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에 美 보호무역주의까지…韓 경제 ‘사면초가’

입력 2017.03.04 (10:02) 수정 2017.03.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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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땅에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중국은 최근 자국 여행사들에 한국관광상품 판매의 전면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로 한국행 중국인 관광객 감소비율은 50~60%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806만명) 기준으로 400만~500만명이 안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당국은 롯데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유통시설에 대한 무더기 시설점검을 하는가 하면, 일부 식품계열사는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 재입점 행사에서 예상탈락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한 유통매장은 중국당국으로부터 네온사인 간판과 입구광고를 철거하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한국 롯데면세점의 홈페이지는 지난 2일 해킹 공격으로 마비됐다. 이 면세점의 한국어, 중국어는 물론 일본어, 영어 홈페이지와 모바일 서비스가 모두 다운됐다. 업계에서는 중국 측의 보복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자동차를 파손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장쑤(江蘇)성 치둥현의 롯데백화점 부근에 신원 불명의 건달들이 나타나 '롯데가 중국에 선전포고했으니 중국을 떠나라'를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한 뒤 근처의 한국 자동차를 부쉈다.

중국의 사드보복은 화장품, 공기청정기 등 제조분야뿐 아니라 문화 분야에도 있었다. 성악가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방중 공연까지 잇따라 취소된 바 있다.

미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발표한 '2017 무역정책 어젠다와 2016 연례보고서'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기간에 도입한 최대 무역협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동시에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USTR은 "결과적으로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2배 이상 늘었으며, 이는 미국인들이 그 협정으로부터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가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에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이사는 최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3월 금리 인상을 위한 논거가 모두 한꺼번에 모였다"면서 "토론의 논제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제자금의 흐름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기초가 허약한 게 문제다. 무엇보다 소비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의 올해 1∼2월 매출은 작년보다 감소했다. 1월에 설 특수로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듯했으나 2월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롯데백화점의 1~2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 1월에는 매출이 1.4% 증가했지만, 2월에 4.5%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기존점 기준 1~2월 매출이 작년보다 0.7% 감소했다. 역시 1월에는 1.6% 늘었지만 2월 3.2% 감소해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증축 효과 등으로 1월에 이어 2월에도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기존점만 보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대형마트도 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마트 1~2월 매출 합계는 작년보다 5.4% 줄었다. 1월에 10.1% 매출이 증가했지만, 2월 감소율이 20.4%로 훨씬 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출이 역신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심리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라며 "매주 주말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하면서 소비심리가 반등할 계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마트 역시 1월에는 전년 대비 18% 증가했지만, 2월 매출은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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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4 10:02:09
    • 수정2017-03-04 10:17:20
    경제
한국 땅에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중국은 최근 자국 여행사들에 한국관광상품 판매의 전면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로 한국행 중국인 관광객 감소비율은 50~60%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806만명) 기준으로 400만~500만명이 안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당국은 롯데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유통시설에 대한 무더기 시설점검을 하는가 하면, 일부 식품계열사는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 재입점 행사에서 예상탈락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한 유통매장은 중국당국으로부터 네온사인 간판과 입구광고를 철거하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한국 롯데면세점의 홈페이지는 지난 2일 해킹 공격으로 마비됐다. 이 면세점의 한국어, 중국어는 물론 일본어, 영어 홈페이지와 모바일 서비스가 모두 다운됐다. 업계에서는 중국 측의 보복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자동차를 파손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장쑤(江蘇)성 치둥현의 롯데백화점 부근에 신원 불명의 건달들이 나타나 '롯데가 중국에 선전포고했으니 중국을 떠나라'를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한 뒤 근처의 한국 자동차를 부쉈다.

중국의 사드보복은 화장품, 공기청정기 등 제조분야뿐 아니라 문화 분야에도 있었다. 성악가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방중 공연까지 잇따라 취소된 바 있다.

미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발표한 '2017 무역정책 어젠다와 2016 연례보고서'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기간에 도입한 최대 무역협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동시에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USTR은 "결과적으로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2배 이상 늘었으며, 이는 미국인들이 그 협정으로부터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가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에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이사는 최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3월 금리 인상을 위한 논거가 모두 한꺼번에 모였다"면서 "토론의 논제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제자금의 흐름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기초가 허약한 게 문제다. 무엇보다 소비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의 올해 1∼2월 매출은 작년보다 감소했다. 1월에 설 특수로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듯했으나 2월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롯데백화점의 1~2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 1월에는 매출이 1.4% 증가했지만, 2월에 4.5%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기존점 기준 1~2월 매출이 작년보다 0.7% 감소했다. 역시 1월에는 1.6% 늘었지만 2월 3.2% 감소해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증축 효과 등으로 1월에 이어 2월에도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기존점만 보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대형마트도 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마트 1~2월 매출 합계는 작년보다 5.4% 줄었다. 1월에 10.1% 매출이 증가했지만, 2월 감소율이 20.4%로 훨씬 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출이 역신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심리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라며 "매주 주말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하면서 소비심리가 반등할 계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마트 역시 1월에는 전년 대비 18% 증가했지만, 2월 매출은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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