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에서 지금 ‘낙천적’이라고 했다가…

입력 2017.03.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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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롯데’에 대한 반감은 상상 이상이다. 알려진 대로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방어미사일) 배치 용지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에서 롯데(LOTTE)를 ‘러톈’(樂天)이라고 현지화해 부른다. 러톈은 원음에 가까우면서도 ‘낙천적’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 롯데가 중국시장을 개척하면서부터 사용하고 있는 고유 브랜드명이다. 그런데 사드 부지가 최종 확정된 뒤엔 롯데, 즉 ‘러톈’은 수난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롯데마트, 즉 중국식 이름인 ‘러톈마터’(樂天瑪特)는 소방 점검의 표적이 되었고 롯데 불매 운동의 집회, 시위 현장이 되었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선양 롯데타운’은 ‘樂天圣苑’이라고 붙여진 표지판에서 ‘러톈’(樂天)이 흉하게 떨어져 나갔다. 일반 중국인들이 롯데를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롯데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이런 씁쓸한 해프닝도 있었다. 타이완의 ‘로코퀸’ 천차오언(진교은, 陳喬恩)이 최근 중국 대륙의 네티즌들로부터 곤욕을 치른 일이다.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樂天派(낙천파)'란 표현을 쓴 게 화근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천차오언은 최근 체중이 늘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로코퀸답게 자신의 생각을 짧으면서도 코믹하게 해명했다. 웨이보에서 천차오언은 “실제로 저는 '낙천파'(樂天派的)입니다. 근데 많이 찌지도 않았어요. 바람이 불면 날아갈 정도예요.”라며 재치 있게 답했다.

자신은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이해하기 쉬운 말이다. 그런데 중국 대륙의 일부 네티즌들은 '낙천파'(樂天派)를 문제 삼았다. 즉 '롯데파'로 이해를 한 모양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이 그야말로 벌떼처럼 들고일어났다. “네가 언제부터 '롯데파'가 되었냐”면서 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난이 쏟아졌다. 한 중국 네티즌은 “현재 전 중국이 반(反) 롯데를 부르짖고 있는데 당신이 '롯데파'라니 정말 미처 그럴 줄 몰랐다”며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천차오언을 옹호하는 팬들은 “당신들은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천차오언이 자신의 성격이 낙천적이라고 지칭한 것을 놓고 일부러 엉뚱한 곳을 보는 것 아니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 당(唐)나라 때 대시인 백거이(白居易)도 ‘롯데파’냐며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백거이는 이백(李白)과 두보(杜甫), 한유(韓流)와 더불어 ‘이두한백(李杜韓白)’으로 불리며 중국 고대 문학사에서 대시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그의 자(字)가 ‘낙천’(樂天)이기 때문이다. 죽은 백거이가 벌떡 일어날 일이다.


전 중국에서 현재 날마다 일어나는 한국 상품 불매운동이나 집회, 시위, 네티즌들의 일방적인 공격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이다. 그 넓은 전 중국에서 너무나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칠 정도로 총공세다.

천진난만한 어린 초등학생들이 학교 강당에 모여 주먹을 치켜들고 "한국 상품 불매! 나부터 일어서자!"라는 구호를 소리 높여 외치는가 하면 상가에서 롯데 상품을 폐기하면서 “중국 공산당을 결사옹위하자, 중국 공산당 만세, 마오 주석 만세!!” 소리가 우렁차다. 지금의 반한 정서는 중국인들에게 마치 30만 명의 중국인을 집단 학살한 난징 대학살을 일으킨 일본과 비견될 정도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반한 몰이가 누구에 의해 주도되고 어떻게 작동되는지 외부에 알려진 바가 없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있다. 바로 집회행진시위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관할 공안기관에 집회일 5일 이전까지 집회 목적과 방법, 참석 인원 등을 기재한 신청서를 서면으로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고 집회를 열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반 롯데 집회 시위가 허가를 받은 것인지, 누가 주도한 시위인지, 처벌은 받았는지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 배경에 중국 공산당이 있다는 건 중국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집회, 시위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전체 인구 13억 7천만 명 가운데 8,700만 명이 공산당원이다. 우리나라 인구보다도 많다. 이들 공산당원은 정부기관, 학교, 기업체 등 사회 곳곳에 세포처럼 뻗어 있어 당 중앙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모든 정보가 이 공산당 하부 조직을 통해 올라오고 상부의 지침이 이 계통을 통해 하달된다. 각급 경제, 사회 단위에 정치 결사체가 결합한 형태다.

여기에 공산당은 군에 대한 통제권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통제권, 언론에 대한 통제권을 모두 틀어쥐고 있다. 철저한 국가주의 통제사회다. “중국 공산당은 신과 같다. 보이지도 않고 접할 수도 없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런 공산당의 최고 정점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있다.


지금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거의 모든 한국 사업장은 한마디로 올스톱 상태다. 아우성이다. 꼬투리를 잡는 관공서뿐 아니라 경쟁업체, 과격한 시민들 등쌀에 사업하기 힘든 상태다. 처음에는 롯데가 주 타깃이 됐지만, 지금은 전 한국기업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자본주의 중국’의 한 단면만을 바라본 건 아닌지, 그래서 체제가 갖는 차이를 너무 소홀하게 생각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드넓은 중국 시장을 개척해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앞다퉈 투자에 나섰지만 지금 돌아온 건 이성을 상실한 과도한 보복이다.

