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터키 원정 개헌집회’ 파문에 반감 폭발

입력 2017.03.13 (11:33) 수정 2017.03.1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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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개헌 지지집회를 두고 불거진 터키와 독일·네덜란드 간의 갈등이 전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터키 대통령이 이들 국가의 집회 불허 결정을 유럽이 가장 경계하는 나치에 비유하며 비난하자 독일은 집회에 공식적인 제한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제1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터키는 독일에서 정치집회를 열 권리가 없다"며 "이런 집회를 정치적으로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네덜란드가 집회를 막기 위해 터키 외무장관의 입국금지 조처를 한 것과 관련, "입국금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향후 독일에서 열리는 집회에는) 명백한 제한이 있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또 독일 형법에는 이를 규제할 조항이 있다면서 "독일이나 독일 헌법을 모욕하고,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이들은 기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제2 공영 ZD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터키의 정치집회와 터키 주재 독일 특파원 구속 등으로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터키와 경제 원조 논의를 이어가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독일은 유럽에서 열리는 터키 개헌안 찬동집회를 두고 터키와 가장 먼저 마찰을 빚은 국가다.

가게나우, 쾰른 등 독일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안전을 이유로 예정됐던 집회를 불허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 정부가 "나치 같다"고 비난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이에 집회가 예정됐던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도 독일과 같은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유럽 전체로 확산할 조짐이 보였다.

네덜란드가 전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의 입국을 불허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또다시 이를 "나치 잔재"라고 비난하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화됐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네덜란드와 터키 간에 긴장을 이유로 이번 달 20일 예정됐던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의 자국 방문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라스무센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에 대한 터키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이런 상황과 분리해서 양국 간 만남이 이뤄질 순 없다"고 설명햇다.

프랑스의 유력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터키를 비판했다.

중도신당의 유력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럽 가치를 운운하며 나치를 거론한 것이 터키 정부의 도발이라고 비판하며 "프랑스는 터키의 폭언을 거부하고, 다른 유럽 파트너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극우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프랑스 내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대선후보도 "프랑스의 가까운 동맹국인 독일과 네덜란드가 터키에 모욕을 당했다"며 이에 힘을 보탰다.

또 전날 외무장관의 입국금지라는 강수를 두며 터키와 전면전에 나선 네덜란드도 에르도안의 나치 발언을 다시 한 번 규탄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네덜란드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폭격을 받았다"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하지만 우리는 침착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유럽연합(EU) 내에서의 관계 이익을 고려할 때 터키와의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태를 진정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반발이 거세지는데도 터키는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꺾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집회를 불허하는 국가와 단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을 지지하는 터키 민족주의행동당(MHP)의 데블렛 바흐첼리 대표는 "네덜란드가 적대국이 되고 있다"며 단교를 촉구했다.

터키가 이렇듯 국외 개헌 찬동집회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개헌 국민투표에서 재외국민투표가 '캐스팅보트'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터키 정부는 터키계 유권자들이 대거 거주하는 유럽에서 잇따라 개헌 지지집회를 열고, 장관들을 보내 찬성을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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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3 11:33:46
    • 수정2017-03-13 13:27:09
    국제
국외 개헌 지지집회를 두고 불거진 터키와 독일·네덜란드 간의 갈등이 전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터키 대통령이 이들 국가의 집회 불허 결정을 유럽이 가장 경계하는 나치에 비유하며 비난하자 독일은 집회에 공식적인 제한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제1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터키는 독일에서 정치집회를 열 권리가 없다"며 "이런 집회를 정치적으로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네덜란드가 집회를 막기 위해 터키 외무장관의 입국금지 조처를 한 것과 관련, "입국금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향후 독일에서 열리는 집회에는) 명백한 제한이 있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또 독일 형법에는 이를 규제할 조항이 있다면서 "독일이나 독일 헌법을 모욕하고,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이들은 기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제2 공영 ZD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터키의 정치집회와 터키 주재 독일 특파원 구속 등으로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터키와 경제 원조 논의를 이어가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독일은 유럽에서 열리는 터키 개헌안 찬동집회를 두고 터키와 가장 먼저 마찰을 빚은 국가다.

가게나우, 쾰른 등 독일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안전을 이유로 예정됐던 집회를 불허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 정부가 "나치 같다"고 비난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이에 집회가 예정됐던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도 독일과 같은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유럽 전체로 확산할 조짐이 보였다.

네덜란드가 전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의 입국을 불허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또다시 이를 "나치 잔재"라고 비난하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화됐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네덜란드와 터키 간에 긴장을 이유로 이번 달 20일 예정됐던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의 자국 방문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라스무센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에 대한 터키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이런 상황과 분리해서 양국 간 만남이 이뤄질 순 없다"고 설명햇다.

프랑스의 유력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터키를 비판했다.

중도신당의 유력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럽 가치를 운운하며 나치를 거론한 것이 터키 정부의 도발이라고 비판하며 "프랑스는 터키의 폭언을 거부하고, 다른 유럽 파트너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극우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프랑스 내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대선후보도 "프랑스의 가까운 동맹국인 독일과 네덜란드가 터키에 모욕을 당했다"며 이에 힘을 보탰다.

또 전날 외무장관의 입국금지라는 강수를 두며 터키와 전면전에 나선 네덜란드도 에르도안의 나치 발언을 다시 한 번 규탄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네덜란드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폭격을 받았다"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하지만 우리는 침착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유럽연합(EU) 내에서의 관계 이익을 고려할 때 터키와의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태를 진정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반발이 거세지는데도 터키는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꺾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집회를 불허하는 국가와 단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을 지지하는 터키 민족주의행동당(MHP)의 데블렛 바흐첼리 대표는 "네덜란드가 적대국이 되고 있다"며 단교를 촉구했다.

터키가 이렇듯 국외 개헌 찬동집회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개헌 국민투표에서 재외국민투표가 '캐스팅보트'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터키 정부는 터키계 유권자들이 대거 거주하는 유럽에서 잇따라 개헌 지지집회를 열고, 장관들을 보내 찬성을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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