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할인하면 영업정지!”…롯데의 ‘눈물’

입력 2017.04.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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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롯데마트 대부분이 영업정지인 상황에서 현재 문을 열고 있는 몇 안 되는 롯데의 대형 영업장 중 하나가 선양의 롯데 백화점이다. 말 그대로 혼자서 고군분투 중인데, '롯데'라는 이름에 씌워진 멍에 때문에 매출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선양 롯데 백화점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야심 찬 기획을 내놨다. 백화점 지하 1층에 있는 마트의 상품을 40% 세일해 손님을 끌어보겠다는 것이었다. 백화점 의류 같은 상품을 세일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지하 1층의 식품 마트는 세일을 하는 대상이 원래 아니었다. 마트 상품을 40%나 세일하면 사실상 손해를 볼 정도로 남는 게 거의 없어서 내부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고객을 유입하는 효과가 크고 또한 '롯데'에 대한 소비자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 따라 세일을 실시하기로 뜻이 모아졌다. 기왕 세일하는 거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식당가도 최대 70% 세일을 하기로 했다.

선양 롯데 백화점선양 롯데 백화점

어렵사리 세일 계획을 세우고 나니 다른 문제가 생겼다. 대대적인 세일에 돌입한다는 걸 광고할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간 롯데 백화점의 광고 대행을 해오던 광고 회사들이 롯데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주요 매체에 광고를 올릴 방법이 없어져 버렸다.

전단지 제작 회사들도 롯데 백화점의 광고는 못 찍겠다고 통보를 해왔다. 롯데 일감을 수주했다가 자칫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박힐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롯데 백화점은 우리의 카카오톡같이 국민 메신저 역할을 하는 '위챗'을 통해 세일 광고를 뿌릴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광고도 못 한 셈이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의 호응은 적지 않았다. 문의 전화도 적지 않게 오면서 롯데 백화점은 다가오는 주말의 세일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광고를 못해 메시지로만 보낸 ‘세일 전단’광고를 못해 메시지로만 보낸 ‘세일 전단’

그런데 롯데 백화점을 관할하는 구청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롯데 백화점이 세일을 할 거라는 데 이게 사실이냐? 롯데는 지금 자숙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도대체 뭐하는 거냐"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신동빈 회장의 이른바 '인터뷰'까지 거론을 했다고 한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 퍼졌던 '가짜 뉴스'의 내용인데, "중국인은 가난해서 가격만 낮추면 다시 상품을 산다"고 신동빈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했다면서 반한 감정을 부추길 의도로 제작된 것이다.

없던 얘기를 만든 가짜뉴스이긴 하지만, 실제 이 내용대로 롯데가 가격을 낮추면 중국 사람들이 다시 상품을 사러 오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게 되자, 구청 담당자가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신동빈 회장 가짜 뉴스 “가격만 낮추면 다시 상품을 살 것”신동빈 회장 가짜 뉴스 “가격만 낮추면 다시 상품을 살 것”

이 구청 담당자는 덧붙여서, 만약 롯데 백화점이 세일을 강행하게 되면 영업정지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물론 세일을 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시킬 수야 없겠지만, 중국당국이 소방 점검 등 다른 구실을 찾아 영업정지를 시키는 거야 식은 죽 먹기인 지라 롯데 백화점은 눈물을 머금고 세일 시작 이틀 전에 행사를 취소했다. 또 부랴부랴 다시 '위챗'을 통해 세일 취소 사실을 급하게 공지할 수밖에 없었다.

급하게 다시 보낸 ‘세일 취소’ 알림급하게 다시 보낸 ‘세일 취소’ 알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으라는 얘기입니다". 롯데 관계자는 이 상황을 두고 이렇게 토로했다. 뭐라도 해보려고 해봤자 득보다 실이 많을 상황이라 결국 눈치만 보고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일을 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안 한다는 공지를 하면서 소비자의 신뢰 또한 더 추락하게 됐는데, 이 때문에 롯데 백화점 지하 마트는 지금 비공식적으로 예전보다 가격을 내려 소비자들을 달래는 중이다.

신동빈 회장이 "사드 보복에도 불구하고 중국 롯데를 포기 안하겠다"는 진짜 인터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지금 화룬(华潤)그룹이 롯데마트를 인수할 거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얼마 전, 롯데는 백화점에 입주한 '롯데 시네마'의 이름에서 '롯데'를 빼버린 바 있다. 