그리고 그 보복은 끝을 알 수 없다. 중국 리스크의 민낯을 바닥까지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게 어디 경제 분야만의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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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중국에서 지금 ‘낙천적’이라고 했다가…
    • 입력 2017-03-13 09:20:07
    특파원 리포트
중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롯데’에 대한 반감은 상상 이상이다. 알려진 대로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방어미사일) 배치 용지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에서 롯데(LOTTE)를 ‘러톈’(樂天)이라고 현지화해 부른다. 러톈은 원음에 가까우면서도 ‘낙천적’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 롯데가 중국시장을 개척하면서부터 사용하고 있는 고유 브랜드명이다. 그런데 사드 부지가 최종 확정된 뒤엔 롯데, 즉 ‘러톈’은 수난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롯데마트, 즉 중국식 이름인 ‘러톈마터’(樂天瑪特)는 소방 점검의 표적이 되었고 롯데 불매 운동의 집회, 시위 현장이 되었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선양 롯데타운’은 ‘樂天圣苑’이라고 붙여진 표지판에서 ‘러톈’(樂天)이 흉하게 떨어져 나갔다. 일반 중국인들이 롯데를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롯데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이런 씁쓸한 해프닝도 있었다. 타이완의 ‘로코퀸’ 천차오언(진교은, 陳喬恩)이 최근 중국 대륙의 네티즌들로부터 곤욕을 치른 일이다.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樂天派(낙천파)'란 표현을 쓴 게 화근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천차오언은 최근 체중이 늘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로코퀸답게 자신의 생각을 짧으면서도 코믹하게 해명했다. 웨이보에서 천차오언은 “실제로 저는 '낙천파'(樂天派的)입니다. 근데 많이 찌지도 않았어요. 바람이 불면 날아갈 정도예요.”라며 재치 있게 답했다.

자신은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이해하기 쉬운 말이다. 그런데 중국 대륙의 일부 네티즌들은 '낙천파'(樂天派)를 문제 삼았다. 즉 '롯데파'로 이해를 한 모양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이 그야말로 벌떼처럼 들고일어났다. “네가 언제부터 '롯데파'가 되었냐”면서 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난이 쏟아졌다. 한 중국 네티즌은 “현재 전 중국이 반(反) 롯데를 부르짖고 있는데 당신이 '롯데파'라니 정말 미처 그럴 줄 몰랐다”며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천차오언을 옹호하는 팬들은 “당신들은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천차오언이 자신의 성격이 낙천적이라고 지칭한 것을 놓고 일부러 엉뚱한 곳을 보는 것 아니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 당(唐)나라 때 대시인 백거이(白居易)도 ‘롯데파’냐며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백거이는 이백(李白)과 두보(杜甫), 한유(韓流)와 더불어 ‘이두한백(李杜韓白)’으로 불리며 중국 고대 문학사에서 대시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그의 자(字)가 ‘낙천’(樂天)이기 때문이다. 죽은 백거이가 벌떡 일어날 일이다.


전 중국에서 현재 날마다 일어나는 한국 상품 불매운동이나 집회, 시위, 네티즌들의 일방적인 공격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이다. 그 넓은 전 중국에서 너무나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칠 정도로 총공세다.

천진난만한 어린 초등학생들이 학교 강당에 모여 주먹을 치켜들고 "한국 상품 불매! 나부터 일어서자!"라는 구호를 소리 높여 외치는가 하면 상가에서 롯데 상품을 폐기하면서 “중국 공산당을 결사옹위하자, 중국 공산당 만세, 마오 주석 만세!!” 소리가 우렁차다. 지금의 반한 정서는 중국인들에게 마치 30만 명의 중국인을 집단 학살한 난징 대학살을 일으킨 일본과 비견될 정도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반한 몰이가 누구에 의해 주도되고 어떻게 작동되는지 외부에 알려진 바가 없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있다. 바로 집회행진시위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관할 공안기관에 집회일 5일 이전까지 집회 목적과 방법, 참석 인원 등을 기재한 신청서를 서면으로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고 집회를 열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반 롯데 집회 시위가 허가를 받은 것인지, 누가 주도한 시위인지, 처벌은 받았는지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 배경에 중국 공산당이 있다는 건 중국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집회, 시위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전체 인구 13억 7천만 명 가운데 8,700만 명이 공산당원이다. 우리나라 인구보다도 많다. 이들 공산당원은 정부기관, 학교, 기업체 등 사회 곳곳에 세포처럼 뻗어 있어 당 중앙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모든 정보가 이 공산당 하부 조직을 통해 올라오고 상부의 지침이 이 계통을 통해 하달된다. 각급 경제, 사회 단위에 정치 결사체가 결합한 형태다.

여기에 공산당은 군에 대한 통제권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통제권, 언론에 대한 통제권을 모두 틀어쥐고 있다. 철저한 국가주의 통제사회다. “중국 공산당은 신과 같다. 보이지도 않고 접할 수도 없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런 공산당의 최고 정점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있다.


지금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거의 모든 한국 사업장은 한마디로 올스톱 상태다. 아우성이다. 꼬투리를 잡는 관공서뿐 아니라 경쟁업체, 과격한 시민들 등쌀에 사업하기 힘든 상태다. 처음에는 롯데가 주 타깃이 됐지만, 지금은 전 한국기업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자본주의 중국’의 한 단면만을 바라본 건 아닌지, 그래서 체제가 갖는 차이를 너무 소홀하게 생각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드넓은 중국 시장을 개척해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앞다퉈 투자에 나섰지만 지금 돌아온 건 이성을 상실한 과도한 보복이다.

그리고 그 보복은 끝을 알 수 없다. 중국 리스크의 민낯을 바닥까지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게 어디 경제 분야만의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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