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북한 고립 심화

입력 2017.02.20 (08:08) 수정 2017.02.2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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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김정남의 피살과정... 다시 한번 정리해볼까요?

지난해 8월, 북한 국적의 화학 전문가 리정철이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에 입국했습니다.

도심에서 시내까진 차로 10분, 공항까진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살았는데, 이곳이 리정철의 주거공간인 동시에 북한 공작원들의 안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리정철은 현지 IT 기업에서 일하며, 김정남의 행적을 은밀히 추적했습니다.

북한 대사관 측과 접촉하며 범행에 동원할 현지인도 물색했습니다.

각각 인도네시아, 베트남 국적인 시티 아이샤와 도안티흐엉을 범행 도우미로 정했죠.

리정철은, 수 개월 동안 여행까지 함께 하며 친분을 쌓았습니다.

지난달 31일을 시작으로 북한 국적의 주범들이 말레이시아로 속속 집결했습니다.

김정남 암살 작전이 시작된 거죠.

2일과 4일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여성도 합류했습니다.

리정철 등은 이들에게는 살해가 목적이란 걸 끝까지 숨긴 것으로 보입니다.

두 여성에게 '몰래 카메라' 동영상을 찍자고 제안했고, 범행 전날엔 예행 연습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3일 오전 9시.

두 여성은 각본 대로 출국 수속 중이던 김정남에게 다가가 얼굴에 독극물을 뿌렸습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북한 출신 용의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리정철만 사건 발생 나흘만에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 등은 리정철 외에 다른 용의자들은 이미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왜 리정철은 남았는지 또 다른 의문인데, 김정남 사망을 확인하거나, 뒤처리 하려던 것은 아닐까요? 다른 용의자들, 이미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승철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김정남 암살 사건의 주요 용의자들이 말레이시아를 떠난 것은 사건 당일인 지난 13일입니다.

이들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이미 17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싱가포르 채널뉴스 아시아가 보도했습니다.

채널뉴스아시아는 고위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용의자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습니다.

나흘이나 걸릴 정도로 긴 여정을 택한 것은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언론인 중국보도 용의자 4명이 범행 4일 만에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국적의 용의자 4명이 범행 후 모두 북한으로 향한 것으로 보이면서, 결국, 북한에서 파견된 공작원들이 암살 계획을 실행했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인터폴의 협조를 받아, 리지현 등 4명의 뒤를 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용의자 4명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7일 사이에 말레이시아에 들어와 사건 발생 직후 출국했습니다.

당시 김정남은 집이 있는 마카오로 돌아가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찾았다 독극물 공격을 당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기자 멘트>

이렇게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배후로 밝혀진다면 북한의 고립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예로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대한항공기를 폭파하자,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북한은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를 계기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습니다.

그러나, 백주 대낮에 남의 나라 공공 장소에서 암살을 주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 정가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이미 관련 법안도 발의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외교적 대응도 주목됩니다.

1983년 북한의 아웅산 폭탄 테러 당시 미얀마 정부는 친북 성향이었음에도 북한과 단교했습니다.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날 경우 지난 2009년 북한과의 첫 무비자협정 체결국이 된 말레이시아의 대 북한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또 다음 달에 발표되는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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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남 암살’…북한 고립 심화
    • 입력 2017-02-20 08:11:27
    • 수정2017-02-20 09: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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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김정남의 피살과정... 다시 한번 정리해볼까요?

지난해 8월, 북한 국적의 화학 전문가 리정철이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에 입국했습니다.

도심에서 시내까진 차로 10분, 공항까진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살았는데, 이곳이 리정철의 주거공간인 동시에 북한 공작원들의 안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리정철은 현지 IT 기업에서 일하며, 김정남의 행적을 은밀히 추적했습니다.

북한 대사관 측과 접촉하며 범행에 동원할 현지인도 물색했습니다.

각각 인도네시아, 베트남 국적인 시티 아이샤와 도안티흐엉을 범행 도우미로 정했죠.

리정철은, 수 개월 동안 여행까지 함께 하며 친분을 쌓았습니다.

지난달 31일을 시작으로 북한 국적의 주범들이 말레이시아로 속속 집결했습니다.

김정남 암살 작전이 시작된 거죠.

2일과 4일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여성도 합류했습니다.

리정철 등은 이들에게는 살해가 목적이란 걸 끝까지 숨긴 것으로 보입니다.

두 여성에게 '몰래 카메라' 동영상을 찍자고 제안했고, 범행 전날엔 예행 연습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3일 오전 9시.

두 여성은 각본 대로 출국 수속 중이던 김정남에게 다가가 얼굴에 독극물을 뿌렸습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북한 출신 용의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리정철만 사건 발생 나흘만에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 등은 리정철 외에 다른 용의자들은 이미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왜 리정철은 남았는지 또 다른 의문인데, 김정남 사망을 확인하거나, 뒤처리 하려던 것은 아닐까요? 다른 용의자들, 이미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승철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김정남 암살 사건의 주요 용의자들이 말레이시아를 떠난 것은 사건 당일인 지난 13일입니다.

이들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이미 17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싱가포르 채널뉴스 아시아가 보도했습니다.

채널뉴스아시아는 고위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용의자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습니다.

나흘이나 걸릴 정도로 긴 여정을 택한 것은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언론인 중국보도 용의자 4명이 범행 4일 만에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국적의 용의자 4명이 범행 후 모두 북한으로 향한 것으로 보이면서, 결국, 북한에서 파견된 공작원들이 암살 계획을 실행했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인터폴의 협조를 받아, 리지현 등 4명의 뒤를 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용의자 4명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7일 사이에 말레이시아에 들어와 사건 발생 직후 출국했습니다.

당시 김정남은 집이 있는 마카오로 돌아가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찾았다 독극물 공격을 당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기자 멘트>

이렇게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배후로 밝혀진다면 북한의 고립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예로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대한항공기를 폭파하자,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북한은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를 계기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습니다.

그러나, 백주 대낮에 남의 나라 공공 장소에서 암살을 주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 정가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이미 관련 법안도 발의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외교적 대응도 주목됩니다.

1983년 북한의 아웅산 폭탄 테러 당시 미얀마 정부는 친북 성향이었음에도 북한과 단교했습니다.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날 경우 지난 2009년 북한과의 첫 무비자협정 체결국이 된 말레이시아의 대 북한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또 다음 달에 발표되는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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