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친구분이시죠?”…노인 노린 ‘나쁜 손’

입력 2017.03.08 (20:39) 수정 2017.03.0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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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손까지 마주잡고 반가워하는 중년의 남성과 노인. 이들의 관계는 뭘까? 부자지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처음 본 사람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노인의 지갑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피의자가 노인의 팔짱을 낀 채 인근 건물로 이동하는 모습. (화면제공: 서울 은평경찰서)피의자가 노인의 팔짱을 낀 채 인근 건물로 이동하는 모습. (화면제공: 서울 은평경찰서)

2개월 동안 노인들의 지갑만 노린 '나쁜 손'

서울 은평경찰서는 노인들의 지갑을 상습적으로 훔친 변 모(57) 씨를 구속했다.

변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2달 동안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시장과 지하철역 인근에서 노인들에게 접근해 5차례에 걸쳐 170만 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변 씨는 길거리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뒤 노인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아버지 친구분이시죠?"라며 말을 붙였다. "아버지가 근처 카페에서 어르신을 기다리고 계신다"라며 구체적인 상황까지 덧붙여 노인들이 의심할 틈도 주지 않았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김모(85) 씨 역시 친근하게 다가와 말을 거는 남성에 대해 "전혀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말에 따르면 변 씨는 피해자의 팔을 잡고 으슥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함께 올라갔다. 그러다 갑자기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빼내 도망갔다. 순식간에 지갑을 잃어버린 김 씨는 신고 방법조차 몰라 인근 파출소로 직접 찾아가 신고를 해야했다.

경찰 조사 결과, 변변한 직업이 없는 변 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특히 80~90대 노인들을 노린 이유는 이들의 행동이 민첩하지 못하고 발각될 경우에도 뿌리치고 쉽게 도망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늘어나는 노인 상대 범죄...예방법은 오직 '경계' 뿐?

노인 상대 범죄 건수 통계 (출처: 한국형사정책연구원)노인 상대 범죄 건수 통계 (출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 상대 범죄(60세 이상) 건수가 2011년에는 7만 7천여 건이던 것에서 2015년 14만 8천여 건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5년 동안에는 총 54만 6천여 건이다.

범죄 유형 별로 분석해 보니 절도가 11만 5천여 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지능(사기) 9만8천여 건, 폭행 4만9천여 건으로 뒤를 이었다.

경찰은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체하며 신체 접촉을 시도하면 경계할 것, ▲인근 건물로 유인하면 따라가지 말 것, ▲외출시 최소한의 현금만 소지할 것, ▲경미한 피해라도 반드시 경찰에 신고할 것 등을 노인 대상 범죄(절도) 예방법으로 제시했다. 노인들의 '경계'를 대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경계는 실질적인 예방법이 될 수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적으로 노인들을 상대로 한 '떴다방'과 같은 사기 범죄 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 인력을 투입한 집중 단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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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친구분이시죠?”…노인 노린 ‘나쁜 손’
    • 입력 2017-03-08 20:39:56
    • 수정2017-03-08 21:24:42
    사회
거리에서 손까지 마주잡고 반가워하는 중년의 남성과 노인. 이들의 관계는 뭘까? 부자지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처음 본 사람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노인의 지갑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피의자가 노인의 팔짱을 낀 채 인근 건물로 이동하는 모습. (화면제공: 서울 은평경찰서)
2개월 동안 노인들의 지갑만 노린 '나쁜 손'

서울 은평경찰서는 노인들의 지갑을 상습적으로 훔친 변 모(57) 씨를 구속했다.

변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2달 동안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시장과 지하철역 인근에서 노인들에게 접근해 5차례에 걸쳐 170만 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변 씨는 길거리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뒤 노인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아버지 친구분이시죠?"라며 말을 붙였다. "아버지가 근처 카페에서 어르신을 기다리고 계신다"라며 구체적인 상황까지 덧붙여 노인들이 의심할 틈도 주지 않았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김모(85) 씨 역시 친근하게 다가와 말을 거는 남성에 대해 "전혀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말에 따르면 변 씨는 피해자의 팔을 잡고 으슥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함께 올라갔다. 그러다 갑자기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빼내 도망갔다. 순식간에 지갑을 잃어버린 김 씨는 신고 방법조차 몰라 인근 파출소로 직접 찾아가 신고를 해야했다.

경찰 조사 결과, 변변한 직업이 없는 변 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특히 80~90대 노인들을 노린 이유는 이들의 행동이 민첩하지 못하고 발각될 경우에도 뿌리치고 쉽게 도망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늘어나는 노인 상대 범죄...예방법은 오직 '경계' 뿐?

노인 상대 범죄 건수 통계 (출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 상대 범죄(60세 이상) 건수가 2011년에는 7만 7천여 건이던 것에서 2015년 14만 8천여 건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5년 동안에는 총 54만 6천여 건이다.

범죄 유형 별로 분석해 보니 절도가 11만 5천여 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지능(사기) 9만8천여 건, 폭행 4만9천여 건으로 뒤를 이었다.

경찰은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체하며 신체 접촉을 시도하면 경계할 것, ▲인근 건물로 유인하면 따라가지 말 것, ▲외출시 최소한의 현금만 소지할 것, ▲경미한 피해라도 반드시 경찰에 신고할 것 등을 노인 대상 범죄(절도) 예방법으로 제시했다. 노인들의 '경계'를 대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경계는 실질적인 예방법이 될 수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적으로 노인들을 상대로 한 '떴다방'과 같은 사기 범죄 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 인력을 투입한 집중 단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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