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5공화국 비자금 있다”…황당 사기극
입력 2017.04.07 (08:35)
수정 2017.04.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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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황당하면서도, 대담한 사기극을 꾸미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5공화국 시절 지하자금을 처분한다며, 한 재력가에게 접근한 이들인데요.
비자금 용도의 금괴와 국보급 도자기 등을 팔테니, 무려 1백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얼마 안 가 되팔면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고 솔깃한 제안을 한 겁니다.
5공화국 시절 은밀한 자금이라 당국에서도 손을 쓸수 없다며, 실제로 금괴와 미술품까지 보여주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이런 제안을 받은 재력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사기극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0일, 울산의 한 공원.
경찰이 트럭 화물칸을 열자 그림과 나무 상자들이 가득합니다.
62살 이 모 씨와 55살 장 모 씨가 5공화국 시절 비자금으로 쓰인 골동품이라며, 서울에서부터 가져온 겁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모두 가짜.
1백억 원대 사기 행각을 위해 이들이 준비한 물건들입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5공 비자금을 보관 중이라며 시중에 10~20만 원 하는 도자기를 국보급 고려청자라고 속이고 또한 최근에 제작된 그림을 조선시대 명화라 속여서 백억 원대를 편취하려고 한 피의자 두 명을 검거 구속하였습니다.”
5공화국 비자금을 처분한다는 황당한 사기 행각은 지난 2월 초 시작됩니다.
울산에 있는 사업가 김기창 씨를 찾아온 두 남성.
고미술품과 골동품 거래를 전문적으로 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들은 김 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국보급 유물이라고 하더라고요. 도자기하고 그림하고 또 금괴하고 달러하고 (있다고요). 그래서 그러면 그게 어디에 있느냐 하니까 군부대 안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탄약고에.”
5공화국 시절 비자금으로 쓴 국보급 도자기와 미술품, 금괴와 달러를 비밀 장소에 보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물건을 급히 처분해야 하는 사정이 생겼다며, 은밀하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기획)재정부하고 금감원에 제재를 안 받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나한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거래에 선뜻 응하지 않자, 금괴 더미와 달러 뭉치 사진을 꺼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사진 보기 전에는 그냥 건성으로만 들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나니까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걸 공개해서는 안 되는데 보여준다면서…….”
거래 대가로 요구한 건 ‘100억 원이 든 통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열흘 가까이 매일 연락을 주고받으며 공을 들인 두 사람은 몇 가지 골동품을 직접 보여줍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직접 물건을) 봐야만 내가 너희들 요구를 들어줄 수 있으면 들어줄 것이고 보자고 해서 차 안에 있는 걸 보여주더라고.”
골동품을 보고도, 김 씨가 의심을 거두지 않자, 이들은 금괴까지 자신 있게 꺼내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내가 펼쳐보기는 펼쳐봤어요. 펼쳐봐서는 위조인지 진짜인지 구분을 못 하겠더라고요.”
김 씨는 두 사람의 요구대로 지난달 30일 오전, 약속 장소인 울산의 한 공원으로 향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10시에 만나자고 했는데 내가 여기 9시 50분에 도착했을 거예요. 그래서 물건 어디 있냐고 하니까 저 차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장 씨가 가리킨 곳에는 1톤 트럭 한 대가 있었는데, 도자기 8점과 그림 50여 점이 빼곡히 실려 있었습니다.
이중삼중으로 감싼 귀한 물건처럼 보였는데요.
하지만 가까이에서보자, 뭔가 수상하다는 걸 직감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그림은 내가 봤을 때 완전 가짜라는 게 눈에 보였고 도자기는 한 개를 열어보니까 그건 일반 가정집의 밥그릇하고 똑같고…….”
골동품을 잘 모르던 김 씨에게도 물건들은 조악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갖고 오기로 했던 금괴와 달러 뭉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어디 있냐 물으니까 두 번째 차는 4시에 내려온다고. 금괴하고 달러하고는 4시에 내려온다고 이야기를 했고…….”
통장만 확인되면 나머지 금괴와 달러까지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이 사기 행각은 곧 들통이 납니다.
약속 장소에는 김 씨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김 씨의 신고로, 잠복 중이던 경찰이 이들을 덮친 겁니다.
<녹취> 서성우(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아무래도 뭔가 수상하다. 진짜 달러인지 가짜 금괴인지 그것도 모르니까 우리한테 신고가 된 거죠.”
