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경제] 은행은 진짜 우리를 알고 돈을 빌려줄까?

입력 2017.02.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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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 [김기자의 똑똑한 경제]
□ 방송일시 : 2017년 02월 09일(목요일)

이 기사는 KBS뉴스 홈페이지에서 음성서비스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은행 이자율은 신용(Credit)이 결정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마에 신용등급을 붙이고 삽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 그 신용등급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그리고 그렇게 결정된 신용등급에 따라 은행창구에서는 진짜 합리적인 대출이 이뤄질까요? 답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신용등급은 개인신용평가기관(CB)들이 산정합니다. 우리나라는 크게 나이스평가정보와 코리아크레딧뷰로 2개 회사가 있습니다(기업 평가는 3개 회사가 한다).

우리가 은행이나 카드 보험사 캐피털사를 이용할 때마다 정보가 취합되고 평가됩니다. 백화점이나 휴대폰 요금, 심지어 가스요금을 연체해도 정보가 제공됩니다. 점수가 매겨집니다.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내리는지, 오르는지 잘 공개하지 않습니다. 간혹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연체를 10만 원 이상 5일 이상 하면 신용등급이 내려간다’ 정도가 공개될 뿐입니다. 그럼 100만 원을 4일 연체하면 우리 신용등급은 어떻게 될까?

기준을 잘 모르니, 내가 하는 어떤 금융행위가 내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러니 주변에 자신의 신용등급이 몇 등급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도 드뭅니다. 그저 연체를 안 하는 게 왕도라고 믿고 삽니다. 연체는 나쁜 거니까요. 그럼 이렇게 그들만의 리그에서 만들어진 신용등급을 은행은 정말 공정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일단 은행은 우리 신용을 평가하는 방법이 아직 서툽니다. 그래서 일단 ‘담보’를 원하죠. ‘마이너스 통장’ 같은 신용대출도 사실은 고정적인 ‘급여’가 있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사실상 담보대출입니다.

물론 시중 은행은 대출과 이자율 책정을 위해 자신들만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신평사들이 매기는 ‘신용등급’도 그 평가시스템의 기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굳이 이런 리스크를 감당하려 들지 않습니다. 손쉽게 신용대출을 거절합니다. 담보대출이 안전한 데다, 솔직히 말하면 그의 신용이 정말 좋은지 나쁜지 평가하는 시스템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안전하게 담보대출이나 해주자!’입니다.

그래서 신용등급이 4~5등급 정도인 중간등급 소비자도 제2금융권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중 대형 보험사들은 중간 신용등급까지 대출을 해줍니다. 보통 7~12%의 이자율이 적용됩니다(보험사들은 요즘 여신회사로 변신 중이다. 대기업 계열 보험사 대부분의 신용대출 잔고가 1조 원을 넘는다.). 그럼 이제 6등급 이하 저신용등급의 소비자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럼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나 캐피털사는 신용등급에 맞춰 신용대출을 잘해줄까? 그냥 일관(?)되게 높은 이자율로 대출을 해줍니다. 공평저축은행은 평균 대출 이자율이 27.4%, OSB저축은행은 27.3%, 세종저축은행은 27%에 달합니다(저축은행 중앙회 공시 자료). 사실상 법정 최고 금리(27.9%)와 다름없습니다. 평균이 최고금리 수준입니다.

신용등급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이들 저축은행은 저신용자에게 높은 이자율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금융지주 계열 일부 저축은행의 평균대출 이자율은 10%대 중반입니다. 그러니 10%대 이자율을 적용 못 해서가 아니라, 그냥 무턱대고 최고 수준의 이자율을 받는 것입니다.

지난해(1월~9월) 저축은행의 개인 신규 신용대출 4조 원 가운데 대출금리가 연 20% 이상을 넘는 대출금액은 2조 9,000억 원이나 됩니다. 이 말은 우리가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다면 72%는 20%이상 이자율을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대부업에서 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꾼 저축은행들이 더 심합니다. 심지어 신용등급이 멀쩡한(?) 소비자를 고금리의 링으로 끌어들입니다.

