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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탄핵 덕분에…‘더 킹’ 아베, 운인가? 재주인가?
입력 2017.03.13 (13:05) 수정 2017.03.13 (14:06) 특파원 리포트
'더 킹'이라는 영화가 최근 인기를 끌었다. 정치 검찰로 권력을 주무르던 주인공이 상사와 틀어지며 위기에 빠졌다 다시 극적으로 정치를 이용해 복귀하는 내용이다.(조인성과 정우성이라는 조각 미남들이 부패한 검사를 연기하는 걸 보는 건 덤이다. 그리고 영화 '더 킹'과 아베 총리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님을 먼저 밝힌다.)

그 영화 속에 이런 말이 있다. "이슈는 이슈로 덮어라" 조금만 세간 일에 관심을 두는, 특히 음모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짐작되는 말이다. 조금 더 친절하게 이야기하면, "나에게 불리하게 상황이 돌아가면, 더 센 걸 터트려서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라" 정도 되겠다.


이 영화에서도 그랬다. 무리한 수사가 문제가 되자, 여배우 마약 사건을 흘려 여론을 조작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쓰고자 하는 건 다만 사실의 나열에 대한 것이다. 굳이(?) 흐름을 보자면 이렇다는 거다.

□ 아베 총리를 곤란하게 만든 ‘그 분’…기자회견을 갖다.

승승장구하던 아베 총리는 요즘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다.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씨가 명예 교장을 맡았던 오사카의 학교 법인 모리토모가 국유지를 헐값으로 불하받은 사실이 드러난 데다, 이 학교가 실로 충격적인 극우 교육을 실시해왔던 점 등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리의 이름을 내걸고 모금까지...

아베 총리는 관련성을 극구 부인했지만 지지율이 5~6%p 급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일본 국내적으로 파문이 컸다.

그리고 그 모리토모 학교 법인의 이사장이 지난 10일 오후 5시 반쯤 기자회견을 가졌다. 실세 총리가 관련된 사건인데다, 군국주의 교육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던 사안이었던 만큼 주요 방송사가 생중계를 할 정도로 관심이 모아졌다.


그리고 카고이케 이사장은 "초등학교 설립 신청을 취소하겠다"며 이사장에서도 물러날 뜻을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TV 취재진 앞에서 "어떻든 이 학교를 개설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이사장의 하룻만의 변신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저녁 뉴스를 장식하고 다음날 아침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만한 극적 전개였다.

□ 30분 뒤…아베, 남수단에서 자위대 철수를 결정하다.

모리토모 측의 기자회견이 있고 30분 정도 뒤인 오후 6시 쯤 NHK 뉴스를 통해 단독 보도가 전해졌다.

남수단에 유엔평화유지군 PKO로서 파견됐던 자위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는 뉴스. 그리고 아베 총리는 직접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 앞에 서 철수를 공식확인했다.


국내에서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뉴스지만, 남수단 파견 자위대는 개정된 안보법제 아래 확대된 자위대의 임무가 처음으로 적용된 부대였다. 즉, 평화헌법 개정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자위대의 실질적 활동 영역 확대가 이뤄지고, 자의적 판단에 의한 '출동 경호' 명목의 전투 참여가 가능해진 첫 부대로서, 아베 내각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부대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수단에서 실제 '전투'가 있었는지를 놓고 야당과 치열할 설전을 벌이면서도 주둔 당위성을 강조했던 일본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보면, 실로 놀라운 반전이었다.

□ 바뀐 1면…그리고 ‘탄핵까지’…

다음 날 일본의 모든 아침 신문의 1면 톱은 남수단에서의 자위대 철수가 장식했다. 아베 총리가 관련된 모리토모 학교 법인 스캔들은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했음에도 거의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까지 1면을 장식하며 주요 뉴스의 한 부분을 차지해 버렸다.

아베 총리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던 휘발성 높은 사안이 순식간에 뉴스 주목도에서 후 순위로 밀려버렸다.

그리고 주말을 지난 13일, 이제 미디어에서 모리토모 학원 관련 뉴스는 아예 사라진 듯하다. 야당은 국회에서 어떻게든 관련 질의를 이어가려는 듯 보이지만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이슈'는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잊혀져가기 마련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북방 영토 협상이 지지부진 한 뒤 아베 총리 비난 여론이 높아지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일본 정부는 소녀상 문제를 걸고 넘어지며 주한 일본 대사를 소환시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다시 회복세를 보였음은 물론이다.

