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갯벌에 파묻힌 고려청자…어부가 도굴꾼

입력 2017.03.17 (08:34) 수정 2017.03.1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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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바닷가 갯벌을 파다가 수백 년은 족히 넘었을 고려청자가 나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어차피 주인도 없는데 내가 가져도 되겠지, 보물을 주웠다'라고 생각하기 쉬울 텐데요.

하지만 문화재를 개인이 함부로 가져가는 건 엄연한 불법입니다.

낙지잡이를 하던 한 어부가 갯벌에 묻혀있던 고려청자를 우연히 발견했는데요.

그때부터 썰물 때마다 갯벌을 뒤지고 다녔는데, 청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고려청자를 팔아 한 몫을 챙겨보겠다는 꿈도 잠시, 문화재 도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충남 태안에 있는 서해안 갯벌인데요.

경찰이 삽으로 바닥을 파내자 묻혀 있던 도자기가 나옵니다.

바로 고려청자인데요.

이 고려청자가 묻혀 있는 곳을 경찰에 알려준 건 인근에 살던 어부 김 모 씨입니다.

<인터뷰> 배인권(수사관/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소일거리 삼아서 자기 집 거주지 주변 갯벌에서 낙지나 소라를 잡아보겠다고 가서 갯벌을 파는 과정에서 도자기들이 나온 거예요.”

김 씨가 갯벌에서 우연히 고려청자를 처음 본 건 지난 2015년 11월.

도자기를 보는 순간 예사 물건이 아님을 직감한 김 씨는 썰물 때마다 갯벌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달 동안 고려청자 9점을 찾아냈는데요.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김 씨 주거지에서 도자기 9점을 압수해서 전문가에게 감정을 내 본 결과 9점 모두 다 고려 시대에 생산된 청자라고 판정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오래된 유물이야. 그거 감정가도 다 책정했는데 감정가가 많이 나왔어. 그렇다고 하더라고.”

김 씨는 이렇게 찾은 고려청자를 자신의 집에 보관했습니다.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주거지 전체를 확인했는데 발굴된 도자기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고 하기보다는 집 곳곳에 방치된 상태로 저희가 발견을 했습니다.”

어느 날 한 남성이 찾아오면서, 김 씨는 고려청자 도굴에 더 깊게 빠지게 되는데요.

김 씨가 만난 남성은 서해안 일대에서 문화재 도굴에 열을 올리고 있던 이 모 씨였습니다.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태안에 거주하는 김 모 씨라는 사람이 갯벌에서 도자기들을 출토해서 자기가 보관하고 있다는 소식을 여러 단계를 거쳐서 듣게 된 거죠.”

이 씨는 김씨에게 고려청자를 비싼 값에 팔아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김 씨와 이 씨가 한 배를 탔는데요.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바다에서 나오는 문화재들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으면서 일확천금의 허황한 꿈을 꿨던 거죠.”

이 씨는 김 씨를 만나기 전 이미 몇 년 동안 잠수부 등을 동원해 서해안 일대에서 수차례 문화재 도굴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자 고려청자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김 씨의 도움이 필요했던 건데요.

<녹취> 이OO('문화재 도굴' 피의자/음성변조) : "거기 가면 물건이 있다. 들어가 보면 캐올 수 있다고 그러기에…….”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대략 1회 출항해서 작업하는데 드는 비용이 잠수부 한 명 기준으로 하루에 백만 원 정도 최소 그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까요. 그거 하루만 가지는 않았을 거 아닙니까. 여러 번 가고 했으니까 상당히 큰 비용이 소모됐을 거라고 저흰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태안 등 서해안 앞바다에 고려시대 목선이 여러 척 좌초돼 '바닷속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갯벌에 묻힌 고려청자 등 문화재가 많을 거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한정화(전북 부안 청자박물관 학예사) : “(서해안을 따라서) 개경으로 올라가는 배들이 좌초된 것이 많습니다. 지금 현재 조사된 바로는 240여 군데 정도 유물이 갯벌에 매장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태안 앞바다는 거센 물살로 선박의 항해가 어려워 ‘난행량’이라 불리던 곳입니다.

과거 고려시대 청자가 뱃길로 중국으로 많이 수출됐는데 고려 시대 목선들이 이곳에서 다수 침몰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는데요.

<녹취> 문화재청 관계자(음성변조) : “태안 해역에서 나온 배만 해도 다섯 척이거든요. 고려 시대 배가 4척이고 조선 시대 배가 1척입니다. 거기가 좀 대표적으로 배가 운항하기 힘들다는 골목이었거든요. 항로 중에서도. 배들이 충돌했다는 기록들이 남아있어요.”

조선시대 문헌에는 수백 척의 배들이 침몰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를 찾아내 큰돈을 만지겠다는 이 씨의 계획은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는데요.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내가 이런 물건들이 나오는 지역에 대해서, 위치, 포인트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투자를 하면은 더 좋은 물건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으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검거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도굴 문화재를 팔기 위해 모조품까지 만드는 등 전문 도굴꾼처럼 움직였습니다.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추가적인 도굴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굴된 도자기 외에 가짜로 상품성이 있어 보이는 도자기들을 같이 보여주면서 발굴 자금을 융통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경찰은 아무리 갯벌 바닥에 묻혀 있던 문화재라고 하더라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가져가면 처벌받게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는데요.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도굴만 처벌하는 게 아니고요. 이 물건을 운반하거나, 보관하거나, 서로 주고받거나 이런 경우에도 다 처벌을 할 수 있고요. 도굴을 하려다가 실패를 해서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처벌규정이 다 따로 있기 때문에…….”

