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중심타선·무너진 마운드…삼성, 돌파구는 있을까

입력 2017.04.13 (09:27) 수정 2017.04.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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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

한국 프로야구 '전통의 명가'이자 최근까지 '왕조'를 이뤘던 삼성 라이온즈가 창단(1982년) 후 최악의 성적으로 2017시즌 10경기를 치렀다.

삼성은 12일까지 단 1승(9패)만 거뒀다. 승률은 0.100이다.

삼성이 시즌 2승을 거둘 때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적은 없었다.

삼성은 1995년 2승(8패)을 거둔 게 종전 개막 후 10경기 최소 승률이었다. 1997년에도 2승(1무 7패)만 거둔 적이 있다.

1999년(3승 1무 6패)과 2012년(3승 7패)에도 삼성은 부진하게 출발했다.

부진한 성적이 시즌 내내 이어지지는 않았다.

삼성은 1995년 5할 승률(60승 6무 60패, 5위)을 회복했고, 1997년에는 4위(66승 7무 53패)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1999년에는 매직리그 1위(73승 2무 57패)로 반등했고, 2012년에는 정규리그 우승(80승 2무 51패)을 차지했다.

과거 사례만 보면 이번 시즌도 부활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의 전력을 살펴보면 반등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 중심타선 타율 0.184, 무너진 마운드 = 과거 삼성은 분위기를 바꿀 힘이 있었다. 1990년대에는 화력으로, 2012년에는 마운드의 힘으로 초반 부진을 극복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2007년(4월 27일 수원 현대 유니콘스전∼5월 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10년 만에 7연패를 당한 것부터 불길하다. 그만큼 연패를 끊을 힘이 없다는 의미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삼성의 약점이 두드러진다.

삼성은 팀 타율 0.250으로 7위, 팀 평균자책점 4.83으로 7위다. 투타 모두 하위권이다.

여기에 실책은 11개로 한화 이글스(12개) 다음으로 많고, 도루는 3개로 한화와 함께 가장 적다.

투타가 모두 약하고, 수비마저 흔들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도루로 분위기를 바꾸지도 못한다.

지난해 삼성은 9위에 그쳐 충격을 받았다. 2011∼2014시즌,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일구고 2015년에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 한순간에 추락했다.

2016년 삼성 외국인 투수는 6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 투수만 제대로 뽑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에는 팀 타율 3위(0.293)의 타선은 상대를 위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아니다. 특히 중심타선의 부진이 심각하다.

테이블 세터는 타율 0.314(3위)로 준수하지만, 중심타선이 타율 0.184(10위)로 부진해 좀처럼 득점하지 못한다.

마운드에도 힘이 없다. 선발과 구원 모두 마찬가지다. 삼성 선발 선발진은 1승 6패 평균자책점 4.22(7위), 구원진은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11(9위)의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 악재의 연속…1선발, 주전 유격수 부상 = 악재도 있다. 1선발로 꼽은 앤서니 레나도가 개막 직전 부상으로 이탈했고, 내야진의 핵 유격수 김상수도 발목 부상으로 아직 1군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베테랑 외야수 박한이의 공백도 아쉽다.

타 구단 2∼3선발 수준인 재크 페트릭이 개막전부터 부담스러운 1선발 역할을 한다. 김상수를 대신해 유격수로 나서는 강한울은 계속된 실책에 고전하고 있다.

삼성 타선은 타 구단에 비해 약하다. 선발 투수 매치업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윤성환 정도를 제외하면 확실한 승리 카드가 없다.

안지만이 도박 파문 등으로 이탈한 불펜진도 너무 헐겁다. 심창민 홀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기본 전력이 약하다 보니 레나도, 김상수, 박한이의 복귀가 판도를 바꿀만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3명 모두 복귀해도 삼성 전력은 여전히 하위권이다.

