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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핫 플레이스…만화방의 ‘무한 변신’
입력 2017.03.08 (18:06) 취재K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공부한 시간보다 만화방에서 노닥거린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고시생들의 열기(?)로 가득찬 도서관보다 담배 연기, 삐걱거리는 문소리, 퀘퀘한 종이냄새가 가득한 만화방이 사람사는 곳 같았습니다. 짜장면 한그릇 시켜 '혼밥'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사랑방이었던 만화방, 그런데 요즘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1950년대 '만화대본소'로 우리 곁에 다가온 만화방. 전성기인 70~80년대에는 전국에 2만여개에 달했습니다. 전국의 PC방이 1만 2,459개(2015년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 짐작이 가시죠?


숫자가 많다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영화속 만화방은 늘 '건달소굴'로 그려졌던 기억이 나네요. 실제로 1987년 KBS 뉴스를 들춰보니 "한창 공부에 열중하고 있어야 할 학생들이 대낮부터 침침한 만화가게에 눌러앉아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하는 성인만화는 자칫 건전해야 할 청소년의 정서를 해치기 쉽습니다. 또 용돈을 모두 이곳에 써버리거나 이곳에 드나들기 위해 범죄에 빠지는 등 탈선하는 사례도 많습니다."라고 비판하네요.


'유해업소'라는 안좋은 이미지 때문일까요? 만화방 숫자는 크게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만화방은 만 곳 아래로 줄어들었습니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죠. 때마침 등장한 PC방과 노래방에 자리를 뺏긴 것도 뼈아팠습니다.


이후에도 회복세를 찾지 못하고 사라지던 만화방은 급기야 2009년 936곳으로 천 곳 아래로 떨어지더니 2013년 761곳, 2014년에는 746곳까지 쪼그라듭니다.(2016 만화산업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종이책을 지나 웹툰이 대세가 된 요즘, 만화방은 바야흐로 멸종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생겨난 새로운 형태의 만화방이 바로 '만화카페'입니다. 만화방에 카페의 깔끔함을 더해 담배연기·짜장면 냄새를 연상시키는 기존의 모습에서 벗어나겠다는 겁니다.

서울 홍대 앞의 한 만화카페를 찾아가봤습니다.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신어야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통창문으로 시원한 실내에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자리마다 설치된 고풍스러운 조명이 인상깊었습니다.


사방에 쿠션을 댄 벌집모양의 공간에서, 손님들은 드러눕거나 기대서 편하게 만화책을 읽었습니다. 이불과 베개까지 마련돼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는 자세로 독서를 계속했습니다. 자리에는 커피나 캔맥주, 간단한 스넥 등이 놓였습니다. 냄새를 풍기던 배달음식 대신이었습니다. 서비스 차원에서 전신 안마기를 비치하기도 했습니다.

쾌적하고 밝은 공간이다 보니 데이트 코스로 이곳을 찾은 연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부모님들과 함께 온 아이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만화가 좋아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카페를 열었다는 점장은 "주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엄마아빠 손잡고 온 아이들 때문에 줄을 서야 할 정도다."라고 귀뜸하더군요.


홍대 앞의 또다른 만화카페는 그야말로 외국의 유명 도서관 같았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깔렸지만 너무나도 조용한 분위기에 까치발을 들고 걸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넓직한 소파와 짙은 색 원목가구는 '만화카페에 두기엔 너무 고급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인기를 반영했는지 서울 홍대 인근에서만 몇년새 만화카페가 30곳으로 늘었습니다. 기존의 만화방이 대부분 만화카페로 바뀐겁니다. 한 만화카페의 점장은 "지난해 개업할 때만 해도 5~6곳 정도였는데 1년 만에 이렇게나 많이 생겼다. 요즘엔 오래되거나 절판된 만화책을 구하지 못해 오픈을 하지 못하는 카페도 있다"며 만화카페 열풍을 전했습니다.

