 경찰에 잡혔다는 것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하는 사람이 범행 당시와 같은 복장으로 그것도 경계가 삼엄한 공항에 버젓이 다시 나타나 체포됐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 여성은 호텔에서도 "가족과 연락해야 한다"며 인터넷이 잘 연결되는 방을 요청했다. 당시 그녀는 스마트폰 3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살인은 앞두고 여기저기 연락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저지른 독살 사건의 사인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김정남 사망 후 사흘이 지나도록 정확한 사인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그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이상 징후를 보인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에 대해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보도로는 김정남은 독침이나 스프레이로 분사된 독극물, 독액이 묻은 헝겊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말라야대학 의학센터 병리학장 K. 나데산 교수는 김정남이 2명의 여성과 접촉하고 이상 증세를 보인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이른바 '독살'이란 부분이 꽤 곤혹스럽다(puzzling)"며 "시안화합물(청산가리)만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으나 시안화합물은 삼켜야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데산 교수는 자신의 말은 하나의 가정일 뿐이라면서도 실제 이 사건을 담당하는 법의학자는 김정남의 죽음이 독살인지 자연사인지 알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이 전하는 바로는 이처럼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말레이 법원은 먼저 붙잡힌 여성 2명에 대해 구금 7일을 명령했다.

다만 이 여성들이 김정남 암살을 직접 주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남성 용의자들의 사주에 따라 범행한 것이라면 도주한 나머지 용의자들이 잡히기 전까지는 정확한 사건 실체 파악이 힘들 수도 있다.

말레이 경찰은 이들이 아직 말레이시아 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국경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관련 링크] 김정남 독살을 재현한 말레이시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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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남 암살 여성 2명…그들의 정체와 의문점
    • 입력 2017-02-16 18:55:44
    • 수정2017-02-16 19:12:17
    취재K
김정남의 독극물 피살 당시를 묘사한 말레이시아 언론 보도 김정남 암살 사건을 저지른 용의자들이 말레이시아 경찰에 속속 체포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체포된 3명의 남녀 용의자들을 수사하는 한편 이들과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남성 용의자들도 추적하고 있다. 그 가운데 실제 공항에서 김정남에게 독극물을 뿌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두 명의 여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베트남 여인, "장난인 줄 알았다" 사건 이틀 후 공항에서 붙잡힌 베트남 여권 소지 여성 독살사건 이틀 후인 15일 경찰에 맨 먼저 붙잡힌 여성은 베트남 여권을 소지했다. 여권에 나와 있는 이름은 '도안 티 흐엉'(Doan Thi Huong). 사건 직후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CCTV에 찍힌 모습에 LOL이라고 쓰인 티셔츠 차림이었다. 이 여성은 이틀 뒤 체포 당시에도 LOL 티셔츠와 옅은 푸른색의 디오르 핸드백을 지니고 있었으며, 핸드백에는 김정남 독살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 독극물이 담긴 병이 있었다고 말레이시아 언론은 전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체포 후 경찰에서 자신은 단순히 '장난'인 줄 알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여성친구 1명과 함께 말레이시아 여행을 가던 중 동행 남성 4명이 공항 승객을 상대로 장난을 칠 것을 제안해 이를 따랐을 뿐, '장난'의 대상이 김정남인 줄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가 없는 장난으로 생각했을 뿐 남성을 죽이거나 해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언론들은 이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후 자신이 다른 이들에 속아 공격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언론에 밝힌 베트남 여성에 대한 사건 자료 이 여성은 이들 5명의 일행과 말레이시아에 휴가차 왔으며, 범행 후 공항 인근 반다르 바루 살락 팅기 지역의 호텔에 함께 머물다 나머지 5명이 자신을 버려두고 가자 혼자 귀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여성이 베트남 여성의 친구? 베트남 여인의 친구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여인 독살 사건을 함께 저지른 용의자로 알려진 또 다른 여인은 16일 새벽 2시쯤 경찰에 잡혔다. 이 여성은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여권상 이름은 '시티 아이샤'(Siti Aishah), 생년월일은 1992년 2월 11일이라고 말레이시아 경찰은 밝혔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말레이시아에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수백만 명이 있다며, 이 여권이 도난이나 분실 여권일 수도 있어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언론에 밝힌 인도네시아 여성에 대한 사건 자료 이 여성은 전날 붙잡힌 베트남 여권 소지 여성과 더불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제2 국제공항에서 셀프체크인 기기를 이용하던 김정남에게 접근해 독살한 것으로 의심된다. 베트남 여성과 인도네시아 여성은 어떻게 친구가 됐을까? 두 여성은 범행 후 택시를 타는 장면이 공항 폐쇄회로(CC)TV에 포착돼 경찰이 추적을 받았다. 공항 택시 정류장에 찍힌 CCTV 장면 커지는 의혹들 ? 그런데 이 여성들의 행동은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독살사건을 저지른 암살범의 행동이라곤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많다. 이들은 사건 직후 태연스럽게 택시를 타고 갔다. 그것도 CCTV가 촬영하고 관계자들이 안내를 해주는 택시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도주를 한다는 건 상식 밖의 행동이다. 진짜 암살범이라면 과연 이렇게 행동할까? 의심이 가는 대목이 있기도 하다. 이 베트남 국적 여성은 범행을 전후해 숙박했던 호텔에서 머리카락을 짧게 깎는 등 변장을 시도했다고 교도통신은 16일 전했다. 그녀가 머물렀던 호텔의 종업원은 김정남 피살 사건 직후인 지난 13일 점심때가 임박해 그녀가 호텔에 돌아왔을 때 당초 길던 머리가 어깨 위에 올 정도로 짧았다는 것이다. 당시 그녀는 공항 폐쇄회로카메라(CCTV)에 비친 영상과 같은 'LOL' 로고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베트남 국적의 여성은 사건 이틀 후 귀국을 하기 위해 공항으로 돌아왔다가 체포됐다. 그것도 사건 당시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타났다가 경찰에 잡혔다는 것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하는 사람이 범행 당시와 같은 복장으로 그것도 경계가 삼엄한 공항에 버젓이 다시 나타나 체포됐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 여성은 호텔에서도 "가족과 연락해야 한다"며 인터넷이 잘 연결되는 방을 요청했다. 당시 그녀는 스마트폰 3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살인은 앞두고 여기저기 연락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저지른 독살 사건의 사인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김정남 사망 후 사흘이 지나도록 정확한 사인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그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이상 징후를 보인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에 대해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보도로는 김정남은 독침이나 스프레이로 분사된 독극물, 독액이 묻은 헝겊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말라야대학 의학센터 병리학장 K. 나데산 교수는 김정남이 2명의 여성과 접촉하고 이상 증세를 보인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이른바 '독살'이란 부분이 꽤 곤혹스럽다(puzzling)"며 "시안화합물(청산가리)만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으나 시안화합물은 삼켜야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데산 교수는 자신의 말은 하나의 가정일 뿐이라면서도 실제 이 사건을 담당하는 법의학자는 김정남의 죽음이 독살인지 자연사인지 알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이 전하는 바로는 이처럼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말레이 법원은 먼저 붙잡힌 여성 2명에 대해 구금 7일을 명령했다. 다만 이 여성들이 김정남 암살을 직접 주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남성 용의자들의 사주에 따라 범행한 것이라면 도주한 나머지 용의자들이 잡히기 전까지는 정확한 사건 실체 파악이 힘들 수도 있다. 말레이 경찰은 이들이 아직 말레이시아 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국경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관련 링크] 김정남 독살을 재현한 말레이시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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