2014년부터 시중 대부업체나 저축은행들은 처음으로 대출을 받는 소비자들에게 ‘한 달 무이자 이벤트’를 집중적으로 실시했습니다. 48만 7천여 명의 소비자들이 한 달 무이자 혜택을 위해 이들 상품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그중 46만 1천여 명이 한 달 안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25%가 넘는 비싼 이자를 물어야 했습니다. ‘한 달 무이자 혜택’에 낚인 겁니다. 물론 이렇게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한 소비자의 신용등급은 크게 하락하고, 이들 대부분은 이제 계속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이용해야 합니다(2016년 국정감사/이학영의원실)

그럼 여기서 하나 궁금해집니다. 왜 이자율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잘 맞지 않을까? 일단 1) 급전이 궁한 저소득층이 넘칩니다. 수요가 공급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그러니 굳이 제2금융권이 10%대 중금리로 빌려줄 이유가 없습니다. 높은 이자율을 받아도 돈 빌려 가는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또 하나 2) 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는 금융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TV나 스마트폰은 한 곳에 가면 여러 상품과 가격대를 비교할 수 있는데 은행은 이런 게 잘 안 됩니다. 그냥 16.3%라면 16.3%인 줄 알아야 합니다. 왜 그런지 물어보거나 ‘깎아주세요!’ 하는 소비자는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3) 대출을 받으려는 분들은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사려는 소비자처럼 몇 달 기다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영업자대출, 전세대출 등 신용대출은 대부분 모두 급하게 받을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높은 이자율에도 선뜻 수요가 이어집니다. 시장이 왜곡됩니다. 그래서 대출받는 소비자는 늘 ‘을’이 됩니다.

생각해 보죠. 우리는 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내고, 연체를 하면 이자를 더 냅니다. 그 이자는 은행의 ‘주 수입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대출이 죄송하고 연체는 ‘더’ 죄송합니다. 우리가 은행의 돈을 벌어 주는데, 우리가 은행에 미안해하는 이상한 구조입니다. 은행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원천인데, 늘 은행 문턱만 가면 ‘을’이 됩니다. “제발 오늘 대출이 나오면 좋겠다...” 내가 낸 이자로 은행이 먹고 사는데, 오늘도 저신용자는 은행이 무섭고 고맙습니다.

신용등급회사들은 그들만의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남발하고, 은행은 이렇게 부여된 낮은 신용등급을 이유로 들거나, 아니면 별 이유 없이 높은 이자율을 적용합니다.(만약 모의고사 업체가 지나치게 낮은 내신을 무작위 남발하고, 대학이 내신이 낮은 신입생들에게 더 높은 등록금을 받는 구조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 이마에 붙은 신용등급은 그렇게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그 신용등급은 또 그렇게 과학적으로 은행창구에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오늘도 저신용자는 신세 진 사람처럼 은행을 찾습니다. 은행의 처분만 기다립니다. 저축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까지 8조 4,700억 원으로 1년 새 37.9%, 2조 3,300억 원이 또 늘었습니다.(예금보험공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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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똑한 경제] 은행은 진짜 우리를 알고 돈을 빌려줄까?
    • 입력 2017-02-22 13:40:26
    똑똑한 경제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 [김기자의 똑똑한 경제]
□ 방송일시 : 2017년 02월 09일(목요일)

이 기사는 KBS뉴스 홈페이지에서 음성서비스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은행 이자율은 신용(Credit)이 결정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마에 신용등급을 붙이고 삽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 그 신용등급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그리고 그렇게 결정된 신용등급에 따라 은행창구에서는 진짜 합리적인 대출이 이뤄질까요? 답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신용등급은 개인신용평가기관(CB)들이 산정합니다. 우리나라는 크게 나이스평가정보와 코리아크레딧뷰로 2개 회사가 있습니다(기업 평가는 3개 회사가 한다).

우리가 은행이나 카드 보험사 캐피털사를 이용할 때마다 정보가 취합되고 평가됩니다. 백화점이나 휴대폰 요금, 심지어 가스요금을 연체해도 정보가 제공됩니다. 점수가 매겨집니다.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내리는지, 오르는지 잘 공개하지 않습니다. 간혹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연체를 10만 원 이상 5일 이상 하면 신용등급이 내려간다’ 정도가 공개될 뿐입니다. 그럼 100만 원을 4일 연체하면 우리 신용등급은 어떻게 될까?

기준을 잘 모르니, 내가 하는 어떤 금융행위가 내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러니 주변에 자신의 신용등급이 몇 등급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도 드뭅니다. 그저 연체를 안 하는 게 왕도라고 믿고 삽니다. 연체는 나쁜 거니까요. 그럼 이렇게 그들만의 리그에서 만들어진 신용등급을 은행은 정말 공정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일단 은행은 우리 신용을 평가하는 방법이 아직 서툽니다. 그래서 일단 ‘담보’를 원하죠. ‘마이너스 통장’ 같은 신용대출도 사실은 고정적인 ‘급여’가 있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사실상 담보대출입니다.

물론 시중 은행은 대출과 이자율 책정을 위해 자신들만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신평사들이 매기는 ‘신용등급’도 그 평가시스템의 기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굳이 이런 리스크를 감당하려 들지 않습니다. 손쉽게 신용대출을 거절합니다. 담보대출이 안전한 데다, 솔직히 말하면 그의 신용이 정말 좋은지 나쁜지 평가하는 시스템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안전하게 담보대출이나 해주자!’입니다.