◇ FA 머니게임에서 패배·최저 몸값 외국인 선수 = 삼성의 전력 누수는 매년 계속됐다. 2013년 시즌 종료 뒤 리그 최고 마무리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일본에 진출했고, 이듬해에는 좌완 불펜 권혁과 우완 선발 배영수(한화 이글스)가 FA 자격을 얻고 팀을 떠났다.

공수에서 힘을 싣던 주전 3루수 박석민(4년 96억원)은 2015시즌 종료 뒤 NC 다이노스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겨울 FA 시장, 삼성의 움직임은 더 충격적이었다. 4번타자 최형우(KIA 타이거즈)와 왼손 에이스 차우찬(LG 트윈스)이 동시에 FA로 이적했다.

최형우는 역대 FA 중 두 번째로 높은 4년 100억원, 차우찬은 투수 FA 중 최고액인 4년 95억원에 계약했다. 삼성은 사실상 '머니게임'을 포기했다.

삼성은 '2016년 1월 제일기획이 라이온즈를 인수한 뒤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굳어가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 수백억원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구단 전력 약화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더 따가워졌다.

라이온즈 관계자와 제일기획 관계자 모두 "구단 운영비는 구단 운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기 전과 후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합리적인 투자는 하겠다"고 줄곧 강조했다.

하지만 야구인들과 팬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매우 다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몸값 비싼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고, 심정수, 박진만, 박종호와 초대형 FA 계약을 했다.

당시에는 삼성이 '과한 투자를 하는 구단'이라는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최근에는 '소극적인 투자'라는 표현에 민감하다. 투자하지 않는 구단이 주로 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지난해 외국인 때문에 고전했던 삼성이 올해 외국인 선수 3명을 영입하며 쓴 돈은 250만 달러로, 10개 구단 중 7위다. 페트릭은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최저인 45만 달러에 사인했다.

비용을 줄이고 큰 효과를 낸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러나 소극적인 투자가 성적 하락을 부른다면 '실패한 투자'가 된다.

2017년 초 삼성은 투자에 인색했고, 아낀 만큼 승률도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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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참한 중심타선·무너진 마운드…삼성, 돌파구는 있을까
    • 입력 2017-04-13 09:27:51
    • 수정2017-04-13 09:35:05
    연합뉴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

한국 프로야구 '전통의 명가'이자 최근까지 '왕조'를 이뤘던 삼성 라이온즈가 창단(1982년) 후 최악의 성적으로 2017시즌 10경기를 치렀다.

삼성은 12일까지 단 1승(9패)만 거뒀다. 승률은 0.100이다.

삼성이 시즌 2승을 거둘 때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적은 없었다.

삼성은 1995년 2승(8패)을 거둔 게 종전 개막 후 10경기 최소 승률이었다. 1997년에도 2승(1무 7패)만 거둔 적이 있다.

1999년(3승 1무 6패)과 2012년(3승 7패)에도 삼성은 부진하게 출발했다.

부진한 성적이 시즌 내내 이어지지는 않았다.

삼성은 1995년 5할 승률(60승 6무 60패, 5위)을 회복했고, 1997년에는 4위(66승 7무 53패)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1999년에는 매직리그 1위(73승 2무 57패)로 반등했고, 2012년에는 정규리그 우승(80승 2무 51패)을 차지했다.

과거 사례만 보면 이번 시즌도 부활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의 전력을 살펴보면 반등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 중심타선 타율 0.184, 무너진 마운드 = 과거 삼성은 분위기를 바꿀 힘이 있었다. 1990년대에는 화력으로, 2012년에는 마운드의 힘으로 초반 부진을 극복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2007년(4월 27일 수원 현대 유니콘스전∼5월 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10년 만에 7연패를 당한 것부터 불길하다. 그만큼 연패를 끊을 힘이 없다는 의미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삼성의 약점이 두드러진다.

삼성은 팀 타율 0.250으로 7위, 팀 평균자책점 4.83으로 7위다. 투타 모두 하위권이다.

여기에 실책은 11개로 한화 이글스(12개) 다음으로 많고, 도루는 3개로 한화와 함께 가장 적다.

