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독해지는 겨울, 단단해지는 장벽

입력 2017.02.16 (20:38) 수정 2017.02.16 (20: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가 반난민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난민들은 열악한 캠프나 심지어 길거리에서 기약없이 머물고 있는데요.

글로벌 이슈 조지현 기자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질문>
이번 겨울 추위때문에 난민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죠?

<답변>
네, 난민들에게는 정말 혹독한 겨울이었는데요.

실제 모습을 한 번 보시죠.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난민 캠프입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2000명 이상의 난민이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버려진 창고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설비는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데요.

<인터뷰> 잠쉬드 샤답(아프간 난민) : "화장실은 공개돼있고 물도 부족합니다. 21세기에 이런 곳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죠."

베오그라드 수용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난민들이 버려진 창고나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건데요.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구호물자로 배를 채울 수 있지만 앉을 공간도 없어 서서 먹거나 쪼그리고 먹어야 합니다.

하루 종일 불을 피워대니까 연기 때문에 많은 난민들이 호흡기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데요.

<인터뷰> 잠쉬드 샤답(아프간 난민) : "오전 9,10시쯤 일어나요. 아무것도 할 게 없으니까요.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서 하루종일 걸어요. 연기를 피하기 위해서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아파요. 병들었어요."

이들이 바라는 건 여기를 벗어나는 것이지만 갈 길은 모두 막혔습니다.

<인터뷰> 잠쉬드 샤답(아프간 난민) : "제 목표는 프랑스로 가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 갇혀있으니까 언제 거기 갈 수 있을지 몰라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여기에 갇혀있어요."

세르비아 정부는 현재 난민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한 상태인데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유럽국가들이 세르비아를 난민을 버리기 위한 쓰레기통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세르비아 뿐 아니라 다른 난민 캠프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죠?

<답변>
유엔난민기구는 올 1월에만 추위 때문에 적어도 5명의 난민이 숨졌다고 밝혔는데요.

대부분의 난민 캠프가 추위를 대비할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동부 키오스 섬의 난민촌입니다.

텐트 하나에 의지해서 겨울을 나고 있는데요.

비나 눈이 오면 텐트 주변 곳곳에 물 웅덩이가 생겨서 텐트 안까지 물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인터뷰> 로덱(자원봉사자) : "텐트 안에 들어가면 어디든 젖어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바닥에 깐 담요도 젖었죠. 하지만 담요와 옷을 말릴 방법이 전혀 없어요."

레스보스섬의 모리아캠프에서는 지난달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불을 피운 난민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 캠프마저도 잘 곳이 부족해서 주변의 버려진 건물에서 사는 난민들도 많습니다.

이 버려진 건물에 난방시설이 있을리 없겠죠.

겨우 저렇게 불을 피워놓고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질문>
지금 서유럽으로 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있는 난민이 얼마나 되나요?

<답변>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가기 위해 주로 이용하던 발칸루트입니다.

그런데 마케도니아와 슬로베니아 등 곳곳에 장벽이 설치되고 지난해 3월 이 루트가 사실상 막혔죠.

그러면서 그리스에만 6만2천여 명, 세르비아에서도 7천여 명이 발이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언제 길이 열릴지도 모른 채 그냥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는거죠.

<질문>
근데 유럽도 점점 더 문을 닫기만 하는 거 같아요?

<답변>
네 우선 영국은 지금까지는 부모 없이 들어오는 아동 난민만 받아왔는데 이제 이마저도 아예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난민 수용에 가장 관대하던 스웨덴마저 규모를 줄였고요.

독일도 지난해 2만 3천명의 난민을 추방한데 이어서 20만명이 추방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난민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준 농부와 차를 태워준 대학교수가 기소돼 벌금형을 받기도 했고요.

이래저래 난민들을 도우려는 손길도 갈 길도 꽉 막힌 상태입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독해지는 겨울, 단단해지는 장벽
    • 입력 2017-02-16 20:26:07
    • 수정2017-02-16 20:49:15
    글로벌24
<앵커 멘트>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가 반난민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난민들은 열악한 캠프나 심지어 길거리에서 기약없이 머물고 있는데요.

글로벌 이슈 조지현 기자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질문>
이번 겨울 추위때문에 난민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죠?

<답변>
네, 난민들에게는 정말 혹독한 겨울이었는데요.

실제 모습을 한 번 보시죠.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난민 캠프입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2000명 이상의 난민이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버려진 창고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설비는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데요.

<인터뷰> 잠쉬드 샤답(아프간 난민) : "화장실은 공개돼있고 물도 부족합니다. 21세기에 이런 곳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죠."

베오그라드 수용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난민들이 버려진 창고나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건데요.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구호물자로 배를 채울 수 있지만 앉을 공간도 없어 서서 먹거나 쪼그리고 먹어야 합니다.

하루 종일 불을 피워대니까 연기 때문에 많은 난민들이 호흡기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데요.

<인터뷰> 잠쉬드 샤답(아프간 난민) : "오전 9,10시쯤 일어나요. 아무것도 할 게 없으니까요.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서 하루종일 걸어요. 연기를 피하기 위해서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아파요. 병들었어요."

이들이 바라는 건 여기를 벗어나는 것이지만 갈 길은 모두 막혔습니다.

<인터뷰> 잠쉬드 샤답(아프간 난민) : "제 목표는 프랑스로 가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 갇혀있으니까 언제 거기 갈 수 있을지 몰라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여기에 갇혀있어요."

세르비아 정부는 현재 난민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한 상태인데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유럽국가들이 세르비아를 난민을 버리기 위한 쓰레기통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세르비아 뿐 아니라 다른 난민 캠프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죠?

<답변>
유엔난민기구는 올 1월에만 추위 때문에 적어도 5명의 난민이 숨졌다고 밝혔는데요.

대부분의 난민 캠프가 추위를 대비할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동부 키오스 섬의 난민촌입니다.

텐트 하나에 의지해서 겨울을 나고 있는데요.

비나 눈이 오면 텐트 주변 곳곳에 물 웅덩이가 생겨서 텐트 안까지 물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인터뷰> 로덱(자원봉사자) : "텐트 안에 들어가면 어디든 젖어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바닥에 깐 담요도 젖었죠. 하지만 담요와 옷을 말릴 방법이 전혀 없어요."

레스보스섬의 모리아캠프에서는 지난달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불을 피운 난민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 캠프마저도 잘 곳이 부족해서 주변의 버려진 건물에서 사는 난민들도 많습니다.

이 버려진 건물에 난방시설이 있을리 없겠죠.

겨우 저렇게 불을 피워놓고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질문>
지금 서유럽으로 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있는 난민이 얼마나 되나요?

<답변>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가기 위해 주로 이용하던 발칸루트입니다.

그런데 마케도니아와 슬로베니아 등 곳곳에 장벽이 설치되고 지난해 3월 이 루트가 사실상 막혔죠.

그러면서 그리스에만 6만2천여 명, 세르비아에서도 7천여 명이 발이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언제 길이 열릴지도 모른 채 그냥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는거죠.

<질문>
근데 유럽도 점점 더 문을 닫기만 하는 거 같아요?

<답변>
네 우선 영국은 지금까지는 부모 없이 들어오는 아동 난민만 받아왔는데 이제 이마저도 아예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난민 수용에 가장 관대하던 스웨덴마저 규모를 줄였고요.

독일도 지난해 2만 3천명의 난민을 추방한데 이어서 20만명이 추방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난민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준 농부와 차를 태워준 대학교수가 기소돼 벌금형을 받기도 했고요.

이래저래 난민들을 도우려는 손길도 갈 길도 꽉 막힌 상태입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