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수 누출 이틀간 ‘쉬쉬’…고리원전 안전한가?

입력 2017.03.29 (13:18) 수정 2017.03.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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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4호기가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 수집조의 비정상적인 수위 상승으로 28일 수동 정지된 것과 관련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냉각수 누출은 지난 26일 처음 감지됐지만 원자력 당국이 이틀이 지나서야 원자로 가동을 정지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냉각수 306ℓ 누출…감지 이틀 만에 늑장 정지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는 28일 오전 5시11분 고리4호기를 수동으로 정지했다고 밝혔다.

[연관기사]
고리원전 4호기 가동 중단…방사선 유출 없을까?
‘냉각수 누출’로 고리4호기 정지


고리4호기는 내부 냉각수 수집조 4곳 중 2곳의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이날 0시 20분부터 원전 출력을 서서히 줄였다.

원자로는 섭씨 300도 안팎의 냉각수가 핵분열이 일어나는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를 오가는 구조다.

냉각수는 관을 통해 원자로 내부를 순환하면서 핵분열 반응으로 생기는 열을 식힌다. 원자로가 정상 운영될 때는 시간당 1.5ℓ의 냉각수가 뜨거운 온도 때문에 수집조로 누출된다.

이날 고리4호기가 멈추기 전에는 한때 이보다 최대 6배나 많은 시간당 9ℓ의 물이 고였는데, 그 양이 300ℓ가 넘었다.

냉각수 누출은 고리4호기에 있는 3대의 증기발생기 배수관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냉각수 소실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원자로 내 냉각수는 일정한 온도(270~320도)를 유지하면서 증기발생기에서 증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증기발생기마다 물을 빼기 위한 배수관이 있다.

고리본부 측은 첫 번째 증기발생기 밑에 있는 배수관 밸브의 용접 부위가 압력으로 벌어지면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냉각수가 누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배수관이 닫혀 있어야 정상이다. 고리본부는 냉각수 온도가 낮아지는 2, 3일 뒤 증기발생기의 물을 빼내고 벌어진 배수관 밸브를 교체할 계획이다.

한수원 “방사성 물질 유출은 없어”

고리본부 측은 수동 정지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냉각수가 1분당 4ℓ이상이 누출되면 원전을 정지하는데, 26일에는 기준량 이하였다. 누출된 냉각수의 양은 미세하며 방사성 물질 유출은 없다"면서도 "냉각수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돼 있어 아무리 적은 누출이라도 정비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는 "냉각수 누출은 핵발전소 사건·사고 중에서도 매우 심각한 것"이라며 "냉각수가 소실될 경우 스리마일, 후쿠시마와 같은 초대형 사고로 연결될 수 있어 정말 아찔한 상황인데, 한수원의 이번 사고 처리 과정은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철판 부식현상이 발견된 고리 3호기 격납건물에서 직원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2017.3.22 (사진제공: 고리원자력본부)최근 철판 부식현상이 발견된 고리 3호기 격납건물에서 직원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2017.3.22 (사진제공: 고리원자력본부)

환경단체 “이번 계기로 원전 안전점검 필요”

한수원 측은 이에 대해 "냉각수가 샌다고 해서 무조건 원전을 정지하는 게 아니고 원자로를 직접적으로 냉각시키는 1차측 냉각수가 샜을 때 발전소를 정지하도록 돼 있다"며 "1차측 누출이 아니면 방사성 물질로 오염이 안 된 라인에서 물이 새는 거라 정지할 조건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격납건물 내 콘크리트 바닥에 4개의 집수조가 있는데, 이곳은 항상 일정량의 물과 함께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있는 상태"라며 "이번에 집수조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문제가 됐지만, 방사성 물질이 허용치 이상으로 누출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환경단체는 그러나 최근 고리 3호기 격납건물 내벽에서 철판 부식으로 두께가 감소한 127곳이 발견됐고, 쌍둥이 원전이라 할 수 있는 고리 4호기의 안전성 또한 의심되는 상황이라 최악의 경우 방사선 외부 유출 사고에 대한 대비까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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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9 13:18:06
    • 수정2017-03-29 13:23:58
    취재K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4호기가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 수집조의 비정상적인 수위 상승으로 28일 수동 정지된 것과 관련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냉각수 누출은 지난 26일 처음 감지됐지만 원자력 당국이 이틀이 지나서야 원자로 가동을 정지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냉각수 306ℓ 누출…감지 이틀 만에 늑장 정지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는 28일 오전 5시11분 고리4호기를 수동으로 정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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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수 누출’로 고리4호기 정지


