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개천의 용’ 될까…저소득층 해외유학 장학금

입력 2017.03.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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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학생에 해외유학?

"저소득층 우수 고등학생에게 해외 유학 기회를 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지와 열정이 있는 학생들을 국가가 지원한다는 이 장학금은 올해로 6년째 지원 중입니다. 절실한 꿈은 있지만, 그 꿈에 다가가기에는 환경이 여의치 않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꿈을 위한 장학금인만큼 이름도 '드림 장학금'입니다. 드림장학금은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에 속한 학생들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이 선발됐을까

미래 유명 셰프를 꿈꾸는 이성준 군을 만났습니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성준 군은 반지하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차상위계층으로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이지만,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라면밖에 못 끓이던 중3 때 처음으로 요리에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이후, 3년간 조리 특성화 고교에서 꿈을 키워왔습니다. 성준 군은 새 학기를 '미식의 도시' 미국 뉴욕에서 맞을 예정입니다. 세계 3대 요리 전문학교로 꼽히는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합격하고 공부할 예정인데요. 앞으로 6년간 미국에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학비와 기숙사비 등을 포함해 1년 5천만원 가까운 장학금을 지원받습니다.

성준 군은 조리 관련 자격증 4개를 땄고, 탁월한 영어성적도 있었습니다. 이게 성준 군이 장학금을 받게 된 배경 중 하나였습니다. 확실한 꿈도 한 몫했습니다. 성준 군은 파인다이닝(고급 요리 레스토랑)으로 꿈을 정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멋진 식당을 차리고 싶다고 합니다. 취재진에게 선보인 까르보나라 파스타 요리도 훌륭했습니다. 이번에 미국 유학을 못 갔다면, 일반 식당 말단 또는 일반 회사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성준 군은 말했습니다.


인천에서 만난 학생은 손건 군이었습니다. 손 군은 일본 도쿄에 있는 문화학원대학 패션사회학과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손 군의 아버지는 녹내장에 걸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3급장애를 겪고 있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이지만, 손 군은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인 성격이었습니다. "긍정적인 성격이 나를 여기로 오게 했다"고 까지 말할 정도였습니다.

손 군은 학원 한 번도 다니지 않고, 최상급 일본어 실력을 갖춘 인재입니다. 꿈은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가정형편상 해외유학을 통해 그 꿈에 가까이 가는 건 힘들었습니다. 패션에 관심은 있었지만, 옷을 마음껏 구입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제 손 군은 연간 2천만원 가량의 학비를 지원받아 오는 4월 유학길에 오르게 됩니다.


◇이들이 '개천의 용' 되줄까

위에 언급한 두 학생과 같이 드림장학금으로 유학 중인 학생은 현재 8개국에 32명이 있고, 28명은 유학준비생입니다. 올해부터는 시도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장학생을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성적은 고교 재학 중 직전학기까지 내신 2등급을 유지해야 하고, 영어권 유학 희망자는 내신 1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해외 유학 중에 소속 대학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면 장학금의 50%를 인센티브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겐 더 없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취재진에게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습니다. "저는 진짜 열심히 해야돼요." 이 말을 취재진에게 계속 이어갔습니다. 해외 유학이라는 좋은 기회를 잡은 만큼, 그 지원에 보답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꿈을 이루고 난 뒤에는 후배들을 가르치는 등 자신과 비슷한 학생들을 돕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드림장학금의 별명은 '개천에서 용을 내는 장학금'입니다. 형편이 어렵지만 열정과 실력이 있는 학생들은 국가가 전폭적으로 도와준다는 겁니다. 소수의 학생들만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 학생들이 희망의 상징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개천의 용들이 일으켜 세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교육이 '개천에서 용 나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복잡해지는 입시와 자주 바뀌는 교육제도 탓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OECD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수준이 아이의 학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10년새 3%p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개천에서 용나기는 어려워졌다는 말입니다.

성준 군과 손건 군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현실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이 학생들은 가정 형편에 대한 불만이나 불평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실제로 들었습니다. 이들의 바람대로, 말라붙은 기회 속에서도 개천의 용이 탄생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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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6 11:03:09
    취재후·사건후
◇저소득층 학생에 해외유학?

