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날’이 반 트럼프 시위의 날?

입력 2017.02.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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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2월 셋째 주 월요일이 '대통령의 날'로 지정돼 있다. 올해는 2월 20일이 '대통령의 날'이다. 대통령의 날은 1970년대 중반에 지정됐다. 1970년대 중반까지는 미국 독립 전쟁의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탄생일인 2월 22일이 공휴일이었다. 남북 전쟁(1861-1865) 당시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태어났던 2월 12일 역시 대부분 주에서는 공휴일로 지키고 있었다.

1970년대에 미 의회는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을 모두 추모하는 의미에서 ‘대통령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기념하기로 하고 그 날짜를 매년 2월의 세 번째 월요일로 정했다. 이날 대부분의 정부 기관들은 문을 닫고 은행과 주식시장도 문을 열지 않는다. 대통령은 물론 미국민들도 대통령의 날을 맞아 휴일을 즐긴다.

역사적으로 신성한 의미가 있는 대통령의 날이 올해의 경우에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날' 당일인 20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뉴욕 등 대도시 곳곳에서 본격적인 대규모 반 트럼프 시위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한 달째와 맞물린 이 날 시위에는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시위를 기획한 노바 캘리즈는 "트럼프는 우리의 생각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가 시행하려는 정책들은 대부분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1월 20일에 대통령제는 죽었다.”

이에 앞서 뉴욕 워싱턴 스퀘어 공원에서는 '미국의 대통령제가 죽었다'는 의미의 모의 장례식이 열렸다. 모의 장례식을 연 시위대는 "미국의 대통령제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취임했던 1789년 4월 30일 시작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20일에 끝났다"고 적힌 관을 들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미국의 과학자들도 반 트럼프 대열에 가세했다. 과학자들은 19일(현지시각) 보스턴 코플리 광장에서 대대적인 반 트럼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과학이 번영과 진보의 중추 역할을 한다"고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에너지정책에 우려를 표명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같은 실증된 현실을 인정하고 '객관적 정보'에 바탕을 두고 정책을 시행하라고 트럼프 정부에 촉구했다.

미국 보스턴 코플리 광장에서 열린 과학자들의 시위. “과학은 현실이다”·“과학은 침묵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AP) 미국 보스턴 코플리 광장에서 열린 과학자들의 시위. “과학은 현실이다”·“과학은 침묵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AP)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선임고문인 스티브 배넌을 겨냥해 "대통령 배넌을 탄핵하라"는 팻말도 뉴욕, 워싱턴 DC, 볼티모어, LA 등 대도시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 트럼프 단체들이 배넌이 트럼프 행정부 최고 실세로 트럼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팻말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임 대통령의 이름을 나열한 뒤 현 대통령으로 배넌의 이름을 명시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스티브 배넌을 뽑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그는 사실상 미국의 45대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스티브 배넌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팻말‘스티브 배넌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팻말

반 트럼프 진영은 "팻말을 본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의 트윗 한두 개쯤은 날리지 않겠느냐"며 "어쩌면 그가 제일 좋아하는 두 마디를 배넌에게 할지도 모른다. 바로 '당신은 해고야'라는 말(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리얼리티쇼에 출연해서 다수 언급해 유행된 말)"이라고 비꼬았다.

이처럼 반발이 확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의 날 다음날인 21일에 출근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처할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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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의 날’이 반 트럼프 시위의 날?
    • 입력 2017-02-20 16:47:21
    취재K
미국에서는 2월 셋째 주 월요일이 '대통령의 날'로 지정돼 있다. 올해는 2월 20일이 '대통령의 날'이다. 대통령의 날은 1970년대 중반에 지정됐다. 1970년대 중반까지는 미국 독립 전쟁의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탄생일인 2월 22일이 공휴일이었다. 남북 전쟁(1861-1865) 당시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태어났던 2월 12일 역시 대부분 주에서는 공휴일로 지키고 있었다.

1970년대에 미 의회는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을 모두 추모하는 의미에서 ‘대통령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기념하기로 하고 그 날짜를 매년 2월의 세 번째 월요일로 정했다. 이날 대부분의 정부 기관들은 문을 닫고 은행과 주식시장도 문을 열지 않는다. 대통령은 물론 미국민들도 대통령의 날을 맞아 휴일을 즐긴다.

역사적으로 신성한 의미가 있는 대통령의 날이 올해의 경우에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날' 당일인 20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뉴욕 등 대도시 곳곳에서 본격적인 대규모 반 트럼프 시위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한 달째와 맞물린 이 날 시위에는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시위를 기획한 노바 캘리즈는 "트럼프는 우리의 생각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가 시행하려는 정책들은 대부분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1월 20일에 대통령제는 죽었다.”

이에 앞서 뉴욕 워싱턴 스퀘어 공원에서는 '미국의 대통령제가 죽었다'는 의미의 모의 장례식이 열렸다. 모의 장례식을 연 시위대는 "미국의 대통령제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취임했던 1789년 4월 30일 시작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20일에 끝났다"고 적힌 관을 들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미국의 과학자들도 반 트럼프 대열에 가세했다. 과학자들은 19일(현지시각) 보스턴 코플리 광장에서 대대적인 반 트럼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과학이 번영과 진보의 중추 역할을 한다"고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에너지정책에 우려를 표명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같은 실증된 현실을 인정하고 '객관적 정보'에 바탕을 두고 정책을 시행하라고 트럼프 정부에 촉구했다.

미국 보스턴 코플리 광장에서 열린 과학자들의 시위. “과학은 현실이다”·“과학은 침묵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AP)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선임고문인 스티브 배넌을 겨냥해 "대통령 배넌을 탄핵하라"는 팻말도 뉴욕, 워싱턴 DC, 볼티모어, LA 등 대도시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 트럼프 단체들이 배넌이 트럼프 행정부 최고 실세로 트럼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팻말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임 대통령의 이름을 나열한 뒤 현 대통령으로 배넌의 이름을 명시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스티브 배넌을 뽑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그는 사실상 미국의 45대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스티브 배넌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팻말
반 트럼프 진영은 "팻말을 본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의 트윗 한두 개쯤은 날리지 않겠느냐"며 "어쩌면 그가 제일 좋아하는 두 마디를 배넌에게 할지도 모른다. 바로 '당신은 해고야'라는 말(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리얼리티쇼에 출연해서 다수 언급해 유행된 말)"이라고 비꼬았다.

이처럼 반발이 확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의 날 다음날인 21일에 출근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처할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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