김 씨가 이 은밀한 제안이 사기임을 직감한 건, 장 씨 일당이 앞서 가져 온 금괴를 봤을 때입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금괴) 한 개 중간에 있는 걸 뽑아서 씹으니까 철이에요. 속에. 그래서 아 이거 가짜구나. 거기서부터 의심하기 시작한 거죠, 내가.”
경찰 조사 결과 이 2인조 사기단은 골동품을 사들인 뒤, 김 씨에게 접근했습니다.
경찰이 감정을 의뢰했는데, 모두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들이었습니다.
압수품 중에는 1백20년 된 도자기도 나왔지만,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문화재 보호 위원들의 감정서입니다. 이게 전부 다 무가치한 물건들로 판명됐습니다.”
김 씨에게 보여준 금괴와 달러 사진도 모두 인터넷에서 떠도는 가짜였습니다.
장 씨 등은 과거에도 지하자금 세탁 등을 미끼로 한 사기로 행각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비자금이 있다는 풍문에……. 이 사람들이 예전에도 이런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피해 사례가 없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은 장 씨와 이 씨를 사기미수혐의로 구속하고, 추가 공범이나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황당하면서도, 대담한 사기극을 꾸미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5공화국 시절 지하자금을 처분한다며, 한 재력가에게 접근한 이들인데요.
비자금 용도의 금괴와 국보급 도자기 등을 팔테니, 무려 1백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얼마 안 가 되팔면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고 솔깃한 제안을 한 겁니다.
5공화국 시절 은밀한 자금이라 당국에서도 손을 쓸수 없다며, 실제로 금괴와 미술품까지 보여주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이런 제안을 받은 재력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사기극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0일, 울산의 한 공원.
경찰이 트럭 화물칸을 열자 그림과 나무 상자들이 가득합니다.
62살 이 모 씨와 55살 장 모 씨가 5공화국 시절 비자금으로 쓰인 골동품이라며, 서울에서부터 가져온 겁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모두 가짜.
1백억 원대 사기 행각을 위해 이들이 준비한 물건들입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5공 비자금을 보관 중이라며 시중에 10~20만 원 하는 도자기를 국보급 고려청자라고 속이고 또한 최근에 제작된 그림을 조선시대 명화라 속여서 백억 원대를 편취하려고 한 피의자 두 명을 검거 구속하였습니다.”
5공화국 비자금을 처분한다는 황당한 사기 행각은 지난 2월 초 시작됩니다.
울산에 있는 사업가 김기창 씨를 찾아온 두 남성.
고미술품과 골동품 거래를 전문적으로 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들은 김 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국보급 유물이라고 하더라고요. 도자기하고 그림하고 또 금괴하고 달러하고 (있다고요). 그래서 그러면 그게 어디에 있느냐 하니까 군부대 안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탄약고에.”
5공화국 시절 비자금으로 쓴 국보급 도자기와 미술품, 금괴와 달러를 비밀 장소에 보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물건을 급히 처분해야 하는 사정이 생겼다며, 은밀하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기획)재정부하고 금감원에 제재를 안 받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나한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거래에 선뜻 응하지 않자, 금괴 더미와 달러 뭉치 사진을 꺼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사진 보기 전에는 그냥 건성으로만 들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나니까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걸 공개해서는 안 되는데 보여준다면서…….”
거래 대가로 요구한 건 ‘100억 원이 든 통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열흘 가까이 매일 연락을 주고받으며 공을 들인 두 사람은 몇 가지 골동품을 직접 보여줍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직접 물건을) 봐야만 내가 너희들 요구를 들어줄 수 있으면 들어줄 것이고 보자고 해서 차 안에 있는 걸 보여주더라고.”
골동품을 보고도, 김 씨가 의심을 거두지 않자, 이들은 금괴까지 자신 있게 꺼내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내가 펼쳐보기는 펼쳐봤어요. 펼쳐봐서는 위조인지 진짜인지 구분을 못 하겠더라고요.”
김 씨는 두 사람의 요구대로 지난달 30일 오전, 약속 장소인 울산의 한 공원으로 향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10시에 만나자고 했는데 내가 여기 9시 50분에 도착했을 거예요. 그래서 물건 어디 있냐고 하니까 저 차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장 씨가 가리킨 곳에는 1톤 트럭 한 대가 있었는데, 도자기 8점과 그림 50여 점이 빼곡히 실려 있었습니다.