그래서 신용등급이 4~5등급 정도인 중간등급 소비자도 제2금융권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중 대형 보험사들은 중간 신용등급까지 대출을 해줍니다. 보통 7~12%의 이자율이 적용됩니다(보험사들은 요즘 여신회사로 변신 중이다. 대기업 계열 보험사 대부분의 신용대출 잔고가 1조 원을 넘는다.). 그럼 이제 6등급 이하 저신용등급의 소비자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럼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나 캐피털사는 신용등급에 맞춰 신용대출을 잘해줄까? 그냥 일관(?)되게 높은 이자율로 대출을 해줍니다. 공평저축은행은 평균 대출 이자율이 27.4%, OSB저축은행은 27.3%, 세종저축은행은 27%에 달합니다(저축은행 중앙회 공시 자료). 사실상 법정 최고 금리(27.9%)와 다름없습니다. 평균이 최고금리 수준입니다.

신용등급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이들 저축은행은 저신용자에게 높은 이자율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금융지주 계열 일부 저축은행의 평균대출 이자율은 10%대 중반입니다. 그러니 10%대 이자율을 적용 못 해서가 아니라, 그냥 무턱대고 최고 수준의 이자율을 받는 것입니다.

지난해(1월~9월) 저축은행의 개인 신규 신용대출 4조 원 가운데 대출금리가 연 20% 이상을 넘는 대출금액은 2조 9,000억 원이나 됩니다. 이 말은 우리가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다면 72%는 20%이상 이자율을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대부업에서 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꾼 저축은행들이 더 심합니다. 심지어 신용등급이 멀쩡한(?) 소비자를 고금리의 링으로 끌어들입니다.

2014년부터 시중 대부업체나 저축은행들은 처음으로 대출을 받는 소비자들에게 ‘한 달 무이자 이벤트’를 집중적으로 실시했습니다. 48만 7천여 명의 소비자들이 한 달 무이자 혜택을 위해 이들 상품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그중 46만 1천여 명이 한 달 안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25%가 넘는 비싼 이자를 물어야 했습니다. ‘한 달 무이자 혜택’에 낚인 겁니다. 물론 이렇게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한 소비자의 신용등급은 크게 하락하고, 이들 대부분은 이제 계속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이용해야 합니다(2016년 국정감사/이학영의원실)

그럼 여기서 하나 궁금해집니다. 왜 이자율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잘 맞지 않을까? 일단 1) 급전이 궁한 저소득층이 넘칩니다. 수요가 공급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그러니 굳이 제2금융권이 10%대 중금리로 빌려줄 이유가 없습니다. 높은 이자율을 받아도 돈 빌려 가는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또 하나 2) 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는 금융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TV나 스마트폰은 한 곳에 가면 여러 상품과 가격대를 비교할 수 있는데 은행은 이런 게 잘 안 됩니다. 그냥 16.3%라면 16.3%인 줄 알아야 합니다. 왜 그런지 물어보거나 ‘깎아주세요!’ 하는 소비자는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3) 대출을 받으려는 분들은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사려는 소비자처럼 몇 달 기다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영업자대출, 전세대출 등 신용대출은 대부분 모두 급하게 받을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높은 이자율에도 선뜻 수요가 이어집니다. 시장이 왜곡됩니다. 그래서 대출받는 소비자는 늘 ‘을’이 됩니다.

생각해 보죠. 우리는 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내고, 연체를 하면 이자를 더 냅니다. 그 이자는 은행의 ‘주 수입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대출이 죄송하고 연체는 ‘더’ 죄송합니다. 우리가 은행의 돈을 벌어 주는데, 우리가 은행에 미안해하는 이상한 구조입니다. 은행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원천인데, 늘 은행 문턱만 가면 ‘을’이 됩니다. “제발 오늘 대출이 나오면 좋겠다...” 내가 낸 이자로 은행이 먹고 사는데, 오늘도 저신용자는 은행이 무섭고 고맙습니다.

신용등급회사들은 그들만의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남발하고, 은행은 이렇게 부여된 낮은 신용등급을 이유로 들거나, 아니면 별 이유 없이 높은 이자율을 적용합니다.(만약 모의고사 업체가 지나치게 낮은 내신을 무작위 남발하고, 대학이 내신이 낮은 신입생들에게 더 높은 등록금을 받는 구조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 이마에 붙은 신용등급은 그렇게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그 신용등급은 또 그렇게 과학적으로 은행창구에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오늘도 저신용자는 신세 진 사람처럼 은행을 찾습니다. 은행의 처분만 기다립니다. 저축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까지 8조 4,700억 원으로 1년 새 37.9%, 2조 3,300억 원이 또 늘었습니다.(예금보험공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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