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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운전자도 추방? 불법체류 한인 16만 명의 운명은?
입력 2017.02.22 (15:52) 취재K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체류자(서류 미비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추방에 나섰다. 단속공무원을 크게 늘리기로 했고 이들에게 부여하는 체포와 구금 권한도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천 백만여 명에 이르는 불법 체류자들이 추방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16만 9천여 명의 불법 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한인 사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범죄 아닌 무면허 운전자도 추방?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각) 미국 내 이민행정 집행력과 국경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건의 행정 각서에 서명했다.

불법 체류자 단속 행정 각서를 발표한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불법 체류자 단속 행정 각서를 발표한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행정 각서의 핵심 내용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 가운데 추방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추방에도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추방 대상이 됐지만, 앞으로는 불법 체류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범죄인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에도 체포와 구금은 물론 추방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미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된 경우 추방에 앞서 청문 절차를 거치던 제도를 폐지했고, 자녀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업자에게 돈을 내는 부모들을 기소하도록 했다.

체류 비자가 만료된 이후에도 미국을 떠나지 않은 불법 체류자들의 경우 비자 만료 사실 자체로만 추방하지는 않지만, 전보다 단속과 추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또 단속 대상자를 불법 체류자로 한정하지 않고 "추방할 수 있는 외국인"이라고 광범위하게 적시했다. 사실상 모든 이민자가 행정 집행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국토안보부는 이와 관련해 "극히 제한적인 예외를 제외하고는 불법 체류 외국인 추방 분류에서 면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민법을 위반한 모든 외국인은 사법절차에 따라 추방 또는 그 이상의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를 위해 세관 국경보호국(CBP) 직원 5,000명, 이민세관 집행국(ICE) 1만 명의 신규 고용을 지시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발표한 '어린 시절 미국에 들어온 불법체류 청년'에 대한 추방 유예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비교적 이민자에 관대한 정책을 폈지만 2013년 역대 최다인 43만 4천 명의 불법체류 이민자를 추방했다. 이민자 권리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자 중범죄를 저지른 이민자 추방에 집중하기로 지침을 정해 2015년에는 추방 인원이 33만 3천 명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수백만 명 불법 체류자 추방될 가능성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행정각서가 실행되면 추방되는 불법 체류자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1천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 가운데 수백만 명이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민 싱크탱크인 이민 연구센터 집계를 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미국의 전체 불법 체류자 수는 1,090만 명에 이른다.

불법 체류자 수를 나라별로 보면 멕시코 출신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99만 명으로 조사됐으며, 엘살바도르 63만 명, 과테말라 49만 9,000명 등의 순이었으며, 한국은 16만 9천 명으로 9위를 기록했다. 전체 불법 체류자 가운데 한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55%로 추산된다.


미국 내 한인 불법 체류자 수는 2010년 20만 6,000명에서 2011년 20만 3,000명, 2012년 19만 8,000명, 2013년 18만 7,000명으로 해마다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거주지역별 불법 체류자 수는 캘리포니아가 259만 8,000명으로 가장 많고 텍사스 173만 7,000명, 뉴욕 81만 7,000명, 플로리다 71만 1,000명, 일리노이 45만 5,000명, 뉴저지 45만 2,000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 체류 한인 16만 9천 명…. 한인 사회도 비상

지난달 27일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한 이후에도 미국의 한인 사회는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반이민 행정명령이 주로 이슬람 국가들 출신 이민을 겨냥한 조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은 한인 사회에도 당장 발등의 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인 불법 체류자의 3분의 1가량인 5만 4천 명이 사는 캘리포니아 한인 사회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 도로국은 지난 2011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코리아타운(KOREATOWN)’이라는 표지를 단, 기와 대문을 세웠다. 로스앤젤레스 도로국은 지난 2011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코리아타운(KOREATOWN)’이라는 표지를 단, 기와 대문을 세웠다.

캘리포니아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한인들은 신분 확인이 없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데 행정각서가 시행돼 대대적인 단속이 시행될 경우 행동반경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취업자들의 위축과 함께 히스패닉계의 불법 체류자의 추방이 가시화되면 저임금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인 자영업자와 생산업체들의 타격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이 합법적 이민자로 확대되면 한인 사회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문직 취업비자, 주재원 비자, 투자 비자, 교류 비자 등 외국 출신 취업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또 다른 행정 명령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날’인 20일 (현지시각) 시카고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탄핵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EPA]미국 ‘대통령의 날’인 20일 (현지시각) 시카고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탄핵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EPA]

미국 사회에서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추방'이 예상됨에 따라 시민 단체 등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은 "이번 행정각서는 트럼프 정부가 공격적인 대규모 추방정책을 위해 적법한 절차와 인간 존엄성, 우리 사회의 복지는 물론 취약한 아이들에 대한 보호마저 짓밟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또 "실제로 이민자의 범법 비율이 미국 태생인 사람들의 범법 비율보다 낮음에도 정부가 '이민자=범죄자'라는 공식을 주입하면서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해 이민자를 추방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행정 각서 저지를 위한 법적인 조처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반이민' 행정명령을 보완할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표하면 반이민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무면허 운전자도 추방? 불법체류 한인 16만 명의 운명은?
    • 입력 2017-02-22 15:52:59
    취재K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체류자(서류 미비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추방에 나섰다. 단속공무원을 크게 늘리기로 했고 이들에게 부여하는 체포와 구금 권한도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천 백만여 명에 이르는 불법 체류자들이 추방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16만 9천여 명의 불법 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한인 사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범죄 아닌 무면허 운전자도 추방?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각) 미국 내 이민행정 집행력과 국경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건의 행정 각서에 서명했다.

