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군인 색출하라?”…성적 취향의 자유와 군 기강확립

입력 2017.04.13 (18:11) 수정 2017.04.13 (19: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동성애자 군인색출·형사처벌 지시 규탄 긴급기자회견'

군 인권센터는, 13일 육군이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강압적인 지시로 군 복무 중인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형사처벌을 한다는 내용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동성 간 성관계의 물적 증거도 없이 성 정체성만을 문제 삼아 수사를 진행한 건 반인권적 불법수사라며, 군 인권센터는 장준규 총장의 '즉각 사퇴'까지 주장했는데요.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모습장준규 육군참모총장 모습

육군은 즉각 장준규 참모총장의 지시나 강압수사, 인권침해는 일절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성 간 성관계라는 '행위' 자체를 수사해 처벌하는 것일 뿐이며, 사건은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조사했다고 덧붙였는데요.

SNS영상과 진술...대다수가 군 간부

군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올해 초였습니다.

현역 군인인 A 병장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을 SNS에 올렸고, 육군은 군인이 사이버상에 '음란물'을 게시한 것을 인지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해당 병사는 더 이상의 관계를 원하지 않는데 동성 군인이 관계를 계속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렸고, 군 헌병대에서는 음란물 게시 건과 해당 병사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역 군인의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겁니다.

조사 결과 모두 32명의 현역 군인에게 동성 간 성관계 혐의가 적용됐는데요. 장교 17명·부사관 10명·병사 5명으로 간부들이 다수였습니다.

같은 부대 혹은 다른 부대 소속이었던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서 만났고, 부대 밖은 물론 영내에서도 동성 간 성관계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군 형법 92조 '추행'

그렇다면 군은 어떤 근거로 현역 군인의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걸까요?

군 형법 92조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바로 이 군형법 조항에 근거해서 현역 군인 중 동성 간 실제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추행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건데요.

지난 2002년과 2011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서 군형법상 추행죄는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제청이 됐지만, 모두 합헌 결정이 났습니다. 육군은 이 같은 현행법령에 근거해서 법규를 적용했을 뿐이라는 거죠.

또 해당 행위에 대한 동영상과 관련자 진술 등이 그 증거로 채택된 겁니다.

'처벌=엄정한 군기유지'...군은 왜 처벌하는가?

 육군 공보과장 이준범 대령 육군 공보과장 이준범 대령

군의 공식 입장은 개인의 성적 취향을 차별하려는 것이 아니라 '엄정한 군기 유지'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을 위해서 위법한 행위를 처벌하는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엄정한 군기 유지, 군 기강 확립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은 "남성이 절대다수면서 '계급'이 존재하는 군이라는 특수한 집단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연관 관계를 설명했는데요.

"만약 군에서 동성 간 성관계 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용인한다면, 2차 피해가 우려됩니다. 가령 동성애 성향의 병사가 계급이 올라가거나 간부가 동성애 성향을 가진 상태에서 무심코 하급자에게 어떤 표현을 한다거나 행위를 한다면, 그런 표현을 받는 입장에서는 수치심이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상급자에게 뭐라고 말할 수도 없을 테고요.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데 이러면 사기가 떨어질 수 있겠죠."

최병욱 학과장은 위계질서도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만약 서로 합의로 관계를 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군은 계급에 의해 엄격한 위계질서로 움직이는 집단인데, 동성 간 성관계를 하는 사이가 용인된다면 과연 제대로 지휘나 지시를 내릴 수 있을까요? 적어도 처벌이 합헌 결정이 난 상황에서는 군법을 엄격하게 따르고 위반 시 처벌하는 것이야말로 군의 위계질서를 확립하는 길이기 때문에 해당 행위를 처벌하는 것과 군 기강 확립은 강력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은 개인의 성적 취향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조사 시 신상비밀을 보장해, 동성애 성향 장병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동성애자 군인 색출하라?”…성적 취향의 자유와 군 기강확립
    • 입력 2017-04-13 18:11:44
    • 수정2017-04-13 19:55:37
    정치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동성애자 군인색출·형사처벌 지시 규탄 긴급기자회견'

군 인권센터는, 13일 육군이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강압적인 지시로 군 복무 중인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형사처벌을 한다는 내용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동성 간 성관계의 물적 증거도 없이 성 정체성만을 문제 삼아 수사를 진행한 건 반인권적 불법수사라며, 군 인권센터는 장준규 총장의 '즉각 사퇴'까지 주장했는데요.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모습
육군은 즉각 장준규 참모총장의 지시나 강압수사, 인권침해는 일절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성 간 성관계라는 '행위' 자체를 수사해 처벌하는 것일 뿐이며, 사건은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조사했다고 덧붙였는데요.

SNS영상과 진술...대다수가 군 간부

군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올해 초였습니다.

현역 군인인 A 병장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을 SNS에 올렸고, 육군은 군인이 사이버상에 '음란물'을 게시한 것을 인지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해당 병사는 더 이상의 관계를 원하지 않는데 동성 군인이 관계를 계속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렸고, 군 헌병대에서는 음란물 게시 건과 해당 병사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역 군인의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겁니다.

조사 결과 모두 32명의 현역 군인에게 동성 간 성관계 혐의가 적용됐는데요. 장교 17명·부사관 10명·병사 5명으로 간부들이 다수였습니다.

같은 부대 혹은 다른 부대 소속이었던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서 만났고, 부대 밖은 물론 영내에서도 동성 간 성관계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군 형법 92조 '추행'

그렇다면 군은 어떤 근거로 현역 군인의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걸까요?

군 형법 92조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바로 이 군형법 조항에 근거해서 현역 군인 중 동성 간 실제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추행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건데요.

지난 2002년과 2011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서 군형법상 추행죄는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제청이 됐지만, 모두 합헌 결정이 났습니다. 육군은 이 같은 현행법령에 근거해서 법규를 적용했을 뿐이라는 거죠.

또 해당 행위에 대한 동영상과 관련자 진술 등이 그 증거로 채택된 겁니다.

'처벌=엄정한 군기유지'...군은 왜 처벌하는가?

 육군 공보과장 이준범 대령
군의 공식 입장은 개인의 성적 취향을 차별하려는 것이 아니라 '엄정한 군기 유지'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을 위해서 위법한 행위를 처벌하는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엄정한 군기 유지, 군 기강 확립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은 "남성이 절대다수면서 '계급'이 존재하는 군이라는 특수한 집단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연관 관계를 설명했는데요.

"만약 군에서 동성 간 성관계 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용인한다면, 2차 피해가 우려됩니다. 가령 동성애 성향의 병사가 계급이 올라가거나 간부가 동성애 성향을 가진 상태에서 무심코 하급자에게 어떤 표현을 한다거나 행위를 한다면, 그런 표현을 받는 입장에서는 수치심이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상급자에게 뭐라고 말할 수도 없을 테고요.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데 이러면 사기가 떨어질 수 있겠죠."

최병욱 학과장은 위계질서도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만약 서로 합의로 관계를 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군은 계급에 의해 엄격한 위계질서로 움직이는 집단인데, 동성 간 성관계를 하는 사이가 용인된다면 과연 제대로 지휘나 지시를 내릴 수 있을까요? 적어도 처벌이 합헌 결정이 난 상황에서는 군법을 엄격하게 따르고 위반 시 처벌하는 것이야말로 군의 위계질서를 확립하는 길이기 때문에 해당 행위를 처벌하는 것과 군 기강 확립은 강력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은 개인의 성적 취향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조사 시 신상비밀을 보장해, 동성애 성향 장병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