투타가 모두 약하고, 수비마저 흔들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도루로 분위기를 바꾸지도 못한다.

지난해 삼성은 9위에 그쳐 충격을 받았다. 2011∼2014시즌,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일구고 2015년에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 한순간에 추락했다.

2016년 삼성 외국인 투수는 6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 투수만 제대로 뽑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에는 팀 타율 3위(0.293)의 타선은 상대를 위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아니다. 특히 중심타선의 부진이 심각하다.

테이블 세터는 타율 0.314(3위)로 준수하지만, 중심타선이 타율 0.184(10위)로 부진해 좀처럼 득점하지 못한다.

마운드에도 힘이 없다. 선발과 구원 모두 마찬가지다. 삼성 선발 선발진은 1승 6패 평균자책점 4.22(7위), 구원진은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11(9위)의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 악재의 연속…1선발, 주전 유격수 부상 = 악재도 있다. 1선발로 꼽은 앤서니 레나도가 개막 직전 부상으로 이탈했고, 내야진의 핵 유격수 김상수도 발목 부상으로 아직 1군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베테랑 외야수 박한이의 공백도 아쉽다.

타 구단 2∼3선발 수준인 재크 페트릭이 개막전부터 부담스러운 1선발 역할을 한다. 김상수를 대신해 유격수로 나서는 강한울은 계속된 실책에 고전하고 있다.

삼성 타선은 타 구단에 비해 약하다. 선발 투수 매치업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윤성환 정도를 제외하면 확실한 승리 카드가 없다.

안지만이 도박 파문 등으로 이탈한 불펜진도 너무 헐겁다. 심창민 홀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기본 전력이 약하다 보니 레나도, 김상수, 박한이의 복귀가 판도를 바꿀만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3명 모두 복귀해도 삼성 전력은 여전히 하위권이다.

◇ FA 머니게임에서 패배·최저 몸값 외국인 선수 = 삼성의 전력 누수는 매년 계속됐다. 2013년 시즌 종료 뒤 리그 최고 마무리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일본에 진출했고, 이듬해에는 좌완 불펜 권혁과 우완 선발 배영수(한화 이글스)가 FA 자격을 얻고 팀을 떠났다.

공수에서 힘을 싣던 주전 3루수 박석민(4년 96억원)은 2015시즌 종료 뒤 NC 다이노스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겨울 FA 시장, 삼성의 움직임은 더 충격적이었다. 4번타자 최형우(KIA 타이거즈)와 왼손 에이스 차우찬(LG 트윈스)이 동시에 FA로 이적했다.

최형우는 역대 FA 중 두 번째로 높은 4년 100억원, 차우찬은 투수 FA 중 최고액인 4년 95억원에 계약했다. 삼성은 사실상 '머니게임'을 포기했다.

삼성은 '2016년 1월 제일기획이 라이온즈를 인수한 뒤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굳어가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 수백억원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구단 전력 약화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더 따가워졌다.

라이온즈 관계자와 제일기획 관계자 모두 "구단 운영비는 구단 운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기 전과 후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합리적인 투자는 하겠다"고 줄곧 강조했다.

하지만 야구인들과 팬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매우 다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몸값 비싼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고, 심정수, 박진만, 박종호와 초대형 FA 계약을 했다.

당시에는 삼성이 '과한 투자를 하는 구단'이라는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최근에는 '소극적인 투자'라는 표현에 민감하다. 투자하지 않는 구단이 주로 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지난해 외국인 때문에 고전했던 삼성이 올해 외국인 선수 3명을 영입하며 쓴 돈은 250만 달러로, 10개 구단 중 7위다. 페트릭은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최저인 45만 달러에 사인했다.

비용을 줄이고 큰 효과를 낸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러나 소극적인 투자가 성적 하락을 부른다면 '실패한 투자'가 된다.

2017년 초 삼성은 투자에 인색했고, 아낀 만큼 승률도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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