소위 '장사'가 되다보니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만화카페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곳도 있군요. 유행의 중심이라는 홍대 앞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만화카페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카페 형태의 만화방, 만화카페 열풍 덕분인지 전국의 만화방 수는 2015년 드디어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기기로 그려내고 웹툰으로 소비하는 디지털의 시대, 펜촉으로 그려내 종이책으로 만지는 만화카페가 다시 인기를 얻는 것은 아날로그에 대한 본능적인 동경 때문인것 같습니다. 책과 커피, 음악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한 것도 영리한 전략이겠죠.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일들로 세상이 어지러운 요즘, 커피 한모금 만화책 한 권으로 잠시 쉬어가는건 어떨까요?
  • 홍대 핫 플레이스…만화방의 ‘무한 변신’
    • 입력 2017-03-08 18:06:02
    취재K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공부한 시간보다 만화방에서 노닥거린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고시생들의 열기(?)로 가득찬 도서관보다 담배 연기, 삐걱거리는 문소리, 퀘퀘한 종이냄새가 가득한 만화방이 사람사는 곳 같았습니다. 짜장면 한그릇 시켜 '혼밥'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사랑방이었던 만화방, 그런데 요즘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1950년대 '만화대본소'로 우리 곁에 다가온 만화방. 전성기인 70~80년대에는 전국에 2만여개에 달했습니다. 전국의 PC방이 1만 2,459개(2015년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 짐작이 가시죠?


숫자가 많다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영화속 만화방은 늘 '건달소굴'로 그려졌던 기억이 나네요. 실제로 1987년 KBS 뉴스를 들춰보니 "한창 공부에 열중하고 있어야 할 학생들이 대낮부터 침침한 만화가게에 눌러앉아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하는 성인만화는 자칫 건전해야 할 청소년의 정서를 해치기 쉽습니다. 또 용돈을 모두 이곳에 써버리거나 이곳에 드나들기 위해 범죄에 빠지는 등 탈선하는 사례도 많습니다."라고 비판하네요.


'유해업소'라는 안좋은 이미지 때문일까요? 만화방 숫자는 크게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만화방은 만 곳 아래로 줄어들었습니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죠. 때마침 등장한 PC방과 노래방에 자리를 뺏긴 것도 뼈아팠습니다.


이후에도 회복세를 찾지 못하고 사라지던 만화방은 급기야 2009년 936곳으로 천 곳 아래로 떨어지더니 2013년 761곳, 2014년에는 746곳까지 쪼그라듭니다.(2016 만화산업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종이책을 지나 웹툰이 대세가 된 요즘, 만화방은 바야흐로 멸종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생겨난 새로운 형태의 만화방이 바로 '만화카페'입니다. 만화방에 카페의 깔끔함을 더해 담배연기·짜장면 냄새를 연상시키는 기존의 모습에서 벗어나겠다는 겁니다.

서울 홍대 앞의 한 만화카페를 찾아가봤습니다.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신어야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통창문으로 시원한 실내에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자리마다 설치된 고풍스러운 조명이 인상깊었습니다.


사방에 쿠션을 댄 벌집모양의 공간에서, 손님들은 드러눕거나 기대서 편하게 만화책을 읽었습니다. 이불과 베개까지 마련돼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는 자세로 독서를 계속했습니다. 자리에는 커피나 캔맥주, 간단한 스넥 등이 놓였습니다. 냄새를 풍기던 배달음식 대신이었습니다. 서비스 차원에서 전신 안마기를 비치하기도 했습니다.

쾌적하고 밝은 공간이다 보니 데이트 코스로 이곳을 찾은 연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부모님들과 함께 온 아이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만화가 좋아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카페를 열었다는 점장은 "주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엄마아빠 손잡고 온 아이들 때문에 줄을 서야 할 정도다."라고 귀뜸하더군요.


홍대 앞의 또다른 만화카페는 그야말로 외국의 유명 도서관 같았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깔렸지만 너무나도 조용한 분위기에 까치발을 들고 걸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넓직한 소파와 짙은 색 원목가구는 '만화카페에 두기엔 너무 고급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인기를 반영했는지 서울 홍대 인근에서만 몇년새 만화카페가 30곳으로 늘었습니다. 기존의 만화방이 대부분 만화카페로 바뀐겁니다. 한 만화카페의 점장은 "지난해 개업할 때만 해도 5~6곳 정도였는데 1년 만에 이렇게나 많이 생겼다. 요즘엔 오래되거나 절판된 만화책을 구하지 못해 오픈을 하지 못하는 카페도 있다"며 만화카페 열풍을 전했습니다.

소위 '장사'가 되다보니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만화카페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곳도 있군요. 유행의 중심이라는 홍대 앞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만화카페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카페 형태의 만화방, 만화카페 열풍 덕분인지 전국의 만화방 수는 2015년 드디어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기기로 그려내고 웹툰으로 소비하는 디지털의 시대, 펜촉으로 그려내 종이책으로 만지는 만화카페가 다시 인기를 얻는 것은 아날로그에 대한 본능적인 동경 때문인것 같습니다. 책과 커피, 음악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한 것도 영리한 전략이겠죠.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일들로 세상이 어지러운 요즘, 커피 한모금 만화책 한 권으로 잠시 쉬어가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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