‘롯데’가 빠진 간판(롱지싱 국제영화관으로 바뀌었다)‘롯데’가 빠진 간판(롱지싱 국제영화관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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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06 14:19:25
    특파원 리포트
중국 내 롯데마트 대부분이 영업정지인 상황에서 현재 문을 열고 있는 몇 안 되는 롯데의 대형 영업장 중 하나가 선양의 롯데 백화점이다. 말 그대로 혼자서 고군분투 중인데, '롯데'라는 이름에 씌워진 멍에 때문에 매출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선양 롯데 백화점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야심 찬 기획을 내놨다. 백화점 지하 1층에 있는 마트의 상품을 40% 세일해 손님을 끌어보겠다는 것이었다. 백화점 의류 같은 상품을 세일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지하 1층의 식품 마트는 세일을 하는 대상이 원래 아니었다. 마트 상품을 40%나 세일하면 사실상 손해를 볼 정도로 남는 게 거의 없어서 내부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고객을 유입하는 효과가 크고 또한 '롯데'에 대한 소비자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 따라 세일을 실시하기로 뜻이 모아졌다. 기왕 세일하는 거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식당가도 최대 70% 세일을 하기로 했다.

선양 롯데 백화점
어렵사리 세일 계획을 세우고 나니 다른 문제가 생겼다. 대대적인 세일에 돌입한다는 걸 광고할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간 롯데 백화점의 광고 대행을 해오던 광고 회사들이 롯데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주요 매체에 광고를 올릴 방법이 없어져 버렸다.

전단지 제작 회사들도 롯데 백화점의 광고는 못 찍겠다고 통보를 해왔다. 롯데 일감을 수주했다가 자칫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박힐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롯데 백화점은 우리의 카카오톡같이 국민 메신저 역할을 하는 '위챗'을 통해 세일 광고를 뿌릴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광고도 못 한 셈이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의 호응은 적지 않았다. 문의 전화도 적지 않게 오면서 롯데 백화점은 다가오는 주말의 세일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광고를 못해 메시지로만 보낸 ‘세일 전단’
그런데 롯데 백화점을 관할하는 구청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롯데 백화점이 세일을 할 거라는 데 이게 사실이냐? 롯데는 지금 자숙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도대체 뭐하는 거냐"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신동빈 회장의 이른바 '인터뷰'까지 거론을 했다고 한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 퍼졌던 '가짜 뉴스'의 내용인데, "중국인은 가난해서 가격만 낮추면 다시 상품을 산다"고 신동빈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했다면서 반한 감정을 부추길 의도로 제작된 것이다.

없던 얘기를 만든 가짜뉴스이긴 하지만, 실제 이 내용대로 롯데가 가격을 낮추면 중국 사람들이 다시 상품을 사러 오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게 되자, 구청 담당자가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신동빈 회장 가짜 뉴스 “가격만 낮추면 다시 상품을 살 것”
이 구청 담당자는 덧붙여서, 만약 롯데 백화점이 세일을 강행하게 되면 영업정지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물론 세일을 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시킬 수야 없겠지만, 중국당국이 소방 점검 등 다른 구실을 찾아 영업정지를 시키는 거야 식은 죽 먹기인 지라 롯데 백화점은 눈물을 머금고 세일 시작 이틀 전에 행사를 취소했다. 또 부랴부랴 다시 '위챗'을 통해 세일 취소 사실을 급하게 공지할 수밖에 없었다.

급하게 다시 보낸 ‘세일 취소’ 알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으라는 얘기입니다". 롯데 관계자는 이 상황을 두고 이렇게 토로했다. 뭐라도 해보려고 해봤자 득보다 실이 많을 상황이라 결국 눈치만 보고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일을 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안 한다는 공지를 하면서 소비자의 신뢰 또한 더 추락하게 됐는데, 이 때문에 롯데 백화점 지하 마트는 지금 비공식적으로 예전보다 가격을 내려 소비자들을 달래는 중이다.

신동빈 회장이 "사드 보복에도 불구하고 중국 롯데를 포기 안하겠다"는 진짜 인터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지금 화룬(华潤)그룹이 롯데마트를 인수할 거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얼마 전, 롯데는 백화점에 입주한 '롯데 시네마'의 이름에서 '롯데'를 빼버린 바 있다. 

‘롯데’가 빠진 간판(롱지싱 국제영화관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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