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세종연구소) “북한 생화학 무기 위협 핵무기 못지않아” ①

입력 2017.02.27 (09:4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방송일시 : 2017년 2월 27일(월요일)
□ 출연자 :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세종연구소)


“북한 생화학 무기 위협 핵무기 못지않아”

[윤준호]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이 김정남의 사망 원인이 신경 작용제 ‘VX’ 중독이라는 부검 결과를 공식 확인했습니다. 대량 살상 무기에 사용되는 맹독성 물질이 독살에 사용된 것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UN인권이사회에서 어떤 논의가 있을지 미리 전망해 보겠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성장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정성장] 네, 안녕하세요.

[윤준호]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이 김정남 사망 원인이 신경 작용제 ‘VX’라고 부검 결과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오늘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34차 UN인권이사회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정성장] 네. 북한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이고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작년 UN인권이사회에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습니다. 이런 합의에 기반해 이번 34차 UN인권이사회에서는 김정남 독살 사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준호] 이번에 우리 쪽에서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급히 윤병세 외교 장관이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윤 장관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높은데요, 어떤 내용이 될 것 같습니까?

[정성장] 진행자께서 방금 말씀하신 바와 같이 당초 회의에는 안총기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김정남 암살에 ‘VX’가 사용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격적으로 참석자의 급을 장관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윤병세 장관은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서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은 물론 생화학 무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적극 쟁점화할 방침입니다. 윤 장관은 지난해에도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인권 상황과 북핵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 사회에 행동을 촉구한 바가 있지만 정부가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간인이 오가는 국제 항공에서 최악의 독성 화학물질인 ‘VX’를 암살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생화학 무기 보유 세계 3위인 북한의 위험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새로운 이해와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윤 장관이 이번 제네바 외교 의제에서는 UN인권이사회 못지않게 대형 살상 무기 감축 등을 의제로 하는 제네바 군축 회의 또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이 자리에는 북한이 그동안 관례적으로 고위 인사들을 계속 보내왔죠?

[정성장] 네. 그런데 이번 인권이사회에 북한에서 누가 참가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윤준호] 지난해 같은 경우에도 리수용 외무상이 왔었죠? 리용호가 리수용 후임 외무상이죠.

[정성장] 네, 맞습니다.

[윤준호] 이번에는 외무상보다는 주 제네바 대사 정도로 오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더라고요.

[정성장] 원래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에는 정상이나 외무 장차관급 고위급 관료들이 참석하니까 북한에서 외무상이나 외무상 부상이 참석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인권 문제로 한대성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신임 대사가 참석할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준호] 북한이 어떤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이십니까?