경찰은 고려청자를 도굴한 혐의로 김 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고, 문화재청은 고려청자가 나온 해당 갯벌 지역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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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갯벌에 파묻힌 고려청자…어부가 도굴꾼
    • 입력 2017-03-17 08:34:23
    • 수정2017-03-17 08: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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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갯벌을 파다가 수백 년은 족히 넘었을 고려청자가 나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어차피 주인도 없는데 내가 가져도 되겠지, 보물을 주웠다'라고 생각하기 쉬울 텐데요.

하지만 문화재를 개인이 함부로 가져가는 건 엄연한 불법입니다.

낙지잡이를 하던 한 어부가 갯벌에 묻혀있던 고려청자를 우연히 발견했는데요.

그때부터 썰물 때마다 갯벌을 뒤지고 다녔는데, 청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고려청자를 팔아 한 몫을 챙겨보겠다는 꿈도 잠시, 문화재 도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충남 태안에 있는 서해안 갯벌인데요.

경찰이 삽으로 바닥을 파내자 묻혀 있던 도자기가 나옵니다.

바로 고려청자인데요.

이 고려청자가 묻혀 있는 곳을 경찰에 알려준 건 인근에 살던 어부 김 모 씨입니다.

<인터뷰> 배인권(수사관/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소일거리 삼아서 자기 집 거주지 주변 갯벌에서 낙지나 소라를 잡아보겠다고 가서 갯벌을 파는 과정에서 도자기들이 나온 거예요.”

김 씨가 갯벌에서 우연히 고려청자를 처음 본 건 지난 2015년 11월.

도자기를 보는 순간 예사 물건이 아님을 직감한 김 씨는 썰물 때마다 갯벌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달 동안 고려청자 9점을 찾아냈는데요.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김 씨 주거지에서 도자기 9점을 압수해서 전문가에게 감정을 내 본 결과 9점 모두 다 고려 시대에 생산된 청자라고 판정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오래된 유물이야. 그거 감정가도 다 책정했는데 감정가가 많이 나왔어. 그렇다고 하더라고.”

김 씨는 이렇게 찾은 고려청자를 자신의 집에 보관했습니다.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주거지 전체를 확인했는데 발굴된 도자기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고 하기보다는 집 곳곳에 방치된 상태로 저희가 발견을 했습니다.”

어느 날 한 남성이 찾아오면서, 김 씨는 고려청자 도굴에 더 깊게 빠지게 되는데요.

김 씨가 만난 남성은 서해안 일대에서 문화재 도굴에 열을 올리고 있던 이 모 씨였습니다.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태안에 거주하는 김 모 씨라는 사람이 갯벌에서 도자기들을 출토해서 자기가 보관하고 있다는 소식을 여러 단계를 거쳐서 듣게 된 거죠.”

이 씨는 김씨에게 고려청자를 비싼 값에 팔아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김 씨와 이 씨가 한 배를 탔는데요.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바다에서 나오는 문화재들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으면서 일확천금의 허황한 꿈을 꿨던 거죠.”

이 씨는 김 씨를 만나기 전 이미 몇 년 동안 잠수부 등을 동원해 서해안 일대에서 수차례 문화재 도굴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자 고려청자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김 씨의 도움이 필요했던 건데요.

<녹취> 이OO('문화재 도굴' 피의자/음성변조) : "거기 가면 물건이 있다. 들어가 보면 캐올 수 있다고 그러기에…….”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대략 1회 출항해서 작업하는데 드는 비용이 잠수부 한 명 기준으로 하루에 백만 원 정도 최소 그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까요. 그거 하루만 가지는 않았을 거 아닙니까. 여러 번 가고 했으니까 상당히 큰 비용이 소모됐을 거라고 저흰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태안 등 서해안 앞바다에 고려시대 목선이 여러 척 좌초돼 '바닷속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갯벌에 묻힌 고려청자 등 문화재가 많을 거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한정화(전북 부안 청자박물관 학예사) : “(서해안을 따라서) 개경으로 올라가는 배들이 좌초된 것이 많습니다. 지금 현재 조사된 바로는 240여 군데 정도 유물이 갯벌에 매장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태안 앞바다는 거센 물살로 선박의 항해가 어려워 ‘난행량’이라 불리던 곳입니다.

과거 고려시대 청자가 뱃길로 중국으로 많이 수출됐는데 고려 시대 목선들이 이곳에서 다수 침몰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는데요.

<녹취> 문화재청 관계자(음성변조) : “태안 해역에서 나온 배만 해도 다섯 척이거든요. 고려 시대 배가 4척이고 조선 시대 배가 1척입니다. 거기가 좀 대표적으로 배가 운항하기 힘들다는 골목이었거든요. 항로 중에서도. 배들이 충돌했다는 기록들이 남아있어요.”

조선시대 문헌에는 수백 척의 배들이 침몰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를 찾아내 큰돈을 만지겠다는 이 씨의 계획은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는데요.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내가 이런 물건들이 나오는 지역에 대해서, 위치, 포인트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투자를 하면은 더 좋은 물건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으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검거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도굴 문화재를 팔기 위해 모조품까지 만드는 등 전문 도굴꾼처럼 움직였습니다.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추가적인 도굴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굴된 도자기 외에 가짜로 상품성이 있어 보이는 도자기들을 같이 보여주면서 발굴 자금을 융통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경찰은 아무리 갯벌 바닥에 묻혀 있던 문화재라고 하더라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가져가면 처벌받게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는데요.

<인터뷰> 배인권(경사/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 “도굴만 처벌하는 게 아니고요. 이 물건을 운반하거나, 보관하거나, 서로 주고받거나 이런 경우에도 다 처벌을 할 수 있고요. 도굴을 하려다가 실패를 해서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처벌규정이 다 따로 있기 때문에…….”

경찰은 고려청자를 도굴한 혐의로 김 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고, 문화재청은 고려청자가 나온 해당 갯벌 지역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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