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타는 내가 키운다”…커지는 ‘팬덤’ 영향력

입력 2017.04.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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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좋아하는 팬들을 이르는 이른바 '팬덤(fandom)'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팬덤(fandom)'은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 'fanatic'의 'fan'과 '영지(領地) 또는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을 합친 말로, 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오빠부대’에서 ‘잘 키운 내 스타’로…변화하는 팬덤 문화


한국의 팬덤 문화는 1980년대 가수 조용필의 '오빠 부대'를 시작으로 90년대 HOT, GOD 등을 거치며 자리 잡게 됐다.

과거 팬들은 주로 팬클럽을 상징하는 풍선을 들거나 우비를 입는 등 '일방적인' 방식으로 스타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연예인의 이름으로 쌀을 기부하거나 숲길을 조성하는 등 팬덤 문화가 주체적으로 변하고 있다. 연예인의 이름으로 쌀을 기부하거나 숲길을 조성하는 등 팬덤 문화가 주체적으로 변하고 있다.

요즘 지하철에서는 특정 연예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팬들끼리 모여 자원봉사를 하거나 연예인의 이름으로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 기부하는 일도 흔하다.

반면 이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팬덤에서 '지지를 철회한다'는 의사를 표현해 스타에게 각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팬덤이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문화도 확대되고 있다.

‘동경의 대상’보다는 ‘옆집 오빠’나 ‘동네 친구’


최근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데뷔 전부터 팬덤이 형성되기도 한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기획사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자신의 연습생을 출연시켜 데뷔하기 전부터 일반 대중들이 관심을 갖도록 만들기도 한다"며 "(대중은) 투표권을 행사하고 한 연습생이 아이돌이 될 때까지 지켜보면서 마치 내가 키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팬덤 문화가 소속 연예인의 행보와 성장에 영향을 주면서 기획사가 팬들을 관리하는 전략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스타를 이웃집 오빠, 동생, 친구 등으로 위치를 잡아 스타와 팬을 친숙하게 만들어 '팬심'을 더욱 자극한다는 게 전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동경의 대상으로만 느껴지던 아이돌이 '옆집 오빠'나 '동네 친구'처럼 친근한 설정으로 등장해 일반인과 연애하는 형식의 웹드라마, 스타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팬과 함께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팬미팅 등 팬들이 스타에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도화한 전략을 펴는 것이다.

팬덤 문화 확산 배경은?…‘구매력’과 ‘SNS’

그렇다면 이렇게 팬덤 문화가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사진 : gettyimagesbank사진 : gettyimagesbank

전 연구위원은 첫 번째로 구매력을 꼽았다. 과거엔 팬층이 주로 10대가 다수였다면, 요즘엔 30~40대 누나 팬이나 삼촌 팬도 많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이들이 많아지면서 팬덤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또 10대 소녀팬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팬덤으로 성장하면서 'XX맘'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두 번째는 SNS를 통한 소통 문화다. 팬들이 SNS를 통해 연예인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거나 스타도 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언제든 할 수 있게 되면서 팬덤 문화가 확산됐다는 게 전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팬덤 문화’

기획사들이 자사 연예인을 홍보하기 위해 팬덤을 활용하듯, 산업 전반에서도 이런 팬덤 문화를 활용하고 있다. 팬덤 문화를 이용해 자사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의 한 배달 플랫폼 업체는 팬클럽을 모집하고 창단식을 열었다. 특히 사진, 영상, 글, 그림 등으로 팬임을 증명하도록 해 팬들의 호응을 이끌었고, 이후 선발된 팬클럽과 임직원들이 함께 조별 게임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나눠 먹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 연구위원은 "특정 브랜드나 상품, 특정 기업의 문화를 열렬하게 좋아하는 고객들을 개별로 존재하던 마니아에서 (하나로) 묶어주면서 그 충성고객이 기업과 소통하도록 만드는 움직임이 최근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팬덤 문화를 마케팅에 도입할 때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까.

