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발레리노의 좌절과 희망…다큐 영화 ‘댄서’

입력 2017.04.0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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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계의 악동, 발레계의 제임스 딘, 발레계의 반항아…

19세의 나이에 영국 로열 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에 발탁된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에게 따라다녔던 수식어들이다.

영국 로열 발레단 입단 2년 만에 수석 무용수의 자리를 꿰찬 그는 타고난 재능과 뛰어난 테크닉, 매력적인 외모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공연 전날 행방불명되는가 하면 약물 스캔들에 휘말리는 등 연일 파격 행보를 일삼으며 트러블 메이커로 신문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결국, 2년 만에 돌연 로열 발레단 수석 무용수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은퇴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댄서'는 천재 발레리노 폴루닌의 파격적인 행보에 가려져 있던 그의 과거와 고뇌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고향인 우크라이나에서 가난하게 살았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풀어낸다.

발레에 재능을 보인 폴루닌은 가난했던 가족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폴루닌이 키예프 국립 발레학교에 들어가면서 가족은 그의 학비를 대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아버지는 포르투갈로, 할머니는 그리스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고, 어머니만이 폴루닌과 단둘이 살며 그를 뒷바라지했다.

자신을 위해 타국을 떠돌며 희생해야 했던 가족의 현실은 9살 어린 소년에게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떨어져 살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면서 그는 더욱 흔들리기 시작한다. 발레는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미래가 아니었다는 생각에, 또 자신이 지금까지 타의에 살아왔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방황한다.

영화는 폴루닌의 어머니가 촬영해 둔 어린 시절의 영상과 사진, 폴루닌의 가족과 친구들의 인터뷰 등을 엮어 그의 과거를 재구성해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은퇴를 결심한 폴루닌이 가스펠 싱어송라이터 호지어의 노래 '테이크 미 투 처치'(Take me to church)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다.

이 춤은 폴루닌이 발레계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뒤 자신이 담아왔던 상처와 고뇌를 표현한 퍼포먼스다. 공연 무대를 통해서는 보기 힘든 세세한 근육의 움직임과 거친 숨소리가 스크린 안에 오롯이 담겨 있다.

영화를 위해 이 춤을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작가 데이비드 라샤펠은 제작진과 사전 협의 없이 이 영상을 2015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공개된 이 4분짜리 영상은 1천500만 조회 수를 돌파하며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폴루닌은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9시간 동안 이 영상을 촬영하면서 이것이 자신의 발레의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20년간 배운 스텝과 모든 감정을 담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 몸짓으로 기획된 이 춤을 통해 그는 자신의 춤에 대한 열망을 확인하고 다시 무대로 돌아와 관객 앞에 서게 된다.

"춤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최선을 다해 춤출 때 가장 즐거우니까요. 공기를 가르며 춤추면서 점프할 때면 '이게 나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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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 발레리노의 좌절과 희망…다큐 영화 ‘댄서’
    • 입력 2017-04-06 14:08:30
    연합뉴스
발레계의 악동, 발레계의 제임스 딘, 발레계의 반항아…

19세의 나이에 영국 로열 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에 발탁된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에게 따라다녔던 수식어들이다.

영국 로열 발레단 입단 2년 만에 수석 무용수의 자리를 꿰찬 그는 타고난 재능과 뛰어난 테크닉, 매력적인 외모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공연 전날 행방불명되는가 하면 약물 스캔들에 휘말리는 등 연일 파격 행보를 일삼으며 트러블 메이커로 신문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결국, 2년 만에 돌연 로열 발레단 수석 무용수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은퇴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댄서'는 천재 발레리노 폴루닌의 파격적인 행보에 가려져 있던 그의 과거와 고뇌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고향인 우크라이나에서 가난하게 살았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풀어낸다.

발레에 재능을 보인 폴루닌은 가난했던 가족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폴루닌이 키예프 국립 발레학교에 들어가면서 가족은 그의 학비를 대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아버지는 포르투갈로, 할머니는 그리스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고, 어머니만이 폴루닌과 단둘이 살며 그를 뒷바라지했다.

자신을 위해 타국을 떠돌며 희생해야 했던 가족의 현실은 9살 어린 소년에게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떨어져 살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면서 그는 더욱 흔들리기 시작한다. 발레는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미래가 아니었다는 생각에, 또 자신이 지금까지 타의에 살아왔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방황한다.

영화는 폴루닌의 어머니가 촬영해 둔 어린 시절의 영상과 사진, 폴루닌의 가족과 친구들의 인터뷰 등을 엮어 그의 과거를 재구성해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은퇴를 결심한 폴루닌이 가스펠 싱어송라이터 호지어의 노래 '테이크 미 투 처치'(Take me to church)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다.

이 춤은 폴루닌이 발레계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뒤 자신이 담아왔던 상처와 고뇌를 표현한 퍼포먼스다. 공연 무대를 통해서는 보기 힘든 세세한 근육의 움직임과 거친 숨소리가 스크린 안에 오롯이 담겨 있다.

영화를 위해 이 춤을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작가 데이비드 라샤펠은 제작진과 사전 협의 없이 이 영상을 2015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공개된 이 4분짜리 영상은 1천500만 조회 수를 돌파하며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폴루닌은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9시간 동안 이 영상을 촬영하면서 이것이 자신의 발레의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20년간 배운 스텝과 모든 감정을 담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 몸짓으로 기획된 이 춤을 통해 그는 자신의 춤에 대한 열망을 확인하고 다시 무대로 돌아와 관객 앞에 서게 된다.

"춤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최선을 다해 춤출 때 가장 즐거우니까요. 공기를 가르며 춤추면서 점프할 때면 '이게 나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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