고리4호기는 내부 냉각수 수집조 4곳 중 2곳의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이날 0시 20분부터 원전 출력을 서서히 줄였다.

원자로는 섭씨 300도 안팎의 냉각수가 핵분열이 일어나는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를 오가는 구조다.

냉각수는 관을 통해 원자로 내부를 순환하면서 핵분열 반응으로 생기는 열을 식힌다. 원자로가 정상 운영될 때는 시간당 1.5ℓ의 냉각수가 뜨거운 온도 때문에 수집조로 누출된다.

이날 고리4호기가 멈추기 전에는 한때 이보다 최대 6배나 많은 시간당 9ℓ의 물이 고였는데, 그 양이 300ℓ가 넘었다.

냉각수 누출은 고리4호기에 있는 3대의 증기발생기 배수관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냉각수 소실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원자로 내 냉각수는 일정한 온도(270~320도)를 유지하면서 증기발생기에서 증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증기발생기마다 물을 빼기 위한 배수관이 있다.

고리본부 측은 첫 번째 증기발생기 밑에 있는 배수관 밸브의 용접 부위가 압력으로 벌어지면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냉각수가 누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배수관이 닫혀 있어야 정상이다. 고리본부는 냉각수 온도가 낮아지는 2, 3일 뒤 증기발생기의 물을 빼내고 벌어진 배수관 밸브를 교체할 계획이다.

한수원 “방사성 물질 유출은 없어”

고리본부 측은 수동 정지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냉각수가 1분당 4ℓ이상이 누출되면 원전을 정지하는데, 26일에는 기준량 이하였다. 누출된 냉각수의 양은 미세하며 방사성 물질 유출은 없다"면서도 "냉각수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돼 있어 아무리 적은 누출이라도 정비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는 "냉각수 누출은 핵발전소 사건·사고 중에서도 매우 심각한 것"이라며 "냉각수가 소실될 경우 스리마일, 후쿠시마와 같은 초대형 사고로 연결될 수 있어 정말 아찔한 상황인데, 한수원의 이번 사고 처리 과정은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철판 부식현상이 발견된 고리 3호기 격납건물에서 직원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2017.3.22 (사진제공: 고리원자력본부)
환경단체 “이번 계기로 원전 안전점검 필요”

한수원 측은 이에 대해 "냉각수가 샌다고 해서 무조건 원전을 정지하는 게 아니고 원자로를 직접적으로 냉각시키는 1차측 냉각수가 샜을 때 발전소를 정지하도록 돼 있다"며 "1차측 누출이 아니면 방사성 물질로 오염이 안 된 라인에서 물이 새는 거라 정지할 조건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격납건물 내 콘크리트 바닥에 4개의 집수조가 있는데, 이곳은 항상 일정량의 물과 함께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있는 상태"라며 "이번에 집수조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문제가 됐지만, 방사성 물질이 허용치 이상으로 누출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환경단체는 그러나 최근 고리 3호기 격납건물 내벽에서 철판 부식으로 두께가 감소한 127곳이 발견됐고, 쌍둥이 원전이라 할 수 있는 고리 4호기의 안전성 또한 의심되는 상황이라 최악의 경우 방사선 외부 유출 사고에 대한 대비까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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