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주민 희생시키는 ‘코뿔소 보호’

입력 2017.02.28 (20:38) 수정 2017.02.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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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람과 자연이 공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인도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코뿔소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희생이 잇따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박석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인도 동북부 아삼주에 있는 카지랑가 국립공원.

멸종위기종인 인도 코뿔소 2천 4백여 마리가 서식하는 세계자연유산입니다.

그런데 코뿔소의 뿔이 고가의 약재로 거래되면서, 지난 3년 동안 60여 마리의 코뿔소가 밀렵에 희생됐습니다.

인도 정부는 급기야 국립공원 경비원들에게 총기 사용을 허가했습니다.

<인터뷰> 카지랑가 국립공원 경비원 : "밀렵꾼이나 사냥꾼을 발견하면 언제든 총을 쏴서 그들을 잡으라는 명령입니다."

밀렵꾼들이 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비원들도 무장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국립공원 측의 설명입니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50명이 사살됐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밀렵꾼들에게 길을 안내한 인근 주민이었습니다.

<인터뷰> 소피(인권 운동가) : "적법하지 않은 사형이나 다름 없습니다. 배심원도 판사도 심문도 없습니다."

밀렵과 관련이 없는 무고한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립공원 인근에 사는 7살 아카쉬 오랑은 지난해 여름 경비원들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았습니다.

<인터뷰> 아카쉬 오랑(카지랑가 원주민/7세) : "국립공원 경비원이 "코뿔소다" 하고 외치더니 갑자기 저를 쐈어요."

평생 계속될 장애를 얻었지만, 국립공원 측은 병원 치료비와 위자료 3백만 원만 지급했습니다.

잃어버린 가축을 찾기 위해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은 청년도 있습니다.

<인터뷰> 카추 킬링(카지랑가 원주민) : "가난해서 아들의 죽음에 대해 소송을 하지 못했어요. 그들과 싸울 돈이 없어요. 어떻게 법적으로 처리를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인도 정부는 급기야 공원과 인접한 마을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부수기 위해 중장비는 물론 코끼리까지 동원했습니다.

마을 9백여 곳의 주민 20만 명이 이주 대상입니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 없다며 들고 일어섰습니다.

인도 경찰은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결국 발포를 해 2명이 숨졌습니다.

<인터뷰> 소피아 카툰(카지랑가 주민) : "저에겐 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남편이 전부였어요. 남편의 시신을 가져오고 싶었는데, 경찰이 저를 때리고 시신을 가져가지 못하게 했어요. 그래서 도망가야 했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멸종위기종이 보호돼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명과 삶의 터전은 희생돼도 좋은 것인지, 카지랑가 공원은 묻고 있습니다.

글로벌 2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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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주민 희생시키는 ‘코뿔소 보호’
    • 입력 2017-02-28 20:32:35
    • 수정2017-02-28 21:17:17
    글로벌24
<앵커 멘트>

사람과 자연이 공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인도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코뿔소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희생이 잇따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박석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인도 동북부 아삼주에 있는 카지랑가 국립공원.

멸종위기종인 인도 코뿔소 2천 4백여 마리가 서식하는 세계자연유산입니다.

그런데 코뿔소의 뿔이 고가의 약재로 거래되면서, 지난 3년 동안 60여 마리의 코뿔소가 밀렵에 희생됐습니다.

인도 정부는 급기야 국립공원 경비원들에게 총기 사용을 허가했습니다.

<인터뷰> 카지랑가 국립공원 경비원 : "밀렵꾼이나 사냥꾼을 발견하면 언제든 총을 쏴서 그들을 잡으라는 명령입니다."

밀렵꾼들이 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비원들도 무장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국립공원 측의 설명입니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50명이 사살됐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밀렵꾼들에게 길을 안내한 인근 주민이었습니다.

<인터뷰> 소피(인권 운동가) : "적법하지 않은 사형이나 다름 없습니다. 배심원도 판사도 심문도 없습니다."

밀렵과 관련이 없는 무고한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립공원 인근에 사는 7살 아카쉬 오랑은 지난해 여름 경비원들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았습니다.

<인터뷰> 아카쉬 오랑(카지랑가 원주민/7세) : "국립공원 경비원이 "코뿔소다" 하고 외치더니 갑자기 저를 쐈어요."

평생 계속될 장애를 얻었지만, 국립공원 측은 병원 치료비와 위자료 3백만 원만 지급했습니다.

잃어버린 가축을 찾기 위해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은 청년도 있습니다.

<인터뷰> 카추 킬링(카지랑가 원주민) : "가난해서 아들의 죽음에 대해 소송을 하지 못했어요. 그들과 싸울 돈이 없어요. 어떻게 법적으로 처리를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인도 정부는 급기야 공원과 인접한 마을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부수기 위해 중장비는 물론 코끼리까지 동원했습니다.

마을 9백여 곳의 주민 20만 명이 이주 대상입니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 없다며 들고 일어섰습니다.

인도 경찰은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결국 발포를 해 2명이 숨졌습니다.

<인터뷰> 소피아 카툰(카지랑가 주민) : "저에겐 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남편이 전부였어요. 남편의 시신을 가져오고 싶었는데, 경찰이 저를 때리고 시신을 가져가지 못하게 했어요. 그래서 도망가야 했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멸종위기종이 보호돼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명과 삶의 터전은 희생돼도 좋은 것인지, 카지랑가 공원은 묻고 있습니다.

글로벌 2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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