이중삼중으로 감싼 귀한 물건처럼 보였는데요.
하지만 가까이에서보자, 뭔가 수상하다는 걸 직감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그림은 내가 봤을 때 완전 가짜라는 게 눈에 보였고 도자기는 한 개를 열어보니까 그건 일반 가정집의 밥그릇하고 똑같고…….”
골동품을 잘 모르던 김 씨에게도 물건들은 조악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갖고 오기로 했던 금괴와 달러 뭉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어디 있냐 물으니까 두 번째 차는 4시에 내려온다고. 금괴하고 달러하고는 4시에 내려온다고 이야기를 했고…….”
통장만 확인되면 나머지 금괴와 달러까지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이 사기 행각은 곧 들통이 납니다.
약속 장소에는 김 씨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김 씨의 신고로, 잠복 중이던 경찰이 이들을 덮친 겁니다.
<녹취> 서성우(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아무래도 뭔가 수상하다. 진짜 달러인지 가짜 금괴인지 그것도 모르니까 우리한테 신고가 된 거죠.”
김 씨가 이 은밀한 제안이 사기임을 직감한 건, 장 씨 일당이 앞서 가져 온 금괴를 봤을 때입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금괴) 한 개 중간에 있는 걸 뽑아서 씹으니까 철이에요. 속에. 그래서 아 이거 가짜구나. 거기서부터 의심하기 시작한 거죠, 내가.”
경찰 조사 결과 이 2인조 사기단은 골동품을 사들인 뒤, 김 씨에게 접근했습니다.
경찰이 감정을 의뢰했는데, 모두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들이었습니다.
압수품 중에는 1백20년 된 도자기도 나왔지만,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문화재 보호 위원들의 감정서입니다. 이게 전부 다 무가치한 물건들로 판명됐습니다.”
김 씨에게 보여준 금괴와 달러 사진도 모두 인터넷에서 떠도는 가짜였습니다.
장 씨 등은 과거에도 지하자금 세탁 등을 미끼로 한 사기로 행각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비자금이 있다는 풍문에……. 이 사람들이 예전에도 이런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피해 사례가 없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은 장 씨와 이 씨를 사기미수혐의로 구속하고, 추가 공범이나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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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4-07 08:39:11
- 수정2017-04-07 09:06:16

<기자 멘트>
황당하면서도, 대담한 사기극을 꾸미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5공화국 시절 지하자금을 처분한다며, 한 재력가에게 접근한 이들인데요.
비자금 용도의 금괴와 국보급 도자기 등을 팔테니, 무려 1백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얼마 안 가 되팔면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고 솔깃한 제안을 한 겁니다.
5공화국 시절 은밀한 자금이라 당국에서도 손을 쓸수 없다며, 실제로 금괴와 미술품까지 보여주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이런 제안을 받은 재력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사기극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0일, 울산의 한 공원.
경찰이 트럭 화물칸을 열자 그림과 나무 상자들이 가득합니다.
62살 이 모 씨와 55살 장 모 씨가 5공화국 시절 비자금으로 쓰인 골동품이라며, 서울에서부터 가져온 겁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모두 가짜.
1백억 원대 사기 행각을 위해 이들이 준비한 물건들입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5공 비자금을 보관 중이라며 시중에 10~20만 원 하는 도자기를 국보급 고려청자라고 속이고 또한 최근에 제작된 그림을 조선시대 명화라 속여서 백억 원대를 편취하려고 한 피의자 두 명을 검거 구속하였습니다.”
5공화국 비자금을 처분한다는 황당한 사기 행각은 지난 2월 초 시작됩니다.
울산에 있는 사업가 김기창 씨를 찾아온 두 남성.
고미술품과 골동품 거래를 전문적으로 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들은 김 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국보급 유물이라고 하더라고요. 도자기하고 그림하고 또 금괴하고 달러하고 (있다고요). 그래서 그러면 그게 어디에 있느냐 하니까 군부대 안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탄약고에.”
5공화국 시절 비자금으로 쓴 국보급 도자기와 미술품, 금괴와 달러를 비밀 장소에 보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물건을 급히 처분해야 하는 사정이 생겼다며, 은밀하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기획)재정부하고 금감원에 제재를 안 받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나한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거래에 선뜻 응하지 않자, 금괴 더미와 달러 뭉치 사진을 꺼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사진 보기 전에는 그냥 건성으로만 들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나니까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걸 공개해서는 안 되는데 보여준다면서…….”