불법 체류자 단속 행정 각서를 발표한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불법 체류자 단속 행정 각서를 발표한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행정 각서의 핵심 내용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 가운데 추방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추방에도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추방 대상이 됐지만, 앞으로는 불법 체류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범죄인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에도 체포와 구금은 물론 추방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미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된 경우 추방에 앞서 청문 절차를 거치던 제도를 폐지했고, 자녀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업자에게 돈을 내는 부모들을 기소하도록 했다.

체류 비자가 만료된 이후에도 미국을 떠나지 않은 불법 체류자들의 경우 비자 만료 사실 자체로만 추방하지는 않지만, 전보다 단속과 추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또 단속 대상자를 불법 체류자로 한정하지 않고 "추방할 수 있는 외국인"이라고 광범위하게 적시했다. 사실상 모든 이민자가 행정 집행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국토안보부는 이와 관련해 "극히 제한적인 예외를 제외하고는 불법 체류 외국인 추방 분류에서 면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민법을 위반한 모든 외국인은 사법절차에 따라 추방 또는 그 이상의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를 위해 세관 국경보호국(CBP) 직원 5,000명, 이민세관 집행국(ICE) 1만 명의 신규 고용을 지시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발표한 '어린 시절 미국에 들어온 불법체류 청년'에 대한 추방 유예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비교적 이민자에 관대한 정책을 폈지만 2013년 역대 최다인 43만 4천 명의 불법체류 이민자를 추방했다. 이민자 권리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자 중범죄를 저지른 이민자 추방에 집중하기로 지침을 정해 2015년에는 추방 인원이 33만 3천 명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수백만 명 불법 체류자 추방될 가능성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행정각서가 실행되면 추방되는 불법 체류자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1천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 가운데 수백만 명이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민 싱크탱크인 이민 연구센터 집계를 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미국의 전체 불법 체류자 수는 1,090만 명에 이른다.

불법 체류자 수를 나라별로 보면 멕시코 출신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99만 명으로 조사됐으며, 엘살바도르 63만 명, 과테말라 49만 9,000명 등의 순이었으며, 한국은 16만 9천 명으로 9위를 기록했다. 전체 불법 체류자 가운데 한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55%로 추산된다.


미국 내 한인 불법 체류자 수는 2010년 20만 6,000명에서 2011년 20만 3,000명, 2012년 19만 8,000명, 2013년 18만 7,000명으로 해마다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거주지역별 불법 체류자 수는 캘리포니아가 259만 8,000명으로 가장 많고 텍사스 173만 7,000명, 뉴욕 81만 7,000명, 플로리다 71만 1,000명, 일리노이 45만 5,000명, 뉴저지 45만 2,000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 체류 한인 16만 9천 명…. 한인 사회도 비상

지난달 27일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한 이후에도 미국의 한인 사회는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반이민 행정명령이 주로 이슬람 국가들 출신 이민을 겨냥한 조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은 한인 사회에도 당장 발등의 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인 불법 체류자의 3분의 1가량인 5만 4천 명이 사는 캘리포니아 한인 사회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 도로국은 지난 2011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코리아타운(KOREATOWN)’이라는 표지를 단, 기와 대문을 세웠다. 로스앤젤레스 도로국은 지난 2011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코리아타운(KOREATOWN)’이라는 표지를 단, 기와 대문을 세웠다.

캘리포니아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한인들은 신분 확인이 없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데 행정각서가 시행돼 대대적인 단속이 시행될 경우 행동반경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취업자들의 위축과 함께 히스패닉계의 불법 체류자의 추방이 가시화되면 저임금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인 자영업자와 생산업체들의 타격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이 합법적 이민자로 확대되면 한인 사회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문직 취업비자, 주재원 비자, 투자 비자, 교류 비자 등 외국 출신 취업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또 다른 행정 명령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날’인 20일 (현지시각) 시카고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탄핵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EPA]미국 ‘대통령의 날’인 20일 (현지시각) 시카고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탄핵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EPA]

미국 사회에서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추방'이 예상됨에 따라 시민 단체 등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은 "이번 행정각서는 트럼프 정부가 공격적인 대규모 추방정책을 위해 적법한 절차와 인간 존엄성, 우리 사회의 복지는 물론 취약한 아이들에 대한 보호마저 짓밟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또 "실제로 이민자의 범법 비율이 미국 태생인 사람들의 범법 비율보다 낮음에도 정부가 '이민자=범죄자'라는 공식을 주입하면서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해 이민자를 추방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행정 각서 저지를 위한 법적인 조처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반이민' 행정명령을 보완할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표하면 반이민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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