[정성장] 북한에서는 말레이시아가 한국 등 적대 세력과 야합해서 김정남 독살 사건을 조작했다고 뻔한 거짓말을 가지고 강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준호] 국제 사회와 우리나라가 북한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만큼 지금 미국에서도 다시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미국 내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성장] 일본 교도 통신도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서 미국이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현재 관련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과거 미국 정부는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이듬해인 1988년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 올렸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핵 검증 합의에 따라 2008년에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의 북한의 잇단 두 차례 핵실험과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움직임으로 미국에서 테러 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이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모멘텀이 형성되지 않았다가 이번 김정남 독살 사건이 테러 지원국 재지정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준호] 북한이 ‘VX’를 사용했다는 게 공식 확인되기 전까지는 이번 주에 원래 북미 간 반관반민의 1.5 트랙 대화가 예정돼 있지 않았습니까?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이후 처음 그리고 7년 만에 미국 땅에서는 처음으로 북미 간 대화가 열릴 뻔하다가 결국 취소됐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성장] 한국 시간으로 어제 새벽까지만 해도 많은 언론들이 뉴욕에서 북미 간 반관반민 대화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미 국무부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해서 최선희 북한 미주 국장에 대한 비자 발급이 거부되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의 대량 살상 무기인 ‘VX’가 사용됐다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발표가 나온 상황에서 미 국무부가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북미 대화를 진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로이터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해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너무 늦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것도 이번 북미 대화가 무산된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윤준호] 정 실장님, 이렇게 되면 북미 간 여러 가지 상황이 미국 내 강경파들이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되고 대화 분위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정성장] 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올해 초 예고한 ICBM 실험 발사를 강행하거나 최근 풍계리에서도 핵실험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고 하면 북미 대화는 더욱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자칫하면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북미 대화가 아예 실현이 안 될 가능성도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준호]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에서 더 나아가서 악화될 가능성이 있군요. 최근 북한을 보면 중국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격을 하고 나섰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그동안 김정남 암살 보도를 통제해 오던 중국이 CCTV에 평양 특파원까지 출연시켜서 김정남 암살 보도를 하는 등 북중 관계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성장] 중국이 올해 북한의 석탄 수입을 연말까지 중단한다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것은 북한 지도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이 지금까지 실시해 온 대북 제재에 대해서 우리 사회에서는 그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인 것 아니냐, 제재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석탄 수출 중단, 수입 중단은 일반 국민들보다는 지도부의 외화 수입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북한이 반발하는 것은 중국의 제재 수위가 예상을 넘어섰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중국의 최대 관심은 북한이 ICBM을 실험 발사하지 않고 핵실험을 하지 않아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준호] 그런데 그 동결 정도를 과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정성장] 북한이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핵 동결을 한다고 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상태로 그대로 두면 2020년경에 북한이 대략 5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고 ICBM도 개발이 완성되고 SLBM까지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이 급속도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속도를 꺾는 것만 해도 미국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준호]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국 행정부 내의 매파가 득세하게 될 경우 중국으로 하여금 ‘세컨더리 보이콧’을 무기로 해서 원유선까지 자르라는 요구가 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정성장] 중국을 압박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세컨더리 보이콧’이 중국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중국이 석탄 수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제시한 것은 단순히 미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북한을 대화에 끌어오기 위해서 그런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초강수로 나가면 오히려 미국에 대해서 반발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윤준호] 그렇군요. 이번 ‘VX’ 부분을 다시 짚어보자면, 사실 북한의 생화학 무기 능력이 그동안 핵에 가려져 왔지만 세계 3위권 아닙니까?

[정성장] 네, 맞습니다.

[윤준호] 지금 북한의 이러한 생화학 무기 개발은 어느 정도까지이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정성장] 북한은 2500톤 이상의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 사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화학 무기 금지 협정 당사국이 아닌데다가 검증 수단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생화학 무기 규모와 용량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습니다. 제가 과거 북한의 군수공업 분야에 종사했던 탈북자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북한은 소련 해체 후 구소련의 기술자로부터 생화학 무기에 대한 기술을 입수해서 이 분야에서는 더 이상 기술 개발이 필요 없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한국군이 지금 북한의 생화학 무기 공격에 대해서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주한 미군 관계자하고 만나서 이야기할 때도 그쪽에서 가장 우려하는 게 만약 북한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경우 한국군이 24시간을 버틸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북한 생화학전에 대해서 완전 무방비 상태입니다. 한국군이 24시간 이하로 버틸 수 있다면 국민은 무방비 상태인 거죠. 전쟁이 일어나도 국민은 다 죽어도 군인만 살면 된다는 식의 전쟁 준비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의 생화학전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앞으로는 국민들도 매년 북한의 생화학전에 대비한 훈련에 참가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윤준호] 사실상 핵에 가려져 있었지만 핵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 생화학 무기 아니겠습니까? 특히나 북한은 ‘VX’ 같은 치명적인 생화학 무기 쪽의 개발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성장] 생화학 무기는 핵무기와 다릅니다. 핵무기는 아직 기술이 수소 폭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생화학 무기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더 이상 기술 개발이 필요 없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화학 무기에 투발 수단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포격 무기, 박격포, 스커드, 항공기 등 다양한 투발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화학 무기의 위협이 사실상 핵무기 못지않게 위협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윤준호] 이번 기회에 북한의 생화학 무기에도 조금 더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대비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성장]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인터뷰]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세종연구소) “북한 생화학 무기 위협 핵무기 못지않아” ①
    • 입력 2017-02-27 09:43:47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7년 2월 27일(월요일)
□ 출연자 :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세종연구소)