아베 총리에게 만일 세간의 흔한 음모론을 대입한다면 그는 정말 탁월한 전략가다. 운이 좋은 것 뿐이라고? 그렇게 주장해도 할 말은 없다. 다만 흐름은 이렇다는 거다.
  • [특파원리포트] 탄핵 덕분에…‘더 킹’ 아베, 운인가? 재주인가?
    • 입력 2017-03-13 13:05:53
    • 수정2017-03-13 14:06:39
    특파원 리포트
'더 킹'이라는 영화가 최근 인기를 끌었다. 정치 검찰로 권력을 주무르던 주인공이 상사와 틀어지며 위기에 빠졌다 다시 극적으로 정치를 이용해 복귀하는 내용이다.(조인성과 정우성이라는 조각 미남들이 부패한 검사를 연기하는 걸 보는 건 덤이다. 그리고 영화 '더 킹'과 아베 총리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님을 먼저 밝힌다.)

그 영화 속에 이런 말이 있다. "이슈는 이슈로 덮어라" 조금만 세간 일에 관심을 두는, 특히 음모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짐작되는 말이다. 조금 더 친절하게 이야기하면, "나에게 불리하게 상황이 돌아가면, 더 센 걸 터트려서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라" 정도 되겠다.


이 영화에서도 그랬다. 무리한 수사가 문제가 되자, 여배우 마약 사건을 흘려 여론을 조작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쓰고자 하는 건 다만 사실의 나열에 대한 것이다. 굳이(?) 흐름을 보자면 이렇다는 거다.

□ 아베 총리를 곤란하게 만든 ‘그 분’…기자회견을 갖다.

승승장구하던 아베 총리는 요즘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다.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씨가 명예 교장을 맡았던 오사카의 학교 법인 모리토모가 국유지를 헐값으로 불하받은 사실이 드러난 데다, 이 학교가 실로 충격적인 극우 교육을 실시해왔던 점 등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리의 이름을 내걸고 모금까지...

아베 총리는 관련성을 극구 부인했지만 지지율이 5~6%p 급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일본 국내적으로 파문이 컸다.

그리고 그 모리토모 학교 법인의 이사장이 지난 10일 오후 5시 반쯤 기자회견을 가졌다. 실세 총리가 관련된 사건인데다, 군국주의 교육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던 사안이었던 만큼 주요 방송사가 생중계를 할 정도로 관심이 모아졌다.


그리고 카고이케 이사장은 "초등학교 설립 신청을 취소하겠다"며 이사장에서도 물러날 뜻을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TV 취재진 앞에서 "어떻든 이 학교를 개설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이사장의 하룻만의 변신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저녁 뉴스를 장식하고 다음날 아침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만한 극적 전개였다.

□ 30분 뒤…아베, 남수단에서 자위대 철수를 결정하다.

모리토모 측의 기자회견이 있고 30분 정도 뒤인 오후 6시 쯤 NHK 뉴스를 통해 단독 보도가 전해졌다.

남수단에 유엔평화유지군 PKO로서 파견됐던 자위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는 뉴스. 그리고 아베 총리는 직접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 앞에 서 철수를 공식확인했다.


국내에서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뉴스지만, 남수단 파견 자위대는 개정된 안보법제 아래 확대된 자위대의 임무가 처음으로 적용된 부대였다. 즉, 평화헌법 개정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자위대의 실질적 활동 영역 확대가 이뤄지고, 자의적 판단에 의한 '출동 경호' 명목의 전투 참여가 가능해진 첫 부대로서, 아베 내각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부대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수단에서 실제 '전투'가 있었는지를 놓고 야당과 치열할 설전을 벌이면서도 주둔 당위성을 강조했던 일본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보면, 실로 놀라운 반전이었다.

□ 바뀐 1면…그리고 ‘탄핵까지’…

다음 날 일본의 모든 아침 신문의 1면 톱은 남수단에서의 자위대 철수가 장식했다. 아베 총리가 관련된 모리토모 학교 법인 스캔들은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했음에도 거의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까지 1면을 장식하며 주요 뉴스의 한 부분을 차지해 버렸다.

아베 총리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던 휘발성 높은 사안이 순식간에 뉴스 주목도에서 후 순위로 밀려버렸다.

그리고 주말을 지난 13일, 이제 미디어에서 모리토모 학원 관련 뉴스는 아예 사라진 듯하다. 야당은 국회에서 어떻게든 관련 질의를 이어가려는 듯 보이지만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이슈'는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잊혀져가기 마련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북방 영토 협상이 지지부진 한 뒤 아베 총리 비난 여론이 높아지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일본 정부는 소녀상 문제를 걸고 넘어지며 주한 일본 대사를 소환시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다시 회복세를 보였음은 물론이다.

아베 총리에게 만일 세간의 흔한 음모론을 대입한다면 그는 정말 탁월한 전략가다. 운이 좋은 것 뿐이라고? 그렇게 주장해도 할 말은 없다. 다만 흐름은 이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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