거래 대가로 요구한 건 ‘100억 원이 든 통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열흘 가까이 매일 연락을 주고받으며 공을 들인 두 사람은 몇 가지 골동품을 직접 보여줍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직접 물건을) 봐야만 내가 너희들 요구를 들어줄 수 있으면 들어줄 것이고 보자고 해서 차 안에 있는 걸 보여주더라고.”
골동품을 보고도, 김 씨가 의심을 거두지 않자, 이들은 금괴까지 자신 있게 꺼내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내가 펼쳐보기는 펼쳐봤어요. 펼쳐봐서는 위조인지 진짜인지 구분을 못 하겠더라고요.”
김 씨는 두 사람의 요구대로 지난달 30일 오전, 약속 장소인 울산의 한 공원으로 향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10시에 만나자고 했는데 내가 여기 9시 50분에 도착했을 거예요. 그래서 물건 어디 있냐고 하니까 저 차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장 씨가 가리킨 곳에는 1톤 트럭 한 대가 있었는데, 도자기 8점과 그림 50여 점이 빼곡히 실려 있었습니다.
이중삼중으로 감싼 귀한 물건처럼 보였는데요.
하지만 가까이에서보자, 뭔가 수상하다는 걸 직감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그림은 내가 봤을 때 완전 가짜라는 게 눈에 보였고 도자기는 한 개를 열어보니까 그건 일반 가정집의 밥그릇하고 똑같고…….”
골동품을 잘 모르던 김 씨에게도 물건들은 조악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갖고 오기로 했던 금괴와 달러 뭉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어디 있냐 물으니까 두 번째 차는 4시에 내려온다고. 금괴하고 달러하고는 4시에 내려온다고 이야기를 했고…….”
통장만 확인되면 나머지 금괴와 달러까지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이 사기 행각은 곧 들통이 납니다.
약속 장소에는 김 씨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김 씨의 신고로, 잠복 중이던 경찰이 이들을 덮친 겁니다.
<녹취> 서성우(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아무래도 뭔가 수상하다. 진짜 달러인지 가짜 금괴인지 그것도 모르니까 우리한테 신고가 된 거죠.”
김 씨가 이 은밀한 제안이 사기임을 직감한 건, 장 씨 일당이 앞서 가져 온 금괴를 봤을 때입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금괴) 한 개 중간에 있는 걸 뽑아서 씹으니까 철이에요. 속에. 그래서 아 이거 가짜구나. 거기서부터 의심하기 시작한 거죠, 내가.”
경찰 조사 결과 이 2인조 사기단은 골동품을 사들인 뒤, 김 씨에게 접근했습니다.
경찰이 감정을 의뢰했는데, 모두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들이었습니다.
압수품 중에는 1백20년 된 도자기도 나왔지만,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문화재 보호 위원들의 감정서입니다. 이게 전부 다 무가치한 물건들로 판명됐습니다.”
김 씨에게 보여준 금괴와 달러 사진도 모두 인터넷에서 떠도는 가짜였습니다.
장 씨 등은 과거에도 지하자금 세탁 등을 미끼로 한 사기로 행각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비자금이 있다는 풍문에……. 이 사람들이 예전에도 이런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피해 사례가 없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은 장 씨와 이 씨를 사기미수혐의로 구속하고, 추가 공범이나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황당하면서도, 대담한 사기극을 꾸미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5공화국 시절 지하자금을 처분한다며, 한 재력가에게 접근한 이들인데요.
비자금 용도의 금괴와 국보급 도자기 등을 팔테니, 무려 1백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얼마 안 가 되팔면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고 솔깃한 제안을 한 겁니다.
5공화국 시절 은밀한 자금이라 당국에서도 손을 쓸수 없다며, 실제로 금괴와 미술품까지 보여주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이런 제안을 받은 재력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사기극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0일, 울산의 한 공원.
경찰이 트럭 화물칸을 열자 그림과 나무 상자들이 가득합니다.
62살 이 모 씨와 55살 장 모 씨가 5공화국 시절 비자금으로 쓰인 골동품이라며, 서울에서부터 가져온 겁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모두 가짜.
1백억 원대 사기 행각을 위해 이들이 준비한 물건들입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5공 비자금을 보관 중이라며 시중에 10~20만 원 하는 도자기를 국보급 고려청자라고 속이고 또한 최근에 제작된 그림을 조선시대 명화라 속여서 백억 원대를 편취하려고 한 피의자 두 명을 검거 구속하였습니다.”