“북한 생화학 무기 위협 핵무기 못지않아”

[윤준호]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이 김정남의 사망 원인이 신경 작용제 ‘VX’ 중독이라는 부검 결과를 공식 확인했습니다. 대량 살상 무기에 사용되는 맹독성 물질이 독살에 사용된 것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UN인권이사회에서 어떤 논의가 있을지 미리 전망해 보겠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성장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정성장] 네, 안녕하세요.

[윤준호]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이 김정남 사망 원인이 신경 작용제 ‘VX’라고 부검 결과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오늘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34차 UN인권이사회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정성장] 네. 북한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이고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작년 UN인권이사회에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습니다. 이런 합의에 기반해 이번 34차 UN인권이사회에서는 김정남 독살 사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준호] 이번에 우리 쪽에서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급히 윤병세 외교 장관이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윤 장관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높은데요, 어떤 내용이 될 것 같습니까?

[정성장] 진행자께서 방금 말씀하신 바와 같이 당초 회의에는 안총기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김정남 암살에 ‘VX’가 사용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격적으로 참석자의 급을 장관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윤병세 장관은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서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은 물론 생화학 무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적극 쟁점화할 방침입니다. 윤 장관은 지난해에도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인권 상황과 북핵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 사회에 행동을 촉구한 바가 있지만 정부가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간인이 오가는 국제 항공에서 최악의 독성 화학물질인 ‘VX’를 암살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생화학 무기 보유 세계 3위인 북한의 위험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새로운 이해와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윤 장관이 이번 제네바 외교 의제에서는 UN인권이사회 못지않게 대형 살상 무기 감축 등을 의제로 하는 제네바 군축 회의 또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이 자리에는 북한이 그동안 관례적으로 고위 인사들을 계속 보내왔죠?

[정성장] 네. 그런데 이번 인권이사회에 북한에서 누가 참가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윤준호] 지난해 같은 경우에도 리수용 외무상이 왔었죠? 리용호가 리수용 후임 외무상이죠.

[정성장] 네, 맞습니다.

[윤준호] 이번에는 외무상보다는 주 제네바 대사 정도로 오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더라고요.

[정성장] 원래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에는 정상이나 외무 장차관급 고위급 관료들이 참석하니까 북한에서 외무상이나 외무상 부상이 참석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인권 문제로 한대성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신임 대사가 참석할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준호] 북한이 어떤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이십니까?