전 연구위원은 기업이 팬덤 문화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팬덤 자체가 다른 집단에게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팬덤 문화를 폐쇄적으로 활용하기보다 팬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팁을 얻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의 '팬덤 문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KBS해피FM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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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스타는 내가 키운다”…커지는 ‘팬덤’ 영향력
    • 입력 2017-04-13 08:01:10
    방송·연예
스타를 좋아하는 팬들을 이르는 이른바 '팬덤(fandom)'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팬덤(fandom)'은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 'fanatic'의 'fan'과 '영지(領地) 또는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을 합친 말로, 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오빠부대’에서 ‘잘 키운 내 스타’로…변화하는 팬덤 문화


한국의 팬덤 문화는 1980년대 가수 조용필의 '오빠 부대'를 시작으로 90년대 HOT, GOD 등을 거치며 자리 잡게 됐다.

과거 팬들은 주로 팬클럽을 상징하는 풍선을 들거나 우비를 입는 등 '일방적인' 방식으로 스타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연예인의 이름으로 쌀을 기부하거나 숲길을 조성하는 등 팬덤 문화가 주체적으로 변하고 있다.
요즘 지하철에서는 특정 연예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팬들끼리 모여 자원봉사를 하거나 연예인의 이름으로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 기부하는 일도 흔하다.

반면 이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팬덤에서 '지지를 철회한다'는 의사를 표현해 스타에게 각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팬덤이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문화도 확대되고 있다.

‘동경의 대상’보다는 ‘옆집 오빠’나 ‘동네 친구’


최근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데뷔 전부터 팬덤이 형성되기도 한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기획사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자신의 연습생을 출연시켜 데뷔하기 전부터 일반 대중들이 관심을 갖도록 만들기도 한다"며 "(대중은) 투표권을 행사하고 한 연습생이 아이돌이 될 때까지 지켜보면서 마치 내가 키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팬덤 문화가 소속 연예인의 행보와 성장에 영향을 주면서 기획사가 팬들을 관리하는 전략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스타를 이웃집 오빠, 동생, 친구 등으로 위치를 잡아 스타와 팬을 친숙하게 만들어 '팬심'을 더욱 자극한다는 게 전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동경의 대상으로만 느껴지던 아이돌이 '옆집 오빠'나 '동네 친구'처럼 친근한 설정으로 등장해 일반인과 연애하는 형식의 웹드라마, 스타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팬과 함께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팬미팅 등 팬들이 스타에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도화한 전략을 펴는 것이다.

팬덤 문화 확산 배경은?…‘구매력’과 ‘SNS’

그렇다면 이렇게 팬덤 문화가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사진 : gettyimagesbank
전 연구위원은 첫 번째로 구매력을 꼽았다. 과거엔 팬층이 주로 10대가 다수였다면, 요즘엔 30~40대 누나 팬이나 삼촌 팬도 많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이들이 많아지면서 팬덤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또 10대 소녀팬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팬덤으로 성장하면서 'XX맘'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두 번째는 SNS를 통한 소통 문화다. 팬들이 SNS를 통해 연예인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거나 스타도 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언제든 할 수 있게 되면서 팬덤 문화가 확산됐다는 게 전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팬덤 문화’

기획사들이 자사 연예인을 홍보하기 위해 팬덤을 활용하듯, 산업 전반에서도 이런 팬덤 문화를 활용하고 있다. 팬덤 문화를 이용해 자사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의 한 배달 플랫폼 업체는 팬클럽을 모집하고 창단식을 열었다. 특히 사진, 영상, 글, 그림 등으로 팬임을 증명하도록 해 팬들의 호응을 이끌었고, 이후 선발된 팬클럽과 임직원들이 함께 조별 게임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나눠 먹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 연구위원은 "특정 브랜드나 상품, 특정 기업의 문화를 열렬하게 좋아하는 고객들을 개별로 존재하던 마니아에서 (하나로) 묶어주면서 그 충성고객이 기업과 소통하도록 만드는 움직임이 최근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팬덤 문화를 마케팅에 도입할 때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까.

전 연구위원은 기업이 팬덤 문화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팬덤 자체가 다른 집단에게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팬덤 문화를 폐쇄적으로 활용하기보다 팬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팁을 얻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의 '팬덤 문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KBS해피FM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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