5공화국 비자금을 처분한다는 황당한 사기 행각은 지난 2월 초 시작됩니다.
울산에 있는 사업가 김기창 씨를 찾아온 두 남성.
고미술품과 골동품 거래를 전문적으로 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들은 김 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국보급 유물이라고 하더라고요. 도자기하고 그림하고 또 금괴하고 달러하고 (있다고요). 그래서 그러면 그게 어디에 있느냐 하니까 군부대 안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탄약고에.”
5공화국 시절 비자금으로 쓴 국보급 도자기와 미술품, 금괴와 달러를 비밀 장소에 보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물건을 급히 처분해야 하는 사정이 생겼다며, 은밀하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기획)재정부하고 금감원에 제재를 안 받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나한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거래에 선뜻 응하지 않자, 금괴 더미와 달러 뭉치 사진을 꺼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사진 보기 전에는 그냥 건성으로만 들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나니까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걸 공개해서는 안 되는데 보여준다면서…….”
거래 대가로 요구한 건 ‘100억 원이 든 통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열흘 가까이 매일 연락을 주고받으며 공을 들인 두 사람은 몇 가지 골동품을 직접 보여줍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직접 물건을) 봐야만 내가 너희들 요구를 들어줄 수 있으면 들어줄 것이고 보자고 해서 차 안에 있는 걸 보여주더라고.”
골동품을 보고도, 김 씨가 의심을 거두지 않자, 이들은 금괴까지 자신 있게 꺼내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내가 펼쳐보기는 펼쳐봤어요. 펼쳐봐서는 위조인지 진짜인지 구분을 못 하겠더라고요.”
김 씨는 두 사람의 요구대로 지난달 30일 오전, 약속 장소인 울산의 한 공원으로 향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10시에 만나자고 했는데 내가 여기 9시 50분에 도착했을 거예요. 그래서 물건 어디 있냐고 하니까 저 차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장 씨가 가리킨 곳에는 1톤 트럭 한 대가 있었는데, 도자기 8점과 그림 50여 점이 빼곡히 실려 있었습니다.
이중삼중으로 감싼 귀한 물건처럼 보였는데요.
하지만 가까이에서보자, 뭔가 수상하다는 걸 직감합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그림은 내가 봤을 때 완전 가짜라는 게 눈에 보였고 도자기는 한 개를 열어보니까 그건 일반 가정집의 밥그릇하고 똑같고…….”
골동품을 잘 모르던 김 씨에게도 물건들은 조악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갖고 오기로 했던 금괴와 달러 뭉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어디 있냐 물으니까 두 번째 차는 4시에 내려온다고. 금괴하고 달러하고는 4시에 내려온다고 이야기를 했고…….”
통장만 확인되면 나머지 금괴와 달러까지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이 사기 행각은 곧 들통이 납니다.
약속 장소에는 김 씨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김 씨의 신고로, 잠복 중이던 경찰이 이들을 덮친 겁니다.
<녹취> 서성우(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아무래도 뭔가 수상하다. 진짜 달러인지 가짜 금괴인지 그것도 모르니까 우리한테 신고가 된 거죠.”
김 씨가 이 은밀한 제안이 사기임을 직감한 건, 장 씨 일당이 앞서 가져 온 금괴를 봤을 때입니다.
<인터뷰> 김기창(신고자) : “(금괴) 한 개 중간에 있는 걸 뽑아서 씹으니까 철이에요. 속에. 그래서 아 이거 가짜구나. 거기서부터 의심하기 시작한 거죠, 내가.”
경찰 조사 결과 이 2인조 사기단은 골동품을 사들인 뒤, 김 씨에게 접근했습니다.
경찰이 감정을 의뢰했는데, 모두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들이었습니다.
압수품 중에는 1백20년 된 도자기도 나왔지만,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문화재 보호 위원들의 감정서입니다. 이게 전부 다 무가치한 물건들로 판명됐습니다.”
김 씨에게 보여준 금괴와 달러 사진도 모두 인터넷에서 떠도는 가짜였습니다.
장 씨 등은 과거에도 지하자금 세탁 등을 미끼로 한 사기로 행각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윤치영(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 “비자금이 있다는 풍문에……. 이 사람들이 예전에도 이런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피해 사례가 없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은 장 씨와 이 씨를 사기미수혐의로 구속하고, 추가 공범이나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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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대 기자 yd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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