[정성장] 북한에서는 말레이시아가 한국 등 적대 세력과 야합해서 김정남 독살 사건을 조작했다고 뻔한 거짓말을 가지고 강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준호] 국제 사회와 우리나라가 북한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만큼 지금 미국에서도 다시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미국 내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성장] 일본 교도 통신도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서 미국이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현재 관련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과거 미국 정부는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이듬해인 1988년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 올렸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핵 검증 합의에 따라 2008년에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의 북한의 잇단 두 차례 핵실험과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움직임으로 미국에서 테러 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이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모멘텀이 형성되지 않았다가 이번 김정남 독살 사건이 테러 지원국 재지정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준호] 북한이 ‘VX’를 사용했다는 게 공식 확인되기 전까지는 이번 주에 원래 북미 간 반관반민의 1.5 트랙 대화가 예정돼 있지 않았습니까?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이후 처음 그리고 7년 만에 미국 땅에서는 처음으로 북미 간 대화가 열릴 뻔하다가 결국 취소됐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성장] 한국 시간으로 어제 새벽까지만 해도 많은 언론들이 뉴욕에서 북미 간 반관반민 대화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미 국무부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해서 최선희 북한 미주 국장에 대한 비자 발급이 거부되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의 대량 살상 무기인 ‘VX’가 사용됐다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발표가 나온 상황에서 미 국무부가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북미 대화를 진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로이터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해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너무 늦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것도 이번 북미 대화가 무산된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윤준호] 정 실장님, 이렇게 되면 북미 간 여러 가지 상황이 미국 내 강경파들이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되고 대화 분위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정성장] 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올해 초 예고한 ICBM 실험 발사를 강행하거나 최근 풍계리에서도 핵실험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고 하면 북미 대화는 더욱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자칫하면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북미 대화가 아예 실현이 안 될 가능성도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준호]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에서 더 나아가서 악화될 가능성이 있군요. 최근 북한을 보면 중국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격을 하고 나섰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그동안 김정남 암살 보도를 통제해 오던 중국이 CCTV에 평양 특파원까지 출연시켜서 김정남 암살 보도를 하는 등 북중 관계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성장] 중국이 올해 북한의 석탄 수입을 연말까지 중단한다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것은 북한 지도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이 지금까지 실시해 온 대북 제재에 대해서 우리 사회에서는 그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인 것 아니냐, 제재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석탄 수출 중단, 수입 중단은 일반 국민들보다는 지도부의 외화 수입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북한이 반발하는 것은 중국의 제재 수위가 예상을 넘어섰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중국의 최대 관심은 북한이 ICBM을 실험 발사하지 않고 핵실험을 하지 않아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준호] 그런데 그 동결 정도를 과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정성장] 북한이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핵 동결을 한다고 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상태로 그대로 두면 2020년경에 북한이 대략 5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고 ICBM도 개발이 완성되고 SLBM까지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이 급속도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속도를 꺾는 것만 해도 미국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준호]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국 행정부 내의 매파가 득세하게 될 경우 중국으로 하여금 ‘세컨더리 보이콧’을 무기로 해서 원유선까지 자르라는 요구가 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정성장] 중국을 압박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세컨더리 보이콧’이 중국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중국이 석탄 수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제시한 것은 단순히 미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북한을 대화에 끌어오기 위해서 그런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초강수로 나가면 오히려 미국에 대해서 반발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윤준호] 그렇군요. 이번 ‘VX’ 부분을 다시 짚어보자면, 사실 북한의 생화학 무기 능력이 그동안 핵에 가려져 왔지만 세계 3위권 아닙니까?

[정성장] 네, 맞습니다.

[윤준호] 지금 북한의 이러한 생화학 무기 개발은 어느 정도까지이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정성장] 북한은 2500톤 이상의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 사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화학 무기 금지 협정 당사국이 아닌데다가 검증 수단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생화학 무기 규모와 용량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습니다. 제가 과거 북한의 군수공업 분야에 종사했던 탈북자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북한은 소련 해체 후 구소련의 기술자로부터 생화학 무기에 대한 기술을 입수해서 이 분야에서는 더 이상 기술 개발이 필요 없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한국군이 지금 북한의 생화학 무기 공격에 대해서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주한 미군 관계자하고 만나서 이야기할 때도 그쪽에서 가장 우려하는 게 만약 북한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경우 한국군이 24시간을 버틸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북한 생화학전에 대해서 완전 무방비 상태입니다. 한국군이 24시간 이하로 버틸 수 있다면 국민은 무방비 상태인 거죠. 전쟁이 일어나도 국민은 다 죽어도 군인만 살면 된다는 식의 전쟁 준비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의 생화학전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앞으로는 국민들도 매년 북한의 생화학전에 대비한 훈련에 참가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윤준호] 사실상 핵에 가려져 있었지만 핵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 생화학 무기 아니겠습니까? 특히나 북한은 ‘VX’ 같은 치명적인 생화학 무기 쪽의 개발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성장] 생화학 무기는 핵무기와 다릅니다. 핵무기는 아직 기술이 수소 폭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생화학 무기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더 이상 기술 개발이 필요 없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화학 무기에 투발 수단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포격 무기, 박격포, 스커드, 항공기 등 다양한 투발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화학 무기의 위협이 사실상 핵무기 못지않게 위협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윤준호] 이번 기회에 북한의 생화학 무기에도 조금 더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대비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성장]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