"저소득층 우수 고등학생에게 해외 유학 기회를 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지와 열정이 있는 학생들을 국가가 지원한다는 이 장학금은 올해로 6년째 지원 중입니다. 절실한 꿈은 있지만, 그 꿈에 다가가기에는 환경이 여의치 않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꿈을 위한 장학금인만큼 이름도 '드림 장학금'입니다. 드림장학금은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에 속한 학생들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이 선발됐을까

미래 유명 셰프를 꿈꾸는 이성준 군을 만났습니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성준 군은 반지하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차상위계층으로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이지만,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라면밖에 못 끓이던 중3 때 처음으로 요리에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이후, 3년간 조리 특성화 고교에서 꿈을 키워왔습니다. 성준 군은 새 학기를 '미식의 도시' 미국 뉴욕에서 맞을 예정입니다. 세계 3대 요리 전문학교로 꼽히는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합격하고 공부할 예정인데요. 앞으로 6년간 미국에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학비와 기숙사비 등을 포함해 1년 5천만원 가까운 장학금을 지원받습니다.

성준 군은 조리 관련 자격증 4개를 땄고, 탁월한 영어성적도 있었습니다. 이게 성준 군이 장학금을 받게 된 배경 중 하나였습니다. 확실한 꿈도 한 몫했습니다. 성준 군은 파인다이닝(고급 요리 레스토랑)으로 꿈을 정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멋진 식당을 차리고 싶다고 합니다. 취재진에게 선보인 까르보나라 파스타 요리도 훌륭했습니다. 이번에 미국 유학을 못 갔다면, 일반 식당 말단 또는 일반 회사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성준 군은 말했습니다.


인천에서 만난 학생은 손건 군이었습니다. 손 군은 일본 도쿄에 있는 문화학원대학 패션사회학과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손 군의 아버지는 녹내장에 걸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3급장애를 겪고 있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이지만, 손 군은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인 성격이었습니다. "긍정적인 성격이 나를 여기로 오게 했다"고 까지 말할 정도였습니다.

손 군은 학원 한 번도 다니지 않고, 최상급 일본어 실력을 갖춘 인재입니다. 꿈은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가정형편상 해외유학을 통해 그 꿈에 가까이 가는 건 힘들었습니다. 패션에 관심은 있었지만, 옷을 마음껏 구입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제 손 군은 연간 2천만원 가량의 학비를 지원받아 오는 4월 유학길에 오르게 됩니다.


◇이들이 '개천의 용' 되줄까

위에 언급한 두 학생과 같이 드림장학금으로 유학 중인 학생은 현재 8개국에 32명이 있고, 28명은 유학준비생입니다. 올해부터는 시도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장학생을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성적은 고교 재학 중 직전학기까지 내신 2등급을 유지해야 하고, 영어권 유학 희망자는 내신 1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해외 유학 중에 소속 대학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면 장학금의 50%를 인센티브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겐 더 없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취재진에게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습니다. "저는 진짜 열심히 해야돼요." 이 말을 취재진에게 계속 이어갔습니다. 해외 유학이라는 좋은 기회를 잡은 만큼, 그 지원에 보답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꿈을 이루고 난 뒤에는 후배들을 가르치는 등 자신과 비슷한 학생들을 돕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드림장학금의 별명은 '개천에서 용을 내는 장학금'입니다. 형편이 어렵지만 열정과 실력이 있는 학생들은 국가가 전폭적으로 도와준다는 겁니다. 소수의 학생들만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 학생들이 희망의 상징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개천의 용들이 일으켜 세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교육이 '개천에서 용 나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복잡해지는 입시와 자주 바뀌는 교육제도 탓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OECD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수준이 아이의 학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10년새 3%p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개천에서 용나기는 어려워졌다는 말입니다.

성준 군과 손건 군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현실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이 학생들은 가정 형편에 대한 불만이나 불평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실제로 들었습니다. 이들의 바람대로, 말라붙은 기회 속에서도 개천의 용이 탄생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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